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아가 다급한 기색을 드러내자 한 노신이 급히 나서서 말했다.“공주마마, 국사가 우선입니다.”“알아요. 그래서 제가 직접 후배들을 찾아 나서지 않았잖아요.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저에게 있어서 태허산 후배들은 태자 전하와 아바마마 같은 가족이에요. 이 문제는 더 이상 논의할 필요가 없어요. 즉시 처리하세요. 가능한 한 빨리 저의 후배들을 안전하게 주작제국으로 데려오세요.”공인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예. 공주마마. 제가 주작군의 사람을 이미 보냈습니다. 곧 소식이 올 겁니다.”한 중년 장군이 대답했다.이 장군은 주작군의 통령이었다. 주작제국의 주작군은 금위군과 같은 존재로 황실을 보살피고 황제의 명령만 따르는 군단이었다.“장군님, 수고하셨습니다. 하지만 주작군만 보내는 것으로는 부족해요. 장군님께서 저의 칙서를 가지고 무왕을 찾아가 주십시오.”공인아는 또 말을 바꾸었다.“아니에요. 제가 나중에 직접 다녀올게요. 장군님은 지금 당장 주작군에서 가장 강력한 병역을 선발해 대기시키세요.”“예. 공주마마...”장군이 물러난 후 공인아는 다시 대신들과 서북성을 지원할 적임자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결론이 나지 않아 추후 각자 방법을 찾고 다음 날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조정에서 내려온 후 공인아는 즉시 전대 무왕의 저택으로 향했다.그녀는 전대 무왕에게 청들 생각이었다. 대진제국에 가서 그녀의 후배들을 안전하게 데려와 달라고 부탁할 셈이었다.한편, 이도현과 양주희는 서둘러 고무계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도현은 자신의 현재 실력을 인지한 후 걱정이 확 사라졌다.게다가 돌아가던 도중, 마치 하늘에서 쏟아지는 듯한 폭포수와 거울처럼 맑고 깨끗한 호수를 발견한 양주희는 이곳에서 샤워하겠다며 발길을 멈추었다.이도현은 어쩔 수 없이 선배가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망을 지키기로 했다.이도현은 계곡 입구에 서서 신기로 주변에 사람 하나 없고 심지어 수컷 동물조차 없이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바로 계곡 입구에 앉아 신기를 타고 음양탑의 세
“네? 정말이에요? 태허산과 관련이 있다고요?”공인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물었다.“공주마마, 제가 어제 상인들의 얘기를 들었는데 대진제국에 한 소년이 나타나 성역 7대 세력 중 하나인 천현문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고 합니다. 천현문의 많은 강자를 죽였고 두 도련님까지 죽였으며 고위층 인원도 수많이 죽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소년이 대진제국과도 시비가 붙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모든 일이 대진제국 넷째 황자인 진정의 저택에서 발생했고 대진제국의 여러 왕후도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지금 이 일로 인해 대진제국이 난리가 났습니다.”“그... 그게 정말이에요? 그 소년이 우리 태허산의 제자인 게 확실한가요? 소년의 성함이 어떻게 되죠? 왜 천현문과 대진제국을 상대했는지 아시나요?”공인아가 눈이 휘둥그레져 물었다.“저도 알고 있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사건의 시작은 천현문과 대진제국에서 태허산의 한 제자를 납치한 모양입니다. 그 후 태허산의 한 소년이 납치당한 사람을 구하러 왔다가 대진제국 넷째 황자의 저택에서 싸움을 벌였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대진제국에서 태허산이 가진 곤륜옥의 비밀을 탐내다가 일이 더욱 커졌습니다. 태허산 제자들의 이름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듣지 못했습니다. 그저 붙잡힌 제자의 이름은 성이 양 씨고 끝 자가 ‘희’자라는 것밖에 모릅니다. 그리고 그 소년은 하룻밤 사이에 이름을 날렸습니다. 그 상인이 말하기를 지금 대진제국의 모든 사람이 그 소년에 대해 논의하고 있답니다. 너무 강하고 남들이 하지 못하던 일을 해냈다면서. 소년의 이름이... 이도현이었습니다.”“이도현은 저의 막내 후배가 맞아요. 그리고 양 씨라... 여섯째 후배 양주희인 것 같아요. 정말 제 후배들이에요. 벌써 십여 년이 지났는데 성역에서 후배들의 이름을 듣게 될 줄은 몰랐어요. 너무 좋네요... 근데... 혹시 제 후배들 지금 상태가 어떻죠? 다치지는 않았나요?”공인아가 감정에 북받쳐 말을 더듬었다. 그녀는 서둘러 용좌에서 내려와 방금 입을 연 대신 앞으로 다
