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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Penulis: 금불
다행히 속도가 너무 빠르진 않았고 안전벨트도 하고 있어서 다친 사람은 없었다.

접촉 사고가 일어나자 정하람은 황급히 차에서 내려 상대방이 다쳤는지 확인해 보려고 했다.

상대방의 차 문이 열렸고 이내 탈색 머리의 젊은 청년이 운전석에서 내렸다. 그는 차에서 내린 뒤 정하람을 무시하고 다른 쪽으로 달려가 차 문을 열었다.

같은 시각, 차 네다섯 대가 연달아 도착하며 깡패처럼 보이는 사람들 십여 명이 차에서 내려 정하람과 서태오를 둘러쌌다.

정하람은 이러한 상황에 겁을 먹었고 이내 차에서 내린 청년을 보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이유찬?”

남영시 최고 미인인 정하람은 비록 결혼했지만 남편이 정신이 온전치 않은 바보였던 탓에 주위에 고백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이 바로 바람둥이로 유명한 이씨 가문의 도련님 이유찬이었다.

“그래. 나야.”

이유찬은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람아, 내가 해외에서 어렵게 공수한 장미꽃은 쓰레기통에 버리고, 내가 선물한 몇천만 원짜리 명품 백은 거지에게 주더니 오늘은 내 차를 박았네? 혹시 마음이 바뀌어서 나랑 잘해볼 생각인 거야?”

정하람은 역겹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건 뜻밖의 사고였어. 배상할게.”

“배상? 네가 배상할 수 있겠어?”

이유찬은 차갑게 웃었다.

“이거 최소 6억짜리 차야. 그런데 배상할 수 있겠어? 난 이 차로 그동안 수십 명의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어. 내 청춘의 기억이 담긴 차라고. 이건 단순히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정하람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래서 뭘 어쩌고 싶은 건데?”

“간단해. 네가 내 여자가 되면 배상 따위 하지 않아도 돼. 그리고 내가 이거랑 똑같은 차를 한 대 선물해 줄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그냥 경찰에 신고하겠어.”

정하람이 휴대폰을 꺼내 신고하려고 하자 이유찬이 휴대폰을 빼앗았다.

“나 호텔 룸까지 예약해 놓고 왔어. 나랑 자고 난 뒤에 신고를 하든 뭘 하든 해. 그리고 신고한 뒤에는 배상할 돈이 없어서 몸으로 갚았다고 해. 다들 그 말을 믿을 거야. 그리고 내가 이런 짓을 한다고 해도 정씨 가문은 아무것도 하지 못해.”

이유찬은 거만하게 웃으면서 손을 들었고 그 순간 그가 데려온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정하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오지 마...”

정하람은 당황했고 무력함을 느꼈다.

서태오는 고개를 젓다가 정하람의 앞에 서며 그녀를 보호했다.

이유찬은 그 광경을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바보도 미인 앞에서는 영웅이 되고 싶은가 보지? 참나, 어처구니가 없네...”

그러나 곧이어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험악한 표정으로 달려들던 남자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닥에 쓰러져서 울부짖었다.

십여 명의 사람들 모두 순식간에 서태오에게 제압당해 쓰러졌는데 정하람은 서태오가 대체 뭘 했는지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다.

이유찬이 데려온 자들은 모두 싸움을 잘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서태오 앞에서는 맥도 못 췄다.

서태오는 입을 비죽였다. 그는 선의천경을 얻은 뒤 3년 동안 열심히 수련했기에 그들을 상대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정하람은 넋이 나갔다. 그녀는 바보인 남편이 자신을 구해줄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냉소를 짓고 있던 이유찬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바람둥이로 유명한 이유찬은 그동안 수많은 여자들과 관계를 가졌었는데 정하람만큼은 손에 넣지 못해 굉장히 언짢았다.

오랫동안 정하람을 노렸던 그는 결국 인내심이 닳아 오늘 일부러 사고를 일으켜 정하람과 억지로 관계를 가질 생각이었다.

이유찬은 모든 것을 치밀히 계획하였고 모든 것이 그의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래서 오늘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서태오에게 겁을 먹게 될 줄은 몰랐다.

남영시의 유명한 미인인 정하람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남자와 결혼했고 그 일로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그 정신질환자가 이렇게 싸움을 잘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자신을 바라보는 서태오의 눈빛에 이유찬은 겁을 먹고 몸을 부르르 떨더니 잇달아 뒷걸음질 쳤다.

“다가오지 마. 내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서태오는 주먹을 흔들며 말했다.

“간덩이가 부은 놈이네. 감히 내 앞에서 내 아내를 넘봐?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할 것 같은데?”

이유찬은 긴장한 얼굴로 침을 꿀꺽 삼켰다.

“허튼짓하지 마. 정하람은 내 차를 박았으니 배상하는 건 당연한 일이야...”

이때 정하람은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서태오를 만류했다.

“때리지 마. 내가 차를 박은 건 사실이고 배상하는 것도 당연해.”

