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줄기 위로 파리가 끊임없이 날리고 윙윙거리는 소리에 다들 오금이 저리는 것만 같았다.이것은...이윽고 그 자리의 사람들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 보였다. 그들은 줄줄이 뒤로 물러서며 겁에 질린 채 그 남성을 쳐다보았다.남자는 축의금 등록 테이블까지 걸어가더니, 쓰레기봉투를 테이블에 놓고 천천히 열었다.손을 흔들자, 검은색 쓰레기봉투에서 동그란 물건이 나오며 책상 위에 떨어졌다.쿵!둔탁한 소리와 함께 모든 사람들의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을 것이다. 그 자리에 떨어진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피범벅이 된 머리라는 것을!그 머리에서는 피가 계속 떨어졌고, 험상궂은 얼굴에 의심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목이 베었을 때, 머릿속으로 분명 뭔가 중요한 문제를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아…”짧은 경악 소리와 함께 군중 속에서 어린 소녀들과 겁먹은 여인들이 소리를 질렀다.공포에 질린 이 비명은 순식간에 온주씨 가문 안에서 울려 퍼졌다.모두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고, 사람의 머리를 본 순간 다들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그, 그 사람이야…”군중 속에서 어떤 이들은 이도현을 알아봤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여긴 왜 온 거야?”“할아버지, 도현 오라버니예요!”소유정이 이도현을 보며 놀란 듯 소리 질렀다.“할아버지, 얼른 봐요. 도현 오라버니가 설마 위험에 처하는 건 아니겠죠?”소유정은 이도현의 안전이 걱정되었다.그녀는 이도현이 오늘 얼마나 심하게 했는지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다른 가문 어르신의 생신에 사람 머리를 들고 왔는데, 이보다 더 무례한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한편, 정북 장군 소창열도 어리둥절했다. 한평생 군인이었던 그는 지금까지 많은 상황을 봐왔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생일 파티에 사람의 머리를 들고 온 경우는 그도 처음 보는 상황이었다.“대체 뭐 하려는 거지? 주씨 가문과 원수지간인가?”이때, 군중 속에서 한 여인이 다급히 이도현의 앞으
바깥의 움직임이 점점 커짐에 따라 집 안에서 많은 거물들이 속속히 나왔다.주씨 가문의 한 남성이 나온 뒤, 사왕 기황현도 따라 나왔다. 그는 이도현을 보는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이도현, 감히 주씨 가문에서 소란을 피워?”그 옆에는 백호당 당주 백호문이 있었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이도현, 여기는 네가 감히 소란을 피울 수 있는 곳이 아니란 말이야!”이윽고 그들 뒤에 많은 사람이 나타났지만, 그들은 큰소리로 이도현에게 호통치지 않고, 오히려 작은 소리로 의논하기 시작했다.“저놈 뭘 잘 못 먹은 거 아니야? 어떻게 감히 여기에 와서 소란을 피울 수 있지?”“똥오줌 구분 못 하는 거지 뭐.”“오늘 주 씨 어르신 생신인데, 하필 선택해도 이런 날을 선택하냐?”그 외에도 한 무리 고수들이 뒤 따라 밖으로 나왔다.그들은 이도현이 한 사람의 머리를 들고 왔다는 것을 알고 놀란 나머지 멍해졌다.이도현은 그 사람 중에서 아는 사람도 있거니와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그는 대꾸조차도 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그저 시큰둥한 눈초리로 그들을 힐끗 쳐다보더니, 이내 냉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주장생더러 나오라고 해! 3분 내로 나오지 않으면, 내가 들어가서 죽여버릴 거야. 그때 가서 너희들이 죽을지 살지는 나도 장담 못 해!”이도현의 오만방자한 소리에 저마다 쥐 죽은 듯 조용히 있었다.주 씨 어르신이 3분 안에 나오지 않으면 죽이겠다니!요즘 젊은이들은 다 이렇게 대담하고 오만하단 말인가?이도현의 건방진 말투에 그 자리에 모든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도현 오라버니…”소유정은 놀란 나머지 눈을 크게 뜨며, 행여나 소리라도 지를까 봐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소창열 같은 노 장군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두피가 저리는 것만 같았다.주 씨 어르신이 비록 평범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염국에서 그의 권력과 비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게다가 주씨 가문의 뒤에는 선진 가
