말을 마친 이영호는 잠시 화를 억누르고 물었다. "잠깐만, 방금 뭐라고 했어? 신씨 집안이 이태호한테 부탁할 일이 있다고? 혹시 왕사모님이 많이 위중하셔서 그 놈 아니면 살아날 수 없는 뭐 그런 상황인거야?"소지민은 답했다. "그건 아니에요, 그런 일은 없어요, 저희 할머님 아직 정정하세요, 소요 지역 프로젝트라고 들어 보셨죠? 이태호가 용 어르신과 깊은 사이라고 하니 저희를 도와 용 어르신한테 말씀 드리고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다고 했어요."이영호는 낯빛을 흐리며 말했다. "지난 번 그 놈이 어르신을 구해 준 보답으로 어르신이 별장 하나 주긴 했었지, 돈도 줬을 테고, 안 그러면 무슨 돈으로 너희들한테 자동차를 선물할 수 있겠어? 근데 그만하면 목숨값으로 다 갚은 거 아닌가? 사람이 무슨 욕심이 그렇게 많아, 내가 생각하기엔 어르신이 도와줄 것 같진 않거든."말을 하면 할수록 이영호는 화가 치밀었다. "너무 뻔뻔한거 아니야? 딱 한 번 도와준 걸 가지고 평생 호의를 베풀라는 거야 뭐야? 어르신도 주제 파악도 못 하는 그런 놈을 예뻐하진 않을 거야.""맞아요, 그렇겠죠, 문제는 사모님도 지금은 이태호한테 부탁하는 수 밖에 없거든요, 우리 모두 이태호만 믿고 기다리는 중이고요."소지민은 이태호를 바라 보곤 살짝 떠 보았다. "도련님, 잘 생각해 보세요, 도련님하고 저희 수민이 친구로 지내도 좋은 거 아니에요?""그건 절대로 용납 못 해."이영호는 그 말 한마디만 던지고 홧김에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차에 앉아 고민 끝에 그는 하현우와 몇몇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밥 먹었어? 지금 갈 테니까 같이 먹어."전화를 끊고 이영호는 재차 호텔로 돌아왔다."도련님, 일은 잘 해결됐어요?"이영호가 오는 걸 확인한 정희주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물었다.하동현은 재빠르게 와인 한 잔을 따르고 이영호에게 건넸다. "무조건 잘 해결됐을거야, 우리가 보낸 사진에 도련님이 직접 찾아가 이태호의 민낯을 보여 줬으니 어떻게 실패할 수 있겠어? 도련님,
오늘을 통해 이영호는 소지민과 신수연의 도움으로 신수민을 설득하는 것은 너무나도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다.더구나 신 씨 집안은 용 씨 집안과 친해지려고 이태호를 통해 어르신의 환심을 사려 했다.오늘 신수민도 추호의 망설임 없이 그에게 어떠한 기회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그러한즉 신수민을 얻으려면 이태호를 죽이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스스로 믿어 의심치 않았어야 했다.오직 이태호가 죽어야만 신수민이 슬퍼하는 틈을 타서 관심해 주면 신수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이 말을 들은 서문옥, 하현우, 정희주 세 사람은 훨씬 전부터 이태호를 죽이려고 별렀지만 그럴 능력이 없던 참인지라 속으로 몹시 기뻐했다.그들이 이영호를 찾아온 목적은 바로 이 씨 가문 도련님의 손을 빌려 이태호를 죽이는 것이고 그래야만 그들이 마음이 통쾌해질 수 있었다."도련님 말씀이 맞습니다. 이태호가 사라지면 모든 것이 다 풀립니다. 그때 가면 심수민도 영락없이 도련님을 좋아할 겁니다!"