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흥.두 마리 신용이 포효하는 소리와 함께 이도현이 주먹을 내질렀다.강력한 기운은 공간을 뚫을 듯한 기세로 나아갔고 주변 공기마저 이도현의 주먹에 따라 방향을 바꾸는 것만 같았다.이도현이 주먹을 휘두른 순간, 천현문 조상은 전례 없는 위기감을 느꼈다. 즉 죽음의 기운이 찾아왔다.천현문 조상은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죽음의 기운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죽음은 늘 그에게 너무나도 먼 존재였다. 특히 도급경지를 돌파하면서 수백 년의 수원을 얻은 이후로 그는 죽음과 더욱 멀어졌다.천현문 조상은 수명이 끝나지 않는 한 이 세상에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거라 생각했다.그런데 방금 이도현의 주먹에서 죽음의 기운을 느끼고 말았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내가 왜 저 녀석의 주먹에서 위기감을 느껴?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왜 저렇게 강해? 아무리 용골의 힘에 이어 곤륜옥의 비밀과 음양탑을 얻었다고 해도 무공을 수련한 지 몇 년밖에 안 된 놈인데... 저놈이 설사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수련했다고 해도 지금의 경지에 도달할 수는 없었을 텐데. 아무리 강력한 신물을 지녔다고 해도 그만한 그릇이 못 되면 제대로 다루지 못했을 건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천현문 노자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는 이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의 눈에 이도현은 능수능란하게 신병무기를 다루는 세 살짜리 남자아이 같았다.이건 정말 이상한 그림이다. 세 살짜리 아이가 보검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도 불가사의할 정도인데 이미 여섯 살짜리 아이를 거뜬히 이겨버린 상황이다.그런데 지금 이 세 살짜리 아이가 일곱 살짜리 아이까지 이길 기세다. 이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노자는 더 이상 다른 걸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왜냐하면, 이도현의 주먹이 거의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마음에 불평과 불만이 가득 쌓인 노자는 소리치며 모든 실력을 끌어모았다. 그는 도급경지 이상의 실력을
이 노자는 올해 몇 살인지 얼마나 오래 수련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냥 수많은 세월을 뒷산에서 은거하면서 무도를 탐구해왔다. 비록 궁극의 경지에 이르진 못했지만 웬만한 회도경지의 강자보다 훨씬 강대했다.그런데 이렇게 한창 어린 후배에게 도발 당했으니 화가 안 날 수 없었다.마침 달려온 다른 천현문 제자들은 이도현의 건방진 말을 듣고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놀랐다.“와... 저 녀석 뭐야? 드디어 미친 건가? 어떻게 우리 조상님께 저런 말을...”“감히 우리 조상님을 먼저 공격해? 정말 죽고 싶은 건가? 세상에...”“이 조상님은 오랫동안 폐관 수련만 했어. 듣는데 의하면 조상님의 실력은 이미 궁극의 경지에 닿았다고 하더군. 그런데 지금 새파랗게 어린놈이 먼저 조상님을 공격했다니.”“저 녀석 정말 지나치게 거만하군. 저 정도면 그냥 죽여달라는 거잖아.”“젠장. 저놈이 바로 살인마 이도현이야. 우리 천현문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저놈은 죽어 마땅한 존재야. 조상님이 반드시 저놈을 죽일 거야.”천현문 제자들은 주먹을 꽉 쥐고 이마에 핏대가 설 정도로 이를 악물었다. 다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이도현을 쏘아보았다. 당장이라도 나서서 이도현을 죽이고 싶은 심정이 굴뚝 같았다.같은 시각 이도현은 어느새 노자 앞에 나타났다. 이 순간 이도현은 전신의 피가 끓어오르면서 강대한 기운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이도현은 자신의 힘을 아끼지 않고 전부 밖으로 내보냈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용골을 정제하여 얻은 청용과 교룡 척추골을 융합하여 얻은 교룡이 동시에 그의 주변에 나타났다. 두 마리 신용의 허상이 거세게 포효하자 이도현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처럼 무서운 기세를 풍겼다.“헐. 저게 뭐야? 저 녀석 대체 무슨 괴물이야? 어떻게 몸에 교룡과 신용의 허상이 동시에 나타나? 저건 공법이야 비책이야?”“나 잘못 본 거 아니지? 저 청용과 교룡의 허상이 방금 이도현의 몸에서 나온 것 같은데... 젠장. 이게 맞아?”“이