오늘 일부러 주 씨네 집까지 찾아온 건데, 어떻게 참을 수 있단 말인가?이것은 주 씨 어르신이라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온다고 해도 그는 오늘 반드시 그 죽이고 말 것이다.“주장생, 당장 나와.”이도현이 갑자기 크게 외치며 바닥에 쿵쿵 발을 굴렀다.쾅!바닥이 크게 흔들리더니 이도현 발밑의 땅이 와르르 무너졌다. 그러더니 지면에 금이 한 줄 한 줄 가면서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갈라졌다.“감히 사람을 시켜 날 죽이려 하다니! 주장생, 빨리 나와, 뭐 하는 거야?”이도현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것만 같았다.“3분 내로 나오지 않으면 내가 죽이러 들어간다고 말했지? 내가 오늘 여기에 온 목적은 주장생을 찾으러 온 거야. 너희 나머지 사람들과는 무관한 거니까 다들 비켜. 그러지 않으면 너희들도 죽음을 맛보게 될 테니까!”이도현이 차갑게 말하며 주씨 가문의 로비 쪽을 향해 걸어갔다.“네 놈이 감히!”이때 주씨 가문에서 한 젊은이가 걸어 나오며 이도현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이도현,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설쳐!”이도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검기로 그 사람의 말에 답했다. 그 검기와 함께 조금 전 소리를 질렀던 주씨 가문의 사람은 그 자리에서 피안 개로 변해버렸고, 아무런 찌꺼기조차도 남지 않았다.“이게 죽으려고 환장했나! 감히 사람을 죽여?”주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노호했다.“저놈을 당장 죽여라!”그의 명령에 따라, 주씨 가문에서 모신 강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돌진해 왔다. 그들도 비록 이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평소에 주씨 가문에서 그들을 높이 모시며 하루 종일 먹고 마시게 하고, 원하는 대로 여자도 매일 바꿔주고 천재 지물도 매일 가져다주고 있으니, 이번에는 그들이 나설 차례이다.주씨 가문에서 그렇게까지 잘해줬는데 이 상황에서 나서지 않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이윽고 주씨 가문의 무인이 주씨 가문 도련님의 명령에 따라 돌진했다.이도현은 손을 쓰지 않고 손가락을 검으로 삼았고,
“너 죽고 싶어?”갑자기 주씨 가문의 뒷방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들려오며, 곧이어 한 노인이 앞장서 나왔다.그는 이도현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보고 큰 소리로 외쳤다.“짐승 같은 놈! 감히 여기에 와서 살인을 저질러?”그 노인은 노호하며 주먹을 휘두르더니 이도현을 향해 매섭게 달려들었다.그의 주먹 한 방에 주변 공기가 찢어지는 듯했고, 강한 기운이 이도현을 향해 휘몰아쳤다.그 노인이 나타나는 순간 이도현은 그가 제급 정상의 강자임을 느꼈다.주 씨 평범한 가문에 이런 고수가 있다니?이도현은 전혀 믿겨지지가 않았다.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일단 오늘 사람을 죽이러 왔으니, 그 누가 감히 이도현을 막아서겠는가? 지금 상황에서 그 어떤 대단한 고수라도 그에게 있어서는 전혀 상관없을 것이다.“꺼져!”이도현도 똑같게 주먹을 휘둘렀고 전혀 주저하지 않은 채 음양 신공을 쓰기 시작했다.음양 신공의 위력을 이런 고수에게 검증하기가 지금이 적합한 타이밍이다.그는 주먹 한 방에 평소보다 두 배나 많은 힘을 가하며 주먹을 휘둘렀다.우르릉!굉음과 함께 이도현과 노인의 주먹이 공중에서 부딪혔다.주먹이 부딪히는 순간, 노인은 한 줄기 강한 힘이 그를 향해 전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그 주먹이 지닌 힘은 마치 강철 칼처럼 그의 얼굴을 베는 듯했다.노인의 옷은 주먹이 가진 힘을 견디지 못하고, 조각으로 변한 채 갈기갈기 찢어졌다.그의 주먹이 부딪히는 순간, 아예 팔뚝까지 피안 개로 변해버렸다.노인은 제급 강자로서, 주먹 한 방에 팔 전체를 망가뜨릴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는 입고 있던 옷마저 다른 사람에게 맞아서 없어졌고 팬티까지도 전부 없어졌다.노인은 달갑지 않은 듯 이도현을 쳐다보더니, 완전히 벌거벗은 채 땅바닥에 쓰러졌다.그와 같은 강자는 평생 체면을 세우며 살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죽음이 임박했을 때, 사람들에게 조금의 프라이버시도 없이 이런 모습으로 보이다니!그는 행동으로 선조들의 말을 증명한 셈이다.이도현은 주먹을 거둬들이며
영감탱이!이것이 주 씨 어르신의 별명이란 말인가?그 자리의 모든 사람들이 다 멍해진 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누가 감히 주 씨 어르신께 이렇게 무례하게 구는 건 처음 들어보니 말이다.하지만 그 놀라움 속에서 누구도 감히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모든 사람이 멍해 있을 때쯤, 한 무인이 군중 속에서 걸어 나왔다. 그러더니 그가 이도현을 향해 크게 분노하며 소리를 질렀다.“이도현, 겁대가리 없는 녀석. 주 씨 어르신이 네가 감히 모욕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너…”그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백호당의 부당주 김천성이었다.백호당과 이도현 사이에도 깊은 원한이 있다. 그 원한은 누구 하나가 죽어야만 끝나는 지경에 다다랐고, 이도현의 현재 모습에 김천성이 참지 못하고 나선 것이었다.