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그들은 차를 타고 출발했다.이태호와 신수민 두 사람은 같은 차에 앉았고 신수연, 소지민, 백지연이 한 차에 앉았다. 그리고 다른 여섯 명의 경호원들은 세 명씩 차에 앉아 차가 총 네 대였다. 그들은 곧장 천홍주 방향으로 향했다.신수연이 노선을 계획했기에 신수연의 차가 맨 앞에서 달렸고 이태호의 차는 신수연의 차를 뒤따랐고 그 뒤에는 이소아 등 사람들이었다.신수연은 차를 운전하며 백미러를 확인하더니 뒷좌석에 앉은 백지연을 보고 말했다.“백지연 씨는 뻔뻔하지 못하네요. 내가 백지연 씨였으면 형부랑 같은 차를 타고 갔을 거예요.”백지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수연 씨,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전 여자고 그 차에 앉았다면 엄청난 방해꾼이잖아요.”신수연은 저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하하, 저번에 지연 씨가 술에 취했을 때 우리 형부에게 한 말들이 진짜 오그라들죠. 사실 남자들은 지연 씨가 살짝만 유혹해도 넘어갈걸요.”백지연은 눈살을 찌푸리고 신수연에게 말했다.“수연 씨, 그건 무슨 뜻이에요?”신수연은 순간 연애 상담 전문가가 되어 백지연에게 말했다.“남자들은 다 여자를 좋아해요. 그러니까 내 말은 좀 더 섹시하게 입으란 말이에요. 짧은 치마나 검은색 스타킹이나, 알잖아요. 가끔 좀 깊게 파인 옷을 입고 우리 형부 앞에서 허리를 숙이고 신발 끈을 묶으면서 살짝 노출하면, 우리 형부가 그걸 보고 설레지 않겠어요?”거기까지 말한 뒤 신수연은 잠깐 뜸을 들였다가 말을 이어갔다.“난 좀 이해가 안 돼요. 여자가 남자를 유혹하는 건 아주 쉬운 일이라고 했는데 지연 씨처럼 미인인 데다가 얼굴도 예쁜 여자가 왜 아직도 성공하지 못한 거예요? 내가 보기엔 유혹하는 게 부족해서 그래요.”“그건 좀 아닌 것 같아요. 너무 의도적이잖아요. 혹시나 수연 씨 형부가 보고 너무 의도적으로 그랬다고 생각하면 날 엄청 운 여자로 볼 거 아니에요?”백지연은 잠깐 생각한 뒤 미간을 찡그리며 난처한 듯 말했다.신수연이 말했다.“지연 씨는 너무 둔하
소지민은 잠깐 생각한 뒤 말했다.“너희 형부 같은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지. 네가 네 형부 같은 사람이랑 결혼하면 엄마는 마음이 놓일 거야.”신수연은 어이가 없어서 눈을 흘기며 말했다.“차라리 형부랑 결혼하라고 하지 그래요? 참나!”“어머, 얘가 뭔 헛소리를 하는 거야?”소지민은 노기등등하게 신수연을 바라봤다.신수연은 그제야 말했다.“형부처럼 훌륭한 사람을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데요? 형부 같은 사람은 세상을 뒤져봐도 없을걸요? 그렇게 훌륭한 사람을 찾으라니, 너무 어려운 일 아니에요?”신수연의 말에 소지민은 그제야 확실히 어려운 일이라고 자각하고 말했다.“하지만 넌 내 딸이잖아. 우리는 지금 군주부 사람이야. 그러니 넌 적어도 일류 세가 혹은 성주 아들이랑 만나야 하지 않겠어? 참, 남군 아래 성지가 백 개가 넘는다며? 하하,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네 형부한테 부탁해서 성지 성주부 아들들을 전부 불러서 고르게 해줄게.”신수연은 쓴웃음을 지었다.“엄마, 그건 아니죠. 소문이라도 난다면 다들 제가 시집 못 가서 안달한 거로 생각할 거예요. 그러니까 우린...”신수연은 거기까지 말한 뒤 고개를 돌렸는데 양들이 앞길을 막아선 걸 발견했다.그녀는 깜짝 놀라 곧바로 차를 세웠다.“정말 재수가 없네요. 이 성 밖의 길에 웬 양 무리가 있죠?”신수연이 툴툴대며 말했다.그러나 그녀는 곧 문제를 발견했다. 그 양무리는 앞에 있는 양몰이 몇 명이 일부러 길을 막게 한 듯했다. 그들이 계속해 양들을 도로 위로 몰아갔기 때문이다.한 남자가 히죽거리면서 다가왔고 신수연은 차창을 내리고 그에게 말했다.“양을 왜 도로 위에 풀어놓은 거예요? 풀밭은 저기잖아요?”남자는 웃으며 말했다.“아이고, 미안해요. 이 양들은 도로 위를 달리기 좋아해서요. 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요.”“무슨...”신수연은 어이가 없어 그에게 말했다.“얼른 양들 몰아내세요. 저희는 바빠요.”바로 그때, 뒤에 있던 이태호와 신수연이 차에서 내려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러 그곳으로 향했다
