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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Author: 동운
박효섭은 긴장감을 억누르며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섰다.

눈앞의 기숙사 사감은 심리 초상화 속 모습 그대로였다. 두 손에는 피 묻은 낫을 들고 있어서 전기봉을 들고 있던 흰 옷을 입은 아저씨보다 압박감이 더 강했다.

“내가 재밌는 놈들을 몇 명 잡았어.”

박효섭은 사감의 말투를 따라 하면서 최대한 침착하게 굴었다.

“흠.”

사감은 주빈, 서원, 지우, 양은수를 차례대로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며 피식 웃었다.

“수확이 많네. 매일 보건교사를 도와주던 네가 기숙사까지 올 줄은 몰랐는데. 그런데 말이야...”

사감이 천천히 박효섭에게 다가갔다.

그는 수술용 바늘 때문에 억지로 열린 두 눈으로 박효섭을 섬뜩하게 노려보며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그의 거친 숨소리에 박효섭은 당장이라도 심장이 몸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박효섭은 뒤로 물러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무표정한 얼굴로 사감을 빤히 바라봤다.

“왜... 왜 그래? 내 얼굴에 뭐 묻었어?”

박효섭의 질문에 사감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여유롭게 말했다.

“오늘 되게 긴장한 것처럼 보이네. 좀 이상해.”

박효섭은 일부러 헛기침을 하더니 어깨를 으쓱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네 놈을 한꺼번에 잡으려다 보니 피곤하네. 좀 다치기도 했고.”

사감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쳤으면 얼른 뒷마당으로 가서 쉬어. 이놈들은 내가 대신 데려가 줄게. 마침 비료가 필요했거든. 얘네들로 배양액을 만들어야겠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박효섭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배양액이 학생들로 만들어진 것이었다니.

“괜... 괜찮아.”

박효섭은 일부러 목소리를 내리깔면서 긴장한 모습을 감췄다.

“내가 데리고 가면 돼. 계속 순찰하고 있어.”

박효섭은 그렇게 말한 뒤 주빈과 지우를 어깨에 둘러메고, 서원과 양은수까지 들어 올린 뒤 자리를 뜨려고 했다.

“잠깐.”

사감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박효섭은 몸을 흠칫 떨더니 조금 경직된 채로 몸을 돌렸다.

“왜... 무슨 문제 있어?”

사감은 품 안에서 키를 하나 꺼냈다.

“기억력이 왜 이렇게 안 좋아? 뒷마당으로 가는 키는 우리가 번갈아 가면서 보관했잖아. 오늘은 내가 보관하는 날인데 키를 챙겨가야지.”

박효섭은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키를 건네받았다.

[중요한 아이템 ‘뒷마당으로 나가는 키’를 획득하였습니다.]

[현장에 다른 회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서브 퀘스트 ‘배양액의 진실’이 시작됩니다.]

박효섭과 양은수의 머릿속에 동시에 메시지가 떴다.

...

박효섭이 그곳을 떠나고 나서야 다들 비로소 안도할 수 있었다.

정신을 잃고 기절한 지우를 제외한 주빈과 서원은 조금 전 사감의 말을 전부 들었고 그 탓에 지금 벌벌 떨고 있었다.

양은수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교칙을 어긴 학생들로 배양액을 만들다니 정말 충격이야. 게다가 서브 퀘스트도 나타났잖아. 이건 아주 중요한 실마리가 분명해.”

박효섭이 고민하다가 말했다.

“너랑 나의 퀘스트는 서원이가 피어나게 하고, 주빈이가 시드는 걸 막는 거라서 사실 크게 차이는 없어. 하지만... 만약 소위 말하는 문제아들로 배양액을 만들었다면...”

양은수가 손을 저었다.

“천천히 해결해야지. 형의 스페셜 퀘스트는 어떻게 할 거야? 지우는 기절했는데 어떻게 지우를 방으로 데려다줄 거야?”

박효섭도 근심이 가득했다

눈앞에 나타난 붉은색의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유정금과 사감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어 이제 10분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박효섭이 뭔가를 떠올리고 말했다.

