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1화

작가: 동운
[클럽 알림. 기숙사로 돌아가기 스페셜 퀘스트가 피로 물든 방으로 임시 변경되었습니다.]

[지우를 죽이려 하거나 박효섭 님을 죽이려는 오염 회원을 마주칠 것이니 만나면 처치하십시오.]

[제한 시간은 30분입니다.]

박효섭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오염 회원? 이제야 알겠어. 유정금은 죽지 않았어. 그렇다면 붕괴율이 급격히 치솟아 결국 학생과 완전히 융합해 기이 생물체가 된 거야?’

그때 유정금이 비틀비틀 다가왔다. 두려움 때문에 두 눈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고 복부에서 올라온 덩굴이 서서히 얼굴을 타고 올라가더니 눈을 쿡 찔렀다.

유정금은 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온몸을 부르르 떨었고 몸에서 피가 솟구쳤다. 두 손이 산산조각이 났고 순식간에 낫 두 자루로 변했다.

“후우... 후우...”

숨이 거칠어지자 가슴이 격렬하게 오르내렸다. 그녀는 몸을 살짝 웅크린 채 고개를 들어 거미처럼 박효섭에게 기어갔다.

“지우야, 옆으로 피해.”

박효섭은 재빨리 지우를 내려놓았다. 손에 보건교사의 주사기를 들고 있었다.

“형은 내 지도교사야. 너 따위가 빼앗아선 안 된다고.”

옆에 있던 주빈이 분노하며 포효했다. 거의 동시에 그림자 촉수와 주사기가 덩굴 낫과 맞부딪혔다.

쾅.

오염된 유정금의 공격이 아슬아슬하게 막혔다.

박효섭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미세하게 떨리는 팔을 내려다봤다. 오염된 유정금의 팔 힘이 너무 강했다. 주빈과 함께 막아낸 방금 그 일격조차 하마터면 버티지 못 할 뻔했다.

유정금의 입이 이미 덩굴에 완전히 뒤덮였다. 복부의 핏빛 꽃이 벌어졌다 오므라들며 웃음소리를 토해냈다.

“싫다면 그냥 다 죽어. 하하...”

유정금의 몸이 갑자기 부풀어 올랐다. 박효섭이 미간을 찌푸렸다가 주빈을 잡고 뒤로 물러섰다.

그사이 날카로운 가시 같은 덩굴들이 솟구쳤다.

“조심해, 주빈아.”

박효섭은 주빈을 옆으로 던진 다음 바닥으로 엎어졌다.

쾅.

먼지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바닥 타일과 벽이 산산조각이 났다.

“형!”

“나 괜찮아. 빨리! 같이 공격해.”

박효섭이 소리를 지르며 일어섰다. 옆에 있던 주빈이 포효하면서 음파로 부서진 유리 파편들을 공중에 띄우더니 유정금을 향해 날아가게 했다. 얼핏 보면 폭우가 쏟아지는 듯했다.

쉬익.

유정금이 덩굴 낫을 휘둘러 파편들을 쳐냈다.

박효섭이 이를 악물고 옆에 있던 부서진 문짝을 집어 들어 오염된 유정금을 향해 돌진했다.

문짝이 방패 같긴 했으나 나무로 만들어진 것이라 덩굴에 뚫릴 때마다 쉽게 찢겨 나갔다.

퍽.

파편이 튀면서 박효섭의 얼굴을 스쳤다. 피비린내가 퍼지자 유정금이 더욱 흥분하며 웃었다.

“형, 조심해요.”

주빈이 그림자 촉수를 날려 유정금의 그림자를 단단히 옭아맸다. 돌진 자세를 취하던 유정금이 잠깐 멈칫했다.

박효섭이 크게 외치며 남은 문짝을 들고 유정금의 머리를 내리쳤다.

쾅.

머리가 문짝을 뚫고 나온 순간 박효섭이 주사기를 휘둘렀다. 길고 날카로운 바늘이 정확히 유정금의 미간에 꽂혔다.

