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독고영민은 이태호가 그의 앞에서 객기를 부리자 옆에 있던 탁자를 힘껏 내리쳤다.“퍽!”탁자는 소리를 내며 부서졌고 그렇게 망가져 버렸다.연초월과 이태식 두 사람은 이러한 광경을 처음 봐서 겁을 먹었는지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신수민도 깜짝 놀랐다. 그녀는 독고영민이 보통 인물이 아닐 거로 짐작했다.신수민은 이러한 레스토랑을 차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배경이 예사롭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이태호가 또 한 번 이렇게 대단한 인물의 심기를 거스를까 두려워진 신수민은 곧바로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 이태호의 앞을 막아 나섰다.“제가 따라갈게요. 어느 친구인지 제가 직접 확인해야겠어요!”신수민의 말에 매니저는 기뻤다.“신수민 씨는 시원시원하신 분이네요. 그럼 이쪽으로 오시죠!”“가면 안 돼요!”이태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신수민에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요. 이 사람들은 내가 상대할 수 있어요!”그러나 몸을 돌린 신수민은 품 안의 신은재를 이태호에게 건네주며 말했다.“당신이 그랬잖아요. 앞으로 내가 뭐라고 하든 내 말을 들을 거라고요. 올라가서 누군지 확인해 볼게요. 이걸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당신이 말썽을 일으키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요!”“...”이태호는 할 말이 없었다. 그는 예전에 신수민의 말에 무조건 따르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잠깐 고민하던 이태호가 말했다.“알겠어요. 10분이면 된다고 저 사람들이 그랬으니까 올라가 봐요. 10분 뒤에 내려오지 않으면 내가 올라가서 당신을 찾을게요.”신수민은 말을 아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 뒤 몸을 돌려 매니저에게 말했다.“가죠!”매니저의 안내에 따라 신수민은 위층의 맨 안쪽에 있는 방 앞에 도착했다.“신수민 씨, 사장님께서는 바로 이 안에서 신수민 씨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전 먼저 내려가 보겠습니다!”말을 마친 뒤 매니저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신수민은 사실 내심 두려웠다. 하지만 분명 상대방은 위층으로 올라와 얘기만 나누고 술 두어 잔만 마시면 그들을 놓
신수민에게서 나는 옅은 향기에 그는 더욱더 심취했다.신수민은 안으로 들어왔고 연진욱이 그녀의 바로 뒤에서 가볍게 문을 잠근 뒤 웃어 보였다.“신수민 씨, 저쪽에 앉으시죠. 우리 술 한잔하면서 얘기 나눠요. 아주 간단하죠.”신수민은 상대방을 보면서 경계하듯 미간을 구겼다.“누구시죠? 저한테는 당신 같은 친구가 없는데요!”연진욱은 웃으며 대꾸했다.“하하, 건망증이 심하신 것 같네요. 오늘 결혼식에 저도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신수민 씨가 조금 늦게 와서 이태호가 제게 발길질한 걸 보지 못한 것뿐이에요!”그 말에 신수민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마 이태호가 그를 걷어찬 일 때문에 복수하려고 찾아온 걸까?신수민은 어색하게 웃으며 사과했다.“하하, 정말 죄송해요. 그 사람 좀 충동적이라 일이 생기면 주먹부터 나가거든요. 마음에 두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연진욱은 테이블 앞에 자리를 잡고 앉은 뒤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자, 앉으세요. 우리 얘기 좀 나눠요. 오전에 있었던 일은 이미 지나간 일이잖아요. 그리고 저랑 이태호는 대학 동기고 정희주도 같은 반이었어요. 그게 아니었다면 저도 정희주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을 거고 이태호를 만나지도 못했겠죠.”그에게로 걸어간 신수민은 그의 옆자리에 앉으며 말했다.“죄송해요. 아직 이름도 모르네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연진욱은 신수민에게 와인 한 잔을 따라주며 대답했다.“전 연진욱이라고 합니다. 자, 음식 좀 드세요!”신수민은 머쓱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죄송해요. 금방 밥 먹고 와서 먹지 못하겠어요. 조금 전 매니저가 그러던데 저한테 할 얘기가 있으시다면서요? 그리고 술 두어 잔 하면 보내준다고 하던데 진짜죠?”연진욱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그럼 일단 한잔할까요?”신수민은 거절하기 어려워 술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신수민의 고분고분한 모습에 연진욱은 아주 우쭐했다. 신수민은 아래층에 있을 때도 술을 마셨기에 몇 잔 더 마시게 한다면 술에 취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신수민이 술