“나한테 퀘스트를 성공시킬 방법이 있어. 하지만 그러려면 네 도움이 필요해. 이곳에서 이렇게 큰 인기척이 났으니 장민석과 후드티 남자도 분명히 소리를 들었을 거야. 유정금이 죽었다는 사실은 숨길 수가 없을 테니 네가 그 사람들의 주의를 돌려줘. 그럼 퀘스트를 성공시킬 실마리를 공유해 줄게.”

양은수는 거절하지 않았다.

짧은 시간이지만 서로 협력하면서 양은수는 박효섭을 조금 신뢰하게 되었다.

이내 두 사람은 각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효섭은 바로 행동하는 대신 이어폰으로 양은수와 장민석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계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동시에 그의 ‘목숨처럼 중요한 재물’ 능력이 발동되었다.

그의 눈동자 속 금빛이 방을 하나하나 훑기 시작했다.

그것이 박효섭이 떠올린 방법이었다.

‘3층 이상 없음. 2층 이상 없음.’

빛이 나는 곳은 없었다.

박효섭은 여전히 흰 옷을 입은 아저씨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경비실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그는 빠르게 1층으로 향했다.

‘목숨처럼 중요한 재물’ 능력 덕분에 박효섭은 한 구역에서 금빛이 반짝이는 걸 보았고, 그 순간 박효섭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환해졌다.

사실 그는 자신의 추측이 틀린 건 아닐지 의심했었다.

결과가 그냥 퀘스트에 실패하는 것이라면 상관이 없었다.

그러나 만약 지우가 방으로 돌아가지 않아 무시무시한 기이 생물체로 변해 지우와 싸워야 한다면 그처럼 병약한 몸으로는 상대를 이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콜록콜록.

박효섭은 가슴을 움켜쥐고 기침하면서 두 아이를 데리고 금빛이 보이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곳은 벽이었다.

박효섭은 당황했다.

이곳에는 절대 방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주빈은 박효섭을 바라보았다.

“형, 이제 어떡해요?”

박효섭도 초조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뚜벅뚜벅 소리가 들려왔다.

사감의 발소리가 멀지 않은 곳에 있던 계단에서 들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큰일이야. 사감이 오고 있어!”

박효섭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그는 재빨리 벽을 살피기 시작했으나 숨겨진 장치 같은 건 전혀 없어 보였다.

뚜벅뚜벅.

발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박효섭은 사감이 곧 아래층으로 내려올 거라는 걸 직감했다.

“에라, 모르겠다!”

박효섭은 흰 옷을 입은 아저씨의 모습을 한 채로 무턱대고 벽을 향해 전기봉을 휘둘렀다.

쾅!

벽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생겨났으나 벽을 완전히 파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뚜벅... 뚜벅.

발소리가 갑자기 멈췄고 주빈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형, 흰 옷을 입은 아저씨가 1층에 왔나 봐요!”

쾅, 쾅, 쾅!

박효섭이 빠르게 전기봉을 휘두르자 벽이 전부 부서졌고 곧 눈앞에 문 하나가 보였다.

방 번호를 보는 순간 박효섭은 깜짝 놀랐다. 601호였기 때문이다.

이때 1층 복도에 짙은 안개가 끼더니 익숙한 냄새가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안개 속에서 누군가 서서히 걸어왔다.

뚜벅... 뚜벅... 뚜벅.

“형, 얼른요!”

주빈이 다급한 마음에 울먹거리며 말했고 박효섭은 문고리를 콱 잡고 돌렸다.

탁.

다행히 문이 잠기지 않은 상태였다.

이때 안개는 이미 세 사람이 있는 곳까지 퍼졌고 박효섭은 두 아이를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간 뒤 바로 문을 닫고 잠가버렸다.

쾅!

문을 박차는 소리에 박효섭은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이때 방 안은 캄캄했고 방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히 방문이 보건실 쪽 휴게실 문보다 훨씬 튼튼한 듯했다.

몇 분 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멈췄다.

[박효섭 님, 스페셜 퀘스트 ‘피로 물든 방’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보상으로 4포인트를 획득하여 현재 총 포인트는 -3입니다.]

박효섭은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전등을 켰다.

딸깍.

환한 조명이 차가운 방 안을 환하게 비추자 두 줄로 늘어선 장비와 간이침대들이 보였고 공기에서 옅은 피 냄새가 느껴졌다.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박효섭은 다시 한번 ‘목숨처럼 중요한 재물’ 능력을 사용했다.