푹.

주사기 안의 마취제가 한 번에 주입됐다.

[클럽 알림. 강력 마취제의 영향으로 오염체 유정금의 반응 속도가 30% 늦어졌습니다.]

차가운 알림음에 박효섭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흰 옷을 입은 아저씨를 단번에 재울 수 있는 마취제인데... 유정금한테는 그저 반응 속도만 늦어지는 효과밖에 없다고?’

마취제가 바닥난 걸 확인한 박효섭은 즉시 바늘을 뽑았다. 이번엔 유정금의 목덜미를 찔렀다.

피가 마구 솟구쳤다.

찌른 순간 유정금이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박효섭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넋이 나간 얼굴로 유정금을 쳐다봤다.

‘성공한 건가?’

그러나 곧 조롱 섞인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더니 고개가 홱 젖혀졌다.

박효섭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반응할 틈도 없이 채찍처럼 휘두른 덩굴 두 줄기에 몸이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쾅.

유리창이 산산조각이 나며 박효섭의 몸이 기숙사 방 안으로 넘어갔다.

“형!”

주빈의 목소리에 두려움과 걱정이 가득했다.

유정금이 미친 듯이 웃어댔다. 그런데 성대가 뚫린 탓인지 웃음소리가 녹슨 톱날처럼 날카롭고 거슬렸다.

그녀의 시선이 주빈과 지우에게로 향했다.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가 복도에 무겁게 울려 퍼졌다.

주빈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한 걸음 또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지우는 아까의 충격 때문인지 이미 기절한 상태였다.

기숙사 안에 있던 박효섭도 바깥의 상황을 봤다. 몸을 억지로 일으키더니 이를 악물고 포탄처럼 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문이 찌그러지며 순식간에 떨어져 나갔다. 박효섭이 문짝을 들고 유정금을 옆으로 밀어냈다.

쾅.

유정금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경고. 현재 생명력 85.]

박효섭이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다. 양손에 주빈과 지우를 잡고 계단 쪽으로 달렸다.

유정금이 보건실 복도에 있던 흰 옷을 입은 아저씨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게 느껴졌다.

지금 유일한 승산이 바로 양은수와 합류하는 것이었다.

“주빈아, 양은수랑 만날 때까지 길 안내해. 빨리!”

박효섭이 필사적으로 달렸다. 길고 복잡한 복도가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했다. 오염으로 인해 유정금의 몸이 심하게 부풀어 올랐다.

덩굴의 속도가 빠르긴 했지만 주빈이 미리 방향을 알려준 덕에 피할 수 있었다.

“도망가지 마.”

유정금이 이를 갈며 포효했다.

박효섭은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피비린내를 꿀꺽 삼키며 어두컴컴한 복도를 헤치고 나아갔다. 귀에 그의 급박한 발소리가 메아리쳤다.

희미하게 깜빡이는 조명 아래 멀지 않은 모퉁이에 있는 계단이 보였다. 이어폰 너머로도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죽어!”

유정금이 몸을 날렸다. 먹잇감을 노리는 거미처럼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박효섭의 등을 향해 수십 가닥의 덩굴 낫을 뻗었다.

박효섭은 고개를 돌려 점점 가까워지는 그 흉측한 얼굴을 쳐다봤다. 공포가 온몸을 휘감았다.

탁.

계단에 발을 디딘 순간 드디어 양은수와 마주쳤다.

허탕 친 유정금이 고개를 치켜들더니 둘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형, 피해!”

양은수가 피 묻은 단검을 뽑아 들고 위에서 뛰어내렸다.

박효섭은 재빨리 몸을 피하여 지우와 주빈을 내려놓은 다음 주사기를 들고 다시 한번 돌진했다.

퍽, 퍽, 퍽.