연진욱은 신수민을 바라보며 그녀를 설득했다.“알겠어요. 그럼 강요하지 않을게요. 이번 잔만 다 마시면 얘기할게요. 몇 분 걸리지 않을 거예요. 그때가 되면 내려가서 당신의 남편과 딸아이와 함께 무사히 이곳을 떠날 수 있을 거예요!”신수민은 연진욱이 이곳의 사장이라고 생각했다. 연진욱은 살집이 좀 있었고 배도 나와서 사장 같아 보였다.신수민은 감히 연진욱의 제안을 거절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잠깐 고민하던 그녀는 이를 악문 뒤 눈앞에 놓인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자, 연진욱 씨. 무슨 일인지 이제 말씀하시죠!”연진욱은 그제야 말했다.“하하, 당신도 알겠지만 당신들은 이곳에서 2억 2천만 원 넘게 먹었어요. 정말 엄청난 금액이죠. 사실 아주 간단해요. 그냥 솔직히 얘기할게요. 여기서 나랑 한 번 자면 잠시 뒤 떠날 수 있어요!”말을 마친 뒤 연진욱은 신수민의 허벅지를 힐끗댔다. 그는 자신의 흑심을 아주 대놓고 드러냈다.“쯧쯧, 신수민 씨는 몸매가 참 좋네요. 솔직히 말해서 당신 같은 여자를 손에 넣은 이태호가 정말 부럽네요.”신수민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화가 난 얼굴로 연진욱을 바라보며 말했다.“연 사장님, 죄송하지만 저 신수민은 그런 여자가 아니에요. 다른 일이라면 고민해봤겠지만 절 갖고 싶다고요? 꿈 깨세요!”“하하, 그래요? 하지만 잘 고민해봐야 할 거예요. 독고영민 씨가 아래서 기다리고 있는데 당신들이 무사히 이곳을 떠날 수 있을까요?”자리에서 일어난 연진욱은 호탕하게 웃으며 그녀를 위협했다.“신수민 씨, 잘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거예요. 우리 다 성인이잖아요. 나랑 한 번 자는 게 뭐 어때서요? 걱정하지 마요. 절대 임신시키지는 않을 테니까, 어때요? 나랑 한 번 하면 2억 넘는 돈을 아끼는 셈인데 좋지 않나요?”“2억이 넘는다고요? 참 뻔뻔하네요. 당신들이 메뉴판을 고쳤다는 걸 우리가 모를 것 같아요? 우리가 그렇게 멍청해 보여요?”신수민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비록 그가 흑심
신수민은 무척이나 억울했지만 신은재와 이태호 등 사람들을 생각하면 너무도 괴로웠다.그녀는 섹시한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이태호가 10분 뒤에 내가 내려가지 않으면 날 찾으러 오겠다고 말했어요. 이제 곧 10분이 될 텐데 날 내려보내는 게 좋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이태호가 올라와서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연진욱은 재밌는 소리를 들었다는 듯이 말했다.“하하, 이태호가 올라올 수 있을 거로 생각해? 밑에 있는 사람들이 그가 올라올 수 있게 내버려 둘까? 왜 이렇게 멍청하지? 어쨌든 오늘 난 반드시 널 손에 넣고 말겠어. 난 이태호의 여자랑 잘 거라고!”말을 마친 뒤 연진욱은 마치 굶주린 늑대처럼 신수민을 향해 달려들었다.“비켜, 이 빌어먹을 자식!”신수민은 상대방이 정말로 그녀를 겁탈하려고 하자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서 도망갔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술을 꽤 많이 마신 탓에 술기운이 강했고 하이힐까지 신고 있어 발을 삐게 된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아!”발을 삔 신수민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그런데 그 덕분에 오히려 무섭게 달려드는 연진욱을 피할 수 있었다.연진욱은 바닥에 주저앉은 신수민의 모습과 그녀의 아픈 듯한 신음에 더욱더 몸이 달아올랐다.그는 치마 아래 더욱 많이 드러난 살결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키더니 웃으며 말했다.“하하, 날 따르라니까. 걱정하지 마. 일 끝나면 돈 안 내도 되니까. 그리고 2천만 원쯤 더 줄 수도 있어!”“꺼져!”신수민은 고개를 들며 이를 악물고 일어서려 했지만 발목이 너무 아팠다. 이제 막 한 걸음 내디뎠는데 너무 아파서 그대로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다.“하하, 정말 고집이 세다니까. 잠시 뒤에도 그렇게 고집을 부릴 수 있을지 궁금하네!”연진욱은 음흉하게 웃으며 다시금 신수민을 덮쳤다.“팍!”그런데 바로 그때 이태호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이, 이태호. 너, 너 어떻게 올라온 거야?”오전에 호텔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린 연진욱은 심장이 떨렸다. 이태호가 다가오자 그는 혼비백산하