비록 정하람은 운전 실력은 별로였지만 교통법규는 잘 알고 있었다. 조금 전 그녀는 통화를 하면서 운전했고 코너를 돌다가 차를 박았으니 당연히 모든 책임을 져야 했다.

그러나 서태오는 고개를 저었다.

“넌 너무 순진해. 지금부터 휴대폰으로 영상 찍어.”

“영상을 찍으라고? 왜?”

정하람은 서태오의 의도를 알지 못했으나 그의 말대로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서태오는 조금 전 운전석에서 내렸던 탈색 머리 남자를 집어 들고 말했다.

“얘기해.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왜 내 아내의 차를 박은 거야?”

“저는...”

탈색 머리 남자는 이유찬의 충직한 부하였기에 당연히 사실을 얘기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서태오의 눈동자 속 미묘한 빛을 본 순간 그대로 넋이 나가 버렸다.

“유찬 도련님께서 정하람 씨 차를 박으라고 시켰어요. 유찬 도련님은 사람을 시켜 코너 쪽에서 망을 보게 했고, 저는 정하람 씨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정하람 씨 차가 코너를 도는 순간 차를 박았어요...”

말을 많이 한 건 아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것은 뜻밖의 사고가 아니라 철저히 계획된 음모였다.

옆에 있던 정하람은 그 말을 듣고 어떻게 된 일인지를 깨달은 뒤 분노를 참지 못했다.

“이유찬, 이 뻔뻔한 놈!”

“난...”

이유찬은 당황했다. 모든 건 그의 예상을 벗어났다. 이유찬은 늘 자신에게 충성하던 부하가 갑자기 자신을 배신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서태오는 이유찬을 발로 걷어찬 뒤 성큼성큼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

“너...”

이유찬은 서태오에게 겁을 줄 생각이었지만 그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서태오가 그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고 그 탓에 이유찬은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그만 때려.”

정하람은 비록 화가 나긴 했지만 이성을 잃은 건 아니었기에 다급히 서태오를 말렸다. 그들로서는 이씨 가문의 사람을 건드릴 수가 없었다.

서태오에게 맞아 얼굴이 멍투성이가 된 이유찬은 정하람이 서태오를 말리자 갑자기 자신감이 생겨서 화를 내며 고함을 질렀다.

“이 미친놈이 감히 날 때려? 이씨 가문은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네 말대로 난 미친놈이야. 그런데 네가 이씨 가문 사람이든, 다른 가문 사람이든 신경이나 쓰겠어?”

서태오는 이유찬의 멱살을 잡고 또다시 이유찬의 뺨을 두 대 때린 뒤 장난스럽게 말했다.

“미친놈은 폭행이 아니라 살인을 저질러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아. 지금 당장 널 죽이는 건 어떨까?”

“...”

서태오의 날 선 눈빛에 이유찬은 조금 전 생겼던 자신감이 다시 사그라들었다.

정하람의 남편이 정신이 온전치 않다는 것은 남영시 사람들 모두 알고 있는 일이었기에 서태오의 말처럼 서태오가 지금 그를 죽인다고 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유찬은 겁을 먹고 꼬리를 말았다.

“말로 하자고, 말로. 충동적으로 굴지 말고. 뭘 원해? 원하는 건 내가 다 해줄 수 있어.”

“그래. 당연히 이래야지. 날 화나게 하지 말라고. 괜히 내 손에 죽고 싶지 않으면 말이야.”

서태오가 말했다.

“넌 내 아내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했고 또 내 아내의 차를 박았어. 그러니 당연히 배상해야겠지?”

이유찬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당연하지.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 차를 정비소에 보낼게. 얼마가 들든 다 내가 낼게.”

서태오는 다시 손을 들어 이유찬의 뺨을 때렸다.

“차를 정비소에 맡기면 끝이야? 얼굴도 못생긴 게 마음까지 못생겼네.”

“그... 그러면 저 차를 새로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을 줄게. 저 차라면... 6천만 원이면 되지? 지금 바로 입금할게!”

서태오에게 얻어터진 이유찬은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는 당장 서태오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어떻게 복수할지는 추후에 생각해도 좋으니 지금은 자신의 안전이 중요했다.

“6천만 원이면 되냐고? 그걸 질문이라고 해?”

서태오가 또다시 뺨을 때렸고 이유찬은 입안이 터져서 피를 흘렸다.

이유찬은 뺨을 너무 많이 맞아 머리가 어지러웠다. 차를 새로 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을 주겠다는데 그걸로도 부족하단 말인가?

“그만 때려. 얼마를 원해? 그냥 얘기해 줘.”

서태오가 말했다.

“이건 평범한 차가 아니라 나와 내 아내의 추억이 담긴 차야. 이 차가 없었다면 나와 하람이는 가족이 되지 못했을 수도 있어. 그러니까 이 차는 우리 둘을 이어준 아주 소중한 차라고 할 수 있지. 그런데 네가 이렇게 소중한 차를 망가뜨렸으니 적어도 2억은 배상해야 하지 않겠어?”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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