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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 의사의 탄생
만능 의사의 탄생
Author: 금불

제1화

Author: 금불
남영 중앙 병원 영안실.

서태오는 한 여성 시신의 가슴 위에 두 손을 올려둔 채 가슴을 주무르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오늘 나를 만난 걸 보면 이렇게 죽을 운명이 아니었나 봐. 그동안 내가 배워왔던 것으로 당신의 목숨을 살려주도록 하겠어.”

“인간에게는 삼혼칠백이 있는데 당신은 삼혼 중 둘을 잃었고 칠백 중 넷을 잃었어. 당신을 살리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 이 세상에 날 제외한 다른 이들은 절대 당신을 구할 수 없을 거야.”

20대로 보이는 서태오는 큰 눈에 뚜렷한 이목구비를 갖추고 있었고 언뜻 보면 상당히 유능해 보이지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고인을 능욕하는 듯한 행위를 하고 있는 탓에 매우 비정상적이고 기괴해 보였다.

그러다 잠시 뒤, 시신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앉았다가 다시 쓰러져 누웠다.

영안실로 시신을 옮겼던 두 간호사는 그 광경을 보더니 겁을 먹고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갔다.

“거기 누구 없어요?”

“경비원 아저씨... 병원장님... 영안실에 있던 시신이 살아났어요!”

“정 선생님, 선생님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남편이 고인을 모욕하고 계세요!”

“...”

서태오는 그들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이 빠르게 기이한 손짓으로 시신의 백회혈과 사신총혈을 눌렀고 곧이어 가슴 쪽도 눌렀다.

잠시 뒤, 영안실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원장 장휘택이 의료진들과 경비원들을 데리고 헐레벌떡 뛰어왔다.

“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 당장 떨어지세요!”

장휘택이 화를 내며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고개를 돌린 서태오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 치료 중입니다.”

“...”

병원 의료진들 중 서태오를 아는 사람은 꽤 많았다.

서태오는 병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의사인 정하람의 남편이었다.

정하람 같은 엄청난 미인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남자와 결혼했다는 사실에 그들 모두 정하람을 동정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들의 동정이 극에 달했다.

죽은 여자가 다름 아닌 송씨 가문의 딸 송서우였기 때문이다.

송씨 가문은 남영시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이었고 그 송씨 가문의 딸인 송서우가 오늘 아침 병원에서 사망했다. 송씨 가문은 원래 병원을 상대로 따질 생각이었는데 이젠 시신까지 모욕당했으니 절대 가만있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정하람은 순간 눈앞이 아찔해져서 정신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

‘이 바보가! 이렇게 큰 사고를 쳐?’

서태오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결혼 후 정하람의 부모님이 줄곧 그를 돌봤었다.

그런데 오늘 부모님이 갑자기 볼일이 생겼다면서 정하람에게 서태오를 잠시 돌보라며 그를 병원으로 보냈다.

그러다 조금 전 갑자기 응급 환자가 실려 오는 바람에 정하람은 간호 스테이션에 임시로 서태오를 맡겼고, 그 사이 서태오가 영안실로 향해서 그런 짓을 벌인 것이다.

“멈춰요!”

장휘택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다가가서 서태오를 잡아당겼고, 서태오는 미간을 찌푸리며 장휘택을 밀어냈다.

“여기서 멈춘다면 이 사람은 죽을 겁니다!”

서태오에게 밀려난 장휘택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게 되었다.

‘이 멍청한 놈! 바보! 미친놈! 설마 자기가 의사인 줄 아는 거야? 혹시 자기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건가?’

장휘택은 정하람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당장 저 사람에게 물러나라고 해요! 설마 송씨 가문이 우리 모두를 고소하길 바라는 건 아니죠?”

정하람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태오 씨!”

그녀는 서둘러 다가가 송서우의 가슴에서 서태오의 손을 떼려고 했다.

그러나 송서우의 가슴에 손이 닿는 순간, 정하람은 머리털이 쭈뼛 솟았다. 송서우의 심장이 뛰고 있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심장이 뛰고 있어요!”

정하람은 송서우의 심장 근처를 꼼꼼히 만져보더니 깜짝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장휘택은 잠깐 당황했으나 이내 자신이 지니고 있던 청진기를 가슴에 대 보았고 그 순간 넋이 나갔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어서! 어서 응급실로 데려가서 응급조치를 취해요!”