“아!”돼지 멱따는 소리와 함께 연진욱은 그곳을 움켜쥐고 바닥에 쓰러졌다. 하마터면 고통 때문에 그대로 기절할 뻔했다.“아!”연진욱은 크게 소리를 내질렀고 고통 때문에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신수민은 비록 겁이 났으나 동시에 통쾌했다. 예상대로 연진욱은 그녀에게 흑심을 품고 있었고 이태호가 제때 나타나 줘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아마 연진욱에게 겁탈당했을 것이다.“태호 씨, 우리, 우리 가요!”신수민은 아픔을 참으며 이태호의 팔뚝을 잡았다.그러나 이태호는 싱긋 웃으며 구석 쪽에 숨겨진 문을 향해 말했다.“안에서 나오지 그래? 쥐새끼처럼 숨어있지 말고.”안에 숨어있던 하현우와 정희주, 서문옥은 겁을 먹어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들은 이태호가 이렇게 잔인할 줄은 몰랐다. 발길질 한 방에 연진욱의 하반신을 뭉개버리다니, 정말 두려움이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아래층도 어찌 된 일인지 잠잠했다. 이태호는 그들에게 다가갔다.그들은 지금 이태호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들을 한바탕 신명 나게 팰까 봐 두려웠다. 원래 가진 게 없는 사람일수록 두려움이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사람이 있다고요?”신수민은 미간을 구기며 놀랐다. 이 방안에 꽤 오래 있었는데 이상한 낌새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팍!”이태호는 쓸데없이 얘기하기 귀찮아 곧장 그곳으로 걸어갔다. 그는 숨겨진 문을 박찼다.“꺼져!”하현우와 나머지 두 사람은 깜짝 놀라 몸을 흠칫 떨더니 부랴부랴 그곳에서 나왔다.“하현우 씨, 정희주 씨, 그리고 서문옥 씨도 있었어요?”세 사람을 본 신수민의 안색이 흐려졌다. 인제 보니 그들은 그녀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미리 준비한 듯했다.“하하, 이 레스토랑은 우리 서씨 집안 건데 내가 여기 있는 건 당연한 일이지.”서문옥은 웃었다. 삼류 재벌 집 딸인 그녀는 여전히 의기양양했다.“이곳이 당신 레스토랑이었어? 그렇다면 나와 내 아내를 함정에 빠뜨리는데 당신도 가담했다는 거네!”이태호는 굳은 얼굴로
하현우는 서문옥을 덥석 붙잡고 끌어당기면서 설득했다.“문옥 씨, 참아요. 저놈은 원래 덜렁이라서 일단 저지르고 보는 타입이죠. 상대방의 신분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요. 먼저 때리고 나서 협의 보는 거예요. 괜히 자극이나 하지 말아요. 자칫 목숨이라도 잃으면 결국 손해 보는 건 자신이잖아요.”서문옥도 알고 있었다. 곁에 경호원도 없었고, 독고영민을 포함한 사람들이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는 와중에 지금 여기서 이태호처럼 머리가 텅 빈 덜렁이와 시비 붙어봤자 자신만 손해 볼 것이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묵묵히 화를 삭일 수밖에 없었다.“뭐, 뭐 하려고? 오지 마!”정희주는 자신을 바라보는 이태호를 보자 화들짝 놀라면서 뒷걸음질 쳤다.이태호는 무심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무릎 꿇어! 내 와이프한테 사과해.”“이태호, 네가 뭔데 감히 나한테 무릎 꿇으라고 하는 거지? 웃겨, 정말.”정희주는 이태호를 노려보았다.“지금 밖에 문옥 씨가 부른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거 몰라? 나한테 무릎 꿇으라고? 확실해? 감당할 수 있겠어?” “무릎 꿇고 스스로 뺨을 10대 때리면 방금 있었던 일은 용서해줄게. 하지만 앞으로는 얌전히 지내는 게 좋을 거야.”싸늘한 얼굴로 말을 내뱉은 이태호의 모습에서 살기가 은은히 뿜어져 나왔는데 왠지 모르게 등골이 서늘했다.“이...!”정희주는 이태호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눈앞의 남자가 감히 자기한테 무릎 꿇으라고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싫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 같은 병신 놈한테 무릎 꿇을 일은 절대 없어.”정희주는 이를 악물었다. 만약 오늘 무릎을 꿇는다면 체면이 말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신수민은 눈살을 찌푸렸다. 원래 이태호를 말리려고 했지만, 이 사람들이 대체 무슨 짓을 꾸미려고 방 안에 숨어 있었는지 몰라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따라서 그녀도 굳이 말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이때, 이태호의 몸에서 무형의 에너지 파동이 일렁거렸다. 순간 무시무시한 압박감을 느낀 정희주는 다리가 풀리면서 그대로 바
