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강이 곧바로 말했다.“맞아요. 바로 이들이에요. 내 경호원 팀장은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어요. 비록 우리 집안의 명수들이 나선 적은 없지만 그들도 이 여자들의 상대가 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사촌 형이 나서줬으면 좋겠어요!”말을 마친 뒤 서지강은 이태호가 없는 걸 발견했고 눈살을 찌푸리며 신수민에게 말했다.“신수민, 이태호는? 하하, 설마 오늘 내가 사람을 데리고 와서 두려워 나오지 못한 건가? 정말 겁쟁이네!”신수민은 흐려진 안색으로 대꾸했다.“서지강, 이태호는 외출했어. 하지만 오늘 돌아올 거야.”거기까지 말한 뒤 신수민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계속해 말했다.“그런데 며칠 전에 다시는 우리에게 시비 걸지 않겠다고, 우리를 마주치면 피해서 다니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어? 그런데 지금은 왜 또 왔지? 참 뻔뻔하네. 남자인데 자신이 한 약속도 지키지 못하는 걸 보면.”서지강은 그 말에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하하, 난 사내대장부라 굽힐 줄 아는 거야. 그때 상황에서는 내가 굽힐 수밖에 없었지. 하지만 난 오늘 내 사촌 형과 함께 왔어. 너희는 끝장이라고!”서소운은 백유겸을 힐끗 봤다. 장군이라면 용성연합국에 적지 않았다. 게다가 다들 소속이 달랐기에 그들은 당연히 백유겸을 알지 못했다.서소운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구기며 백유겸에게 말했다.“당신이 서지강 이 빌어먹을 놈이 말한 장군이라는 사촌 형이야?”백유겸은 앞으로 나서면서 예를 갖췄다.“그래. 내가 바로 얘 사촌 형이야. 당신들은 내 사촌 동생이랑 협력하지 않겠다고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은 건 물론이고, 내 사촌 동생을 때린 데다가 무릎 꿇리고 사과까지 하게 만들었지. 게다가 내 사촌 동생 집안의 많은 고수들까지 죽였으니 난 오늘 반드시 그 빚을 갚을 거야!”신수민은 그 말을 듣고 어이가 없어 설명했다.“당신은 당신 사촌 동생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거야? 당신 사촌 동생은 날 협박하고 성추행했어. 그래서 내 부하가 그를 때렸지. 서지강은 얻어맞은 뒤 다시 찾
“건방지군! 나랑 붙어!”장민영은 더는 가만히 지켜볼 수 없어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면서 주먹을 쥐었다. 이내 그녀의 주먹에서 영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장민영의 기세와 강렬한 영기 파동에 백유겸은 순간 미간을 좁히며 주먹을 꽉 쥔 채 그녀를 향해 휘둘렀다.“쿵!”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순간 장민영은 뒤로 7, 8걸음 정도 물러서며 가까스로 중심을 잡았다. 반대로 백유겸은 겨우 두 걸음 물러서고 멈춰 섰다.이번에 백유겸이 은근히 우위를 점한 것이 분명했다.“대단해. 역시 우리 사촌 형이 더 강해!”서지강도 멍청하지 않았다. 상대방의 상황을 파악한 그는 자신의 사촌 형이 상대방보다 강하다고 생각했고 사촌 형이 어쩌면 10분의 1도 되지 않는 힘을 쓴 걸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그렇다면 그는 이번에 치욕을 씻을 수 있었다.서문옥은 그 광경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나 장민영과 백유겸 두 사람은 동시에 안색이 어두워졌다. 두 사람 모두 상대방의 내공이 이 정도로 강할 줄은 몰랐다.사실 장군이라면 구급 기사나 이급 무왕 정도였다.장민영과 서소운 등 사람들은 장군 중에서도 내공이 비교적 강한 편이었고 전투력도 강했다.그래서 이태호가 소전 군신에게 연락해 경호원이 몇 명 필요하다고 했을 때 소전이 그들을 보낸 것이었다.그런데 백유겸의 전투력도 전혀 약하지 않았고 내공도 뛰어났다. 그는 사급 무왕의 경지에 다다랐다.“저 사람 내공이 너보다 조금 더 높아!”서소운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내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두려워할 것 없어. 우리 쪽에 사람들이 많으니 저 사람도 어쩔 수 없을 거야!”장민영은 여전히 단념하지 못하고 말했다.“서두를 필요 없어. 난 아직 내 권법을 쓰지 않았고 영기 공격도 쓰지 않았어. 그의 힘과 내공이 나보다 강한 건 맞지만 내가 그의 상대가 되지 못하는 건 아니야!”말을 마친 뒤 장민영은 순식간에 몇 미터 높이로 뛰어올라 아래에 있는 백유겸을 향해 말했다.“아래에서는 움직이기 힘드니 위에서 싸우는