최근 성역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이미 주작제국에 전해졌다.주작제국은 성역의 가장 남쪽에 자리 잡고 있다. 마침 대진제국과 정반대 편에 있기에 소식이 전해지기까지 며칠의 시간이 걸렸다. 그것도 꽤 빨리 전해진 편이었다.누군가 이 소식을 전문 전달한 것이 아니라 왕래하는 상인들이 오고 가며 이 소식을 퍼뜨린 것이었다. 그러니 단 며칠 만에 대진제국에서 벌어진 일을 주작제국까지 퍼뜨렸다는 것은 매우 신속한 편이었다.이 말을 들은 공주의 얼굴에는 그리운 기색이 스쳤다. 태허산은 그녀의 사문이었다. 오래전, 주작제국에 내란이 일어났을 때 공주의 부모는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비밀리에 그녀를 황궁 밖으로 내보냈다.하지만 반란군이 그녀를 추격했고 동행하던 호위무사는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며 그녀를 고무계 밖까지 데려갔다.홀로 남겨진 몇 살밖에 안 되는 어린 여자애는 세속계에서 구걸하며 살았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음식을 주워 먹기도 하고 길거리의 유기견과 음식을 뺏어 먹기도 했다.그 시절은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시기였다.다행히도 나중에 그녀는 스승을 만나게 되었다. 스승은 그녀를 불쌍하게 여기면서 제자로 받아들였고 태허산으로 데려가 무공을 가르쳤다.그녀는 태허산에서 비로소 가족의 따뜻함을 느꼈다. 스승은 그녀를 친딸처럼 대했고 세 명의 선배는 그녀를 세심히 돌보았다.태허산에 있는 몇 해 동안 그녀는 가족의 따뜻함을 느꼈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무공 실력도 키웠다.후에 주작상제가 반란을 바로잡고 국면을 안정시킨 후 그녀는 제국의 유일한 공주로서 다시 제국에 돌아갔다.태허산에서 돌아온 후 그녀는 줄곧 주작상제를 도와 나랏일을 처리하느라 한 번도 사문에 돌아가지 못했다. 이 일만 생각하면 그녀는 깊은 죄책감을 느끼곤 했다.그녀는 아직도 스승과 선배들이 자신에게 무공을 가르치던 기억이 생생했고 선배들과 장난치다 셋째 선배에게 혼났던 순간들이 떠올랐다.또한, 스승이 거의 죽을 뻔했던 막내 후배를 데려왔는데 몇 달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죽을 고비를 여러 번이나
젊은 층에서 새로운 인재가 나오면서 그들은 전방에서 물러나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넘겨주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랏일에 관심을 끈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조정에 나가 건의를 제기하면서 제국을 위해 힘을 보태고 있었다.지금 제국이 위기에 처하자 그들은 또 발 벗고 나서려 한다.이것이 참된 군인의 사명이고 책임감이었다. 그들은 늘 국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다.“장군님들...”공주는 감동에 겨워 말을 잇지 못했다.“장군님들, 저는 여러분이 제국을 위해 싸우려는 마음을 잘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금 서북에 필요한 인력은 병사를 이끌 장군이 아니라 도급경지의 강자입니다.”한 노자가 흥분해서 말했다.“그...”노장군들은 말문이 막혀 대답하지 못했다. 반박하고 싶었지만, 이것이 사실이었다.그 노자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지금 서북성에 필요한 것은 병사를 지휘할 장군이 아니라 기세를 올릴 도급 강자들이었다.도급경지의 강자가 나서지 않고 노장군들만 나선다면 그저 목숨만 잃을 것이다.그들은 병사를 잘 이끌 수 있지만, 내공이나 도행으로 따지면 너무 보잘것없는 존재였다. 특히 청운제국의 슈퍼 강자들 앞에서는 한낱 볼품없는 존재에 불과했다.노장군들에게는 너무나도 슬픈 사실이었다.“어르신들, 계속 적임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저라도 나서야 할 것 같아요. 제국 각지에서 적임자를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하지만 저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요. 서북성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 모르잖아요. 우리가 여기서 대책을 상의하는 날이 길어질수록 서북성에서 더 많은 병사가 죽어 나갈 거예요. 저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요.”“아바마마께서 폐관하기 전, 태자를 저에게 맡기면서 저더러 태자를 잘 보좌하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후, 화산 맹수 사건이 폭발하면서 태자가 앞장서서 몇몇 왕후들과 함께 화산 관문을 지키러 갔죠. 태자가 떠나기 전, 저에게 궁전을 잘 지키라 당부하셨고, 제국의 유물인 불사조 깃털을 맡기셨어요. 그러니 지금, 이 국면에 제가
