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겸이 오세순을 삼켰을 때 오세순은 죽기 직전에 조신을 언급했었다.아니나 다를까, 구두사자와 전노괴는 이 소식을 듣고 충격에 멍을 때리다가 정신을 차린 후 소리를 질렀다.“뭐라고?!”이들이 이렇게 깜짝 놀라는 이유가 있었다.조신은 창란 세계의 모든 수사가 두려워하는 존재였다.역대 수사들이 비승해서 진선으로 된다면 모두 계관에 가서 봉인을 강화하였다.조신이 봉인을 해제하고 창란 세계에서 대재앙을 일으킬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조신 앞에서 9급 성황급 수사는 땅강아지에 불과했다.소문에 따르면 상고시대에서 반선급 수사도 조신 때문에 많이 죽었다고 한다.구두사자는 여전히 이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당당한 성지의 종주가 조신에게 탈사(奪舍)당했다니... 정말 황당한 일이었다.그의 아홉 개 머리는 일제히 청년을 바라보며 금속이 마찰하는 듯한 거슬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자네 말이 사실인가?”구미는 이를 보고 천천히 자기 생각을 말했다.그의 설명을 들은 전노괴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놀라운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그는 마른침을 삼키고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그렇다면 저 이태호는 정말 죽게 생겼군.”구두사자의 안색이 붉으락푸르락 변하다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어쩐지 자고자대했던 마도의 두 반선이 혼원성지와 손을 잡는다고 했어...”“이태호가 아무리 강해도 조신을 절대로 이길 수 없어.”뇌택의 땅에 있는 세 요황은 연민과 동정 어린 눈빛으로 만 리 밖의 전장에 있는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와 동시에. 전장에서 공준의 머리카락이 흐트러졌고 몰골이 말도 안 되었다.그의 옷은 이미 천 조각으로 갈기갈기 찢어졌고 상처가 온몸을 뒤덮었다.주안식과 월화도인의 협공에 그는 이미 열세에 몰렸고 여태까지 버틸 수 있는 건 마수의 강력한 육신 덕분이었다.’공준은 상처가 점점 깊해졌고 뒤에 있는 제자들이 거의 도륙당한 것을 보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제자들의 사상자 수가 심각했고 허필수는 이태호와 정신없이 싸우고 있었으며 청양 노마는 윤고
동해 밖에 거의 만 리에 달하는 거대한 섬이 있었다.이 섬의 상공에 우렁찬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고 먹구름이 잔뜩 몰려왔고 은뱀 같은 번개가 여기저기서 번쩍였다.이곳이 바로 창란 세계 요수(妖獸)들의 성지, 뇌택의 땅이었다.“이런 싸움이 정말 놀랍군.”뇌택의 땅을 뒤덮은 먹구름 속에 은색 갑옷을 입었고 9급 성황 경지의 내공을 내뿜은 중년 남자가 놀란 표정으로 만 리 밖의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옆에는 머리가 아홉 개 달렸고 체구가 산악처럼 웅장한 사자가 하얀 안개를 타고 있었다. 사자는 굵고 묵직한 소리로 말하였다.“전노괴, 그때 네 혈맥이 순수하지 않은 교룡이라 용족의 멸시를 받고 쫓겨내서 다행이야. 그렇지 않았다면 이번 마도의 침입으로 너도 화를 면치 못했을 거야.”은갑 남자는 전노괴는 말을 듣고 두려운 마음으로 이마에 난 교룡뿔을 만졌다.당시 그는 교룡의 육신 때문에 용족의 많은 천대와 멸시를 받았고 추방당했다. 후에 그는 우여곡절 끝에 뇌택의 땅에 들어와 요황의 자리에 올랐다.오늘 마도 수사들이 거침없이 용족을 침공하고 멸망시키는 것을 지켜보았다.과거에 용족은 뇌택의 땅에 있는 요괴들을 통치하는 황족이었는데 한순간에 멸족을 당했다. 전노괴는 자기도 모르게 소름이 끼치고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성령 요황 구두사자(九頭獅子)는 고개를 들고 만 리 밖의 전장 상황을 보면서 혀를 찼다.“그 용족이 대체 뭘로 태일성지를 설득했는지 궁금하군. 얼마 전에 윤고현이 북해에서 창명을 격살했다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상처를 입지 않은 것 같군.”전노괴는 허필수와 막상막하로 싸우고 있는 이태호를 보며 감탄을 터뜨렸다.“저 태일성지의 이태호가 천부적 자질이 뛰어났다는 소문을 많이 들었는데 6급 성황 경지의 내공으로 9급 성황 경지인 허필수와 싸울 수 있다니 정말 놀랍군.”이때, 멀리 떨어진 먹구름 속에서 갑자기 종처럼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온몸이 눈처럼 하얀 구미호가 순식간에 흐르는 빛으로 되어 구두사자의 옆에 떨어졌다. 구미호의 몸체