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도현은 검 하나를 꺼내더니 바로 그의 머리를 잘라버렸다.그 순간 다들 뒤로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고, 눈빛에는 공포감이 스쳐 지났다. 그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등 뒤에서 서늘한 기운이 올라오는 것만 같았고, 이도현의 강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도현은 누군가가 한마디 하면 바로 머리를 잘라버리며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한편 김천성과 같은 사람은 결과에 대해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이번 기회에 멋지게 나서서 주씨 가문에 들어가려 했던 사람들도 현재 그 장면에 다들 순순히 입을 다물었다. 그들은 조금 전 나서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한편, 이도현을 걱정하던 소유정도 그의 건방진 행동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녀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할아버지의 팔을 두 손으로 감싸안았다. 너무 걱정이 앞선 탓인지, 그녀는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다.그녀뿐만 아니라 바로 그 옆의 소창열 노장군도 지금은 식은땀을 흘리고며 그 장면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소창열은 원래 모든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이도현을 구하려고 했었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이미 은퇴한 정북 장군이 좌지우지할 일이 아니었다. 그에게 약간의 권한이 있긴
주씨 가문의 세 번째 도련님은 염국의 상업계에서 부끄럽지 않은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거의 모든 염국의 경제를 장악하고 있었고, 그의 말 한마디라면 그 어떤 업계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그의 말이 떨어지자 소창열의 주변 사람들은 행여나 자신들까지도 연루될까 봐 다들 뒤로 물러섰다.그렇게 소창열과 소유정 두 사람은 바로 고립되어 버렸다. 그들의 주변 수십 미터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한순간에 이상한 장면이 형성되었고, 그 모습은 아무리 봐도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하지만 이것이 적나라한 현실이다. 이 세상에 영원한 친구란 없고 영원한 이익만 있을 뿐이다.이익 앞에서 가장 친한 친구도 당신을 공격할 수 있는 게 요즘 세상이다.한편 이도현은 이 모든 상황이 그저 웃길 뿐이었다. 그는 이 작은 주씨 가문이 은퇴한 장군도 위협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게다가 소씨 가문에서 자신을 도와서 한마디만 했을 뿐인데 이런 결과를 낳을 줄이야!하지만 이도현은 이 모든 것에 대해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들 수중에 있는 재력이나, 주씨 가문에서 수많은 사람이 달려든다고 해도, 전혀 그의 적수가 되지 않으니 말이다.더군다나 현재 지국 전체가 그의 손아귀에 있다. 주씨 가문에서 아무리 강하게 나온다고 해도, 지국 전체와 맞설 수는 없지 않겠는가?“역시 듣던 대로 거만하군!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둬. 너희 주씨 가문이 과연 오늘 살아남을 수 있을까?”이도현이 시큰둥한 얼굴로 말하며 주먹을 날렸다.이도현의 주먹 한 방에 주씨 가문의 무인들은 그 자리에서 바로 날아가 버렸다.그 순간 군중 속에서는 피안개가 형성되며, 마치 피로 된 비가 내리듯 주위를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였다.“아…”“도망쳐…”그 모습에 사람들은 공포에 질린 채 고함을 지르며 뒤로 후퇴하기 시작했다.평소에 높은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나, 세상에 둘도 없는 부자와 권력자들도 생명 앞에서는 하나같이 이기적이었다.그들은 완전히 놀라서 멍해졌다. 평소의 그들은 일반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놀라움 외에도 문득 무언가를 깨달은듯했다.예상외로 이도현과 주씨 가문 사이에 원한이 있으니 말이다.그 자리에 있던 일부 늙은이들은 20여 년 전의 남궁 가문의 일에 대해서 알고 있었고, 이도현이 남궁 우현의 제자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지금 이도현이 제자로서 복수하러 왔으니, 이는 어느 정도는 납득이 가는 상황이었다.그 순간, 그들은 갑자기 주씨 가문이 너무 억울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도현의 무례한 행동과, 철없이 남의 집에 와서 소란을 피우는 것 모두 이유가 있었으니 말이다.한편, 현장에서는 주장생만이 평온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는 전과 다름없이 분노와 증오의 눈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이 잡종 같으니라고! 