양은수의 단검에 묻은 피가 강한 부식성을 지니고 있었다. 덩굴이 하나둘 끊어지자 유정금이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너까지 날 막는 거야? 너희들 다 나쁜 놈들이야. 난 훌륭한 지도교사가 필요해. 다 죽어버려.”

유정금의 몸이 완전히 뒤틀렸다.

살점이 터지면서 거대한 꽃 한 송이가 꿈틀거리며 앞으로 기어 나왔다.

박효섭과 양은수가 좌우에서 동시에 움직였다. 주사기와 단검으로 꽃잎과 뿌리 부분을 찔렀다.

유정금의 몸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고 꽃술 부분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거대한 덩굴이 먼저 양은수를 후려쳤다.

양은수는 고통에 신음했다가 계단 난간을 밟고 공중제비를 돈 다음 유정금의 뒤에 착지했다.

그러고는 피 묻은 단검으로 그녀의 등을 깊숙이 찔렀다.

유정금의 몸에 난 꽃이 벌어졌다 오므라들었다. 마치 숨을 크게 쉬는 것 같았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남은 덩굴들을 마구 휘둘렀다.

박효섭이 주사기를 뽑았을 때 유정금의 상처가 아물기 시작하는 게 보였다.

‘안 돼. 보통 방법으로는 죽일 수 없어.’

박효섭은 그제야 떠올랐다. 아까 유정금의 목에 주사기를 찔렀을 때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었다.

양은수가 양손으로 단검을 꽉 쥐었다. 거의 유정금의 등에 올라탄 채 온 힘을 다해 누르고 있었다.

“형, 왜 가만히 있어?”

양은수가 참다못해 소리쳤다.

“빨리 끝내라고.”

박효섭이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지금까지 유정금이 내뱉었던 모든 말... 그건 사실 그 여학생의 뜻이었다. 하여 핵심은 여학생에게 있었다.

‘여학생... 꽃... 꽃!’

박효섭이 피를 토하고 있는 그 핏빛 꽃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한 번에 해결해야 해.’

그는 주사기를 들고 꽃술 정중앙을 향해 힘껏 찔렀다.

“으아악.”

귀청이 찢어질 듯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 바람에 박효섭의 양쪽 귀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경고. 현재 생명력 75.]

바닥에 내려앉은 박효섭이 비틀거리며 몇 걸음 물러서자 주빈이 재빨리 부축했다.

다시 보니 거대한 핏빛 꽃이 서서히 시들기 시작했다. 여학생인 부분이 기이한 향기를 뿜어내며 녹아내렸다.

양은수는 단검을 뽑아 뒤로 물러섰다.

툭.

그때 손에 이상한 감각이 전해졌다. 내려다보니 주사기에 가느다란 금이 가 있었다.

[클럽 알림. 보건교사의 주사기 현재 손상도 5%.]

박효섭이 무심코 양은수를 쳐다봤다. 양은수의 단검에 금이 더 많이 가 있었다.

이제 여학생은 완전히 녹아 사라졌다.

유정금의 몸이 가볍게 경련을 일으키더니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졌다. 머리카락이 흐트러지고 온몸이 피범벅인 그녀가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박효섭을 쳐다보는 눈빛에 더 이상 거만함이 없었고 오직 애원만 가득했다.

“살... 살려줘... 죽고 싶지 않아...”

박효섭은 아직도 카운트다운 중인 붉은 숫자를 힐끔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넌 이 테스트를 너무 얕봤어. 게다가 네 오장육부가 거의 다 먹혀서 살 수 없어. 그러니까 받아들여.”

그는 쪼그려 앉아 주사기를 가리켰다.

“고통 없이 보내줄까?”

유정금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너무 아팠다. 차라리 죽고 싶을 만큼의 고통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살고 싶었다. 이곳에서 이렇게 허무하게 죽고 싶지 않았다.

그때 양은수가 물었다.

“이 학생의 시체에서 나는 향기 말이에요. 흰 옷을 입은 아저씨한테서 나던 향기랑 비슷하지 않아요?”