“내가 나서지!”서소운은 장민영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장민영마저 상대방을 제압할 수 없다면 이호호와 이소아가 함께 달려들어야 비슷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하하, 아직 항복하기 싫은 사람이 또 있어?”백유겸이 살며시 웃더니 서소운에게 말했다.“어쨌거나 이태호가 참 대단해. 무슨 수단을 썼길래 이런 고수를 경호원으로 데려왔는지 모르겠군.”“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우고 그냥 붙어!”서소운은 도발로 가득 찬 표정을 지은 채 상대방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했다.“칫, 누가 두려워할 줄 알고?”백유겸은 다시 한번 번쩍 날아올랐고 두 사람은 곧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싸운 지 얼마 되지 않아 백유겸은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서소운의 내공이 그와 비슷했지만 전투력은 그보다 한 수 위였다.“펑!”몇 분 동안 버티긴 했지만 결국 백유겸은 서소운의 상대가 못 되었고, 그대로 날아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의 입에서 빨간 피가 솟구쳤고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뭐야, 사촌 형, 괜찮아요?”서지강이 당황한 표정으로 달려갔다. 그는 사촌 형이 패배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서지강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난 백유겸이 말했다.“사급 무왕의 내공 중 난 늘 가장 강한 사람이었어. 하지만 똑같은 내공인데 네가 나보다 강할 줄은 몰랐네.”“하하,너도 대단해. 하지만 우리 용성연합국의 장군이 이런 쓰레기를 도와주다니. 솔직히 우린 모두 당신이 우스워.”서소운이 경멸의 눈빛을 지은 채 웃었고 그 말을 들은 백유겸은 기절해버릴 것 같았다.“가자.”백유겸이 이를 악물고 서지강에게 말했다.“지강아, 그만하자. 저 여자들 너무 강해.”“잠시만.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는 거야?”그때,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이태호가 문 앞에 나타나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여보!”고개를 돌려 그를 발견한 신수민은 기뻐하며 달려가 이태호의 품에 안겼다.“오늘 오후에야 돌아올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이태호가 웃으면서 덤덤하게 대답했다.“당신이 너무
이태호는 상대방을 힐끗 보고 나서 물었다.“네가 바로 섭로왕 똥개냐?”이 호칭을 들은 서대준은 화가 나 이를 갈며 이태호를 노려보았다.“자식, 배짱이 대단하네, 감히 이렇게 날 부르다니, 살기 싫은 거지?”이태호는 오히려 웃으면서 대답했다.“당신 아들은 개자식이야. 당신은 아버지로서 아들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 집에 찾아와 내 가족을 괴롭히고 있으니 당신이 똥개가 아니고 뭐야?”“이놈...”이런 모욕을 당해본 적 없는 서대준은 주먹을 불끈 쥐고 달려들어 이태호를 때리려 했다. 그의 뒤에 있던 고수들이 오히려 그를 말렸다. 겨우 그 정도 종사 내공의 실력으로 아마 이태호의 한주먹거리도 안 될 것이다.“자식, 오늘 우리가 재수 없었다고 쳐. 경호원이 이렇게 대단한 줄 몰랐어.”백유겸은 이태호를 힐끗 보고 나서 또 한마디 했다.“지금 사람들을 데리고 떠나가도록 하지. 앞으로도 너희들을 찾아오진 않을 거야!”“허허!”그 말을 들은 이태호가 가볍게 웃더니 대답했다.“이 말은 예전에 서지강 그 자식도 했었어. 약혼녀인 서문옥이랑 무릎을 꿇고 했던 말인데, 참. 앞으로 우리 가문을 귀찮게 하지 않을 거라고, 우연히 우릴 마주치더라도 다른 길로 갈 거라고 맹세했었는데 또 이렇게 찾아왔잖아?”잠시 멈칫하던 이태호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당신들의 말은 방귀나 다름없는데 내가 당신들 말을 어떻게 믿겠어?”“자식, 그래서 어쩌라고?”이태호를 바라보는 서대준의 마음속에서 화가 부글거렸다. 어찌 됐건 백유겸은 장군인데 이 자식이 체면을 전혀 봐주지 않으니 말이다. 이태호가 쌀쌀하게 웃으며 말했다.“지난번에 얘기했었잖아. 서지강이 다시 날 귀찮게 하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이야. 지난번에 내시로 만들어달라고 한 것도 내가 용서했는데 이렇게 또 찾아왔으니 용서할 수 없어.”“네 따위가 감히?”이태호는 상대방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백유겸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이태호를 바라보며 말했다.“자식, 난 지금 장군이야. 오늘은 내 체면을 한 번