20년 전의 일은 네가 감히 왈가왈부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만약 복수를 하고 싶으면, 남궁 가문 사람들더러 다시 살아나라고 해! 네까짓 게 뭔데 지금 이 소란이야?”주장생은 평온한 표정으로 가소롭다는 듯 이도현을 바라봤다.쨕!갑자기 청량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이도현이 주장생의 뺨을 후려갈긴 소리였다.그 순간 주 장생의 늙어빠진 얼굴에서는 화끈거리는 통증이 전해졌고, 그 늙은 얼굴은 빠른 속도로 빨갛게 부어올랐다.“이 영감탱이야! 이건 너한테 주는 경고야. 감히 내 사부님을 모욕해?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도현이 싸늘한 눈빛으로 주장생을 죽일 듯이 바라보며 말했다.그가 손을 쓰는 속도는 말 그대로 너무 빨랐다. 너무 빠른 나머지 주장생의 옆에 있는 주 씨네 세 번째 도련님도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그는 자기 아버지의 얼굴이 갑자기 부어오르며, 치아 두 개가 빠진 채 입안 전체가 피투성이인 모습만이 눈에 들어왔다.“이도현! 네, 네가 감히 우리 아버지를 때려?”쨕!주 씨네 세 번째 도련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도현이 그의 뺨도 후려갈겼다. 그는 수십 미터 떨어진 땅에 쓰러진 채 바닥에서 경련을
주장생은 이도현의 분노한 모습에 의기양양하게 웃어 보였다.“하하하, 이 개 같은 놈아! 네가 강하다고 한들 뭐 어쩌겠어? 이 세상에서 강한 자란, 머리가 좋은 사람이야. 실력이 아무리 좋다고 할지라도 머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면 그건 그냥 병신에 불과하지!그 당시 남궁 가문도 위엄이 대단했지만, 결국 협조하지 않아 나에게 살해당했거든? 오늘 너도 똑같이 내 손에 죽을 것이야. 만약 그 남궁 가문의 남궁소이도 태허산에서 내려왔다면, 내가 미리 손봐뒀을 거야! 너희들 지금 엄청 강한 것 같지? 내 눈에는 그냥 병든 닭에 불과해. 무도라, 흐흐흐…”주장생은 차갑게 웃으며, 경멸 섞인 말투로 이도현을 놀려댔다. 그는 마치 모든 것이 그의 통제안에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사람들은 주장생이 이도현에게 뺨을 맞은 뒤, 충격 때문에 이런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했다.이때 갑자기 주장생이 냉담한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모두 다 나와. 이놈을 당장 저세상으로 보내버려!”주장생의 말이 떨어지자,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곧이어 주씨 가문 산장의 사방팔방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고, 순식간에 산장 전체를 물샐틈없이 에워쌌다.그 병사들은 가슴에 수사자의 배지를 달고 있었고, 일부는 백호 배지였다. 그중에서도 주작 배지가 가장 많았다.이 사람 중에는 뛰어난 무술인이 섞여 있었다. 이도현의 감응으로 느껴보니 거기에는 제급 강자만 거의 10명, 황제 급 강자는 20여 명, 왕급 종급은 더더욱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그 상황을 보면서 주장생은 더욱 득의양양하게 웃어 보였다.“이도현! 난 미리 준비해 뒀어. 국현자를 보냈을 때도, 난 네가 쉽게 죽을꺼라고 생각하지 않았거든. 게다가 국현자가 널 죽이지 못했을 경우, 네가 찾아올 거라는 거도 전부 다 내 예상안에 있었지.하하하, 아무리 강한 무술 실력이라 할지라도, 계략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야. 싸우지 않고 남을 굴복시키는 것, 이것이 바로 계략이라는 거야! 내 앞에서 넌 그냥 육체
장우는 넷째 황자의 행동이 역겹게 느껴져 한참이나 손을 닦았다.넷째 황자는 장우의 행동에 기분이 언짢았다.‘나를 혐오하는 거야 뭐야? 내 손이 더러워? 설령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대놓고 손을 닦는 건 너무하잖아. 어디 감히 황족 앞에서 이토록 무례하게 행동해. 겨우 한 종파의 첫째 도련님인 주제에.’‘네 아버지는 한 종파의 장문이지만 내 아버지는 황제시다. 수천수만 명의 백성을 다스리는 황제. 만 명도 안 되는 종파가 감히 비교할 수도 없는 규모지. 대체 무슨 배짱으로 잘난 체하는 거야? 비록 너희도 대진제국과 함께 성역의 최강 세력으로 불리지만 인구 방면에서는 어림도 없어. 어디 감히 나를 혐오해?’‘젠장. 내 손이 더러울 리가 없어. 매일 여자를 안아서 오히려 향기롭기만 하다고. 어디서 건방을 떨어... 딱 기다려. 내가 언젠가는 너를 제대로 혼내겠어...’넷째 황자는 속으로 분노하며 욕설을 퍼부었지만,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진지한 얼굴로 장우의 말을 다 듣고는 맞장구를 쳤다.“그러게요. 장우 씨 말이 맞아요. 모든 것은 하늘의 뜻이고 정해진 운명은 쉽게 바뀌지 않죠. 그러니 인생도 자기 뜻대로 안 될 때가 참 많아요. 운명에 맞서 싸우는 사람도 많지만, 장우 씨가 말한 것처럼 하늘의 뜻을 따라야 수행이 느는 사람도 있죠. 그리고 이는 도를 묻는데 아주 좋은 방법이기도 하죠. 장우 씨가 가장 좋은 예인 것 같아요.”“하지만 저는 생각이 좀 달라요. 무사가 수련을 통해 여러 제약을 하나씩 깨뜨리는 모습이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행위라고 봐요. 즉 무공을 수련하려면 하늘의 뜻을 거스르고 정해진 운명과 맞서 싸워야 하죠.”넷째 황자가 매우 위엄 있게 말했다. 그의 말에는 야망이 가득 묻어있었다.“하하하. 맞아요. 넷째 황자님의 말씀도 맞아요. 한 가지 일에 각자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죠. 황자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저 저와 생각이 조금 다를 뿐이죠...”장우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는 생