박효섭이 멈칫했다.

쿵... 쿵...

바로 그때 익숙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박효섭이 침을 꿀꺽 삼키며 계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로 아래쪽의 멀지 않은 곳에서 키 큰 하얀 모습의 누군가가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다.

“흰 옷을 입은 아저씨가 왔어.”

박효섭의 안색이 급변했고 주빈도 겁에 질려 몸을 떨었다.

“형, 어떡해요? 냄새 맡고 우리를 잡으러 온 게 분명해요.”

양은수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옆에 숨어있던 서원을 끌어내 박효섭에게 물었다.

“계속 싸우면 버틸 수 있겠어?”

박효섭이 잠깐 생각했다가 단호하게 말했다.

“나한테 방법이 있어. 양은수, 날 믿으면 지금 네 학생이랑 같이 죽은 척해. 주빈이 너도. 몸에 피 좀 묻혀. 빨리.”

그는 버둥거리는 유정금을 내버려 두고 피를 가져와 지우와 주빈의 몸에 발랐다.

그러고는 가방에서 정원사의 작업복을 꺼내 입었다. 입은 순간 몸이 급격히 변하기 시작하더니 단 몇 초 만에 보건실 복도에서 죽었던 흰 옷을 입은 아저씨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양은수는 무언가 깨달은 듯 서원과 함께 옆으로 물러섰다.

박효섭이 숨을 깊게 내쉬었다. 바로 그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너 왜 여기 있어?”

갈라진 목소리였는데 다름 아닌 1층 기숙사 사감의 목소리였다.
이 작품을 무료로 읽으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최신 챕터

  • 리얼 탈출 서바이벌 클럽   제40화

    양은수는 여왕벌 최수민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이미 예상했다.그러나 막상 전투가 시작되자 양은수는 자신이 다소 방심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후... 후...”양은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골치 아파했다.기이 여왕벌은 양은수의 기폭식과 비등비등한 수준이었는데 최수민은 일벌들까지 조종할 수 있었다.비록 기폭식으로 일벌들을 쉽게 처단할 수 있었지만 한 번 공격할 때마다 막대한 체력을 소모해야 했다.양은수는 옆에 있는 최유진을 힐끗 바라보았다.최유진은 기이 생물체를 다루지는 못하는 것 같지만 눈알처럼 생긴 아이템을 가지고 있었다.눈알에 달린 촉수는 끊임없이 움직였는데 일벌들을 상대할 수는 있어도 그것들을 일격에 처단할 수는 없었다.이때 양은수의 귓가에 최수민의 비웃음이 들려왔다.“너도 아이라서 어른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네. 부모들은 평소에 일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어. 돈을 벌 필요도 없으면서 학업에서조차 부모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그건 너무 무능한 거 아니겠니? 그런 아이는 부모가 원하는 완벽한 아이가 아니니까 대체되는 건 당연한 일이지.”양은수는 단검을 휘두르며 분노에 찬 고함을 지른 뒤 자신을 향해 달려든 일벌을 단숨에 두 동강 냈다.그러고는 잘려 나간 머리를 주먹으로 날려버리고 기폭식을 조종해 최수민을 기습했다. 기폭식은 아가리를 쩍 벌리고 최수민을 물어뜯으려고 했다.탁.금속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서 확인해 보니 최수민의 손바닥에서 솟아난 가시가 기폭식의 이빨을 막은 게 보였다.“겨우 이거야?”최수민이 차갑게 웃었다.피가 튀면서 날카로운 가시가 양은수의 어깨를 찔렀다.양은수는 앓는 소리를 내며 빠르게 단검을 휘둘러서 가시를 잘라낸 후 뒤로 물러났다.그러나 어깨에 구멍이 생기는 바람에 그 구멍으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양은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 얼굴을 사정없이 일그러뜨렸다.전세가 불리해지자 최유진이 말했다.“넌 안 되겠다. 뒷마당에서도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데 여기서 죽을

