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수 도존은 두 사람이 드디어 설득당한 줄 알았다. 이제 그를 스승으로 삼고 그의 제안대로 음양검을 내놓기를 기다렸다.그는 음양검을 손에 넣은 후 이도현의 모든 비밀과 보물을 빼앗고 그를 처참히 죽일 생각이었다.머릿속으로는 벌써 곤륜옥의 비밀을 알아내면 어떻게 천하를 제패하고 이도현을 처리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그의 명령에 따르는 모습까지 상상하고 있었다.그러나 이 모든 것은 이도현과 양주희가 처음부터 짜고 그를 속인 것이었다. 음수 도존은 이런 굴욕을 참을 리가 없었다.“이 잡것들. 죽으려고 환장했어? 너희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 죽어라...”음수 도존은 양손으로 검을 부여잡고 소리를 지르며 미친 듯이 이도현과 양주희에게 달려들었다.“선배, 조심해요. 제가 얼른 가서 저 늙은이를 베어버리고 올게요.”말을 마친 후 이도현은 몸을 날려 음양검을 휘두르며 음수 도존과 싸웠다.잠깐 사이에 두 사람은 공격을 수십 차례 주고받았다. 이미 음수 도존의 공격 패턴을 전부 파악한 이도현은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았다.그는 검에 음양신공을 가한 후 검을 강하게 휘둘렀다.딸그락.맑고 거센소리와 함께 음수 도존의 보검이 음양검과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넓은 칼날은 한순간에 파편이 되어버렸다.그리고 음양검의 거대한 힘을 맞은 음수 도존은 가슴이 찢어지고 몸이 날려 나가 뒤쪽의 산에 처박혔다.음수 도존은 온몸이 칼에 에이는듯한 고통을 느꼈다.풉.그는 참지 못하고 피를 토했다.그리고 극심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이도현을 경악한 얼굴로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어떻게... 너 왜 이렇게 강해? 정말 네 힘이 맞아? 너 역시 곤륜옥의 비밀을 얻은 거지?”말을 하면서 음수 도존의 험악한 표정이 또 탐욕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마치 무엇인가를 깨달은 듯 눈빛에 흥분이 가득했다.“역시 그래. 네가 곤륜옥의 힘을 얻은 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 어린 나이에 이렇게 강할 수 없잖아. 나 드디어 대진제국과 천현문의
“크큭. 당신이 뭔데 나를 제자로 삼겠다는 거야? 나에게 뭘 가르쳐줄 수 있는데?”이도현이 비웃으며 말했다.그는 음수 도존의 어처구니없는 제안에 웃음이 나왔다. 반나절 동안의 싸움에서 우세를 차지하지도 못하고 점점 체력이 달리는 사람이 누구인데.이제 승산이 없을 것 같으니까 갑자기 위선적으로 굴며 남을 위해 고민하는 척하기는.‘내가 보물을 내주면 나를 제자로 받아들이겠다고? 학원에 다니는 것도 아닌데 언제부터 제자가 스승에게 학원비를 받쳐야 했어? 스승이 제자에게 선물을 마련해 주지는 못할망정...’“이놈아, 너 방금 뭐라고 했어? 어디 자기 주제도 모르고 감히 대들어? 나는 너의 재능이 아까워서 제자로 받아들이려 했건만 뭐가 불만이야?”음수 도존이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그래? 그런데 내가 당신의 후배를 죽였잖아. 나에게 복수 안 할 거야?”이도현이 물었다.“쯧쯧. 그래서 상황이 좀 골치 아프긴 하지. 내가 자네를 제자로 받아들이면 죽은 후배를 위해 복수할 수 없고 후배의 가족을 볼 면목이 없게 돼. 하지만 난 이미 결정을 내렸어. 바로 후배의 가족에게 일정한 보상을 해주고 너에게 향하는 모든 손찌검을 나에게 돌리는 거야. 내가 모든 책임을 짊어질 테니 자네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마. 이 스승이 다 막아줄 거야. 그러니까 그 보상으로...”음수 도존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이도현이 아직 동의하지도 않았는데 음수 도존은 벌써 자신을 스승이라고 칭했다.“중간에서 너무 난처하시겠어요. 그래서 보상으로 이 음양검을 어르신의 후배 가족에게 드리는 것은 어떨까요?”양주희가 웃으며 말했다.“그래. 나도 같은 생각이었어. 그래서 계속 음양검을 달라고 했던 거야. 내 후배가 목숨을 잃은 것도 다 이 음양검 때문이니까 네가 이 검을 후배의 가족에게 준다면 일이 잘 풀릴 거야. 어때? 제자야, 어서 음양검을 이 스승에게 주거라.”음수 도존은 자신의 핑계에 매우 만족하며 웃었다.“하하하. 도현 후배, 저 늙은이는 우리 스승님보다 더 뻔뻔한 늙은이였어.
