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뒤, 그들은 이태호의 거처에 도착했다.“이틀 뒤에 이 대문에 군주부라는 현판이 걸리겠네!”백진수는 대문을 바라보며 감개무량하게 말했다.백지연이 이태호와 사귀고 싶어 했을 때 그는 이태호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그는 이태호를 얕봤고 심지어 딸이 그를 짝사랑하는 걸 막으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백지연이 정말 이태호와 결혼했었더라면 운이 좋은 건 그였을 것이다.“태호야, 연희 씨랑 범 당주, 그리고 전 당주가 찾아왔어. 다들 안에서 널 기다려!”이태호가 돌아온 걸 본 소지민이 곧바로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말을 마친 그녀는 백진수가 온 걸 보고 활짝 미소 지었다.“어머, 백 성주님, 오랜만이에요. 성주님도 올 줄은 몰랐는데, 오늘 저녁 아주 북적북적하겠어요!”“하하, 그러니까요. 아까 밖에서 태호를 만났었는데 태호가 도와줘서 다행이었어요. 나쁜 놈들을 마주쳤는데 저희가 상대하기엔 무리였거든요!”백진수는 호탕하게 웃으며 소지민을 향해 예를 갖췄다.소지민의 얼굴에 흡족한 미소가 걸렸다. 그녀는 아직도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예전에 백진수 같은 인물은 신씨 집안이 비위를 맞춰야 하는 존재였다.그런데 지금 신씨 가문은 상대방이 비위를 맞추려는 존재가 되었다. 매일 만나는 사람들도 당주나 성주 또는 가주들이었고, 이 모든 건 예전이었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소아야, 얼른 이분들을 저 뒤에 있는 별장으로 안내해. 별장 세 채면 될 것 같아. 남녀는 따로 안내해 주고!”이태호는 이소아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걸 보고 얼른 그녀를 불렀다.“네!”이소아는 곧바로 달려와서 경호원들을 데리고 그들에게 묵을 곳을 마련해주러 갔다.그들이 떠난 뒤에야 이태호는 백진수 등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그들에게 별장 한 채를 마련해줬다.저녁이 되자 이태호는 류서영에게 연락해 범용, 태수, 전창민 세 사람과 연희 등 사람들을 불러 호텔에서 축하 파티를 했다.같은 시각, 별장 구역 중 한 별장 안에서 연지욱이 차가운 표정으로 눈앞의 남자를 보고
이태호 일행은 술을 마시고 배부르게 먹은 뒤 그제야 함께 호텔을 나섰다.호텔에서 나온 뒤 이태호는 네 파벌의 당주들을 불러서 한 자리에 모이게 했다.범용은 외부인이 없자 그제야 이태호에게 말했다.“신전 주인님, 저희를 부르신 걸 보면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예전에 좋은 걸 주겠다고 한 적이 있었지.”말을 마친 뒤 이태호는 작은 병을 세 개 꺼내 범용, 전창민, 연희에게 건넸다.“이 세 병 안에 각각 네 알의 1품 고급 단약이 들어있어. 이걸 가지고 가서 열심히 수련해. 최대한 빨리 1급 무왕이 되어야 해. 어차피 한 사람당 네 알이니까 알아서 해!”이태호는 옆에 있는 류서영을 보고 말했다.“서영은 이미 4급 무왕이니 이 단약을 쓴다고 해도 효과가 엄청나지는 않을 거라 일단은 주지 않겠어. 내가 2품 단약을 만들게 되면 그때 줄게!”“세상에, 신전 주인님. 주인님은 정말 단약 천재이신 것 같아요. 이렇게 빨리 1품 고급 연단사가 되다니, 정말 대단하세요!”그 말을 들은 류서영은 흥분하더니 곧이어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전 주인님의 2품 단약을 기다릴게요!”“정말 1품 고급 단약이에요. 참으로 향기롭네요!”범용은 병을 열고 냄새를 맡더니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신전 주인님, 전 며칠 전 8급 기사가 됐어요. 제 생각에 이 단약 두 알만 먹으면 1급 무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남은 한 알은 나씨 아주마에게, 다른 한 알은 전다민에게 줘도 될까요?”전창민은 사람 좋게 웃으며 말했다. 그 역시 자신이 이렇게 귀한 물건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네 마음대로 해. 하지만 이 1품 고급 단약을 전다민에게 준다면 전다민의 내공으로는 소화하기 어려울 거야. 전다민은 지금 겨우 1급 기사니까 말이야.”이태호는 말하면서 작은 병 네 개를 또 꺼냈다.“이 병들 안에는 1품 중급 단약이 각각 15알씩 들어있어. 이 단약들을 너희 파벌에 가져가 적합한 사람들에게 쓰도록 해.