“공주마마. 현재 제국에는 지원을 보낼만한 적합한 인물이 없습니다.”한 노신이 대답하더니 그에 대한 설명까지 늘려놓았다.“공주마마도 아시다시피, 최근 들어 화산에 대형 맹수가 빈번히 출몰하면서 관문을 공격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백성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많은 장군과 강자가 화산으로 가서 맹수를 진압하고 있습니다. 청운제국이 이 시점에 대량의 인원을 파견하여 우리 서북성을 공격한 것은 우리가 화산의 맹수를 진압하느라 고수를 파견할 여력이 없다는 점을 노린 것입니다. 이 틈을 타서 서북성을 차지하려는 것이 분명합니다.”“나쁜 놈들, 남의 위기를 틈타다니.”용좌에 앉아 있던 공주가 화를 내며 말했다. 그러고는 급히 되물었다.“화산 쪽 상황은 어떻게 되었나요? 몇 명의 강자만 빼내서 서북성을 지원할 수는 없나요?”“공주마마, 그것 또한 불가능합니다. 오늘 화산 쪽에서 전해 받은 소식에 따르면, 그곳의 전황도 매우 긴박합니다. 화산에 있는 여러 왕후장상이 보고하기를, 이번 화산 맹수의 습격이 여느 때보다 훨씬 거세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보다 등급이 높은 맹수도 많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특히 지난 이틀 동안, 맹수들은 마치 어떤 기운에 끌리기라도 한 듯 미친 듯이 돌파하려 들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낮은 등급의 맹수를 희생시키면서까지 관문을 강제로 열려고 했습니다. 저희가 이번에 많은 병력을 보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화산의 방어선이 진작에 무너졌을 것입니다.”“사태가 이렇게 심각한가요?”공주는 대뜸 놀랐다. 며칠 동안 그녀는 폐관 수련 중인 아바마마를 지키느라 국정에 신경을 쓰지 못했더니 상황이 이렇게까지 심각해질 줄이야. “공주마마, 안심하십시오. 화산 쪽 상황이 심각하긴 하지만, 아직 통제할 수 있습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화산이 아니라 서북성입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서북성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청운제국에서 우리 주작제국의 서북부 관문을 완전히 뚫을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저희는 서북부의 성을 전부
“누군가가 선배들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그 사람을 영원히 불행하게 만들어 버릴 거예요. 그리고 저는 선배들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거예요.”이도현이 단호하게 말했다.양주희는 이도현의 확고한 눈빛과 자신감 넘치는 표정에 잠시 넋을 잃었다.“그래. 이제 그만 가자...”양주희는 한껏 만족하며 앞장서서 걸어갔다.이도현은 앞으로 당차게 걸어가는 선배의 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만약 방금 질문에 한마디라도 잘못 대답했다가 여섯째 선배에게 크게 혼났을 것이다. 아주 대판 싸우거나 며칠 동안 말을 걸지 않았을 것이다.더구나 돌아가서 모든 선배에게 고자질하면 정말 큰 일이었다.이도현은 이제 더 이상 세상 물정을 모르는 어린애가 아니었다. 지금의 그는 여자들의 마음을 잘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여자들의 실제 뜻과 반대되는 말들을 잘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제 더는 저급한 실수들을 하지 않았다.여자들과 오래 지내다 보니 이도현도 어느새 이 방면에서 능수능란한 베테랑이 되었다.두 사람은 계곡에서 걸어 나와 무림계로 통하는 길을 향해 걸어갔다.그리고 같은 시각, 성역의 남쪽에 있는 주작제국의 황궁에서 큰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아름다우면서도 우아함을 갖춘 여인이 주작상제의 용좌에 앉아 아래에서 무릎 꿇고 있는 신하들을 위엄 있게 내려보고 있었다.“공주마마, 청운제국이 다시 우리의 변경을 침략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변경의 상황이 아주 심각합니다. 청운제국에서 이번에 모든 것을 건듯 대량의 고수를 파견해 저희의 서북 변경을 필사적으로 공격하고 있습니다. 저희 주작 대군이 큰 손해를 입었고 변경을 지키고 있던 장군이 지원을 요청했습니다.”“공주마마, 상황이 매우 심각합니다. 서둘러 지원을 보내지 않는다면 서북성이 함락될지도 모릅니다. 공주마마, 하루빨리 결정을 내려 주십시오.”몇몇 왕후들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며칠 전, 청운제국은 몇몇 고수들을 파견해 아무런 예고 없이 주작제국의 서북성을 공격했다.이에 서북성을 지키고 있던 주작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