노자는 성난 얼굴로 이도현을 노려보더니 냉소하며 말했다.“이놈아, 내가 너를 과소평가했구나. 네가 이토록 높은 경지에 이르렀을 줄이야. 정말 놀랍군. 하지만 이런 공격을 몇 번이나 더 버틸 수 있겠느냐? 네 원력이 얼마 못 버틸 것 같은데? 내 예상이 맞는다면 네놈이 방금 그 한 방에서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했어. 그럼 남은 수원이 얼마나 될까?”노자가 엄청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노자는 이도현이 자기 생명을 불태웠기에 자신을 수십 걸음이나 밀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도현처럼 젊은 나이에 어떻게 자신을 상대할 수 있겠는가?이 말을 듣자 이도현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참 귀여운 영감이야. 줄곧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 살았나 보네. 생각하는 것도 그렇고. 행동하는 것도 그렇고...’“하하하. 그 짧은 시간 안에 엄청 많은 걸 고민했나 봐. 그런데 지금 그 말이 나를 협박하는 건지 당신을 위로하는 건지 모르겠어. 왜 그렇게 자신해? 왜 당신이 다음번에 무조건 나를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이도현이 웃으며 말했다.“그 답은 곧 알게 될 테다. 이놈아, 덤벼라. 다시 한번 네 실력을 보여줘.”말을 마친 노자는 그 자리에 잔상만 남기고 곧바로 이도현 앞에 나타나 주먹을 힘껏 날렸다.이도현도 주먹을 꽉 쥐고 체내의 강대한 원력을 끌어올리며 정면으로 맞섰다.펑.두 사람의 주먹이 부딪히는 순간 엄청난 힘이 폭발하여 이도현은 당장에서 튕겨 나갔다.이도현은 오래간만에 이런 통증을 느껴본다.하지만 이것은 이도현이 약해서가 아니라 용골을 융합한 후 자신의 육체가 얼마나 강한지를 시험해보기 위해서였다. 즉 방금 그 주먹은 단순히 이도현의 육체적 저항력이었다.시험 효과는 아주 뚜렷했다. 도급경지를 훨씬 넘어선 강자의 주먹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도현은 아무런 상처를 입지 않았고 단지 몇 걸음 뒤로 물러섰을 뿐이다.이것만으로도 용골을 융합한 후의 육체가 얼마나 단단한지를 충분히 보아낼 수 있었다.이도현은 그제야 알았다. 왜 사람
“이 악마야. 네가 감히 우리 천현문 제자를 죽여? 오늘 너를 반드시 죽여버리겠다.”먼 곳에서 누군가 화를 내며 소리쳤다. 목소리만 들어도 여간 화난 게 아니었다.이도현이 피식 웃었다. ‘드디어 한 명이 나타났네.’이도현은 눈앞에 나타난 노자를 바라보며 발걸음을 전혀 멈추지 않았다.“아악...”이도현이 발로 장기철의 머리를 차버리자 장기철은 비명과 함께 마침내 세상을 떠났다.그 순간, 장기철의 얼굴에는 고통이 아니라 해탈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장기철 자신도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여겼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갖은 고초를 겪어본 사람만이 죽음이 가장 무서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가장 무서운 일은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것이다. 즉 자신의 생사가 남의 손에 달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고통이다.“이놈아, 너 죽고 싶어서 환장했느냐? 죽어라...”막 도착한 노자는 이도현이 자기 눈앞에서 장기철을 죽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이건 명백한 도발이었다. 그러니 노자도 절대 가만있을 수 없었다.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은 노자는 즉시 공격을 날렸다.콰르릉.노자의 몸에서 강대한 힘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순간 주변 공기는 강력한 기운으로 가득 찼고 세상은 멸망될 것처럼 어두워졌다.노자의 강력한 기운이 압도적인 기세로 휘몰아치자 산과 땅이 흔들렸다. 이 무서운 기운에 이도현도 저절로 미간을 찌푸렸다.이 사람은 그전의 조상보다 적어도 몇 배는 강했다. 두 사람의 실력은 아예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다음 순간 노자는 놀라운 속도로 이도현 앞에 나타나더니 손바닥을 힘껏 들어 이도현의 가슴을 향해 내리쳤다.“속도가 엄청 빠르네.”정신을 차린 이도현도 노자의 속도에 완전히 놀라고 말았다.노자의 속도는 이도현이 하산한 이후로 본 사람 중에서 가장 빨랐다. 또한, 싸움에서 이도현이 반응하기 전에 그를 가장 가까이한 사람이기도 했다. 이로써 노자의 실력이 얼마나 강대한지 알 수 있다.하지만 이도현은 그 속도에 별다른 걱
