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만능 의사의 탄생: Bab 1 - Bab 10

30 Bab

제1화

남영 중앙 병원 영안실.서태오는 한 여성 시신의 가슴 위에 두 손을 올려둔 채 가슴을 주무르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오늘 나를 만난 걸 보면 이렇게 죽을 운명이 아니었나 봐. 그동안 내가 배워왔던 것으로 당신의 목숨을 살려주도록 하겠어.”“인간에게는 삼혼칠백이 있는데 당신은 삼혼 중 둘을 잃었고 칠백 중 넷을 잃었어. 당신을 살리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 이 세상에 날 제외한 다른 이들은 절대 당신을 구할 수 없을 거야.”20대로 보이는 서태오는 큰 눈에 뚜렷한 이목구비를 갖추고 있었고 언뜻 보면 상당히 유능해 보이지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고인을 능욕하는 듯한 행위를 하고 있는 탓에 매우 비정상적이고 기괴해 보였다.그러다 잠시 뒤, 시신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앉았다가 다시 쓰러져 누웠다.영안실로 시신을 옮겼던 두 간호사는 그 광경을 보더니 겁을 먹고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갔다.“거기 누구 없어요?”“경비원 아저씨... 병원장님... 영안실에 있던 시신이 살아났어요!”“정 선생님, 선생님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남편이 고인을 모욕하고 계세요!”“...”서태오는 그들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이 빠르게 기이한 손짓으로 시신의 백회혈과 사신총혈을 눌렀고 곧이어 가슴 쪽도 눌렀다.잠시 뒤, 영안실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병원장 장휘택이 의료진들과 경비원들을 데리고 헐레벌떡 뛰어왔다.“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 당장 떨어지세요!”장휘택이 화를 내며 고함을 질렀다.그러나 고개를 돌린 서태오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지금 치료 중입니다.”“...”병원 의료진들 중 서태오를 아는 사람은 꽤 많았다.서태오는 병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의사인 정하람의 남편이었다.정하람 같은 엄청난 미인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남자와 결혼했다는 사실에 그들 모두 정하람을 동정했다.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들의 동정이 극에 달했다.죽은 여자가 다름 아닌 송씨 가문의 딸 송서우였기 때문이다.송씨 가문은 남영시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이었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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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장휘택은 송서우의 상황을 전해 듣고는 곧장 응급실로 달려갔다.정하람은 서태오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 자신의 편을 들며 장휘택을 몰아붙이던 서태오는 정신도 멀쩡한 듯했고 말도 조리 있게 잘했다. 예전의 바보 같은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정말 다 나은 거야?”서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간호 스테이션에 있을 때 갑자기 머리가 맑아졌어. 나도 어떻게 나은 건지 모르겠어.”그 말에는 진실과 거짓이 뒤섞여 있었다.3년 전, 서태오는 뜻밖에 대선의 또는 선의라고 불리는 자가 남긴 선의천경을 얻게 되었다. 그것은 주로 의학을 다루는 서적으로 그 안에는 대선의가 평생에 걸쳐 터득한 온갖 신기하고 놀라운 기술, 즉 신기가 담겨 있었다.게다가 선의천경에는 의술 외에도 무도, 관상술, 명리학, 그리고 선의가 세계 곳곳을 떠돌며 보고 들은 것들이 적혀 있었다.그것을 배우기 시작한 뒤로 서태오는 그것에 남아있는 금제 때문에 대부분의 신식이 봉인되어 선의천경을 수련하는 것에만 몰두하게 되었고, 그 탓에 겉보기에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처럼 보였다.