남자는 미소 지으며 이태호 일행의 차를 봤다.“마세라티에 롤스로이스라, 뒤차는 좀 싼 편인데 아우디네요. 이렇게 하죠. 돈이 많아 보이니 20억으로 해요.”“20억이요? 당신들의 양이 우리의 길을 막았는데 그걸 몰아내는 건 당연히 당신들이 해야 할 일 아닌가요? 그런데 20억을 달라고요? 강도예요?”소지민은 돈을 가장 사랑했다. 상대가 20억을 요구하자 그녀는 차에서 내려 그를 날카롭게 쏘아보며 말했다.대머리 남자는 그 말을 듣자 냉소를 흘리더니 허리춤에서 총 하나를 꺼내 소지민을 향해 겨누었다.“하하, 미안하지만 강도 맞아. 그래서 뭘 어쩔 건데? 당신들 20억이 부족한 사람들처럼 보이지 않는데 말이야. 20억 주면 길 비켜줄게. 안 그러면 총 쏴서 죽일 줄 알아.”“아!”소지민은 겁을 먹고 두 다리에 힘이 풀려 황급히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안 돼요. 날 죽이지 말아요. 내, 내가 누군지 알아요? 난 군주부 사람이에요. 내 사위가 군주라고요!”바로 그때 옆에 있던 사람들도 더는 모른 척하지 않고 가까이 다가왔다. 그들은 다들 총을 들고 있었다.“형님, 이 사람들 돈이 많아 보이는데 얼마 달라고 하면 될까요?”한 남자가 다가와 히죽거리면서 말했다.그들은 예전에 200만 원이나 400만 원 정도 요구했었다. 하루에 몇 번 하다 보면 한 달에 꽤 많이 얻을 수 있었다.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들은 큰 고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다.남자는 히죽대며 말했다.“20억 달라고 했어. 이 차들 다 합치면 20억은 될 거야. 그러니 그 정도는 틀림없이 줄 수 있을 거야.’“태호야, 어떡해? 돈 줄 거야?”소지민은 총구가 자신을 향하자 두려운 마음이 들어 황급히 이태호에게 물었다.이태호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장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그냥 일반인들이에요. 일반인이 아니었다면 총을 쓰지도 않았겠죠. 이런 평범한 양아치들은 종사 내공의 사람도 해결할 수 있어요. 수민이와 지연이도 처리할 수 있죠.”백지연과 신수민은 그 말을 듣자 기뻐하며 눈을
“좋아요!”백지연은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조심해야 해!”소지민은 백지연과 신수민이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 내심 걱정이 되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여자 둘이 내 총알을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정말 죽고 싶은가 보네!”남자는 조금 불안했다. 그들이 총을 빼 들면서 겁을 주면 사람들은 그에게 200만 원이나 400만 원을 주었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까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그들은 지금껏 사람을 죽인 적이 없었다. 사람을 죽이는 걸 생각하면 두려웠기 때문이다.“후, 난 아직 사람을 죽여본 적은 없지만 수련한 사람들이라니 어쩔 수 없지.”신수민도 조금 긴장됐다. 하지만 그녀는 이태호가 사람을 죽이는 걸 본 적이 많았고 또 수련하는 사람이라면 많은 이들을 죽이며 강해져야 진정한 강자로 거듭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처음이라 긴장됐다.옆에 있던 백지연도 상황은 매한가지였다. 그녀 역시 표정이 심각했다.“빌어먹을, 죽고 싶은 거지? 그러면 내가 혼쭐 내주겠어!”