“꺅!”이태호가 갑자기 안아 올릴 줄 몰랐던 신수민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더니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단단하고 힘 있는 팔뚝과 은은하게 풍기는 수컷의 향기를 고스란히 느낀 그녀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걷지 못할 정도는 아니니까 내려줘요.”신수민은 쑥스러운 듯 나지막이 말했다.“발목이 퉁퉁 부었는데 어떻게 걸어요? 차까지 데려다줄게요.”이태호는 고개를 숙이지도 않은 채 앞만 보고 성큼성큼 걸어갔다.신수민은 빨간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인했다.이태호가 방을 나서자 정희주는 그제야 숨 막힐 듯한 압박감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조금 전의 느낌은 너무 끔찍했다. 이태호의 존재는 마치 왕처럼 다가와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녀 자신조차도 왜 이런 느낌을 받았는지는 몰랐다.하현우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서서히 다가왔다. 다만 머릿속에는 여전히 의문으로 가득했다. 이태호도 자신을 미워할 텐데, 딱히 그에게 손을 대지 않은 듯싶었다.그는 바닥에 주저앉은 정희주를 바라보며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그렇다고 진짜 무릎 꿇으면 어떡해? 고작 죄수에 불과한 놈한테 무릎을 꿇어? 창피하지도 않아?”“난...”정희주는 방금 일어난 희한한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지 몰라서 입만 벙긋했을 뿐,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누나, 나 남자 구실 못하면 어떡해? 얼른 병원에 보내줘, 망했어! 나 어떡해!”이때, 땅바닥에 웅크리고 누워 있던 연진욱이 서문옥을 바라보며 애원했다.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서문옥은 자기 볼을 쓰다듬었다. 망할 놈, 그녀를 때린 것도 모자라 감히 협박까지 하다니?듣도 보도 못한 감옥에서 갓 풀려난 쓰레기 같은 남자가 그녀의 집안에 위협을 줄 수 있을 거라고는 절대 믿지 않았다.그녀는 정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바닥에 앉아서 뭐해요? 쪽팔리지도 않아요? 일단 119에 연락해서 내 동생 병원에 데려다줘요.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아래층에 한번 내려가 볼게요. 이태호 그 자
독고영민 일당은 한 무리의 사람을 데리고 들어서는 태수를 보자 순식간에 꼬리를 내렸다. 고작 몇 마디 말이 오갔을 뿐인데, 이미 손에 든 무기를 내팽개치고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태수는 도착하고 나서 이태호에게 존칭을 사용하면서 이태호 대신 독고영민 일당을 제압했다. 이태호는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그제야 혼자 위층으로 올라갔다.한참 뒤, 신수민을 안고 계단에서 내려오는 이태호를 보자 태수는 얼른 다가가 걱정스럽게 물었다.“이태호 씨, 사모님은 괜찮아요? 이태호 씨 말 한마디면 오늘 이 사람들을 매장할 수도 있거든요.”이태호는 미소를 살짝 지었다.“걱정해줘서 감사합니다. 제 아내는 괜찮아요. 다만 왜 저를 도와주는지 궁금하네요.”태수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충 둘러댔다.“그게... 사실 저희 용의당은 향무당과 원래 사이가 안 좋죠.”이태호는 싱긋 웃었다.“아마 말처럼 가벼운 문제는 아니겠죠?”태수는 그제야 머쓱한 표정으로 말했다.“혹시 내일 용의당에 한 번 다녀가면 안 될까요? 저희 형님께서 이태호 씨를 뵙고 싶어 하거든요. 그래서 오늘 온종일 찾아다녔는데, 댁에 갔더니 이사한 걸 그제야 알아서 결국 만나지 못했습니다.”“그래요? 형님께서 저를 보고 싶어 한다고요?”이태호는 의아한 듯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태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속으로는 역시 예사롭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설마 본인이 드래곤 신전의 주인인 걸 모른다는 건가? 이 타이밍에서 아직도 연기하다니?그렇다고 굳이 들춰내지는 않았다. 드래곤 신전의 주인은 늘 미스터리한 존재인 만큼 그의 정체를 현장에서 밝힌다면 신전 주인의 심기를 건드릴 게 뻔했기 때문이다.따라서 솔직하게 대답하는 대신 어색한 미소만 지었다.“맞아요. 이태호 씨를 뵙고 싶다고 했어요. 내일 가보시면 알게 될 거예요.”“그렇군요. 그럼 내일 시간 나면 한번 찾아뵙겠습니다.”이태호는 웃으면서 말했다. 물론 용의당이라는 곳이 궁금하기도 했다. 게다가 상대방의 도움을 받았으니 내일 찾아가