“하하하. 이놈아, 빨리 날 놓아줘. 안 그러면 저 두 계집애가 죽는다. 하하하. 빨리 멈추라고...”장기철은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고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이 큰 소리로 웃어댔다.그러나 이도현은 자신을 위협하는 천현문 제자들을 냉랭하게 바라보며 무심하게 대답했다.“이봐. 또 죽음을 자초하잖아. 난 원래 너희들을 봐주려 했어. 너희들도 명령을 따른 죄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너희가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 있었던 거고. 그런데 이렇게 스스로 죽음을 자초할 줄이야. 어디를 가든 꼭 이런 사람이 있다니까. 늘 자기가 잘난 줄 아는 사람. 잔꾀를 부리면 모든 일이 자기 생각대로 풀리는 줄 알아. 사실은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목숨만 잃는데 말이야. 그래도 너희에게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지. 지금 당장 그 손을 놓고 도망치면 너희를 죽이지는 않겠다.”이 말을 들은 천현문 제자들은 잠시 멈칫하더니 곧이어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헛소리 그만하고 당장 우리 장로님을 풀어줘. 안 그러면...”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도현은 이미 그들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납치되었던 소유정과 한소희는 어느새 이도현의 품에 안겨 있었다.“너... 어떻게...”다들 이도현의 속도에 깜짝 놀랐다. 아무도 이도현의 행동에 반응하지 못했다.“살아남을 기회를 줬는데도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건 너희들이야. 죽어라.”이도현은 말하면서 여전히 납치 자세를 취하고 있는 두 제자의 팔을 붙잡고 힘을 팍 썼다.치지직.곧이어 살이 찢기는 소리가 들렸다. 이는 이도현이 맨손으로 두 제자의 팔을 뜯어낸 소리였다.“아악...”두 제자는 비명을 지르며 상처를 부여잡고 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죽어...”이도현은 두 제자를 세차게 걷어찼다. 그러자 두 사람은 장기철 곁에 떨어져 피를 몇 번 토하고 한참을 꿈틀거리다 이내 소리가 없어졌다.나머지 몇몇 제자들도 이도현의 주먹 한 방에 숨지고 말았다. 이도현의 힘이 얼마나 센지 제자들은 온전한 시신조차 남지 못하고 혈안개로 되어 사라져 버렸다.
“너희들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나를 여기까지 몰아넣었잖아. 그런데 지금 와서 살려달라고? 왜 진작에 나를 놓아주지 그랬어? 이제 와서 무섭고 아픈 거 알면 뭐해? 이미 모든 게 늦었는데.”이도현은 바닥을 뒹구는 장기철을 냉랭하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눈빛에는 그 어떤 동정심이나 연민도 없었다. 이도현은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자들에게 동정심을 보이면 결국 자신만 손해 본다는 것을. 지금 아무리 불쌍하고 처절한 모습을 보인다 해도 기회만 주면 망설임 없이 자신을 죽이고, 자신의 주변 사람까지 모조리 죽일 것이다. 이도현은 이런 사람을 수없이 봐왔다. 그래서 절대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고 반드시 죽여야 할 상대는 더욱더 봐주지 않았다.“제발... 제발 살려줘... 나 너무 고통스러워... 다시는 이러지 않을게... 제발 한 번만 살려줘... 제발... 이도현... 아악... 살려줘... 이 도련님... 아니, 이 어르신... 제발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다시는 이러지 않겠습니다... 아악... 제발... 제가 이렇게 무릎 꿇고 빕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장기철은 발악하며 바닥에서 겨우 일어나 이도현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애원 가득한 목소리로 용서를 빌며 끊임없이 머리를 조아렸다. 제발 이 고통 속에서 자신을 벗어나게 해달라고 간청했다.“살려달라고? 꿈도 꾸지 마라. 나는 여기 서서 네가 고통 속에서 죽어가는 걸 끝까지 지켜볼 거다. 그리고 너의 나머지 조상이 너를 구하러 오길 기다릴 테다.”이도현이 냉랭하게 말했다.“이도현... 너... 정말 끔찍해... 너는 사람도 아니야... 이 악마 놈아, 차라리 나를 죽여... 그냥 시원하게 죽여줘... 어서. 이 빌어먹을 놈아... 빨리 나를 죽이라니까.”장기철은 신기가 사라지는 과정이 너무 괴로워 차라리 죽고 싶었다. 그래야만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장기철도 예전에는 죽음을 두려워했지만, 지금은 당장이라도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죽어야만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