‘몹쓸 사람들이네.’넷째 황자의 얼굴에 그늘이 씌어 있었다. 이때 장우가 그의 앞으로 와서 인사를 건넸다.“넷째 황자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장우입니다.”장우를 본 넷째 황자는 순간 표정이 밝아지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장우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장우의 손을 꽉 잡고 아주 열정적으로 말했다.“장우 씨, 정말 오랜만이네요. 이게 벌써 몇 년 만이에요? 저는 늘 장우 씨를 그리워하고 있었어요. 우리가 함께 술을 마시며 놀던 때가 저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너무 그립네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가 아주 먼 옛날처럼 느껴져요.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네요. 그리고 영원히 그 시간에 머물렀으면 좋겠어요.”“장우 씨와 술을 마시며 무술을 담론하던 그 시절이 너무 즐거웠어요. 저에게는 그 시절이 진정한 삶이었어요. 그 시절을 떠올릴 때마다 우리가 지금은 왜 이렇게 멀어졌는지 생각하게 돼요. 다들 크면서 해야 할 일이 생겨 소외된 걸까요? 어떻게 몇십 년 동안 한 번도 못 만나죠?”“어휴... 인생이란 도대체 무엇이길래... 결국, 이익 때문에 서로 멀어지는 걸까요? 왜 예전에 형제처럼 지내던 사람들마저도 낯선 사람이 되는 걸까요? 도대체 왜...”넷째 황자는 장우의 손을 꽉 잡고 눈시울을 붉히며 감정에 젖어 말했다.그 모습은 마치 우정을 매우 소중히 여기는 사람 같았다. 그 어떤 이익 앞에서도 우정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사람 중 양주희를 제외한 모두가 그의 진정한 속내를 알고 있었다.그는 지금의 권리와 지위를 얻기 위해 자신의 친형제와 죽기 살기로 싸웠고 갖은 권모술수를 사용해 경쟁자를 떨쳐냈다.그런 사람이 이렇게 진지하게 눈물까지 흘려가며 말하니 역겹지 않을 수 없었다.넷째 황자의 이런 감동적인 연설을 듣고 있던 다른 영재들은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애써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들어야 했다.그리고 넷째 황자가 그들을 바라볼 때면 억지로 감동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정말 고
넷째 황자는 내시의 말을 듣고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아바마마께서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어?”“네, 전하. 대진상제께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도현을 잡고 이 여인을 남기라고 하셨습니다.”내시가 다시 한번 말했다.“그래. 알겠다.”넷째 황자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대진상제의 또 다른 말뜻을 이해했다.‘어쩌면 이번 일이 아바마마에게 잘 보이는 기회이자 전환점이 될 수 있어.’이런 생각에 넷째 황자는 표정이 더욱 밝아졌고 양주희를 바라보는 눈빛도 더욱 뜨거워졌다.“좋아요. 여러분이 이렇게 말해주니, 본 왕도 안심이 되오. 정말 고맙군요. 방금 아바마마로부터 말이 왔는데, 잠시 후 도착할 사람을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반드시 붙잡고 있으라고 하네요.”“여러분, 저에게 힘을 실어주세요. 저와 아바마마께서 이 은혜를 꼭 잊지 않을 거예요. 여기서 제가 대진제국의 상제를 대표하여 여러분께 미리 감사 인사를 드리죠.”자고로 황제의 아들 중에 만만한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넷째 황자도 결코 간단한 인물이 아니었다.황자의 이 한마디가 매우 간결하고 담백한 것 같지만, 사실은 대진제국과 대진상제의 명분을 빌려 다른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려는 것이었다.역시나 아래에 있던 각 파벌의 젊은 영재들은 눈빛이 확 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말했다.“넷째 황자님, 물론입니다. 상제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저희도 당연히 최선을 다해야죠. 황자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잘 처리하겠습니다.”사람들이 너도나도 결심을 보인 후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잠시 후, 대전 밖에서 갑자기 소리가 들려왔다.“천현문의 첫째 도련님, 장우 도련님을 뵙겠습니다.”내시의 큰 외침 소리와 함께 연회에 있던 모든 사람이 잡담을 그만두고 한껏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대전 입구를 바라보았다.한 청년이 몇몇 노자와 함께 걸어 들어왔다.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은 몸에서 강력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마치 강력한 검기를 품고 있는 날카로운 검처럼