“네 소원대로 내가 죽여줄게.”화가 난 음수 도존이 이도현을 향해 손에 든 보검을 휘둘렀다.십 미터가 넘는 칼날이 공기를 가르자 모래바람이 구름을 가렸고 대지는 그가 칼을 휘두르는 대로 갈라졌으며 화초와 나무들은 전부 가루가 되어버렸다.이도현이 휘두른 주먹에도 그 위력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고 칼날은 곧바로 이도현을 향해 돌진했다.미간을 찌푸리던 이도현이 그에 맞서 음양검을 빼 들자 두 개의 검이 허공에서 부딪히며 하늘도 무너질 것 같은 굉음을 냈다.땅이 갈라지면서 흩날리는 모래에 강한 기운까지 더해지니 주위의 나무들은 순식간에 부러져 가루가 되어 바람을 따라 날아가 버렸다.“꼴에 힘은 좀 쓰네? 그래, 네가 대단한 건 인정해. 젊으니까 피가 아주 들끓겠지. 하지만 나한테는 못 당해낼걸?”말을 마친 음수 도존이 이도현의 머리를 절반으로 가르려는 듯 검을 내리찍자 이도현도 물러서지 않고 그의 검을 막아내며 소리쳤다.“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금속들이 서로 부딪히며 나는 소리가 귀가 아플 정도로 울려대는 와중에도 이도현은 양주희를 보호하기 위해 음수 도존의 검을 막아내며 그녀를 밀쳐냈다.이도현과 음수 도존의 싸움은 양주희가 거들 수 있는 게 아니었고 그녀가 있으면 신경도 쓰였다.그리고 무엇보다 양주희를 이런 위험한 곳에 두고 싶지는 않았다.“나랑 싸우는 와중에 여자를 챙겨? 그럴 힘이 아직도 남아있나 본데 이젠 죽어줘야겠어.”“꺼져.”대노한 음수 도존이 이도현의 허리를 향해 검을 휘두르자 이도현도 소리를 치며 오행검술을 사용했다.금목수화토로 이루어진 오행이 보검을 감싸며 오행검기를 이루었다.“이딴 걸로 날 막겠다는 거야? 꿈 깨!”하지만 음수 도존 역시 그리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그의 파란 보검은 배를 집어삼키는 파도마냥 거대한 힘을 내뿜으며 이도현의 오행검기를 막아냈고 둘의 기운은 또다시 부딪혔다.기운이 부딪힐 때 느껴진 강한 반동에 양쪽으로 밀려 나간 둘은 뒷걸음질을 치며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각자의 자리에 서서 서로를
어린 나이에 뿜을 수 있는 살기가 아니었기에 음수 도존은 적잖이 당황했다.“너 생각보다 내공이 있는 애구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내가 네 목숨은 살려줄 테니까 지금 가지고 있는 보물 전부 다 내놔. 무술 다시는 안 한다고 맹세하고 진심을 다해 사과하면 한번은 넘어가 줄게.”음수 도존은 음흉한 시선을 양주희에게로 옮기며 입이 째지게 웃어 보였다.“이 아이는 좀 맘에 드네. 며칠 놀아주고 싶은데, 얘도 두고 가면 몸에는 손 안 댈게.”참으로 기가 차는 발언에 이도현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대꾸했다.“천현문이랑은 더 엮이고 싶지 않았는데 이렇게 죽겠다고 제 발로 찾아왔네? 천현문 사람들은 전부 죽고 싶어서 안달이라도 난 거야?”음수 도존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도현의 반응에 눈에 띄게 당황했다.자신의 이름과 파벌을 알려주고 기운을 적당히 뿜어내기만 하면 알아서 무릎을 꿇을 줄 알았는데 자신의 신분을 알고도 고개를 조아리기는커녕 대뜸 협박부터 하는 이도현의 모습에 음수 도존은 자존심이 꺾이는 것 같았다.그리고 무엇보다 여자를 남겨두라고 할 때 더더욱 정색을 하는 게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다.성역에서의 음수 도존은 이런 여자 따위는 아무렇지 않게 잡아채곤 했다.여자를 꼭 필요로 하는 수련법 때문에 그는 늘 여기저기를 떠돌며 여자들을 찾아다녔는데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기면 그저 잡아 오면 그만이었고 그러다 질리면 바로 내다 버리고 새로운 여자를 들여왔었다.성역에서 그는 그야말로 날강도나 다름없었다.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질타를 받았겠지만 음수 도존인 그의 신분 때문에 싫은 소리를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그래서 7대 세가의 여자들을 제외한 성역 모든 여자들은 모두 그의 타깃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힘 좀 있다 하는 가문의 여자들은 자신의 절개 때문에 음수 도존에게 당한 뒤에도 그 일을 입 밖에 내지 못했고 심지어 어떤 장문들은 음수 도존의 환심을 사기 위해 집안의 여자들을 그에게 내다 바치기까지 했다.그들이 이토록 아