게다가 상대는 그가 집을 비운 사이에 찾아왔는데 만약 서소운 등이 상대할 수 없었더라면 결과를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턱!”이태호가 주먹을 날리자 상대방은 날아가 땅에 털썩 쓰러져 피를 토해냈다.“뭐야! 유겸이 너마저도 상대할 수 없는 거야?”서대준은 백유겸이 손을 쓰는 걸 보고 이태호를 막아낼 줄 알았는데 그대로 날아가 버리는 것을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이, 이건 대체 무슨 내공이란 말이야? 방금 저 한 방은 적어도 무왕 육급이나 무왕 칠급 내공은 될 거야.”백유겸의 마음속에 거친 파도가 일었다. 이태호의 강대함은 그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태호는 차갑게 웃기만 했다. 그는 방금 별로 힘을 쓰지 않았다. 제대로 실력을 보여줬으면 상대방은 죽었을 것이다. 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서지강의 앞에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아빠, 구해줘요.”서지강은 소리 지르며 너무 놀라 다리가 후들거려 눈을 꼭 감았다.“이태호, 잘못했어. 앞으로 안 그럴게. 앞으로 네 눈에 띄지 않게 다른 길로 다닐게.”이태호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이런 말을 듣는 것도 이젠 지겨워.”말을 마친 이태호가 갑자기 발을 들어 그의 다리를 걷어차 다리가 벌어지도록 하더니 가운데를 향해 힘껏 발길을 날렸다.“악!”돼지 잡는듯한 비명을 지르던 서지강은 고통스럽게 기절해버렸다. 그는 이번에 정말 내시가 되어버렸다. 옆에 있던 서문옥은 놀라 연신 뒷걸음치며 눈앞에서 벌어진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이번에 찾아갔다가 이태호를 이길 수 없다면 이태호가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전에 여러 번 서지강에게 말했었다. 안타깝게도 서지강은 복수에 눈이 멀어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백유겸이 손을 쓰면 분명 문제가 없을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결국, 백유겸은 이태호의 상대가 아니었고 서지강은 내시가 되어버렸으며, 서지강의 가문에 힘입어 더 부자가 되어보려던 그녀의 타산도 물거품이 되었다.“아들아!”서씨 가문의 경호원들이 달려나가려는 서대준을 말렸다. 서대준이 그
서대준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서 가주님, 알아요. 서문옥은 좋은 아이예요. 저랑 서지강에게 이태호를 찾아가지 말라고 당부했는데 우리가 서문옥의 충고를 안 듣고 이렇게 됐네요. 백유겸이 우릴 위해 복수해줄 거로 생각했는데 이런 결과를 맞이했으니.”“휴!”서진혁은 한숨을 내쉬고 나서 서대준을 향해 말했다.“서 가주님, 당부 한마디 할게요. 앞으로 복수에 관한 생각은 접어요. 이태호는 우리가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당신들이 여기에 와서 나한테 말 한마디 없이 이태호를 찾아갔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요. 저한테 말 한마디 해줬으면 제가 말렸을 텐데 그랬어요.”“무슨 말이에요?”서대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서진혁의 말에 다른 뜻이 있다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다. 그제야 서진혁이 말했다.“이틀 전 벚꽃 나라에서 고수들이 왔었는데 다들 대단했어요. 날아다니며 싸웠는데 여자 경호원들에게 살해당했어요. 우리 집 명수들에게 물었더니 무왕 내공이라고 하더라고요. 여자 경호원마저 그렇게 대단하니 이태호가 쉬운 사람은 아닐 거로 생각했어요.”“휴!”서대준이 또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너무 늦어버렸네요.”“저기, 서 가주님, 그럼 저랑 서문옥은 가보겠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가 사돈이 될 순 없지만 친구 사이로 지낼 수는 있어요.”서진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서대준을 향해 말했다.“그래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서대준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나서 그에게 말했다.“배웅하지 않을게요.”서진혁은 서문옥을 데리고 가면서 쓴웃음을 짓고 말했다.“문옥아, 이태호가 사실 나쁜 사람은 아니야. 정말 너희들을 죽이려 했다면 너희들은 살아날 길이 없었을 거야. 서씨 가문 도련님마저 저렇게 됐으니 앞으로 이태호를 건드릴 생각은 하지도 마. 우린 조용히 자기 삶을 살면 돼.”힘이 빠진 서문옥도 심드렁하게 말했다.“아빠, 알았어요, 이태호는 우리가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서지강과 서대준도 제대로 반성하고 앞으로 이태호를 건드리