하현우는 대뜸 웃으며 말했다.정희주도 한마디 보탰다. "여자는 여자가 안다고 심수민이 이태호를 선택한 이유는 제가 보기엔 아마 그녀 딸 때문입니다. 더욱이 그들은 단지 하룻밤 관계를 가져서 아이가 생긴 것이니 결코 깊은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태호가 죽으면 심수민도 다른 선택 여지가 없고 설령 있다 해도 도련님이 최고의 선택이 될 겁니다!"하현우는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무렴요, 도련님은 이 씨 가문 외아들로서 멀지 않아 계승자가 될 것이고 게다가 인물이 훤하고 기품이 우아하니 이태호가 없다면 아무리 바보라 해도 도련님을 택할 것입니다."이 도령은 잠시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 "하지만 이런 일은 대놓고 하면 안 돼, 그렇지 않으면 심수민이 내가 한 짓을 알고 그때 가서 설사 이태호 그 자식을 죽인다 해도 나는 그녀의 마음을 얻을 수 없어. 그러니 킬러의 손을 빌려야 해!""킬러 말입니까?"하현우는 멍 때리다가 이내 눈을 번쩍 뜨며 물었다. "도련님이 킬러들 하고도 아는 사이입니
하지만 이영호는 차가운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4억이요? 그렇게 비싸요?"하현우는 아직 킬러 조직을 접해 본 적이 없고 그 시세도 모른다. 하지만 킬러 한 명 정도 청하는 것이야 몇천만 원이면 된다 생각했는데 4억이라 하니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우물 안 개구리 같으니라고 잘 들어! 40억이야!"이영호는 귀찮은 표정으로 하현우를 쳐다보더니 그제서야 말했다. "세 개 별 킬러의 전투력은 보통 사람이 비길 수 있는 게 아니야, 그 정도면 다 대단한 무술인들인데 그래도 비싸다고 생각할 거야?""그래도 좀 비싼 거 아닌가요?"만약 그게 진짜로 40억이라면 하현우와 함께 부담해야 할 금액이 20억이 된다고 생각하니 서문옥은 저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그녀가 아무리 명문가의 따님이라도 이만한 액수는 정말로 너무 많은 것 같았다.하현우 역시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도련님, 아시다시피 우리 집은 보통 부자일 뿐 명문가도 아닌데 너무 비쌉니다. 좀 저렴한 비용이 드는 건 없습니까?"이영호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두 개 별 킬러 정도면 저렴한데 10억쯤 돼. 다만 세 개 별 킬러에 비해 실력이 떨어지니 잘 생각해 봐!"하현우와 서문옥은 서로 눈길을 마주치더니 약속이나 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었다.하현우가 입을 열었다. "두 개 별이요, 제 생각에는 그래도 10억 정도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저랑 문옥 씨가 한 사람당 5만씩 내면 되겠습니다!""현우 씨야 말로 멍청하게 딱 5만 같네요!"서문옥은 이 말을 듣고 하현우를 매섭게 쏘아보며 이 자식이 입은 잘도 달렸는데 말은 왜 이따위로 하는가 생각했다."죄송합니다, 그게 아니라 5억이라 말한다는게!"하현우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자, 자, 이따가 내가 돌아가서 경호원 보고 연락을 도와달라 하겠어. 이삼일 후에 이태호 그 자식 시체가 거리에 널브러져 있을 테니 우리끼리 축하합시다!"이영호가 일어서자 다들 재빨리 다시 잔을 부딪쳤다.식사를 다 마칠 즈음 하현우는 전