검이 바닥을 내리찍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산봉우리가 날아갔다.우뚝 서 있던 산이 절반으로 갈라지고 그 중간에는 거대한 홀이 생겨버렸다.갑작스레 날아든 검에 이도현과 양주희가 놀라고 있을 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음탕한 남녀가 아주 잘 만났네. 벌건 대낮에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체면은 개나 줘버린 거야?”말이 끝나자마자 파란색 도포를 입은 노인이 하늘에서 내려왔는데 그는 머리카락부터 피부까지 전부 파란색이었다.그들 앞에 선 노인은 못마땅한 듯한 표정으로 양주희와 이도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참 무슨 생각을 했는지 다 보이는 얼굴들이었다.아까 나눴던 그 야릇한 대화와 했던 행동들을 다 지켜본 노인의 질책에 이도현과 양주희는 얼굴을 붉혔다.하마터면 끝까지 갈뻔했는데 그러면 그런 모습까지 노인에게 생중계로 보여줬을 걸 생각하니 어디 쥐구멍에라도 숨어들고 싶었다.노인을 아래 우로 훑어보던 이도현은 그가 모든 걸 다 보고 있을 동안 이상한 낌새를 전혀 느끼지 못한 자신을 탓했다.물론 양주희도 함께 원망했다.자꾸 이상한 소리를 내는 양주희에 야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서 경계심을 늦춘 게 화근이었다.그 덕에 신기가 거둬져 노인이 자신들을 훔쳐보는 것도 몰랐던 것이다.‘진짜 미쳤네 이도현. 너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이도현은 포부가 있는 사내대장부가 돼서 유혹하나 이겨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당신은 누구예요?”정신을 차린 이도현이 차갑게 묻자 노인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몰라도 상관없는데 양화 도존은 알겠지?”“내 손에 죽은 그 양화 도존 말하는 거예요?”“이런 건방진 자식!”“내가 누군지 물었지? 이제부터 알려줄 거니까 잘 들어.”“양화 도존은 내 후배야. 나는 천현문 2대 도존 중 하나인 음수 도존이야. 내 후배를, 그것도 천현문 사람을 죽인 게 너라지? 어때? 내 신분을 들으니까 내가 왜 찾아왔는지 알겠지?”노인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자 이도현은 살기 가득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
이도현은 마사지샵에서 일해본 직원마냥 능숙한 손놀림으로 양주희의 뭉쳐있는 어깨를 풀어주었다.그 손길이 어지간히 편안했는지 양주희가 연달아 앓는 소리를 냈는데 그 소리에 이도현은 볼이 빨개지면서 심장이 빨리 뛰었다.살짝 야하기도 한 소리에 하반신까지 반응을 해오자 이도현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선, 선배! 소리는 좀 안 내면 안 돼요? 좀 그렇잖아요...”선조들이 결정한 일을 어길 것만 같아서 한 소리인데 양주희는 뭐가 그렇게 웃긴지 깔깔대며 물었다.“하하하! 꼬맹이가 이상한 생각이라도 했나 봐?”그런데 하필 이 와중에 웃을 때마다 흔들리는 그녀의 가슴이 눈에 들어와 이도현은 더 죽을 지경이었다.안 그래도 끊어지려는 이성을 애써 붙잡고 있었는데 그 광경까지 보니 정말 정신이 아찔해졌다.‘진정해. 여기 밖이잖아. 문명인답게 처신하라고. 벌건 대낮에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너 그런 애 아니었잖아.’‘내려가 좀! 우리 그동안 같이 잘해왔잖아. 고비도 여러 번 넘겼는데 이까짓 일이 뭐 대수야? 잘할 수 있지? 그동안 쌓아왔던 명성 한순간에 날리기 싫으면 정신 똑바로 차려!’‘나중에 기회가 있을 거야. 그러니까 이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고 일단 진정을 좀 해봐. 후... 심호흡하고...’양주희의 출렁거리는 가슴이 눈에 들어오면 진정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이도현은 급기야 눈까지 감고 자신의 하반신과 교감을 시도했다.그 말도 안되는 교감이 통한 건지 빳빳이 쳐들었던 게 다시 내려가자 이도현은 발끈하며 대꾸했다.“선배, 나도 사람이에요. 선배가 그런 소리를 내는데 내가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아요?”신연주와 연진이 앞에서도 꼼짝 못 하는 이도현이 여덟째 선배보다 사람을 더 잘 괴롭히고 열째 선배보다 더 매혹적인 양주희를 당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게다가 양주희는 일부러 이도현을 유혹하고 있어서 정신력이 아무리 강해도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네가 사람인 건 나도 알아. 그리고 그런 생각 하지 말란 말도 안 했잖아. 생각이야 뭐 마음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