“치료 아직 안 끝났어요. 지금 데려가면 안 돼요.”

서태오가 다시 한번 말렸다.

“당신이 무슨 치료를 한다는 거예요?”

장휘택은 서태오가 치료할 줄 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그는 그저 병원 측에서 오진을 내린 거라고 생각했다.

산 사람을 죽은 줄 알고 영안실로 옮겨 놓은 것은 아주 큰 의료사고였다.

그렇게 의료진들은 황급히 송서우를 데려갔고 그 자리에는 정하람과 서태오만 남게 되었다.

“왜 여기로 온 거야?”

정하람은 단단히 화가 난 상태라 자신에게 치욕과 곤욕을 가져다준 서태오에게 분노를 쏟아내고 싶었다.

“난 저 사람을 치료하러 온 거야.”

서태오의 진지한 모습에 정하람은 기가 막혔다.

“...”

그러나 정하람은 이를 악물면서 자신을 다그쳤다.

어차피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서태오에게 화를 내며 그를 탓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결국 따져 보면 그를 잘 보살피지 않은 자신의 탓이니 말이다.

정하람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말했다.

“가자. 일단 송서우 씨 상황부터 살피고 난 뒤에 반차 내서 집으로 데려다줄게.”

서태오는 헛기침을 한 뒤 말했다.

“나 다 나았어. 나 혼자 돌아갈 수 있어.”

정하람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다 나았다고?”

서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갑자기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면서 모든 기억이 다 떠올랐어.”

“다 나았다면서 영안실은 왜 온 거야?”

정하람은 의심스러운 얼굴로 서태오를 훑어봤다. 서태오는 그동안 착실하게 약을 먹었기에 나을 확률이 있긴 했다.

“사람을 구하러 온 거라고 벌써 세 번이나 얘기했어.”

서태오가 대꾸했다.

“...”

정하람의 표정이 굳었다. 그녀는 정신이 온전치 않은 서태오의 말을 믿은 자신이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정상인이 사람을 치료하겠다고 영안실을 찾아갈 리가 없었다. 게다가 서태오는 정신적인 문제가 생기기 전에 의사도 아니었다.

서태오는 그 와중에 정하람을 살펴보고 있었다.

‘예쁘네.’

그려낸 것 같은 이목구비, 별처럼 반짝이는 큰 눈망울, 그리고 가녀리지만 관능적인 몸매는 흰 가운을 입고 있어도 가려지지 않았다.

그런 여자가 그의 아내라니, 나쁠 건 없었다.

정하람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서태오와 다투는 대신 그를 데리고 응급실 쪽으로 향했다.

그들이 응급실 앞에 도착하자마자 장휘택이 환한 얼굴로 문을 열고 안에서 나와 문 앞에 서 있던 간호사에게 뭔가 지시했다.

그러나 정하람을 본 순간, 장휘택은 미소를 거두고 병원장으로서의 위엄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말했다.

“정 선생님, 정 선생님은 오늘부터 정직이에요.”

정하람은 얼굴을 찡그린 채로 장휘택을 바라보았다.

“송서우 씨가 오진 때문에 영안실로 보내진 건 의료사고니까 책임질 사람이 필요해요. 오늘 아침 응급실에서 당직을 선 사람은 정 선생님이니까 정 선생님이 책임지도록 해요.”

장휘택이 대놓고 말했다.

정하람은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개졌다.

“송서우 씨는 입원했을 때부터 병원장님께서 직접 진료하시고 치료하셨어요. 송서우 씨의 사망 진단서를 작성한 것도 병원장님이시고요. 대체 이 일이 저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제게 책임지라고 하시는 거죠?”

장휘택은 입을 비죽이며 서태오를 가리켰다.

“동의하지 않는다면 저 사람이 송서우 씨의 시신을 모욕한 사실을 송씨 가문에 알릴 겁니다.”

정하람은 그 말에 곧바로 기가 꺾였다.

송씨 가문은 남영시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이었고, 송서우는 송씨 가문의 외동딸로 가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존재였기에 그 사실이 알려진다면 서태오는 틀림없이 처벌받을 것이다.

“송씨 가문에서 송서우 씨가 어떤 짓을 당했는지 알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정 선생님도 잘 알고 있죠?”

장휘택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정하람을 위협했다.