금빛 덕분에 방 안이 훤히 보였는데 대부분이 가치가 없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서랍 쪽에서 미약한 빛 두 줄기가 은은히 보였다.

“주빈아, 지우가 쉴 수 있게 침대에 눕혀줘.”

“형, 지우가... 지우가 사라졌어요!”

박효섭은 동공이 흔들리더니 이내 몸을 돌렸다.

밀폐된 방 안에서 지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설마... 퀘스트를 클리어해서 지우의 역할도 끝난 건가?”

박효섭은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일단 그 점은 제쳐두고 서랍부터 열어보았다.

금빛을 내뿜던 것은 지도 하나와 일기장 한 권이었다.

지도를 천천히 펼치자 해윤 중학교 본관에서부터 기숙사, 그리고 뒷마당이 그려져 있었다.

“응? 여긴가?”

박효섭은 기숙사 뒤쪽에 뒷마당이라고 쓰여 있는 구역을 보았다.

사실 박효섭은 의구심이 들었다. 뒷마당의 왼쪽, 지도의 가장자리 쪽에 아주 허름한 건물이 있었고 그 위에 초등학교 기숙사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기숙사의 일부분이 검은색 안개에 가려진 것처럼 흐릿하게 보여 아주 기괴했다.

“주빈아, 너도 힘들지? 앉아서 좀 쉬어.”

박효섭이 웃으며 옆에 놓여 있던 침대에 앉았고, 주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아꼈다.

곧이어 박효섭이 차르륵 소리와 함께 일기장을 펼쳤다.

[2043년 3월 2일. 오늘은 입학 날이라 기분이 좋다. 엄마, 아빠가 말씀하시길 이 학교를 졸업한다면 100% 명문 고등학교에 진학해 명문대에 갈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선생님들도 아주 좋은 분들 같다. 비록 숙제가 많기는 하지만 선생님께서 취미도 찾아보라고 격려해 주신다. 좋은 취미가 있으면 시험에서 추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하셔서 나는 그림을 선택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그림을 그리는 거니까.]

어린 티가 나는 아이의 글씨체를 본 박효섭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2043년에 입학했고 그림을 잘 그린다니, 주빈의 상황과 똑같았다.

...

[2043년 4월 6일. 교칙이 매우 엄격하다. 우리는 모두 전자 명찰을 달고 다녀야 하고 만약 교칙을 어기면 벌점을 받게 된다. 친구들이 벌점 때문에 좀 이상해진 것 같다. 다들 바짝 긴장해 있고 심지어 어떤 애들은 나한테 아프다고 하소연도 했다.]

...

[2043년 4월 15일. 친구들이 말하길 많은 애들이 약물을 맞는다고 한다. 교장 선생님은 그게 똑똑해지는 주사라고 했다. 하지만... 모든 애들이 다 주사를 맞을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오늘 적지 않은 애들의 부모님이 주사를 맞을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려고 선생님을 찾아간 것 같다.]

...

[2043년 5월 1일. 오늘 나도 보건 선생님 방으로 가게 되었다. 선생님이 똑똑해지는 주사를 놔주겠다고 했다. 선생님이 아이스박스 안에서 주사를 꺼내자 나는 너무 무서워서 그 자리에서 도망쳐 방으로 돌아왔다.]

...

그 뒤 내용은 찢겨 있었다.

일기장이 이곳에 나타난 것, 그리고 주빈이 써놓은 듯한 일기장의 내용, 그리고 사라진 내용까지.

모든 실마리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보건교사를 의심케 했다.

박효섭은 자기도 모르게 일기장의 마지막 장을 확인했고 곧이어 그 위에 적혀 있는 섬뜩한 글을 발견하게 되었다.

[뭘 찾고 있는 거야?]

박효섭은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돋으면서 식은땀이 흘렀다.

똑똑똑.