“저의 현재 내공이 성역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고무계에서는 강자에 속해요. 임의의 종파에 들어가도 맘대로 누빌 수 있는 존재이니 매일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풍부한 수련 자원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비록 고무계의 영기가 성역보다 못하지만, 신선 대접을 받을 수 있다면 굳이 여기서 거지같이 살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한 중년인이 말했다.“맞는 말이에요. 저도 이렇게 생각하던 참이었어요. 나중에 저희같이 나가요...”“하하하. 그래요. 같이 나가요... 저희 이제 이런 얘기 그만하고 술이나 마시러 가요.”이 사람들은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국 이 사건이 자신들과 전혀 상관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이 여기서 아무리 분석하고 논의해봤자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이는 애당초 그들이 애간장을 타면서 걱정할 일이 아니었다. 하여 그들은 잡담을 그만두고 떠났다.이도현도 정보를 충분히 얻었으니 넷째 황자의 저택을 향해 갔다.이도현은 상대가 누구든 용서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넷째 황자든, 장 도련님이든, 그의 여섯째 선배를 괴롭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생각이었다....한편, 넷째 황자의 저택은 그가 초대한 젊은 영재들로 가득 찼다. 그들은 각 세력의 뛰어난 제자들 또는 다른 제국의 황족들이었다.즉 넷째 선배에게 초대된 사람은 평범한 젊은이가 아니라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진 천재들이었다.그리고 넷째 황자로부터 조금 떨어진 자리에 신선처럼 아름다운 여자 한 명이 앉아 있었다. 그녀의 존재로 인해 그 자리에 있는 다른 여자가 모두 평범하게 느껴질 정도였다.그녀는 바로 이도현의 여섯째 선배인 양주희였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내공이 제한되어 있어 평범한 여자나 다름없었다.그녀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아름다운 곡선미와 뛰어난 몸매가 드레스에 의해 더욱 돋보였고, 곧은 다리와 풍만한 가슴이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 마치 하늘이 조각한 예술 작품 같아 다른 여자를 무색하게 만들었다.특히 그녀의 차가운 표정은 사람을 가까이하지 못하게
거리에 많은 사람이 이 일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도현은 잠시 들었을 뿐인데 많은 유용한 정보를 얻었다.우선 그의 여섯째 선배 양주희는 현재 대진제국의 황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넷째 황자의 왕부에 있다.또한, 넷째 황자는 여섯째 선배에게 반해 그녀를 보호하고 싶어 한다. 반면 천현문의 첫째 도련님, 즉 이도현에게 살해당한 장선이라는 사람의 형은 동생을 위해 복수하려 한다.그리고 여섯째 선배를 보호하고 싶지만, 장 도련님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 같으니까 넷째 황자는 성역의 유명한 젊은 영재를 초대해 함께 장 도련님을 설득하려 한다.이도현은 그제야 자신이 줄곧 잘못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선은 현천문이 아니라 천현문의 사람이었다. 어디서부터 기억이 잘못된 건지 모르지만 이도현은 이를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그저 길거리 사람들의 대화에 집중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때 조금 전까지 이야기하던 몇 사람들이 또 입을 열었다.“맞아요. 그렇게 쉽게 얘기할 상황이 아니에요. 넷째 황자가 수많은 사람을 초대했다 하더라도, 죽은 사람은 천현문의 작은 도련님이잖아요. 그분은 천현문의 차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천현문의 상징이기도 해요. 그런 사람이 살해당했는데 천현문에서 쉽게 넘어갈 리가 없잖아요. 천현문에게 있어서 이건 한 나라의 태자가 살해당한 거나 다름없는데... 그러니 누군가의 체면을 봐서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닌 것 같아요.”한 중년인이 말했다.“저도 그 말에 동의해요. 천현문의 첫째 도련님이 동생을 얼마나 아꼈는데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의 재능과 자질, 그리고 장남이라는 신분으로 천현문의 작은 문주 자리를 얻지 못하고 동생에게 주어졌을 리 없어요. 천현문의 첫째 도련님이 동생을 그만큼 사랑하니까 작은 문주의 자리도 선뜻 양보했던 거 아닐까요? 첫째 도련님은 뒤에서 동생을 묵묵히 지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거예요. 이런 애정은 정상적인 사랑을 넘어서 집착에 더 가깝죠. 그러니 다른 사람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동생을 죽인 원수를