그러다 오늘 그 안의 오술이라고 불리는 산, 의, 상, 복, 명을 전부 깨우치고 선의천경을 3단계까지 수련하고서야 금제를 풀 수 있었다.신식이 되돌아온 서태오는 우연히 영안실로 옮겨지는 송서우를 발견했고, 송서우에게 살아날 가망이 있다는 걸 알아내고 그녀를 구했다.그러나 그것들을 정하람에게 전부 얘기할 수는 없었다. 솔직히 말한다면 정신병원에 보낼지도 모르니 말이다.정하람은 서태오의 말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서태오는 갑작스럽게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큰 충격을 받아 정신적인 문제가 생겼었는데 지난 3년 동안 그들이 치료해 주며 열심히 돌봤으니 나을 가능성이 있긴 했다.“그런데 영안실에서 송서우 씨한테...”정하람은 서태오가 송서우의 가슴 위에 두 손을 올려두고 있던 걸 떠올리고는 얼굴이 빨개졌다.서태오는 입을 비죽였다.“나는 그 여자를 살릴 수 있는지 확인해 본 거였어.”“태오 씨는 의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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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다행히 속도가 너무 빠르진 않았고 안전벨트도 하고 있어서 다친 사람은 없었다.접촉 사고가 일어나자 정하람은 황급히 차에서 내려 상대방이 다쳤는지 확인해 보려고 했다.상대방의 차 문이 열렸고 이내 탈색 머리의 젊은 청년이 운전석에서 내렸다. 그는 차에서 내린 뒤 정하람을 무시하고 다른 쪽으로 달려가 차 문을 열었다.같은 시각, 차 네다섯 대가 연달아 도착하며 깡패처럼 보이는 사람들 십여 명이 차에서 내려 정하람과 서태오를 둘러쌌다.정하람은 이러한 상황에 겁을 먹었고 이내 차에서 내린 청년을 보고는 얼굴을 찡그렸다.“이유찬?”남영시 최고 미인인 정하람은 비록 결혼했지만 남편이 정신이 온전치 않은 바보였던 탓에 주위에 고백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그리고 그중 한 명이 바로 바람둥이로 유명한 이씨 가문의 도련님 이유찬이었다.“그래. 나야.”이유찬은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람아, 내가 해외에서 어렵게 공수한 장미꽃은 쓰레기통에 버리고, 내가 선물한 몇천만 원짜리 명품 백은 거지에게 주더니 오늘은 내 차를 박았네? 혹시 마음이 바뀌어서 나랑 잘해볼 생각인 거야?”정하람은 역겹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이건 뜻밖의 사고였어. 배상할게.”“배상? 네가 배상할 수 있겠어?”이유찬은 차갑게 웃었다.“이거 최소 6억짜리 차야. 그런데 배상할 수 있겠어? 난 이 차로 그동안 수십 명의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어. 내 청춘의 기억이 담긴 차라고. 이건 단순히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정하람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래서 뭘 어쩌고 싶은 건데?”“간단해. 네가 내 여자가 되면 배상 따위 하지 않아도 돼. 그리고 내가 이거랑 똑같은 차를 한 대 선물해 줄게.”“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그냥 경찰에 신고하겠어.”정하람이 휴대폰을 꺼내 신고하려고 하자 이유찬이 휴대폰을 빼앗았다.“나 호텔 룸까지 예약해 놓고 왔어. 나랑 자고 난 뒤에 신고를 하든 뭘 하든 해. 그리고 신고한 뒤에는 배상할 돈이 없어서 몸으로 갚았다고 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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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이유찬은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서태오는 그와 똑같은 방식으로 그에게서 돈을 뜯어내려고 했다. 조금 전 이유찬은 자신의 차가 청춘의 기억이 담긴 차라고 했는데 서태오는 자신과 정하람을 이어준 소중한 차라고 하면서 배상하라고 했다.서태오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얘기해. 줄 거야, 말 거야?”“줄게, 줄게. 지금 당장 입금할게.”이유찬은 비록 매우 억울했지만 감히 싫다고 할 수가 없었다.서태오는 이유찬을 내려놓은 뒤 멍한 표정의 정하람에게서 휴대폰을 가져가서 계좌 번호를 보여주었고 이내 2억 원이 입금되었다는 알림이 울렸다.“꺼져. 