이태호에 대해 많이 알수록 연장생은 이태호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천부적 자질은 말할 것도 없고 선연까지 얻었으니 중도에 죽지 않는 한 앞으로 꼭 수백 년 전의 산수(散修)처럼 신선으로 될 것이다.이태호는 그 산수처럼 불과 백 년 만에 비승해서 신선으로 되어 창란 세계에 아름다운 전설을 남길 것이다.그리고 연장생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이태호가 연단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비록 아직 7급 연단사에 불과하지만 이태호가 단도에서 뛰어난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최고의 연단사는 한 종문을 만년 이상 번영시킬 수 있다.예전에 태일종의 제8대 종주는 그냥 태일성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진전 제자였으나, 8급 연단사의 실력으로 태일종으로 하여금 천남에서 자리를 잡게 하였다.8급 연단사가 이런 힘이 있는데 9급 연단사로 성장해서 성황급 수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단약을 정제할 수 있다면 어느 대세력에 있든 모두 귀빈으로 모실 것이다.게다가 이태호는 검도에도 조예가 깊었다.연장생은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을 통해 이태호가 각성한 검도의 의지는 경금 검기를 훨씬 능가해서 검도 대종사로 자라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남다른 천부적 재능을 하나라도 가질 수 있는 자는 백만 명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였다.태일성지에서 이런 자는 진전 제자로 될 수 있고 성왕 경지의 장로를 스승으로 택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 단도, 검도에서 특별한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다면 성지의 8대 장로도 서슴없이 서로 친전제자로 삼겠다고 다툴 것이다.이태호처럼 여러 가지 천부적 자질을 가진 천교는 성지 종문에 들어가면 폐관 수련 중인 태상 장로도 깜짝 놀랄 것이다.“대장로님, 저는 며칠 더 있다가 가고 싶습니다.”이태호는 가슴을 펴고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에 중주로 갈 생각입니다.”진선 정혈을 얻은 후 이태호는 대도를 조금 깨달았고 5급 성자 경지의 장벽을 느낄 수 있었으며 수시로 돌파할 것 같았다.이
다음 날 아침. 금싸라기 같은 황금빛 햇살이 구름을 뚫고 인간 세상에 쏟아졌다.오색찬란한 아침노을은 신선한 공기를 지니고 새로운 날이 다가왔음을 예고하였다.요광섬에서 이태호는 상쾌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고 방에서 나왔다.어제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그는 한 달 넘게 안 본 아내들과 오랜만에 아름답고 황홀한 밤을 보냈다.그가 정원의 우물가로 가서 물을 받고 세수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 허리에 찬 전음 옥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신식으로 살펴보니 종주 선우정혁이 종문 대전에 오라는 소식을 보내온 것이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신식으로 아직 방 안에서 깊이 잠들고 있는 신수민 등 네 여인들을 훑어본 후 고개를 흔들면서 곧장 하늘로 솟아오르고 대전을 향해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대전의 문 앞에 도착했다.대전 안으로 들어가니 선우정혁과 연장생은 상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정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우정혁은 아마 대장로 연장생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으로 추측했다.중주 태일성지의 대장로인 연장생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천남 지역까지 왔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예전에 태일종에서 중주로 간 천교들도 있었으나 이태호처럼 성지의 중시를 받은 자가 없었다.이태호가 예측하건대 선우정혁은 자신이 연장생을 따라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길 원한 것 같았다.의자에 앉아서 연장생과 담소를 나누던 선우정혁도 대전으로 들어오는 이태호를 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태호야, 왔구나. 어서 연 장로님께 인사드려.”이태호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연장생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대장로님을 뵙습니다.”연장생은 손을 가볍게 흔들자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절을 하려는 이태호를 일으켰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됐어. 남도 없는데 큰절할 필요가 없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야. 성지에서 자네가 타고난 천부적 자질을 가졌고 또 선연을 얻은 것을 알고 널 안전하게 성지로 데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