문무백관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다가 각자의 속마음을 알아차린 듯 눈빛을 교환했다.그들은 언젠가 적당한 기회를 찾아 이 무례한 황제를 혼내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황제는 신선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키려 했다....한편, 이도현은 이제 출발해도 될 것 같아 대진제국의 황성으로 향하기 시작했다.황성의 성문에 도착했을 때 병사들은 몇 마디 묻지 않고 바로 그를 들여보냈다.어찌 됐든 이곳은 대진제국의 황성이고 대진제국의 과반수 고수가 여기에 은거해 살고 있었다. 누군가가 대진제국의 황성에서 소란을 일으킨다면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더구나 대진제국은 누군가 황성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따라서 오가는 사람에게 꼬치꼬치 캐물을 필요가 없었다.이도현은 성문을 통과한 후 목적지인 황성을 향해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하지만 얼마 걷지 않았는데 갑자기 이런 대화가 들렸다.“다들 들었어요? 넷째 황자가 세속계의 여자 한 명을 잡아 왔대요. 이 여자가 고무계에서 천현문의 작은 문주이자 둘째 도련님을 죽였다고 해요. 지금 넷째 황자는 이 일로 그 여자를 심판할 거래요. 그리고 천현문의 첫째 도련님도 곧 오신다고 했어요. 다들 이 얘기 들었어요?”한 젊은 도련님이 말했다.“황성에서 벌써 소문이 쫙 퍼졌어요. 모르는 게 더 이상할 정도예요. 게다가 황성의 수많은 아가씨가 천현문의 첫째 도련님을 한번 보려고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해요.”“그럼요. 천현문의 첫째 도련님은 근 백 년이래 수련 재능이 가장 뛰어난 사람이에요. 현재 백 살도 안 되는 나이에 내공이 이미 회도경지를 돌파했다고 해요. 이 나이가 무사들 사이에서 얼마나 젊은 편인데요.”“맞아요. 백 살에 회도경지를 돌파하는 것은 아주 대단한 일이에요. 무사의 백 살을 보통 사람들의 나이로 치면 마흔 살 정도밖에 안 되잖아요. 게다가 장 도련님이 얼마나 잘생겼는데요. 용모가 훤칠하고 풍채가 좋으니 수많은 여자가 반할 만도 하죠. 하지만 도련님은 단 한 번도 자신을
대진상제는 이 말을 듣고 눈빛이 흔들렸다. 그는 태허산과 곤륜옥에 대한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다.전설 속의 곤륜옥은 천하를 다스릴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도 곤륜옥을 손에 넣고 싶었다.특히 대진제국의 상제가 된 이후로 그의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일들을 겪은 후 그는 이런 생각을 포기했다.이제 곤륜옥의 비밀이 다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심지어 비밀이 조금 밝혀지자 그의 마음속에서 잠자던 욕망도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한 제국의 상제로서 천하통일의 야망을 갖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그는 즉위한 날부터 마음속으로 다른 세 제국을 멸망시키고 대진제국이 성역을 통일하는 포부를 품고 있었다. 그는 성역의 땅에 오직 대진제국의 깃발만 있기를 바랐다.하지만 4대 제국은 창립 이래 서로 견제하며 발전했다. 각 제국의 실력이 늘 비슷했기에 누구도 다른 제국을 멸망시키지 못했다.하여 그는 자신의 포부와 야망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며 평생 실현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그런데 지금 또 갑자기 희망이 보이니 마음속 깊이 숨겨졌던 욕망이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만약 그가 곤륜옥의 힘을 얻는다면 성역을 통일할 수 있고 대진제국을 성역의 유일한 제국으로 만들 수 있다.이런 생각이 들자 대진상제는 더 이상 마음속의 야망과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그는 위엄 있게 물었다.“그 이도현이라는 자가 태허산의 제자라고?”“네, 폐하. 정말입니다. 이도현은 태허산의 제자일 뿐만 아니라 후계자이기도 합니다. 외계에서 들은바, 이도현의 내공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고 합니다. 다들 이도현이 어린 나이에 이토록 강대할 수 있는 것은 이미 곤륜옥의 비밀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이도현이 이미 곤륜옥의 비밀을 얻었단 말이냐?”대진상제는 얼굴색이 돌변하더니 급히 되물었다.“외계에서 사람들이 이렇게 얘기하고 다닙니다. 그 얘기의 진실 여부는 아직 확인이 필요합니다만 이도현은 이제 겨우 서른 초반인데 내공이 진짜 놀라울 정도로 강합니다.