  • 리얼 탈출 서바이벌 클럽   제39화

    ...심리 초상화는 지금 이 순간 마침내 끝에 다다랐다.만약 이것이 만화였다면 결코 좋은 결말이라고 할 수 없었다.예상했던 대로 주빈은 배양액의 부작용을 끝내 버티지 못했고, 그것은 곧 보건교사 심영민의 판단이 틀렸음을 의미했다.그러나 최수민은 굉장히 의기양양한 얼굴로 주빈의 시체를 미리 준비해 둔 유리로 된 관 속에 넣고 그 안에 대량의 특수 액체를 부어 넣었다.관을 묻자 이내 나무 하나가 빠르게 자라났고 나뭇가지에 붉은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다. 최수민은 열매들을 땄다.최수민은 마치 탐욕스러운 여왕벌처럼 가장 달콤한 열매를 손에 넣자마자 그것을 독차지했고 그걸 미리 준비해 둔 클론 개체에 주사했다....내면 세계가 별안간 고요해졌다.이윽고 그 공간은 고풍스러운 책장이 가득한 서재로 변했고, 그 뒤 주빈의 작품이 정리되어 책장 위에 꽂혔다.주빈은 그 자리에 서서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빈아.”박효섭은 주빈의 앞에 쭈그려 앉은 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금 붉어진 눈으로 말했다.“많이 아프고 무서웠지?”박효섭은 주빈을 품에 안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아이를 달랬다.“무서워하지 마. 다 지난 일이야. 너는 착한 아이야. 나는 기이 금지 구역의 저주가 너랑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설령 그렇다고 해도 너 자신을 이 감옥에 가둘 필요는 없어. 너는 내가 본 아이들 중에 가장 훌륭한 아이야. 이제 형이랑 같이 이곳을 떠나자.”박효섭은 천천히 일어나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고 그 순간 내면 세계가 사라졌다.두 사람은 엉망이 된 채로 가시덩굴 한가운데 서 있었다.주빈은 온몸을 떨다가 마침내 희망이 깃든 목소리로 물었다.“형, 정말로... 저를 데리고 나가 줄 거예요?”박효섭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응. 형은 널 속이지 않아. 단순히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서도 아니야. 형은 그저 네가 더 즐겁게 살기를 바랄 뿐이야. 물론 나와 함께 떠난다면 틀림없이 행복할 거라고 장담하지는 못해. 하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 리얼 탈출 서바이벌 클럽   제38화

    문틈 사이로 주빈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보건교사가 억지로 친구를 침대 위에 눕히고, 가죽 끈으로 친구의 왜소한 몸을 단단히 묶은 뒤 새로운 배양액을 주사하는 걸 보았다.주빈은 친구가 고통스러운 얼굴로 경련하는 모습을, 온몸의 혈관이 불거지다가 끝내 입에 거품을 물고 고개를 축 늘어뜨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주빈은 몸을 바들바들 떨며 뒷걸음치다가 적막이 내려앉은 복도에서 실수로 그만 소리를 내고 말았다.“누구야?”방 안에서 보건교사의 고함이 울려 퍼졌다.겁에 질린 주빈은 몸을 돌린 뒤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그러나 주빈은 5층에 도착했을 때 순찰 중이던 교감 최수민과 마주치고 말았다.“주빈아, 왜 그래?”최수민은 쪼그려 앉으면서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주빈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 저는 그냥 우연히...”최수민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그녀는 한숨을 쉬더니 혼잣말을 하며 등 뒤에 숨겨두었던 날카로운 칼을 꺼냈다.“역시 네 아빠 말이 맞았어. 좀 더 일찍 클론 계획을 실행해서 너를 대체해야 했는데...”차가운 칼날이 번뜩였다.순간 눈앞이 아찔해지더니 곧 복부에서 살이 찢어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작은 몸은 고통을 느끼며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아빠, 엄마!”주빈이 울면서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주빈은 피 칠갑이 된 작은 손으로 차가운 손잡이를 간신히 붙잡았다. 그렇게 아래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 핏자국이 남겨졌다.최수민은 여유로운 얼굴로 마치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노는 듯한 악의 어린 감정을 담아 뒤에서 천천히 말했다.“나는 네가 입학했을 때 너한테 굉장히 큰 기대를 걸고 있었어. 네 아버지는 장생 제약의 가장 젊은 임원인 양선규 씨고 네 어머니는 국내 유명 모델 장은하 씨니까. 그래서 너도 당연히 뛰어난 아이일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었어. 그거 아니? 네 부모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너한테 불만이 많았어. 너 때문에 그동안 몇 번이나 체면을 구겼거든.”주빈은