“세상에, 며칠 뒤 갑자기 1급 무왕의 고수가 이렇게 많이 늘어난다면 전체적인 실력이 향상되겠어요!”류서영은 그 말을 듣고 감개했다.“솔직히 말해서 예전에 연단사에 관해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직접 본 적은 없어요. 이렇게 신비로운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아주 드문 걸로 알고 있어요. 또 연단사가 되기만 한다면 무한한 가능성과 희망찬 미래가 펼쳐진다고 들었어요. 특히 신전 주인님처럼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연단사야말로 가장 무시무시한 존재죠!”“맞아요. 1품 고급 연단사 정도는 돼야 무왕 정도의 강자를 빨리 배출할 수 있잖아요!”연희도 감탄했다.이태호는 그 말을 듣고 오히려 덤덤히 웃었다.“겨우 무왕일 뿐이야. 너희 목표는 11개월 안에 9급 무왕이 되는 거야. 만약 1급 무황이 된다면 더 좋겠지!”“무황...”네 사람은 그 말을 듣고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그들은 무왕이 되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었다. 9급 무왕은 4대 군신에 버금가는 존재였기에 그들에게는 꿈 같은 일이라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지금 이태호가 그들에게 정해준 목표는 11개월 뒤 적어도 9급 무왕이 되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그들의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었다.“신전 주인님, 내공이 4급 무왕에 다다른다면 적어도 2품 단약이어야 저희 내공이 빨리 늘 거예요. 그러니 주인님도 부담이 크겠어요. 단약에 의지하지 않고 저희 스스로 수련하거나 또는 영초를 사용한다면 9급 무왕이 되기는 아주 어려울 거예요!”류서영은 잠깐 생각한 뒤 미간을 구겼다.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그래서 나도 노력해야 해. 밤을 새워야 할 때는 밤을 새워야겠지. 난 내일도 외출할 생각이 없어. 앞으로 틈틈이 단약을 만들 거야. 내가 2품 중급 또는 2품 고급 연단사가 된다면 좋겠어!”“2품 고급 연단사라니, 들어본 적도 없어요!”류서영은 그 말을 듣고 흥분하며 말했다.“저희 남운시 몇몇 일류 가문에도 연단사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1품 저급 또는 1품 중급 연단사예요. 하지만 그런 연단
범용과 전창민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더니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전창민이 돌연 웃으며 말했다.“신전 주인님, 저희 두 명이 아부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처럼 보이세요? 저희는 사실만 얘기했어요. 주인님 같은 천재는 전 정말 처음 봐요!”“그러니까요. 11개월 뒤에 저희가 9급 무왕이 될 거라니, 지금 생각하면 꿈만 같은 일이에요. 그런 내공은 진짜 상상도 할 수 없어요!”범용은 자신감이 부족했다.“우리 모두 노력하자고. 남은 8개 파벌도 사람을 시켜 계속 찾아봐. 그리고 만약 다른 8개 파벌에 관한 소식을 알아낸 사람이 있다면 상을 줘야 해, 알겠지?”이태호는 잠깐 생각한 뒤 그들에게 귀띔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당연히 상을 줘야죠!”연희가 호탕하게 말했다.“됐어, 그러면 다들 돌아가. 시간 나면 내공을 쌓고!”이태호는 손을 흔들며 그들과 인사를 나눴다.그는 곧 신씨 집안 사람들과 함께 차를 타고 지내는 곳으로 돌아왔다.지내는 곳으로 돌아온 뒤 이태호는 샤워를 했고 그 뒤로 혼자 방안에서 단약을 만들기 시작했다.그런데 신수민이 곧 옆방에서 찾아왔다.“여보, 늦은 시간에 단약을 만드느라 힘들지?”신수민은 이태호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바라봤다. 그가 또 단약을 한 화로 만들어 내자 신수민은 저도 모르게 이태호에게 말했다.이태호는 웃으며 대꾸했다.“휴, 어쩔 수 없어. 시간이 촉박해. 어떤 일들은 미리 자신을 긴장하게 만들어 하루빨리 목표를 달성하는 게 좋아. 마지막에 시간에 쫓기는 것보다는 그게 나으니까. 내 사숙은 내게 1년이라는 시간을 줬는데 이제 곧 한 달이 돼. 게다가 그때가 되면 난 미리 출발해야 해. 그러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11개월밖에 되지 않아!”거기까지 말한 뒤 이태호는 단약 두 알을 일찌감치 옆에 준비해 두었던 작은 병에 넣고 나서야 말을 이어갔다.“다행히 난 지금 아주 능숙하게 제련하고 있어. 화로 하나에 같은 재료로 단약을 두 알 만들 수 있어. 이렇게 하면 정신력 소모가 좀 크지만 한 번에