다음에 또 이런 짓을 한다면 그때는 오늘처럼 이렇게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거야.”입금된 것을 확인한 뒤 서태오는 이유찬을 멀리 걷어차 버렸다.이유찬은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다 마침 병원의 기획팀장인 유형주가 경비원 7, 8명과 함께 부랴부랴 달려오는 걸 발견했고 곧바로 뭔가를 떠올리고는 유형주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유 팀장님, 저 유 팀장님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한테 맞았어요. 이거 책임지셔야 해요!”이씨 가문은 의약품 산업을 하고 있었고 이유찬은 정하람의 호감을 사려고 그동안 병원에 자주 드나들었었다. 그러다 보니 이유찬은 유형주와 꽤 친한 사이가 되었다.유형주는 이유찬의 비참한 모습을 보더니 표정이 굳었다.“어떻게 된 거예요?”이유찬이 정하람과 서태오를 가리키면서 거짓말을 했다.“저 의사가 제 차를 박았고 저 남자가 저를 때렸어요. 그러면서 자기는 미친 사람이라 사람을 죽여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을 거라고 협박하면서 제게서 2억을 뜯어냈어요!”유형주는 그 말을 듣더니 곧바로 화를 냈다.“정 선생님, 정 선생님은 오전에 오진으로 산 사람을 영안실로 보냈고, 병원 규정을 어기고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를 병원에 데려왔죠. 이 두 가지만으로도 정 선생님은 의사 면허를 취소당해야 하고 평생 감옥에서 지내야 해요. 그런데 이젠 병원에서 사람을 때리기까지 해요? 법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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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유형주는 서둘러 그들에게 다가간 뒤 서태오를 가리키며 말했다.“병원장님, 빨리 신고하세요! 저, 저 남자가 저를 죽이려고 했어요. 그리고 또 이유찬 씨를 협박해서 2억을 뜯어냈대요!”“...”유형주의 비참한 꼴을 본 장휘택은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송윤성은 서태오를 유심히 살폈다. 그는 서태오가 누구를 때렸든, 무슨 짓을 했든 신경 쓰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건 서태오가 그의 딸을 구할 수 있는지였다.서태오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음에도 아주 평온해 보였다.송윤성이 물었다.“영안실에서 내 딸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사람이 바로 청년인가요?”“아니요. 정확히 말하자면 제가 그쪽 딸을 살릴 수 있다는 걸 발견하고 그쪽 딸을 구한 거죠.”서태오는 턱을 쳐들며 말했다.“헛소리하지 말아요. 제정신도 아닌 사람이 의대를 다녀봤겠어요? 의사 면허가 있길 하겠어요?”장휘택이 곧바로 반박했다.“의사 면허는 없죠. 하지만 그 사람을 구한 건 제가 맞아요. 병원장님은 의대도 나오셨고 의사 면허도 있으시니 얼른 그 사람을 구하셔야죠. 여긴 왜 오셨대요?”서태오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그들이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를 알고 있었다.장휘택은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송윤성은 시선을 들며 말했다.“지금 당장 내 딸을 구해서 당신 말이 사실이라는 걸 밝히도록 해요. 그러면 아까 있었던 일은 그냥 넘어갈게요.”서태오는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싫어요. 그럴 기분 아니라서요. 제가 아니었다면 그쪽 딸은 30분 전에 이미 죽었을 거예요. 그런데 무슨 자격으로 저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죠?”송윤성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동안 그의 앞에서 서태오처럼 거만하게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그러나 송윤성은 이내 기세가 한풀 꺾였다. 지금 그의 딸은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었기에 그로서는 뭐든 해야 했다.“그러면 어떻게 해야 내 딸을 구해줄 건가요? 조건을 얘기해요. 내 딸을 살릴 수만 있다면 뭐든 들어줄게요.”