남자는 신수민과 백지연이 손을 쓰려 하자 마음을 굳게 먹고 신수민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신수민은 그 순간 총알이 자신의 시야에서 속도가 느려짐을 발견했다.그녀는 팔을 뻗어 손쉽게 총알을 잡은 뒤 내던졌고 총알은 아주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펑!”총알은 남자의 미간을 꿰뚫었다. 남자의 눈동자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그대로 쓰러졌다.“뭐지? 괴물인가?”남은 네 명은 수련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기에 완전히 겁에 질렸다.“야, 죽여. 저들을 죽여버려!”곧 두 사람이 바로 반응을 보이며 신수민과 백지연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백지연과 신수민은 꽤 강한 종사라 거의 기사와 맞먹었다. 그 정도 내공이라면 일반인들을 상대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총알은 그들의 시야에서 열 배 정도 느려진 듯했다.펑펑펑!곧 네 사람도 바닥으로 쓰러졌고 그렇게 다섯 명의 강도들은 그들에게 처리됐다.“후, 끝났어요. 처
“언니, 언니랑 지연 씨 왜 이렇게 대단해요? 너무 강한데요. 안 돼요, 나도 같이 수련할래요!”신수연 또한 조금 전 장면에 깜짝 놀라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신수민은 신수연에게 말했다.“수연아, 이 수련은 아주 고생스러워. 네가 소화할 수 있겠어? 너 온종일 노는 데 익숙하잖아. 게다가 천부적인 재능을 바꿀 보물이 없다면 기껏해야 9급 종사밖에 될 수 없어.”신수연이 곧바로 말했다.“9급 종사면 9급 종사하면 되죠. 그래도 일반인들보다는 훨씬 더 강할 거잖아요. 그렇게 되면 기사 내공의 고수만 만나지 않으면 괜찮아요.”신수민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이태호를 바라봤다. 이태호의 대답을 기대하는 듯 말이다.이태호는 미간을 찡그리더니 이내 살짝 미소 지으며 앞길을 막은 양들을 가리키며 말했다.“배울 수는 있어요. 대신 우리 길을 막은 양들을 전부 몰아내서 우리의 차가 지나갈 수 있게 해요. 그러면 수민이랑 지연이가 함께 수련하려고 할 거예요.”신수민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그래, 수연아. 네가 가서 양을 몰아내는 것 좀 도와줘.”“아!”신수연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눈살을 찌푸리더니 입을 비죽이며 투덜댔다.“언니, 언니도 알다시피 난 어릴 때부터 고생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어요. 양을 몰아본 적도 없고, 내가 어떻게 하겠어요...”이태호는 곧바로 말했다.“수연 씨, 이 정도 고생도 못 한다면 수련은 하지 마요. 수련은 이것보다 수십 배, 수백 배는 더 힘들어요. 한다고 해도 겨우 한두 시간 하고 못 할 걸요. 지연이랑 수민이는 모두 곱게 자란 귀한 집 딸이지만 그래도 고생을 견딜 수 있고 강인한 의지도 있어요. 그건 일반인과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할게요! 지금 당장 가서 몰아낼게요!”이태호의 말에 신수연은 곧바로 옆으로 가서 나무막대기를 찾더니 앞으로 나아가 양을 몰아냈다.신수연이 양들을 전부 몰아낸 뒤에야 그들은 그 구역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신수연은 다시 차에 탔고 뒷좌석에 앉은 백지연을 보고 말했다.“지연 씨,