이영호는 그녀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보고 더욱 마음이 움직였다.정희주를 놓고 말한다면 심수민만큼 이쁜 건 아니지만 곡선미가 흘러넘치는 몸매 하나는 인정해 줘야 했다.이영호는 야릇하게 웃으며 말했다. "허허, 주희 씨, 두세 살 어린애도 아니고 알면서 왜 그래요? 걱정 마요, 하현우한테는 꼭 비밀로 할 테니까요.""이, 이러시면 곤란해요, 도련님, 제가 보기엔 그만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정희주는 이영호의 잘 생긴 옆모습을 보고 다시 며칠 동안 제구실 한번 못하고 한동안 쾌락도 안겨주지 못한 하현우를 떠올리니 마음속에서는 들끓는 무언가가 꿈틀거렸다.하지만 상대방이 자신을 쉬운 여자로 여길까 봐 겉으로는 조신하는 척 거절 한 것이다.몸을 꼬는 상대방의 모습을 보고 이영호는 그녀가 일부러 조신하는 척한다는 걸 알아차리고 차 시동을 걸며 말했다. "요 근처에 괜찮은 5성급 호텔이 있는데 듣자 하니 그곳 침대가 아주 편하다네요. 제가 구경시켜 드릴게요......""도련님......"정희주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전혀 거절하지 않았다.얼마 안 되어 차는 어느 고급 호텔에 도착했고 이영호는 정희주를 이끌고 안으로 들어갔다.방을 하나 잡은 후 이영호는 정희주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탔다."도련님, 이러면 안 되는 거죠? 만약 하현우한테 들키기라도 한다면 그 사람이 저를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결코 만만치 않은 사람이니까요!"정희주는 여전히 난처한 표정을 지었고 방문 앞에 다다라서도 들어가기 싫은 내색을 냈다.이영호는 속으로 냉소를 지으며 '이 여자가 여기까지 들어와서도 일부러 싫은 티를 내네' 라고 생각했다.만약 상대방이 정말 내키지 않는다면 그를 따라 호텔까지 올 수 없고 더욱이 계단을 올라 떡하니 방문 앞까지 왔는데도 이런 수작을 부리다니 이 여자 정말 내숭덩어리 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그리고 정주희가 애당초 이태호 몰래 하현우를 만나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 와서 온갖 청순한 척 하다니. 속으로는 그녀를 경멸하기가 그
"도련님, 좀 부드럽게 다뤄 주세요, 이러시면 얼굴 창피해 사람들도 만나지 못하면 어떡해요?"두 사람의 정욕으로 뒤섞인 옅은 목소리가 서로의 귀를 간지럽혔고 바닥에는 어느덧 옷가지들과 신발로 늘어졌다.한편 그룹에서 부장으로 강등되고 나서 신민석의 기분은 내내 울적했다.그나저나 요즘은 딱히 할 일 없이 주위를 맴도는 정도이다. 예전 같으면 벌써 밖에 나가 신선놀음이나 하고 있을텐데, 회사업무도 전화로보고 받았으니 별로 회사에 눌러있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부장으로 강등되고 그가 제일 질색하는 신수민이 사장이 되었으니 농땡이 부리다가 그녀한테 발각되기라도 하면난리가 날 것이 뻔했으니 말이다."아이고, 소인배가 뜻을 이루다니 나 원참 기가 막혀서!"신민석은 한숨을 내쉬는 사이 저도 모르게 어느새 창고 앞에까지 왔다.