허필수의 원래 목적은 봉인에서 탈출하고 창란 세계를 삼켜버리고 계주로 되는 것이었다.그러나 지금 대재앙이 닥쳤고 황금대세가 열렸는데 이태호란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서 정말 당혹스러웠다.진선으로 되는 것은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의 진신은 역외 천마의 정혈과 융합해서 형언할 수 없는 기괴한 물질을 제련해 냈는데 진선조차도 그것을 완전히 소멸할 수 없었다. 시간의 강에서 강제로 세월의 힘을 발동하지 않는 한...계주의 자리야말로 그의 최대 관심사였다.과거 창란 선역(仙域)이 붕괴하기 전에 창란 세계는 선역의 한 대륙일 뿐이었다.그때 천지의 법칙이 완전했고 9급 성황 경지로 돌파하면 하늘로 올라와 자신만의 대도 규칙을 얻어서 진선으로 비승할 수 있었다.그와 융합한 역외 천마의 정혈에 담긴 기억 속에 선역이 어떤 연유로 붕괴되어 세 부분으로 갈라졌다. 가장 큰 부분이 선계로 되었고 한 부분은 지금의 창란 세계이며, 한 부분은 마계로 되었다.역외 천마는 바로 마계의 진선이었는데 창란 세계의 위치를 찾은 후 그것을 단련해서 계주로 되려고 했지만 청제 때문에 실패했다.허필수는 머리를 흔들고 어느 때보다 강한 살기를 품은 눈빛으로 이태호를 노려보았다.그는 상고시대에서 오늘날까지 목숨을 겨우 부지했다. 진신은 조신의 땅에 봉인되어 꼼짝도 못 했고 수많은 천교를 만났지만 이태호처럼 상식을 넘은 존재를 본 적이 없었다.‘이놈을 절대 살려두면 안 돼!’허필수의 눈에서 섬뜩한 살기를 발산하였다.그의 몸에서 마기가 들끓었고 손바닥에서 휘몰아친 무시무시한 파멸의 법칙을 이태호에게 던졌다.쿠르릉!파멸의 법칙이 연자방아만 한 크기의 빛기둥으로 되어 압도적인 힘을 싣고 이태호를 향해 몰아쳤다.이것을 본 이태호는 건조한 입술을 살짝 핥았다. 그는 대라신검을 꽉 쥐었고 6급 성황 경지의 기운이 주변을 휩쓸었다. “죽어라!”그는 주저 없이 검을 들고 대갈일성 하면서 신통을 발동하였다. 펑펑펑!순식간에 하늘에 여러 가지 신통 술법이 위력을 드러났다.법상천지!
동해 상공.대라신검을 들고 있는 이태호의 옷자락은 강풍에 휘날리며 거칠게 펄럭였다.그의 몸에서 강렬한 검의를 내뿜었고 검도의 법칙이 주변을 맴돌고 있으며 눈부신 빛을 발산한 것이 멀리서 보면 검선(劍仙)을 방불케 했다.동시에 6급 성황 경지의 내공도 폭발되어 무시무시한 충격파로 되어 사면팔방으로 퍼져나갔다.“대성 경지의 검도 법칙이라니!”허필수의 안색이 많이 어두워졌다. 그는 이태호가 검도 법칙을 대성의 경지까지 수련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를 더 놀라게 한 것은 분명히 며칠 전에 북해 변경에서 이태호를 만났을 때 불과 5급 성황 경지였는데 어떻게 며칠 만에 벌써 6급 성황 경지로 돌파할 수 있지? 이태호는 손바닥을 뒤집는 것처럼 경지를 돌파하는 것 같았다.조신의 분신으로서 그는 수많은 천교를 봤지만 성황 경지 내에서도 이렇게 빨리 성장할 수 있는 자를 본 적이 없었다.성황급 수사는 이미 천지의 규칙을 깨닫기 시작했고 자신의 대도를 개척해야 해서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히 나아가야 했다. 폐관 수련을 수십 년이나 해도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 경우도 많았다.그렇다면 이태호는?그야말로 ‘기운의 아들’인 것 같았다. 성공 전장에서 진선 정혈을 얻은 후, 내공이 지극히 빠른 속도로 상승하였다. 성황 경지에 들어선 후에도 하루가 멀다고 돌파하였다. 그래서 그는 너무 성급히 허필수를 삼키는 것 같다는 회의감이 들었다. 만약 이태호를 삼켰다면 벌써 조신의 땅에서 탈출했을지도 모른다.물론 이것도 그냥 잠깐 스친 생각이었다.지금 전쟁 중에 모든 힘과 정신을 집중해야 했다.허필수는 마음을 가다듬고 손으로 결인하자 온몸에서 검은 마기가 더욱 짙어졌고 순식간에 주변의 광활한 구역을 뒤덮었다.육정칠욕의 감정과 무시무시한 파멸의 기운이 담긴 마기는 물밀듯이 이태호를 향해 밀려갔다.“흥, 하찮은 재주를 부리는군!”이태호는 콧방귀를 뀌고 미간을 찌푸렸다.다음 순간, 그는 대라신검을 휘두르자 길이가 천 장이나 된 검빛을 내던졌다.날카로운 검빛은