“송서우 씨는 살아있는 건가요?”

정하람이 잠깐 침묵하다가 물었다.

“그럼요. 그렇지 않으면 서태오 씨는 멀쩡히 병원을 떠날 수 없을 거예요.”

정하람은 화가 나서 몸이 덜덜 떨렸다. 이번에는 그녀뿐만 아니라 서태오도 장휘택의 의도를 완벽히 파악할 수 있었다.

송서우는 장휘택의 오진 때문에 영안실로 옮겨졌고 그 사실은 송씨 가문 사람들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했는데 장휘택은 정하람을 희생양으로 삼아 그녀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울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을 초래한 장본인인 장휘택은 오히려 송씨 가문의 은인이 되려 하고 있었다.

서태오는 웃음을 터뜨리며 박수를 쳤다.

“이 세상에서 가장 뻔뻔한 사람을 고르라면 저는 틀림없이 병원장님을 고를 거예요.”

장휘택은 서태오를 힐끗 보았지만 그의 말에 대꾸하지는 않았다. 병원장인 그가 정신이 온전치 못한 서태오에게 대꾸해 줄 이유는 없었다.

“병원장님 실력으로 송서우 씨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서태오는 경멸에 찬 표정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장휘택은 매우 언짢았다. 서태오는 정신이 온전치 않은 사람치고는 너무도 정상인 같아 보였다.

서태오는 코웃음을 쳤다.

“말 그대로예요. 고작 그런 실력으로 제 아내에게 덤터기를 씌우려고 하다니 꿈이 참 야무지네요.”

장휘택이 화를 내려고 하는 순간, 응급실 안이 소란스러워지더니 간호사가 당황한 얼굴로 문을 열고 나왔다.

“병원장님, 큰일이에요. 송서우 씨 상태가 다시 심각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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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능 의사의 탄생   제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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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사람이 경찰서 과장이면 난 경찰청장이야! 큰소리는 나도 칠 수 있다고!”평소의 조윤상이었다면 경찰서 과장이라는 말을 듣고 겁을 먹었을 것이다.그런데 이유찬이 만약 그가 2억을 받아낸다면 그 2억을 전부 그에게 주겠다고 했다.조윤상은 현재 도박장에 1억 6천만 원 정도를 빚지고 있었는데 만약 그 돈을 갚지 못한다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눈앞의 남자가 진짜 경찰서 과장이든 아니든 상관없었다.“됐고 얼른 돈 내놔. 돈을 주지 않으면 오늘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칼로 찔러버릴 줄 알아!”조윤상은 그렇게 말하면서 비수를 꺼내며 마구 휘둘렀다.그가 데려온 사람들도 전부 도박에 미친 자들이어서 두려울 게 없었다. 게다가 그들은 경찰서 과장이 어느 정도 급인지조차 알지 못했다.사람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 조윤상은 일부러 장태준의 뺨을 몇 대 더 때렸다.서태오는 느긋한 얼굴로 장태준이 뺨을 맞는 걸 지켜보았다. 지금 그에게 조윤상은 매우 사랑스러워 보였다. 그를 대신하여 화풀이해 주고 있으니 말이다.서태오는 잠시 뒤 조윤상을 몇 대 덜 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장태준과 하민희가 맞는 모습에 정하람은 참다못해 말했다.“돈 줄 테니까...”그러나 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서태오가 끼어들었다.“돈 문제는 밖에 나가서 얘기하죠. 우리들 문제니까 괜한 사람은 끌어들이지 말자고요.”그 말에 정준혁은 조급해졌다.법조차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따라 나간다면 서태오가 어떤 꼴을 보게 될지 뻔했기 때문이다.정하람은 본능적으로 서태오의 팔을 잡았다.조윤상은 웃으며 말했다.“네가 나가자고 하면 내가 나가야 해? 체면 안 서게 말이야.”서태오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잠깐 짜증 난 표정을 해 보였다. 그는 정하람의 손을 떨쳐낸 뒤 자리에서 일어나 조윤상을 문 쪽으로 걷어찼다.그리고 또 빠르게 걸어가서 조윤상을 문밖으로 쫓아냈다.조윤상의 부하들이 우르르 몰려갔고 어느샌가 방문이 닫혔다.정준혁은 두 눈이 벌게져서 따라 나가려고 했는데 장태준이 그를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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