  • 리얼 탈출 서바이벌 클럽   제37화

    주빈은 자신이 왜 보건실로 끌려가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그리고 왜 보건실에서 갑자기 잠이 들었는지도 알지 못했다.잠에서 깼을 때 주빈은 몸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분명히 들었지만 무엇이 어떻게 이상한지는 설명할 수 없었다.어렸던 주빈은 그 일을 별로 마음에 두지 않았다.주빈은 여전히 매일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귀여운 동요를 만들어 불렀다.그리고 그날 ‘흰 옷을 입은 아저씨’가 탄생했다.사실 가장 처음 나타난 ‘흰 옷을 입은 아저씨’는 자애로운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그림은 계속해 빠르게 넘어가다가 새로운 페이지에서 멈췄다.“있잖아, 주빈아. 우리 엄마가 보건 선생님이랑 얘기 나눴대. 나도 그... ‘배양액’인지 뭔지 하는 주사를 맞을 거래. 그건 우리를 똑똑하게 만들어주는 약이래.”친구는 신이 난 얼굴로 주빈에게 말했다.주빈은 머리를 긁적였다. 아이 특유의 직감 때문인지 주빈은 본능적으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곧 그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다음 날, 주빈은 밝은 얼굴로 그 친구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친구는 차가운 얼굴로 대꾸도 하지 않고 자기 자리로 가 앉았다.친구가 달라졌다.수업 시간에 주빈은 친구가 선생님의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똑똑해졌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런데 성격이 좀 이상해졌다.그리고 그런 변화는 마치 전염병처럼 서서히 반 전체로 퍼져 나갔다.주빈은 점점 더 많은 친구들이 똑똑한 아이가 될 거라면서 들떠 있다가 다음 날이면 차가운 얼굴로 교실로 돌아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유쾌하고 가볍던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졌고, 그 자리를 대신한 건 빠르게 교체되고 갱신되는 새로운 교재였다....토요일이 되자 주빈은 집으로 돌아왔다.주빈은 마음이 무거웠다.이제 반에서 그와 대화를 나누는 아이는 그의 짝꿍뿐이었기 때문이다.주빈은 성적표를 꺼내기가 무서웠다.사실 주빈은 성적이 꽤 좋았다.그런데 선생님이 갑자기 교재를 바꿔서 몇 학년 위 선배들이나 배울 법한 것