서태오는 고개를 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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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지금 당장 나랑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밖으로 나가자마자 정하람은 곧장 서태오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송윤성은 빠르게 머리를 굴린 뒤 경호원에게 말했다.“주차장에 있는 내 차로 서태오 씨를 댁까지 모셔다드려.”경호원은 흠칫했다. 그 차는 오늘 송윤성이 금방 픽업한 십억 넘는 차로 오늘 공항으로 송윤성을 마중 나갈 때 처음 도로를 달렸다.경호원은 서둘러 정하람과 서태오를 따라나갔지만 그들은 어느샌가 사라졌고 결국 경호원은 어쩔 수 없이 다시 돌아왔다.송윤성이 화를 내려고 하는데 이호석이 웃으며 말했다.“다음에 또 만나게 될 겁니다.”...정하람의 차는 비록 접촉 사고 때문에 살짝 찌그러지긴 했지만 기능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차에 타.”정하람은 서태오를 데리고 차로 걸어간 뒤 다짜고짜 그를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차는 빠르게 달렸고 정하람은 운전하는 와중에 서태오를 계속 힐끔댔다.지금 이 순간 정하람은 서태오가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서태오는 늘 그녀에게 낯선 존재였다.서태오가 그녀의 집에 왔을 때는 이미 정신이 온전치 않은 상태였다.당시 정하람은 서태오에 관한 정보를 조금 알게 되었지만 그마저도 정보가 많지 않았고 아주 평범했다.서태오는 당시 대학교 4학년으로 졸업을 앞두고 있었는데 그해 집에 강도가 들어 두 부모님을 여의게 되었다.그렇게 하룻밤 사이에 부모님을 떠나보내게 된 서태오는 큰 충격을 받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겼다.결혼 후 3년 동안 정하람은 서태오를 환자로 여기면서 살뜰히 보살폈는데, 그 환자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감 넘치는 청년이 되더니 오늘은 그녀를 지켜주려고 했다.서태오는 남영시의 최고 부자 송윤성 앞에서도 기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명의 이호석 앞에서도 당당하게 할 말을 했다. 그 모습을 보니 정하람은 마음이 복잡했다. 그것은 한두 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었다.잠시 뒤, 그들이 탄 차는 남영시에서 유명한 호텔 앞에 멈춰 섰다.정하람은 차 안에서 빠르게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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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그 말을 들은 순간 사람들은 서태오가 완전히 나았다는 것을 비로소 믿었다. 게다가 서태오는 말발이 상당히 좋았다.정준혁은 얼굴에 화색이 돌더니 서태오의 손을 덥석 잡고서 오랫동안 놔주지 않았다.장현주도 기뻐 보였으나 이내 다시 시무룩해졌다. 병이 나았다고 해도 한종수와는 비교도 안 되니 말이다.서태오는 정준혁이 진심으로 자신을 아낀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한종수는 표정이 어두워졌고 유진설은 은근히 비꼬면서 말했다.“어머, 말을 왜 그렇게 해? 우리 종수는 1억 6천짜리 차도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사는데 말이야. 태오 네 장기를 다 팔아버린다고 해도 얼마 안 돼. 그에 반해 우리 종수는 현장 하나 맡을 때마다 수십억씩 벌어들인다고.”“어머님, 정신이 온전치 않은 사람한테 화를 내실 필요는 없어요.”“태오야, 사람이 그러면 안 돼.”“가족이 아니면 너한테 그렇게 좋은 기회를 줄 사람은 없어.”“게으른 데다가 겁도 많네. 병은 나았다지만 앞으로 큰 일을 할 수는 없겠어.”친척들이 서태오를 나무랐다.정하람의 표정이 굳었다. 그들의 말은 정하람의 신경을 긁었다.하지만 외삼촌의 생신이었기에 애써 화를 억눌렀다.장현주도 화가 나서 안색이 어두워졌다. 정준혁이 그녀를 말리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욕을 했을 것이다.정준혁은 잠깐 화가 났으나 이내 감정을 추스르고 말했다.