은재 앞에서 이태호는 라이벌 앞에서 보였던 잔혹함과 냉정함을 거두고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태호, 돌아왔구나.”신수민도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 웃으면서 말했다.“오느라 힘들었지? 한잠 푹 자고 나올래?”이태호도 웃으면서 대답했다.“아니야, 나 안 졸려.”이태호가 말을 이었다.“너희들을 봤으니 됐어.”그래도 걱정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없던 신수민이 이태호를 향해 말했다.“서씨 가문도 별로 대단한 건 아니야. 하지만 백유겸은 장군이라고 하던데 이번에 망신을 당했으니 나중에 우릴 귀찮게 하지 않을까?”이태호가 웃으며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남편이 있는데 뭐가 무서워?”이태호는 사람들을 둘러보고 나서 경호원들을 향해 말했다.“여러분, 며칠 동안 수고했어요. 오늘 저녁 제가 한턱 낼 테니 마음껏 드세요.”“와, 좋아요, 오늘 밤 배불리 먹읍시다!”서소운이 환호했다.“이제야 푹 쉴 수 있겠네요.”이소아도 한마디 했고 남자 경호원들은 더 기뻐했다.이태호는 은재가 장난감을 놀 수 있도록 내려놓은 후 신수민을 향해 말했다.“여보, 나랑 같이 위층에 잠깐 가자. 좋은 소식을 알려줄게.”그 말을 들은 신수민은 눈빛을 반짝이며 따라갔고 그들은 곧 2층 방에 도착했다.“말해봐. 무슨 좋은 소식인데?”신수민이 기대에 가득 찬 표정으로 이태호를 바라보며 물었다.이태호는 눈앞에 있는 아름다운 그녀를 바라보며 한 걸음 다가가더니 그녀를 품에 안고 빨간 입술에 키스했다.“웁!”신수민은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었다. 한참 동안 키스하고 나서야 이태호는 신수민을 풀어주었다. 신수민은 그런 이태호를 흘겨보며 말했다.“거짓말쟁이, 좋은 소식이 있다더니 이게 네가 말한 그 좋은 소식이야?”이태호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정말 좋은 소식이 있었는데 마누라가 너무 보고 싶어서 나도 모르게 키스해버렸네.”신수민은 순간 기분이 좋아져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겨우 며칠을 못 봤는데 뭘. 너 사람 달래는 재주가 점점 느는 것 같
이태호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정말이야. 하지만 아직 일 년을 기다려야 해. 그러니 일 년 내에 넌 구급 종사에 도달해야 해.”“알았어, 나 열심히 할 거야.”신수민이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순간 이태호가 눈살을 찌푸리고 한마디 했다.“하지만 이 사숙께서 나한테 임무를 많이 줬어.”“임무? 무슨 임무인데?”신수민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태호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그제야 자신이 얻은 혜택과 더 큰 기회를 얻은 걸 신수민에게 말해줬다.“너한테는 비밀로 하지 않을 거야. 난 사실 드래곤 신전의 신전 주인이고 용의당도 내 밑에서 일하는 파벌 중 하나야.”“뭐?”신수민의 마음속에 거친 파도가 일었고 너무 놀라 침대에 털썩 주저앉아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태호는 이번에 연단에 관한 책 한 권을 얻었고, 날 수 있는 비검 한 자루를 얻었는데 이것만으로 충분히 충격받을 일이었다.하지만 이태호는 그가 12개의 파벌 두목을 다 찾아 그들을 데리고 내공을 돌파하면 더 큰 기회가 있을 거라 했다.신수민의 반응은 이태호의 예상대로였고 그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마음속으로 4대 군신이 자신의 제자라는 것과, 자신의 카드에 몇백억이 늘어났단 말을 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꺼번에 다 말했으면 신수민이 더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신수민은 한참이나 지나서야 마음을 진정하고 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다가 결국 웃으면서 말했다.“어쩐지 용의당의 범용이 널 만날 때마다 태수와 함께 너한테 이상하게 존대하더라니 네가 용의당의 진정한 보스였구나.”“하하!”이태호가 크게 웃으며 신수민의 옆에 앉아 입을 열었다.“이 서프라이즈 어때?”“서프라이즈는 무슨, 놀라 죽을뻔했잖아!”신수민은 이태호를 흘겨보고 나서 말했다.“그럼 어떻게 해? 12개 파벌 중 지금 용의당 파벌 하나만 찾아낸 거야? 일 년이면 돼? 일 년 내에 더 많은 파벌을 찾아내지 못하거나 그들의 내공을 높이지 못한다면 더 큰 기회가 없어지는 거 아니야?”이