그는 생각에 잠기는 듯 싶더니 닁큼 안으로 들어갔다.들어가 보니 안에는 몇명 창고 관리자들 있었고 웬 일인지 작은 아버지인 신영식은 보이지 않았다."신영식 씨는? 많이 늦었는데 아직도 출근 안 했나?"심민석은 화가 많이 나 있는 터라 때마침 신영식이 보이지 않으니 그에게 화풀이를 할 작정이었다.그는 지금 차마 신수민은 건드릴 수 없다 쳐도 설마 순둥이인 신영식을 상대하지 못할까 라고 생각했다.이때 창고 관리인 중 한명이 달려와서 "신사장님 아니 신부장님, 아직 모르시네요, 신영식 씨가 나이도 꽤 드시고 회사에서도 오래 근무하셔서 신사장님이 이미 조기 퇴직 결재 처리 하셨어요!" 라고 말했다."뭐 조기 퇴직?"이 말을 들은 신민석은 안색이 어두워졌다.매년 회사에 확실히 몇명 정원이 있긴 했지만 예전에 그는 직원들에게 조기 퇴직 처리해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신수민은 사장 자리에 오르자 마자 신영식을 조기 퇴직 시켜버린 것이였다.그는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라씩씩거리면서 신수민의 사무실까지 와서는 노크도 안 하고 벌컥 문을 떼고 들어갔다."오빠, 무슨 용건때문에 왔는데요?"방금 집에서 나온 신수
이토록 강한 신수민 앞에서 신민석은 비록 화가 났지만 참을 수 밖에 없었다.그도 알고 있었다. 막무가내로 일을 크게 만들면 자신한테도 별로 좋을게 없다는걸."그러시죠, 사장님이신데 참 어련하시겠어, 너 좋을대로 해!"신민석은 이를 앙 다물고서라도 화를 참는 수 밖에 없었다."내가 지금 사장인 걸 알면 됐어요! 다음에 들어 올때 노크 좀 해요!"신수민은 뒤돌아서 나가는 신민석을 보고 따끔한 어투로 그한테 주의를 주었다.신민석은 문가에 까지 왔다가 돌아서서 차가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신수민, 너무 의기양양해 하지 말어. 할머니께서 가장 아끼시는 사람은 그래도 나야, 한 마디 더 보태자면 며칠 후에 쇼요 지역(逍遙城)프로젝트 개막식이 열리는데 그때 가서 만약 이태호가 신씨 집안에 도움이 안 된다면 네 그 사장자리가 안전할거 같애?""걱정은 붙들어 매세요, 전 내 남자를 믿어요!"비록 신수민은 그다지 자신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확고한 태도를 보여주었고 이럴때 일수록 상대방의 기세에 눌리면 안되었다.이윽고 신민석은 때려 부실 기세로 사무실 문을 쾅 닫고 나갔다. 정적을 깨뜨리는 소리에 마음속의 분노가 고스란히 묻어났다."사촌 누나, 주택 청약을 받아놓은 상태이니 머지 않아 한달 후면 분양 받을 수 있어요, 축하해요!"한편 어느 자동차 4S 지점에서 이태호와 왕향금은 차를 고르고 있었다.비록 왕향금의 수중에 6천만원 남짓한 금액이 있지만 그녀는 단지 천만원 가량의 차를 사고 나머지는 집 인테리어에, 또 자그마한 사업도 할 예정이었다."아이고, 이게 꿈이냐 생시냐, 나도 내 집과 자가용이 있다니! 그런데도 왠지 기쁘지가 않아. 타이슨이 찾아와 말썽 부릴가봐 무서워. 솔직히 어떤 배후가 있는지도 감이 안 오고 듣자하니 엄청 무섭대."새차를 뽑은 후에도 왕향금은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이태호는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걱정 마세요, 사람은 내가 건드린 것이니 그래도 무섭다면 어차피 빈 방도 많은데 저희 집에 며칠 묵어요.