그 마을은 굉장히 편벽한 곳에 있었고 또 예스러운 곳이었다. 마을은 골짜기로 둘러싸여 있고 중간에 아주 넓은 청석판 도로가 있으며 양쪽으로 산을 따라 지은 집들이 있어 매우 평화로운 느낌을 주었다.마을로 들어서자 신수연은 앞에 공터가 있는 걸 보고 아예 그곳에 주차한 뒤 차에서 내렸다.이태호 등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그곳에 차를 댄 뒤 내렸다.“이 마을 너무 조용해서 무서울 정도인데?”신수민은 마을을 보았지만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심지어 모든 집들이 조명을 켜지 않았고 오직 길가에만 어두운 가로등 불빛이 조금 있을 뿐이었다.신수연은 씩 웃으며 말했다.“여기서 공포영화 찍으면 딱 좋겠네요. 음산해서.”“헛소리하지 마!”소지민은 그 말을 듣고 겁을 먹었는지 황급히 이소아 등 사람들 곁으로 다가가 몸을 숨겼다.이태호가 말했다.“이곳은 확실히 문제가 있어요. 마을이 크지는 않지만 집집마다 다 문을 걸어 잠갔잖아요? 저녁인데 밖에서 걸어다니는 사람도 없고 저녁을 먹는 사람도 없어요.”말을 마친 뒤 이태호는 앞으로 걸어갔다.“하지만 무서워할 필요는 없어요. 내 뒤를 따르면 돼요.”사람들은 이태호의 뒤를 따랐다. 이소아, 서소운 등 사람들도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바짝 경계했다.잠깐 걸은 뒤 이태호는 한 마당 앞에 서서 안에 있는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여러분, 숨지 말고 나오세요. 여긴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요? 왜 다들 집에 숨어있는 거죠?”그제야 문이 살짝 열리며 안에서 중년 남성이 고개를 내밀었다.남자는 아주 두려운 듯 보였는데 고개를 내밀고는 이태호 일행을 향해 손을 흔들며 나직하게 말했다.“여러분, 왜 아직도 밖에 있어요? 들어와요. 들어와서 얘기해요.”이태호 일행은 곧장 그곳으로 향했고 상대방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문을 열더니 이태호 일행이 안으로 들어오자 곧바로 문을 닫았다.집에 들어선 이태호는 집 안에 중년 남성과 그의 아내를 제외하고도 15, 16살 정도 돼 보이는 소녀가 있는 걸 보았다.“여러분은 그냥 지나가
이태호는 덤덤히 웃으며 대답했다.“요수가 아니라 아마 영수일 겁니다. 영수일 가능성이 가장 커요. 요수는 내공이 너무 낮아서 영지가 높지 않거든요.”“청년, 무슨 얘기를 하는 거예요? 우리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어요!”남자는 얼빠진 표정으로 이태호를 바라봤다.이태호는 그제야 설명했다.“제 말은 여러분이 말한 요괴가 사실은 영지가 비교적 높은 영수일 거라는 말입니다. 영수라는 건 하늘과 땅의 정수를 흡수하여 영지가 생긴 동물입니다. 그것들은 자발적으로 영기를 흡수할 수 있고 수련할 줄 알게 되면 점점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영수요? 이 세상에 정말 도를 닦는 자들이 있다는 말인가요?”남자의 가족들은 이 마을에서 수십 년을 살았지만 도를 닦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이태호의 말에 조금 설득당했다.그는 잠깐 생각한 뒤 말했다.“청년, 우리 마을은 1년 전부터 이상한 일이 발생하기 시작했어요. 매달 어린 소녀들이 실종되죠. 처음엔 우리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누군가 검은 안개 속에서 커다란 두 눈동자를 봤다고 했어요. 그래서 다들 그것이 전설 속 요괴라고 확신했어요.”거기까지 말한 뒤 남자는 잠깐 뜸을 들였다가 말을 이어갔다.“그 뒤로 우리 마을의 덕망 있는 어르신들이 모여서 의논한 결과 제물을 바치기로 했어요. 매달 15일 마을 어귀 쪽에 소녀를 한 명씩 바쳐서 한 달간의 안녕을 바꿨어요.”이때 여자도 입을 열었다.“그 괴물은 정말 사람 말을 알아듣는 건지 그 뒤로 오지 않았어요. 오직 매달 15일에야 이곳에 왔죠. 여기 사람들은 매달 15일이면 감히 밖으로 나가지 못해요. 매달 15일 그것에게 소녀를 한 명 제물로 바쳐야 하거든요.”“다들 문을 걸어 잠근 이유가 오늘이 15일이기 때문이었군요.”신수연은 저도 모르게 말했다.“오늘 저녁에 제물로 바칠 소녀는 누군가요? 알고 계세요?”중년 남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휴, 예전에는 다들 자기 딸을 지키기 위해 집에 어린 딸이 있으면 마을에서 도망치게 했어요.”