이태호에 대해 많이 알수록 연장생은 이태호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천부적 자질은 말할 것도 없고 선연까지 얻었으니 중도에 죽지 않는 한 앞으로 꼭 수백 년 전의 산수(散修)처럼 신선으로 될 것이다.이태호는 그 산수처럼 불과 백 년 만에 비승해서 신선으로 되어 창란 세계에 아름다운 전설을 남길 것이다.그리고 연장생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이태호가 연단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비록 아직 7급 연단사에 불과하지만 이태호가 단도에서 뛰어난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최고의 연단사는 한 종문을 만년 이상 번영시킬 수 있다.예전에 태일종의 제8대 종주는 그냥 태일성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진전 제자였으나, 8급 연단사의 실력으로 태일종으로 하여금 천남에서 자리를 잡게 하였다.8급 연단사가 이런 힘이 있는데 9급 연단사로 성장해서 성황급 수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단약을 정제할 수 있다면 어느 대세력에 있든 모두 귀빈으로 모실 것이다.게다가 이태호는 검도에도 조예가 깊었다.연장생은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을 통해 이태호가 각성한 검도의 의지는 경금 검기를 훨씬 능가해서 검도 대종사로 자라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남다른 천부적 재능을 하나라도 가질 수 있는 자는 백만 명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였다.태일성지에서 이런 자는 진전 제자로 될 수 있고 성왕 경지의 장로를 스승으로 택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 단도, 검도에서 특별한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다면 성지의 8대 장로도 서슴없이 서로 친전제자로 삼겠다고 다툴 것이다.이태호처럼 여러 가지 천부적 자질을 가진 천교는 성지 종문에 들어가면 폐관 수련 중인 태상 장로도 깜짝 놀랄 것이다.“대장로님, 저는 며칠 더 있다가 가고 싶습니다.”이태호는 가슴을 펴고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에 중주로 갈 생각입니다.”진선 정혈을 얻은 후 이태호는 대도를 조금 깨달았고 5급 성자 경지의 장벽을 느낄 수 있었으며 수시로 돌파할 것 같았다.이
다음 날 아침. 금싸라기 같은 황금빛 햇살이 구름을 뚫고 인간 세상에 쏟아졌다.오색찬란한 아침노을은 신선한 공기를 지니고 새로운 날이 다가왔음을 예고하였다.요광섬에서 이태호는 상쾌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고 방에서 나왔다.어제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그는 한 달 넘게 안 본 아내들과 오랜만에 아름답고 황홀한 밤을 보냈다.그가 정원의 우물가로 가서 물을 받고 세수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 허리에 찬 전음 옥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신식으로 살펴보니 종주 선우정혁이 종문 대전에 오라는 소식을 보내온 것이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신식으로 아직 방 안에서 깊이 잠들고 있는 신수민 등 네 여인들을 훑어본 후 고개를 흔들면서 곧장 하늘로 솟아오르고 대전을 향해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대전의 문 앞에 도착했다.대전 안으로 들어가니 선우정혁과 연장생은 상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정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우정혁은 아마 대장로 연장생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으로 추측했다.중주 태일성지의 대장로인 연장생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천남 지역까지 왔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예전에 태일종에서 중주로 간 천교들도 있었으나 이태호처럼 성지의 중시를 받은 자가 없었다.이태호가 예측하건대 선우정혁은 자신이 연장생을 따라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길 원한 것 같았다.의자에 앉아서 연장생과 담소를 나누던 선우정혁도 대전으로 들어오는 이태호를 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태호야, 왔구나. 어서 연 장로님께 인사드려.”이태호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연장생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대장로님을 뵙습니다.”연장생은 손을 가볍게 흔들자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절을 하려는 이태호를 일으켰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됐어. 남도 없는데 큰절할 필요가 없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야. 성지에서 자네가 타고난 천부적 자질을 가졌고 또 선연을 얻은 것을 알고 널 안전하게 성지로 데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