옆에 서있는 이태호는 마치 수많은 죽음의 전장을 거친 용사를 방불케 했다"그 두 사람 진짜 가증스러워!"왕향금은 멋쩍게 웃으며 말을 돌렸다. "하지만 너 지금 예쁜 아내도 있고 귀여운 딸도 있고 그기다 커다란 별장도 있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 하는데!"신수민과 신은재를 생각하노라면 이태호의 입가는 어느덧 행복한 미소가 지어졌다. "맞아요, 그때 출소한 후에 하느님이 제게 이런 서프라이즈를 주실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 날의 실수가 저한테 예쁜 아내와 귀염둥이 딸까지 주다니 하느님의 은혜에 감사해야죠!"이태호는 달콤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온몸의 세포까지 부드러워 지는 느낌이 들었다."뭔 말이야? 그날의 실수? 네 말대로라면 그 아기가 정녕 네 딸이란 말이냐?"왕향금은 멍하니 있다가 소스라치듯 놀라며 말했다.이태호는 직설적으로 말했다. "그럼요, 제 딸아이가 아니면 누구 꺼 겠어요?""잠깐만, 오년전이라면 신씨 집안 맏규수가 이름 모를 마당쇠 씨앗을 품고 말하지 않아 결국엔 신씨 집에서 쫒겨 났다 하지 않았니?"왕향금은 미간을 찌푸리며 골똘히 생각하더니 눈이 반짝 빛나면서 놀라서 말했다. "설마 그때 마당쇠가 너 였구나!"이태호는 어이가 없어 왕향금을 노려보며 말했다. "뭔 마당쇠라 그래요, 그때 제가 하현우를 때려잡은후 놀란 김에 술집에 숨어 술 마시는데 그날따라 신수민도 기분 안 좋은지 바에 취하러 갔어요. 결국엔 둘다 취하고 여차여차 해서 깨보니 호텔 침대였어요.""그런 거였구나, 난 또 애 딸린 돌싱을 찾은 줄 알았잖아.그렇다면 신은재가 네 아이가 맞구나!"왕향금은 조금 격동된 듯 실실 웃으며 말했다. "이런 거면 잘 됐어. 너 정말 은재의 친 아빠가 맞네!""그야 당연하죠!"이태호는 자랑스럽게 물었다. "어때요? 제 딸 예쁘죠?""응 예쁜데다 귀엽기까지 해!"왕향금은 웃으며 말했다. "이제 크면 네 딸이 꼭 아릿다운 소녀가 될거야! 지금 보면 너랑 신수민은 하늘이 내려주신 꼭 만나게 될 연분이였구나!" "가요,
"무슨 일인데 이렇게 소란을 피우냐!"용우진은 앞에 있는 남자를 보며 짜증 어린 말투로 물었다.용우진이 보기에는 일류 명문가 용씨 집안 사람으로서 하인이라 하더라도 체면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그 남자는 그제야 말했다. "용의당 사람들이 지금 향무당 사업을 건네받는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이 소문을 깊이 파헤치니 향무당에서 용의당의 범용과 태수를 노리려고 홍문연을 준비했는데 되려 향무당의 고수들이 상대방한테 피살됐답니다.""네 말은 용의당이 향무당을 먹어 버렸단 말이냐?"용우진은 그걸 듣고 순간 일어나면서 말했다. "정말 큰일이야. 이후에 태성시의 구도가 바꿔지겠군!"용지혜는 미간을 찌푸리며 혼잣말을 했다. "용의당 사람들이 이태호를 상대하려는 건 아닌가? 지난번 하씨 집안에서 태수 형님을 시켜 이태호를 상대하려다가 우리가 오는 것을 보고 그만 돌아갔잖아!"하지만 아까 소문을 전해온 남자는 "그럴 리 없습니다. 그날에 이태호는 범용 형님과 태수 형님을 따라 향무당에 갔는데 상의당 사람들은 별로 없었답니다. 그런데 겹겹이 싸인 포위 속에서 상대방의 고수들을 죽이고 상처하나 없이 물러섰답니다!"라고 말했다."그래? 그렇단 말이지. 내 말이 아무리 범용 형님과 태수 형님이 강하단 들 그 많은 향무당 사람들 상대로 당할 수밖에 없겠는데 어찌 이긴다는 말이냐?"그 말은 듣고 용우진은 신비로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이 선생이 도와준 게 분명하군. 그들이 함께 밥까지 먹으러 갔다면 이 선생과 용의당 관계가 보통이 아닌 거 같구나!"용지혜는 그 남자를 쳐다보더니 그제야 손 저으며 "그래 알았으니 가보도록 해라!"라고 말했다.남자가 떠난 후에야 용지혜는 용우진 하고 말했다. "할아버지 생각에는 이태호가 정말 그렇게 강하다는 말인가요?"용 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있는 용건국한테 말했다. "건국아 보아하니 이태호가 용의당하고 관계가 심상치 않으니 이 선생 비위를 맞춰줘야지 심기를 건드리면 안 되네라!""그때 하씨 가문 결혼식에서 소란을
이태호에 대해 많이 알수록 연장생은 이태호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천부적 자질은 말할 것도 없고 선연까지 얻었으니 중도에 죽지 않는 한 앞으로 꼭 수백 년 전의 산수(散修)처럼 신선으로 될 것이다.이태호는 그 산수처럼 불과 백 년 만에 비승해서 신선으로 되어 창란 세계에 아름다운 전설을 남길 것이다.그리고 연장생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이태호가 연단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비록 아직 7급 연단사에 불과하지만 이태호가 단도에서 뛰어난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최고의 연단사는 한 종문을 만년 이상 번영시킬 수 있다.