“정말 잘됐어요. 청년도 도를 닦는 사람인가 보죠? 세상에나, 도를 닦는 사람들과 만나게 되다니.”남자는 흥분해서 말했고 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과찬이세요. 가서 감시팀 사람을 불러오세요. 제가 얘기해 볼게요.”“태호야, 정말 확신이 있는 거야?”소지민은 곧바로 이태호를 옆으로 끌어당기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아까 저 사람들도 얘기했잖아. 눈동자가 엄청 크다고. 생각해 봐. 얼마나 큰 생물이길래 눈이 그렇게 크겠어? 다른 사람 도와주려다가 오히려 우리가 휘말릴 수도 있잖아. 그리고 이 일은 우리랑 상관없는 일이야. 네가 괜히 도와준다고 나섰다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영수인지 뭔지를 화나게 만든다면 너랑 우리까지 먹어버릴 수 있어. 그러면 정말 큰일 아니니?”이태호는 순간 괴상한 표정으로 말했다.“장모님, 전에 장모님이 저 따라서 천홍주에 가겠다고 했을 때 저는 장모님을 말렸어요. 그런데 장모님은 그 말을 듣지 않으셨잖아요. 그러면서 사람은 언젠가는 죽을 거니까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하시더니 지금은 두려우세요?”소지민은 순간 난감해졌지만 이내 변명했다.“난, 난 사람이 두렵지 않다는 뜻이었어. 그런데 그건 사람이 아니잖아. 무섭지 않을 리가 있겠어?”이태호는 그녀를 위로했다.“장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도와주겠다고 했다는 건 자신이 있다는 거니까요.”“김덕재 씨, 문 열어요! 잠깐 나와봐요.”그런데 뜻밖에도 바로 그때 노크 소리가 났다.“감시팀 팀장인가 봐요.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나가서 대화 좀 나눌게요.”김덕재는 소리를 듣고 곧바로 이태호 일행에게 말한 뒤 혼자 문을 열고 나갔다.그러고 나가서는 밖에서 문을 잠갔다.“하하, 이진후 씨, 전 웬일로 찾아온 거죠? 올해 제물로 바칠 사람은 뽑았어요?”김덕재는 나가서 웃는 얼굴로 상대방에게 물었다.그러고는 또 말을 이어갔다.“제게 후환을 없앨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요.”이진후라고 불린 남자는 곧바로 말했다.“방법은 무슨 방법이요? 그 물건은 흰 연기
이태호에 대해 많이 알수록 연장생은 이태호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천부적 자질은 말할 것도 없고 선연까지 얻었으니 중도에 죽지 않는 한 앞으로 꼭 수백 년 전의 산수(散修)처럼 신선으로 될 것이다.이태호는 그 산수처럼 불과 백 년 만에 비승해서 신선으로 되어 창란 세계에 아름다운 전설을 남길 것이다.그리고 연장생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이태호가 연단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비록 아직 7급 연단사에 불과하지만 이태호가 단도에서 뛰어난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최고의 연단사는 한 종문을 만년 이상 번영시킬 수 있다.예전에 태일종의 제8대 종주는 그냥 태일성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진전 제자였으나, 8급 연단사의 실력으로 태일종으로 하여금 천남에서 자리를 잡게 하였다.8급 연단사가 이런 힘이 있는데 9급 연단사로 성장해서 성황급 수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단약을 정제할 수 있다면 어느 대세력에 있든 모두 귀빈으로 모실 것이다.게다가 이태호는 검도에도 조예가 깊었다.연장생은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을 통해 이태호가 각성한 검도의 의지는 경금 검기를 훨씬 능가해서 검도 대종사로 자라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남다른 천부적 재능을 하나라도 가질 수 있는 자는 백만 명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였다.