“우리 정씨 가문은 사람 하나 정도는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으니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한종수가 웃으며 말했다.“맞는 말씀이세요. 제가 괜한 얘기를 꺼냈던 것 같네요. 하지만 태오 씨, 난 태오 씨를 생각해서 기회를 준 건데 간이 작아서 그런지 그 기회를 그냥 차버리네요. 그래도 무례한 말을 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를 해야 하지 않겠어요?”서태오는 화가 났다. 그는 정준혁의 체면을 생각해 지금껏 참고 있었는데 한종수는 계속 그의 인내심을 시험했다.바로 이때 누군가 문을 박찼고 이내 7, 8명의 장정들이 우르르 쳐들어왔다.한종수는 화가 나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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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오늘 식사는 더 이어갈 수 없을 것 같으니 다들 이만 돌아가죠.”정준혁이 아수라장이 된 룸 안을 바라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말을 마친 뒤 그는 서태오와 처자식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고 다른 사람들도 빠르게 작별 인사를 한 뒤 떠났다.그렇게 그곳에는 유진설 가족만 남아 울먹였다....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장현주는 서태오를 노려보면서 말했다.“아까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알고 그 사람들을 때린 거야?”“태오는 나를 지켜주려고 그런 거야.”정준혁이 헛기침을 하면서 서태오의 편을 들었다.“한종수도 잔뜩 겁먹었던데 그런 상황에서 나대면 어떡해? 하람이는 병원에서 일하는데 그 깡패 같은 놈들이 병원에서 하람이를 괴롭히면 어떡하려고!”장현주는 말하면 말할수록 화가 났다. 그러나 그녀는 이내 겁이 났고 충동적으로 군 서태오가 미웠다.서태오는 덤덤히 말했다.“그 사람들 허튼짓 못 해요. 하람이는 제 아내니까 제가 지켜줄 거예요.”장현주는 화가 나서 등받이를 내리치며 말했다.“다 나았다더니 이젠 큰소리만 치네!”“됐어. 그만해. 경찰서 과장이라던 당신 사촌한테 얘기해서 황지환 씨한테 잘 설명하라고 부탁해 봐.”정준혁이 분위기를 풀려고 했다.장현주는 버럭 화를 냈다.“말은 쉽지. 걔는 돈을 엄청 밝혀요. 이 일로 우리에게서 얼마나 뜯어낼지 누가 알아요? 이건 전부 당신 탓이에요. 우리 하람이가 얼마나 훌륭한데, 왜 하필 많고 많은 남자들 중에 태오랑 결혼시켜요? 게다가 기적처럼 병이 낫더니 이젠 사고를 치고 큰소리만 치잖아요!”“태오 씨만 잘못한 건 아니잖아요!”정하람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정하람이 서태오의 편을 들자 정준혁과 장현주 모두 당황했다.서태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선의천경을 손에 넣은 그는 앞으로 돈, 권력, 지위 모든 걸 누릴 수 있었기에 황지환 같은 사람은 신경 쓸 가치조차 없었다.그러나 그 사실을 당장 밝힐 수는 없었다.그렇게 차 안에는 이상하면서도 미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다들 아무 말도 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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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정하람은 옷을 다 갖춰 입은 뒤에도 얼굴에 홍조가 남아있었다.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욕실로 향해 샤워했다.정하람의 방에는 욕실이 갖춰져 있었기에 서태오는 침대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욕실에서 들려오는 물소리 때문에 자꾸 이상한 상상을 하게 되었다.정하람은 얼굴도 예쁠 뿐만 아니라 몸매도 굉장히 좋았다.서태오는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 그와 같은 상황에 놓이면 가슴이 설렐 것으로 생각했다.‘잠시 뒤 한 이불을 덮고 자야 한다니... 진도가 너무 빠른 거 아니야?’정하람은 욕실에서 나온 후 옷장 안에서 이불을 꺼내 바닥에 놓았고 서태오는 그제야 잡념을 지웠다.그는 바닥에 이불을 잘 펴놓은 뒤 불을 끄고 누웠다.