예전에 태일종의 제8대 종주는 그냥 태일성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진전 제자였으나, 8급 연단사의 실력으로 태일종으로 하여금 천남에서 자리를 잡게 하였다.8급 연단사가 이런 힘이 있는데 9급 연단사로 성장해서 성황급 수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단약을 정제할 수 있다면 어느 대세력에 있든 모두 귀빈으로 모실 것이다.게다가 이태호는 검도에도 조예가 깊었다.연장생은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을 통해 이태호가 각성한 검도의 의지는 경금 검기를 훨씬 능가해서 검도 대종사로 자라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남다른 천부적 재능을 하나라도 가질 수 있는 자는 백만 명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였다.태일성지에서 이런 자는 진전 제자로 될 수 있고 성왕 경지의 장로를 스승으로 택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 단도, 검도에서 특별한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다면 성지의 8대 장로도 서슴없이 서로 친전제자로 삼겠다고 다툴 것이다.이태호처럼 여러 가지 천부적 자질을 가진 천교는 성지 종문에 들어가면 폐관 수련 중인 태상 장로도 깜짝 놀랄 것이다.“대장로님, 저는 며칠 더 있다가 가고 싶습니다.”이태호는 가슴을 펴고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에 중주로 갈 생각입니다.”진선 정혈을 얻은 후 이태호는 대도를 조금 깨달았고 5급 성자 경지의 장벽을 느낄 수 있었으며 수시로 돌파할 것 같았다.이
다음 날 아침. 금싸라기 같은 황금빛 햇살이 구름을 뚫고 인간 세상에 쏟아졌다.오색찬란한 아침노을은 신선한 공기를 지니고 새로운 날이 다가왔음을 예고하였다.요광섬에서 이태호는 상쾌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고 방에서 나왔다.어제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그는 한 달 넘게 안 본 아내들과 오랜만에 아름답고 황홀한 밤을 보냈다.그가 정원의 우물가로 가서 물을 받고 세수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 허리에 찬 전음 옥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신식으로 살펴보니 종주 선우정혁이 종문 대전에 오라는 소식을 보내온 것이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신식으로 아직 방 안에서 깊이 잠들고 있는 신수민 등 네 여인들을 훑어본 후 고개를 흔들면서 곧장 하늘로 솟아오르고 대전을 향해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대전의 문 앞에 도착했다.대전 안으로 들어가니 선우정혁과 연장생은 상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정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우정혁은 아마 대장로 연장생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으로 추측했다.중주 태일성지의 대장로인 연장생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천남 지역까지 왔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예전에 태일종에서 중주로 간 천교들도 있었으나 이태호처럼 성지의 중시를 받은 자가 없었다.이태호가 예측하건대 선우정혁은 자신이 연장생을 따라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길 원한 것 같았다.의자에 앉아서 연장생과 담소를 나누던 선우정혁도 대전으로 들어오는 이태호를 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태호야, 왔구나. 어서 연 장로님께 인사드려.”이태호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연장생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대장로님을 뵙습니다.”연장생은 손을 가볍게 흔들자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절을 하려는 이태호를 일으켰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됐어. 남도 없는데 큰절할 필요가 없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야. 성지에서 자네가 타고난 천부적 자질을 가졌고 또 선연을 얻은 것을 알고 널 안전하게 성지로 데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