태일성지에서 이런 자는 진전 제자로 될 수 있고 성왕 경지의 장로를 스승으로 택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 단도, 검도에서 특별한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다면 성지의 8대 장로도 서슴없이 서로 친전제자로 삼겠다고 다툴 것이다.이태호처럼 여러 가지 천부적 자질을 가진 천교는 성지 종문에 들어가면 폐관 수련 중인 태상 장로도 깜짝 놀랄 것이다.“대장로님, 저는 며칠 더 있다가 가고 싶습니다.”이태호는 가슴을 펴고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에 중주로 갈 생각입니다.”진선 정혈을 얻은 후 이태호는 대도를 조금 깨달았고 5급 성자 경지의 장벽을 느낄 수 있었으며 수시로 돌파할 것 같았다.이
다음 날 아침. 금싸라기 같은 황금빛 햇살이 구름을 뚫고 인간 세상에 쏟아졌다.오색찬란한 아침노을은 신선한 공기를 지니고 새로운 날이 다가왔음을 예고하였다.요광섬에서 이태호는 상쾌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고 방에서 나왔다.어제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그는 한 달 넘게 안 본 아내들과 오랜만에 아름답고 황홀한 밤을 보냈다.그가 정원의 우물가로 가서 물을 받고 세수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 허리에 찬 전음 옥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신식으로 살펴보니 종주 선우정혁이 종문 대전에 오라는 소식을 보내온 것이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신식으로 아직 방 안에서 깊이 잠들고 있는 신수민 등 네 여인들을 훑어본 후 고개를 흔들면서 곧장 하늘로 솟아오르고 대전을 향해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대전의 문 앞에 도착했다.대전 안으로 들어가니 선우정혁과 연장생은 상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정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우정혁은 아마 대장로 연장생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으로 추측했다.중주 태일성지의 대장로인 연장생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천남 지역까지 왔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예전에 태일종에서 중주로 간 천교들도 있었으나 이태호처럼 성지의 중시를 받은 자가 없었다.이태호가 예측하건대 선우정혁은 자신이 연장생을 따라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길 원한 것 같았다.의자에 앉아서 연장생과 담소를 나누던 선우정혁도 대전으로 들어오는 이태호를 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태호야, 왔구나. 어서 연 장로님께 인사드려.”이태호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연장생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대장로님을 뵙습니다.”연장생은 손을 가볍게 흔들자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절을 하려는 이태호를 일으켰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됐어. 남도 없는데 큰절할 필요가 없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야. 성지에서 자네가 타고난 천부적 자질을 가졌고 또 선연을 얻은 것을 알고 널 안전하게 성지로 데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