갑자기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박효섭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방 안의 전등이 깜빡이기 시작하며 모든 것이 비정상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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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옆에 있는 옷장에서 보기 좋은 옷들을 꺼내 들었다.“주빈아, 오늘 저녁에 엄마랑 파티에 참석하자. 명심해. 꼭 밝은 모습을 보여줘야 해. 말없이 가만히 있지 말고 귀엽게 굴어야 해. 오늘 만날 손님들은 아주 중요한 분들이니까 엄마, 아빠 망신시키지 마. 알겠지?”여자는 그렇게 말한 뒤 몸을 돌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의 주빈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너 혹시 또 아빠 화나게 한 거니? 울지 마. 눈 부으면 저녁에 손님들을 어떻게 보려고 그래?”장윤희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러나 여자는 짜증 가득한 얼굴로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됐어요. 누가 설명해 달래요? 쓸모없긴.”여자는 주빈의 앞으로 걸어가더니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며칠 뒤면 네 입학 절차를 밟을 거야. 그때까지 배워야 할 게 많아. 우리 양씨 가문의 아이로서 고작 그런 일로 울다니, 창피하지도 않니? 겨우 그림 하나 가지고 유난이야...”경멸 어린 말들이 날카로운 칼이 되어 마음에 상처를 냈다.옆에 있던 장윤희조차 그 말을 듣고 괴로워했는데 정작 주빈은 오히려 울음을 그쳤다.그는 그저 한쪽에 웅크린 채 미세하게 떨리는 몸으로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날 선 말들을 묵묵히 견딜 뿐이었다....해윤에서도 주빈의 입학을 상당히 중요시했다.심리 초상화를 통해 박효섭은 교장 장운석을 보게 되었다. 겉보기엔 꽤 젊어 보이는 인물이었다.그리고 그 옆에는 교감 최수민이 서 있었다.장운석은 웃으며 양선규에게 인사했다.“양선규 씨, 오랜만입니다.”옆에 있던 최수민도 정중하게 말을 건넸다.“이전에 진행된 실험에도 큰 도움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양선규는 손을 휘저으며 다소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제 요구는 하나뿐이에요. 제 아들은 이곳에서 졸업할 때 반드시 완벽해야 합니다.”주빈은 어찌할 바를 몰라서 안절부절못하면서도 옆에 있던 선생을 따라가서 기숙사를 배정받았다.다행히도 주빈의 반 친구들은 모두 좋은 아이들이었다.다들 착한 아이

  • 리얼 탈출 서바이벌 클럽   제35화

    어두컴컴한 가시덩굴 속에서 갑자기 반딧불이 나타났다.[주빈의 호감도가 90%가 되었습니다.][... 삑... 감지 결과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친화력 조건 충족.][기이 생물체의 호감도 충족.][천부적인 재능 심리 초상화 충족.][직업 퀘스트 ‘가면 대나’가 발동되었습니다.][당신은 인간의 마음에서 태어난 신입니다. 당신은 짙은 색채의 가면을 그려 중생에게 축복을 내립니다. 당신의 자비로움은 당신으로 하여금 기이 생물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고,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며, 그들을 불행에서 구원합니다.][퀘스트를 완수하려면 기이 생물체 세 마리의 호감도를 100%로 끌어올리고 그에 상응하는 심리 초상화를 완성하여야 합니다.][직업 퀘스트는 수락 후 취소가 불가하고 성공과 실패만 존재합니다.][실패하게 되면 직업 퀘스트는 자동 폐기됩니다.][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박효섭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수락!”그 순간 심리 초상화 능력으로 박효섭의 두 눈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그 모습에 주빈이 혼란스러운 눈빛을 했다.‘따뜻한... 빛이야...’탁.박효섭이 주빈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박효섭의 의식 속에서 도화지들이 아주 빠른 속도로 넘어가더니 이내 선이 그려지기 시작했다....그곳은 조금 호화로운 저택이었고 하늘도 붉지 않았다.다소 싸늘한 방 안에서 어린 주빈의 불안한 모습이 거울에 비쳤다.“아빠...”주빈은 겁먹은 얼굴로 화판을 안고서 업무 중인 양선규 앞에 섰다.양선규는 상당히 젊어 보였는데 주빈이 자신을 부르자 짜증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아빠.”주빈은 아빠가 자신을 보지 못한 줄로 알고 자랑스럽게 화판을 들어서 그에게 보여줬다.“아빠, 저 엄마랑 아빠를 그렸어요. 보세요...”그러나 주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양선규는 화판을 손으로 쳐서 떨어뜨렸다.화판은 바닥에서 떨어져서 부러졌고 주빈의 그림도 구겨져 버렸다.양선규는 노골적으로 짜증을 내며 쌀쌀맞게 말했다.“내가 몇 번이나 얘기했지. 일할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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