“폐하, 우 호위무사의 말을 들어보니, 같은 사람이 맞는 것 같습니다.”한 대신이 나서서 말했다.“아주 건방진 녀석이구나. 아주 대놓고 찾아오다니. 좋아... 아주 잘 됐어. 이번 일을 넷째 황자에게 전적으로 맡기겠다. 알아서 해결하라고 해. 그리고 넷째 황자에게 전해. 대진제국의 체면을 구기지 말고, 성역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말라고.”대진상제가 냉랭하게 말했다.대진상제는 한 나라의 군주로서, 이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전혀 없었다. 다만 이도현의 행위가 대진제국의 권위를 건드렸기에 그를 조금 눈여겨 봤을 뿐이다.“네, 폐하.”한 내시가 명령을 받고 즉시 전달하러 갔다.“또한, 결계의 일을 즉시 다른 세 제국과 3대 종파에도 알려라. 각 세력에서도 이 사실을 알면 분명 사람을 보낼 것이다. 허허허...”“네, 폐하.”“넷째 황자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 천현문의 사람과 연회를 준비해 천현문의 작은 도련님을 죽인 여인을 심판할 거라고 들었다. 사실이냐?”“폐하, 넷째 황자님은 천현문의 첫째 도련님을 황자님의 왕부로 초대하셨습니다. 말로는 천현문의 작은 도련님을 죽인 여인을 함께 심판하자고 했지만 실은 넷째 황자님이 그 여인에게 반해 협상으로 끝내려는 것 같습니다.”“조사 결과에 따르면, 천현문의 작은 도련님을 죽인 사람은 그 여인이 아니라 이도현입니다. 당시 고무계의 비경에서 천현문의 작은 도련님과 그의 호위무사는 전설의 음양탑을 찾다가 두 여인을 붙잡고 몰래 그녀들의 기억을 읽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두 여인의 후배인 이도현에게 살해당한 겁니다.”사건의 자초지종을 잘 아는 대신이 자세한 상황을 설명했다.“폐하, 오 어르신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하자면 그 두 여인과 이도현은 모두 태허산의 제자들입니다.”“뭐라고? 모두 태허산의 제자들이라고?”대진상제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네, 폐하. 저희가 이미 확인해봤습니다. 저는 이번에 세속계에 있는 진씨 가문에 가는 김에 천 년 전의 진씨 조상을 멸망시켰던 조씨
“폐하, 큰일 났습니다... 누군가가 결계를 뚫고 들어왔습니다...”우기호는 말하던 중 또 피를 토하고 말았다.그는 대전까지 찾아오는 길에 쓰러지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버텼다. 하지만 지금은 쓰러질 때도 되었다.하여 피를 토한 우기호는 대전 바닥에 그대로 쓰러졌다. 그는 곧 죽을 사람처럼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고 숨소리가 매우 허약했다.“형님... 저에게 거짓말한 거 아니죠... 저 왜 이리 자고 싶어요...”우기호는 의식이 점점 흐려졌고 눈 감기 전 이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빨리... 빨리 우 호위무사를 살려. 어서...”대진상제가 급히 명령했다.말이 끝나자 한 대신이 즉시 나서서 우기호의 상처를 살펴보기 시작했다.“폐하, 우 호위무사의 상태가 매우 심각합니다. 오장육부가 모두 손상되었고 과도한 출혈로 인해 생명이 위태롭습니다.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대신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누가 우 호위무사를 이렇게 만든 거야? 빨리 치료부터 해. 무슨 일이 있어도 우 호위무사를 살려내.”대진상제가 명령했다.“폐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 호위무사가 심하게 다치긴 했지만, 아직 치료가 가능한 상태입니다. 상처가 처음에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을 거라 예상합니다. 아마도 결계에서 발생한 일을 폐하께 빨리 전하기 위해 달려오는 과정에 원기를 너무 많이 소모하여 상처가 악화하였고 생명까지 위협한 것 같습니다.”대신은 진원으로 우기호의 상처를 처치하며 대진상제에게 설명했다.“아이고. 우 호위무사는 늘 이런 성격이었어. 매번 중요한 일이 생기면 자기 목숨보다 나에게 가장 빠른 속도로 소식을 전하는 게 우선이었지. 그 덕분에 나는 위기를 여러 번이나 모면할 수 있었어. 사람이 조금 바보스럽고 멍청해 보일지라도 충성심만큼은 누구보다 강하다니까. 그러니 내 사랑하는 대신들, 무슨 일이 있어도 우 호위무사를 살려내야 해. 나는 이렇게 충성스러운 호위무사를 잃고 싶지 않아.”대진상제는 우기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