손은수는 어제와 달리 멀쩡했다.이태호를 본 그는 곧바로 다가가 이태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이태호 씨,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태호 씨가 아니었다면 전 목숨을 잃었을 겁니다. 전 이태호 씨에게 보답하기 위해 뭐든 할 수 있습니다!”이태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일으켜 세웠다.“이럴 필요 없어. 얼른 일어나. 앞으로 잘 수련해서 실력을 키우면 되지!”말을 마친 뒤 이태호는 이소아에게 두 사람의 거처를 마련해달라고 부탁했고 거처를 마련한 뒤 어제 데려왔던 경호원들을 전부 불러 마당에서 기다리게 했다.눈앞의 경호원들을 바라본 이태호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총 31명, 예전에 데려왔던 경호원들까지 더하면 총 50명은 되겠네요. 너무 많은 건 아니죠. 예전 경호원들은 내가 내공을 키우는 걸 도와줬어요. 그리고 당신들도 아주 빨리, 또 아주 쉽게 1급 무왕이 되어 무왕 수준의 강자가 될 겁니다!”그 말을 듣자 다들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 이태호가 제시한 월급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다. 가장 끌렸던 건 이태호가 이제 곧 그들에게 단약을 줘서 그들이 1급 무왕이 되는 걸 돕겠다고 한 점이었다. 그것이야말로 그들이 가장 신경 쓰는 일이었다.이태호는 잠깐 뜸을 들이더니 손바닥을 뒤집어 병 하나를 꺼내며 사람들에게 말했다.“여기 지금 1품 고급 단약 18알이 있어요. 순서대로 9급 기사부터 줄을 서서 단약을 가져가도록 해요. 단약을 얻지 못한 남은 13명은 오후 네 시에 다시 이곳에 모이세요. 그때가 되면 각자 단약을 한 알씩 나눠줄 겁니다!”“너무 좋아요. 이렇게 빨리 단약을 얻을 수 있다니,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요!”한 9급 기사 내공의 남자가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그곳에 9급 기사 내공의 사람은 겨우 15명뿐이었기에 그들은 지금 당장 단약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3명의 8급 기사들은 아침에 이미 단약을 받았었다.“세상에, 단번에 18개를 꺼내다니. 우리 도련님 같은 연단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일 거야!”“어제까지는 도
그 말에 신수민은 백지연을 흘겨보며 말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넌 예쁘게 생겼고 사람도 좋아. 그런데 왜 그런 얘기를 하는 거야?”백지연은 그제야 대답했다.“어제 오빠가 절 구하긴 했지만 제가 너무 쓸모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빠는 내공도 분명 엄청 높을 텐데 전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전 내공도 낮으니 오빠 곁에 있으면 짐만 될 거예요!”신수민도 그녀와 비슷한 기분을 느꼈었기에 잠깐 고민하고 말했다.“우리는 먼저 종사가 되자. 수련해서 9급 종사가 된다면 자신을 보호할 힘은 있을 거야. 적어도 평범한 양아치는 두려워하지 않겠지?”백지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전 수련에 소질이 없어요. 사실 저도 수련해 본 적이 있긴 해요. 전 지금 5급 종사인데 장로들 얘기를 들어 보니 재능이 없는 사람은 평생 기사가 될 수 없대요. 천지의 영기를 느끼지 못하면 성장하기 어렵고 진정한 수련자가 되기 어렵다고 했어요!”백지연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어갔다.“그래서 그 뒤에는 멈추고 수련을 거의 안 했어요!”신수민은 백지연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었기에 곧바로 백지연의 손을 잡고 말했다.“지연아, 이 세상에는 사람의 몸을 바꾸고 재능을 바꿀 수 있는 보물이 있어. 우리는 노력해야 해. 나도 재능이 없지만 지금은 수련을 열심히 하면서 실력을 키우고 있어. 난 얼른 9급 종사가 되고 싶어!”“정말요? 정말 그런 보물이 있어요?”백지연은 그 말을 듣더니 빨간 입술이 살짝 벌어지며 눈동자에 놀라움이 가득 찼다. 그녀는 그런 보물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잠깐 고민하던 백지연은 이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런 보물이라면 정말 엄청날 텐데 찾기 몹시 어렵겠죠?”신수민이 곧바로 대답했다.“찾기 아주 힘들어. 하지만 태호의 사숙께서 날 위해 그걸 찾아주겠다고 하셨어. 그때 여분이 있다면 너에게 좀 줄게. 이 세상에 그런 보물이 있다는 것만으로 희망이 있는 거 아니겠어? 우리가 해야 하는 건 최대한 자신의 내공을 9급 종사로