  • 리얼 탈출 서바이벌 클럽   제36화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옆에 있는 옷장에서 보기 좋은 옷들을 꺼내 들었다.“주빈아, 오늘 저녁에 엄마랑 파티에 참석하자. 명심해. 꼭 밝은 모습을 보여줘야 해. 말없이 가만히 있지 말고 귀엽게 굴어야 해. 오늘 만날 손님들은 아주 중요한 분들이니까 엄마, 아빠 망신시키지 마. 알겠지?”여자는 그렇게 말한 뒤 몸을 돌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의 주빈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너 혹시 또 아빠 화나게 한 거니? 울지 마. 눈 부으면 저녁에 손님들을 어떻게 보려고 그래?”장윤희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러나 여자는 짜증 가득한 얼굴로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됐어요. 누가 설명해 달래요? 쓸모없긴.”여자는 주빈의 앞으로 걸어가더니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며칠 뒤면 네 입학 절차를 밟을 거야. 그때까지 배워야 할 게 많아. 우리 양씨 가문의 아이로서 고작 그런 일로 울다니, 창피하지도 않니? 겨우 그림 하나 가지고 유난이야...”경멸 어린 말들이 날카로운 칼이 되어 마음에 상처를 냈다.옆에 있던 장윤희조차 그 말을 듣고 괴로워했는데 정작 주빈은 오히려 울음을 그쳤다.그는 그저 한쪽에 웅크린 채 미세하게 떨리는 몸으로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날 선 말들을 묵묵히 견딜 뿐이었다....해윤에서도 주빈의 입학을 상당히 중요시했다.심리 초상화를 통해 박효섭은 교장 장운석을 보게 되었다. 겉보기엔 꽤 젊어 보이는 인물이었다.그리고 그 옆에는 교감 최수민이 서 있었다.장운석은 웃으며 양선규에게 인사했다.“양선규 씨, 오랜만입니다.”옆에 있던 최수민도 정중하게 말을 건넸다.“이전에 진행된 실험에도 큰 도움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양선규는 손을 휘저으며 다소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제 요구는 하나뿐이에요. 제 아들은 이곳에서 졸업할 때 반드시 완벽해야 합니다.”주빈은 어찌할 바를 몰라서 안절부절못하면서도 옆에 있던 선생을 따라가서 기숙사를 배정받았다.다행히도 주빈의 반 친구들은 모두 좋은 아이들이었다.다들 착한 아이

  • 리얼 탈출 서바이벌 클럽   제35화

    어두컴컴한 가시덩굴 속에서 갑자기 반딧불이 나타났다.[주빈의 호감도가 90%가 되었습니다.][... 삑... 감지 결과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친화력 조건 충족.][기이 생물체의 호감도 충족.][천부적인 재능 심리 초상화 충족.][직업 퀘스트 ‘가면 대나’가 발동되었습니다.][당신은 인간의 마음에서 태어난 신입니다. 당신은 짙은 색채의 가면을 그려 중생에게 축복을 내립니다. 당신의 자비로움은 당신으로 하여금 기이 생물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고,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며, 그들을 불행에서 구원합니다.][퀘스트를 완수하려면 기이 생물체 세 마리의 호감도를 100%로 끌어올리고 그에 상응하는 심리 초상화를 완성하여야 합니다.][직업 퀘스트는 수락 후 취소가 불가하고 성공과 실패만 존재합니다.][실패하게 되면 직업 퀘스트는 자동 폐기됩니다.][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박효섭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수락!”그 순간 심리 초상화 능력으로 박효섭의 두 눈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그 모습에 주빈이 혼란스러운 눈빛을 했다.‘따뜻한... 빛이야...’탁.박효섭이 주빈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박효섭의 의식 속에서 도화지들이 아주 빠른 속도로 넘어가더니 이내 선이 그려지기 시작했다....그곳은 조금 호화로운 저택이었고 하늘도 붉지 않았다.다소 싸늘한 방 안에서 어린 주빈의 불안한 모습이 거울에 비쳤다.“아빠...”주빈은 겁먹은 얼굴로 화판을 안고서 업무 중인 양선규 앞에 섰다.양선규는 상당히 젊어 보였는데 주빈이 자신을 부르자 짜증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아빠.”주빈은 아빠가 자신을 보지 못한 줄로 알고 자랑스럽게 화판을 들어서 그에게 보여줬다.“아빠, 저 엄마랑 아빠를 그렸어요. 보세요...”그러나 주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양선규는 화판을 손으로 쳐서 떨어뜨렸다.화판은 바닥에서 떨어져서 부러졌고 주빈의 그림도 구겨져 버렸다.양선규는 노골적으로 짜증을 내며 쌀쌀맞게 말했다.“내가 몇 번이나 얘기했지. 일할 때는

더보기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작품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작품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