두 사람은 그 뒤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서태오는 본인과 정하람 모두 서로를 진정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음을 느꼈다.서태오는 자신이 정하람에게 호감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3년 동안 정하람이 그를 살뜰히 보살펴준 것을 생각하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동시에 그 이유 때문에 정하람에게 뭔가를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그저 모든 것이 순리대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길 바랄 뿐이었다.고요한 밤, 두 사람이 뒤척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내일 운전해서 병원까지 데려다줄게. 그리고 차를 정비소에 맡겨야겠어.”“그래.”그 말을 끝으로 끝없는 적막이 이어졌다.다음 날, 서태오는 아침 일찍 약속대로 정하람을 병원까지 데려다주려고 했다.정준혁은 두 사람이 함께 외출하자 감격한 표정을 지어 보였는데 옆에 있던 장현주가 그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뭘 그렇게 감격하고 있어요? 내 사촌 동생한테 부탁하겠다면서요? 얼른 장 보러 가봐요. 그리고 미리 각오해 둬요. 걔는 진짜 돈에 환장한 사람이니까.”“어쩔 수 없지. 내가 알아봤는데 황지환이라는 사람 당한 건 무조건 갚아줘야 하는 성격이래. 절대 그 사람이 태오한테 복수하게 놔둘 수는 없어.”정준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흥,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태오가 우리 데릴사위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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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탈색 머리 남자는 정하람이 전화를 걸려고 하자 그녀의 휴대폰을 쳐낸 뒤 거칠게 정하람을 제압해 바닥에 쓰러뜨렸다.“형님, 어떻게 된 일이에요? 어떤 양심 없는 의사가 그런 짓을 한 거예요? 저희가 혼내줄게요!”탈색 머리 남자가 소란을 부리자 몰려온 남자들은 정하람을 양심 없는 사람이라고 매도했다.그들 때문에 복도는 소란스러워졌다.옆에서 진료를 보고 있던 의사가 인기척을 듣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탈색 머리를 한 두 남자가 그를 다시 진료실 안으로 밀어 넣었다.“남 일에 간섭하지 말아요. 저런 사람들은 혼쭐내야 해요. 괜히 끼어들다가 처맞지 말고 가만히 있어요!”정하람은 심하게 넘어진 건 아니었다. 그녀는 바닥에서 일어난 뒤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비록 정하람의 휴대폰은 구석 쪽으로 멀리 날아갔지만 서태오에게 이미 전화가 간 상태였고 아무도 그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다행히 응급실 쪽에 있던 경비원들이 빠르게 현장에 도착했다.과장인 민엄현도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달려왔다.난동을 부리던 남자들은 경비원들에게 둘러싸였음에도 전혀 겁먹지 않고 컴플레인을 걸겠다고 야단을 떨었다.민엄현은 자초지종을 묻더니 목소리를 낮춘 채 정하람에게 물었다.“혹시 요즘 누구한테 밉보인 적 있어요?”정하람은 이유찬과 하원식이 동시에 떠올랐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건 반드시 신고해야 해요!”수간호사 황수민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라서 말했다.민엄현은 미간을 찌푸린 채 남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병원에 오셨으면 병원의 규정을 지켜야 하는 법이에요. 자꾸 소란을 부리면 신고할 겁니다.”탈색 머리 남자는 씩 웃으며 말했다.“하하, 신고해요. 안 무서우니까. 기껏해야 사흘 정도 갇혀 있다가 풀려날 테니 말이죠. 그리고 풀려나면 다시 이 병원에 찾아올 거예요. 난 아랫도리가 간지러운데 반드시 저 의사한테 진료받아야겠어요!”남자의 뻔뻔한 말에 사람들은 당장이라고 그의 뺨을 후려치고 싶었다.그 자리에 있는 의료진들도 화가 나긴 매한가지였다. 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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