“여보, 저 사람이 바로 날 괴롭힌 사람이에요!”멀지 않은 곳에 남악성의 사람도 도착했다. 염설희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이태호를 보자 곧바로 윤석준에게 고자질했다.윤석준은 그쪽을 보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저놈이 왜 여기 있는 거야? 흥, 여보. 저놈 정말 강해. 우리는 지금 저놈의 상대가 되지 못해. 하지만 잠시 뒤 내가 군주가 된다면 앞으로 고수를 찾아 여보를 위해 저놈을 죽여주겠어!”“고마워요, 여보. 오늘 당신은 분명 군주가 될 거예요!”염설희는 곧바로 윤석준의 볼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윤석준은 일부러 겸손을 떨었다.“너무 큰 기대를 품는 건 좋지 않아. 내가 비록 운백호 군신과 함께 밥을 먹은 적도 있고 그와 사이도 좋지만 누가 군주가 될지는 잠시 뒤에 알 수 있을 거야!”말을 마친 뒤 윤석준은 사람들을 데리고 이태호의 앞에 섰다.이태호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서 경멸이 보였다.“너 태성시에서 왔다며? 구경하러 온 거지?”이태호는 그 말을 듣고는 웃음을 터뜨렸다.“그렇게 생각해요!”“하하, 넌 내 마누라에게 미움을 샀고 그날 우리 사람까지 죽였어. 이 일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 때가 되면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어!”윤석준은 크게 웃으며 이태호를 위협했다.이태호는 그가 안중에도 없었다. 그는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하하, 그래요? 그렇다면 기다리고 있어야겠군요!”“아버지, 바로 저 자식이에요. 그날 봉기를 때린 놈 말이에요!”바로 그때, 유성시의 연지욱이 아버지 연세준 등 사람들과 함께 그곳에 도착했다. 연지욱은 이태호가 그곳에 있는 걸 보고 곧바로 이태호를 가리켰다.연세준은 이태호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이제 곧 부임식이 시작될 것이니 이곳에서 이태호를 공격하는 건 적절하지 않았다.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이태호에게 말했다.“네가 우리 경호원들을 때렸어?”이태호는 어깨를 으쓱이며 덤덤하게 대꾸했다.“맞아요. 내가 때렸죠. 당신 아들은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감히 내 아내를 넘보려 하길래 혼내줬죠!”“아
“그래? 난 어울려 주고 싶은데. 너희 집안의 장로가 내 상대가 될지 궁금하네!”이태호는 여전히 얼굴에 덤덤한 미소를 띠고 안으로 걸어갔다.“저 자식, 태성시 성주부 사람이야?”연세준은 이태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씩씩거리면서 물었다.옆에 있던 염설희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연세준 씨, 저 녀석은 성주부 사람이 아니에요. 아마 태성시 어느 작은 가문의 사람일 거예요!”“하, 성주부도 아니면서 감히 저렇게 건방을 떤 거예요?”연세준은 더욱더 화가 났다. 잠깐 고민하던 그는 옆에 있던 노인에게 말했다.“잠시 뒤 부임식이 끝나면 남몰래 저 녀석 뒤를 밟다가 기회가 있다면 바로 죽여요!”“알겠습니다!”노인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뒤에 있던 연지욱은 내심 기뻤다. 이태호만 죽인다면 그의 옆에 있는 그 여자에게 손을 쓰는 건 아주 쉬울 것이다. 뒷배가 사라진다면 신수민이 먼저 자신에게 다가올지도 모른다고 연지욱은 생각했다.“참, 연세준 씨. 저 녀석이 당신들도 건드렸나요? 하하, 참 우연이네요. 저 녀석은 며칠 전 제 둘째 부인을 건드렸어요. 그런데 당신들도 건드렸을 줄이야!”윤석준이 앞으로 나서면서 웃으며 물었다.“하하, 그런 작은 곳에서 온 녀석이니 세상 물정을 모르는 거죠. 이 남운시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면서, 죽음을 자초한 꼴이군요. 그러니 우리를 탓할 수는 없죠!”연세준은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사람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여보, 당신이랑 군주 자리를 다툴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이 연세준 씨 아니에요?”연세준이 떠나자 염설희가 미간을 구기고 말했다.“맞아! 유성시는 발달했고 저 집안에 고수가 많은 것도 사실이야. 하지만 저들은 운백호 군신과 친하지 않아. 지금 내 유일한 희망은 운백호 군신이 나와의 사이를 생각해 서 군주 자리를 내게 주는 거지!”윤석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도 확신이 없었다.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졌고 안으로 들어간 그는 자리를 찾아 앉았다.어떤 사람들은 멀지 않은 곳에 놓인 와인을 들고 아