“허필수! 자칭 명문 정파라면서 이렇게 악독할 줄은 몰랐다. 우리 용족을 멸하고 조상이 물려준 기반을 훼손하다니! 이 원수, 반드시 갚아줄 테다!”이태호 등은 오일찬을 위해 복수한다는 명의로 온 것이기에 당연히 그의 편에 서서 말해야 했다.그는 성황 경지의 위압을 내뿜어 동해 상공에 천둥번개가 몰아치게 하였다.그러고는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허 도우, 용족은 우리 성지와 동맹을 맺었소. 어서 동해에서 물러나고 용궁의 보물 창고를 넘기시오.”허필수는 이 말을 듣고 바로 태일성지의 의도를 알아챘다.오일찬이 태일성지의 도움을 구하기 위해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 모르지만 용궁 보물 창고를 눈앞에 두고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그는 손뼉을 치며 비아냥거렸다.“재간이 있으면 가져가 보시지.”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바닷속에서 갑자기 거대한 소용돌이가 나타났다.곧이어 청양이 물기둥을 밟고 튀어나왔고 허필수의 곁으로 다가갔다.수십 명의 혼원성지와 유명성지의 제자들이 모여들어 섬뜩한 눈빛으로 이태호 일행을 노려보았다.유명성지 종주 공준은 전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바로 제자들을 데리고 돌아왔다.그의 몸에서 검은 빛을 발산하였고 유명의 기운은 해수면의 100리를 얼려버렸다.지난번에 창명이 죽은 후 유명성지의 실력이 많이 약화했기에 공준은 이태호 등을 갈기갈기 찢고 싶은 심정이었다.유명성지에 반선 노조가 있었다면 그는 벌써 제자들을 데리고 태일성지를 침공했을 것이다.청양 노마는 아무런 표정 없이 일월보선에 있는 윤고현을 바라보았다.윤고현이 다친 몸을 이끌고 오는 것을 보면 태일성지는 정말 그들과 보물 창고를 쟁탈하려는 의도를 알 수 있었다.그는 윤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윤 도우, 아직 부상 중인 걸로 아는데 죽고 싶어서 나온 거라면 내가 도와주지.”지난번에 창명 노마가 자폭했을 때 청양은 바로 허필수와 같이 윤고현을 제거하려고 하였다.그러나 만족의 대제사장 백운산이 제때 나타나서 윤고현은 간신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지금 윤고현이
중주, 태일성지의 산문 앞.일월보선은 웅장한 산처럼 허공에 떠 있었고 거대한 그림자가 하늘을 뒤덮었다.이태호는 뱃머리에 우뚝 서 있었다. 그는 흰색 장포를 입었고 옷자락은 바람에 펄럭이었다.이번 동해 작전은 바로 용궁 보물 창고를 쟁탈하기 위한 것인데 태일성지에서 많은 병력을 투입했다.반선 한 명, 성황 3명, 성왕 12명, 성자 백여 명을 동원하였다.성왕급 제자들은 대부분 이태호를 따라 천남에 갔던 사람들이었다.인솔 제자는 전성민, 도승현 등 4대 진전 제자들이었고 동행한 성황급 수사로는 제3장로 주안식과 제4장로 월화도인이 있었다.반선급 수사라면 바로 윤고현이었다.이태호는 아직 안색이 창백한 윤고현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스승님, 상처가 아직 회복되지 않으셨는데 가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윤고현은 고개를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오일찬의 정보에 따르면 청양 노마도 있다더군. 내가 가지 않으면 자네들은 모두 그를 상대할 수 없을 거야.”이 말을 들은 주안식은 미간이 찌푸려졌고 온몸의 기운을 수렴하였다.월화도인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먼 곳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겼다.아무도 윤고현을 말리지 않는 것을 보고 이태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이번 동해 작전은 확실히 위험성이 높아서 반선급 수사가 동행해야 했다.그래서 이태호도 더는 말리지 않았다.그는 동천 세계에 있던 청제탑을 소환하였다.선기를 가지고 있으니 이태호의 자신감과 기세가 더 강해졌다.이태호는 뒤에서 재잘거리는 제자들을 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갑시다.”다음 순간, 주변의 공간이 일렁거리더니 일월보선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허공에서 잠시 비행한 후, 이태호는 이미 동해에 도착했음을 감지했다.그가 공간 법칙을 발동하자, 일월보선은 바로 동해의 상공에 모습을 드러냈다.이와 동시에. 바닷속의 용궁에서 막 거북이 재상 등을 처리하고 혈기를 삼킨 허필수는 일월보선이 나타난 순간, 주변의 공간 파동을 감자했다.옆에서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