이태호에 대해 많이 알수록 연장생은 이태호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천부적 자질은 말할 것도 없고 선연까지 얻었으니 중도에 죽지 않는 한 앞으로 꼭 수백 년 전의 산수(散修)처럼 신선으로 될 것이다.이태호는 그 산수처럼 불과 백 년 만에 비승해서 신선으로 되어 창란 세계에 아름다운 전설을 남길 것이다.그리고 연장생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이태호가 연단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비록 아직 7급 연단사에 불과하지만 이태호가 단도에서 뛰어난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최고의 연단사는 한 종문을 만년 이상 번영시킬 수 있다.예전에 태일종의 제8대 종주는 그냥 태일성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진전 제자였으나, 8급 연단사의 실력으로 태일종으로 하여금 천남에서 자리를 잡게 하였다.8급 연단사가 이런 힘이 있는데 9급 연단사로 성장해서 성황급 수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단약을 정제할 수 있다면 어느 대세력에 있든 모두 귀빈으로 모실 것이다.게다가 이태호는 검도에도 조예가 깊었다.연장생은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을 통해 이태호가 각성한 검도의 의지는 경금 검기를 훨씬 능가해서 검도 대종사로 자라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남다른 천부적 재능을 하나라도 가질 수 있는 자는 백만 명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였다.태일성지에서 이런 자는 진전 제자로 될 수 있고 성왕 경지의 장로를 스승으로 택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 단도, 검도에서 특별한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다면 성지의 8대 장로도 서슴없이 서로 친전제자로 삼겠다고 다툴 것이다.이태호처럼 여러 가지 천부적 자질을 가진 천교는 성지 종문에 들어가면 폐관 수련 중인 태상 장로도 깜짝 놀랄 것이다.“대장로님, 저는 며칠 더 있다가 가고 싶습니다.”이태호는 가슴을 펴고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에 중주로 갈 생각입니다.”진선 정혈을 얻은 후 이태호는 대도를 조금 깨달았고 5급 성자 경지의 장벽을 느낄 수 있었으며 수시로 돌파할 것 같았다.이
다음 날 아침. 금싸라기 같은 황금빛 햇살이 구름을 뚫고 인간 세상에 쏟아졌다.오색찬란한 아침노을은 신선한 공기를 지니고 새로운 날이 다가왔음을 예고하였다.요광섬에서 이태호는 상쾌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고 방에서 나왔다.어제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그는 한 달 넘게 안 본 아내들과 오랜만에 아름답고 황홀한 밤을 보냈다.그가 정원의 우물가로 가서 물을 받고 세수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 허리에 찬 전음 옥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신식으로 살펴보니 종주 선우정혁이 종문 대전에 오라는 소식을 보내온 것이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신식으로 아직 방 안에서 깊이 잠들고 있는 신수민 등 네 여인들을 훑어본 후 고개를 흔들면서 곧장 하늘로 솟아오르고 대전을 향해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대전의 문 앞에 도착했다.대전 안으로 들어가니 선우정혁과 연장생은 상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정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우정혁은 아마 대장로 연장생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으로 추측했다.중주 태일성지의 대장로인 연장생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천남 지역까지 왔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예전에 태일종에서 중주로 간 천교들도 있었으나 이태호처럼 성지의 중시를 받은 자가 없었다.이태호가 예측하건대 선우정혁은 자신이 연장생을 따라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길 원한 것 같았다.의자에 앉아서 연장생과 담소를 나누던 선우정혁도 대전으로 들어오는 이태호를 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태호야, 왔구나. 어서 연 장로님께 인사드려.”이태호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연장생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대장로님을 뵙습니다.”연장생은 손을 가볍게 흔들자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절을 하려는 이태호를 일으켰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됐어. 남도 없는데 큰절할 필요가 없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야. 성지에서 자네가 타고난 천부적 자질을 가졌고 또 선연을 얻은 것을 알고 널 안전하게 성지로 데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