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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금불
유형주는 서둘러 그들에게 다가간 뒤 서태오를 가리키며 말했다.

“병원장님, 빨리 신고하세요! 저, 저 남자가 저를 죽이려고 했어요. 그리고 또 이유찬 씨를 협박해서 2억을 뜯어냈대요!”

“...”

유형주의 비참한 꼴을 본 장휘택은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

송윤성은 서태오를 유심히 살폈다. 그는 서태오가 누구를 때렸든, 무슨 짓을 했든 신경 쓰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건 서태오가 그의 딸을 구할 수 있는지였다.

서태오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음에도 아주 평온해 보였다.

송윤성이 물었다.

“영안실에서 내 딸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사람이 바로 청년인가요?”

“아니요. 정확히 말하자면 제가 그쪽 딸을 살릴 수 있다는 걸 발견하고 그쪽 딸을 구한 거죠.”

서태오는 턱을 쳐들며 말했다.

“헛소리하지 말아요. 제정신도 아닌 사람이 의대를 다녀봤겠어요? 의사 면허가 있길 하겠어요?”

장휘택이 곧바로 반박했다.

“의사 면허는 없죠. 하지만 그 사람을 구한 건 제가 맞아요. 병원장님은 의대도 나오셨고 의사 면허도 있으시니 얼른 그 사람을 구하셔야죠. 여긴 왜 오셨대요?”

서태오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그들이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를 알고 있었다.

장휘택은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송윤성은 시선을 들며 말했다.

“지금 당장 내 딸을 구해서 당신 말이 사실이라는 걸 밝히도록 해요. 그러면 아까 있었던 일은 그냥 넘어갈게요.”

서태오는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

“싫어요. 그럴 기분 아니라서요. 제가 아니었다면 그쪽 딸은 30분 전에 이미 죽었을 거예요. 그런데 무슨 자격으로 저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죠?”

송윤성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동안 그의 앞에서 서태오처럼 거만하게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송윤성은 이내 기세가 한풀 꺾였다. 지금 그의 딸은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었기에 그로서는 뭐든 해야 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내 딸을 구해줄 건가요? 조건을 얘기해요. 내 딸을 살릴 수만 있다면 뭐든 들어줄게요.”

서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처럼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할 때는 겸손해야죠.”

서태오는 그렇게 말한 뒤 장휘택과 유형주를 힐끗 보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제 아내의 누명을 벗겨주고 싶어요. 그리고 벌은 죄지은 사람이 받아야죠.”

정하람은 심경이 복잡했다. 한편으로는 서태오가 이런 순간에도 자신을 지키려고 한 것에 감동한 동시에 또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다. 상황을 보아하니 이호석조차 송서우를 구하지 못한 듯한데 서태오가 과연 그녀를 구할 수 있을까?

유형주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 모든 것이 그의 상상을 초월했다.

그는 송윤성이 서태오의 뺨이라도 때릴 줄 알았으나 송윤성은 오히려 정중하게 서태오에게 자신의 딸을 치료해달라고 부탁했다.

유형주는 몰래 장휘택의 눈치를 살폈다. 장휘택은 안색이 어두워진 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송윤성은 눈치가 굉장히 빠른 사람이었기에 이내 어떻게 된 일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병원장님, 솔직하게 얘기하셔야 할 겁니다. 만약 거짓말을 한다면 관련 부서에 연락해 조사하라고 할 거예요.”

“…”

장휘택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는 비록 병원장이긴 하지만 조사를 받는다면 병원장이라는 신분은 아무런 쓸모가 없을 것이다.

잠깐의 망설임 끝에 장휘택은 자초지종을 얘기했고 마지막에 말을 덧붙였다.

“오늘 오전 송서우 씨는 확실히 숨이 멈췄었습니다...”

송윤성은 큰 손을 휘두르며 말했다.

“그건 다음에 얘기하죠. 이젠 사과를 해야 할 차례 아닌가요?”

“미, 미안해요. 제가 잠깐 정신이 나갔었습니다.”

장휘택이 고개를 돌려 서태오에게 사과했고 서태오는 입을 비죽였다.

“저한테 사과하시는 건가요?”

장휘택은 곧바로 정하람을 바라보며 연신 사과했다.

유형주는 그 광경을 보고 불안해져서 본인도 정하람에게 서둘러 사과했다.

그러나 정하람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고 결국 장휘택과 유형주는 애절한 눈빛으로 서태오를 바라보았다.

서태오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사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었다면 이 세상에 경찰이라는 직업은 존재하지 않았겠죠. 송윤성 씨, 그렇지 않나요?”

송윤성이 다급히 외쳤다.

“이 두 사람은 법과 규정을 어겼으니 반드시 법대로 처리하겠습니다. 우선 제 딸을 치료해 주세요!”

서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하람은 더 초조해졌다. 지금의 서태오는 그녀에게 너무도 낯선 동시에 걱정스러운 존재였다. 그녀는 티 나지 않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서태오의 팔을 잡았다.

그러나 서태오는 싱긋 웃으며 정하람의 손을 잡았다.

“걱정하지 마. 자신 있으니까.”

서태오의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정하람은 왠지 모르게 당황스러워져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을 삼켰다.

서태오는 송윤성을 따라 응급실로 향했다.

장휘택과 유형주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

“매형, 어떡해요?”

유형주가 비참한 꼴로 말하자 장휘택은 혀를 찼다.

“왜? 설마 미친놈이 정말 치료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건 아니지?”

“아, 그렇네요. 치료하지 못한다면 송윤성 씨는 화를 낼 거고 그렇게 되면 두 사람 모두 험한 꼴을 보겠군요.”

유형주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두 사람도 그들을 따라 응급실로 달려갔다.

응급실 안, 서태오는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두 손으로 송서우의 가슴을 누르며 느긋하게 말했다.

“침을 가져오세요.”

송윤성은 언짢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망할 놈, 만약 내 딸을 치료하지 못한다면 저 빌어먹을 손을 부러뜨리고 말겠어!’

그 자리에 있던 의사들 모두 서태오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미친놈이 환자를 침으로 치료하겠다니 너무 터무니없는 소리였다. 영화였어도 이렇게 황당한 시나리오는 쓰지 않을 것이다.

이호석이 중얼대며 말했다.

“유체 이탈에 침술을 쓴다고? 이건...”

서태오가 싱긋 웃었다.

“유체 이탈이요? 틀리셨어요. 이건 실혼증이에요.”

“실혼증?”

그 사이 간호사가 침을 들고 왔다.

서태오는 더 설명하지 않고 침을 받아 든 뒤 능숙하게 송서우의 백회혈과 사신총혈, 상성혈 등 혈 자리에 침을 놓았다.

침을 놓을 때 서태오는 자신의 기운으로 송서우의 생혼을 묶어둔 뒤 그녀의 혼백이 다시 그녀의 육체로 돌아갈 수 있게 유도했다.

서태오가 침을 뽑는 순간, 송서우의 심장 박동이 정상으로 돌아왔을 뿐만 아니라 호흡도 안정되었다.

“세상에!”

“숨을 쉬고 있어요.”

“상태가 안정되었어요.”

잠시 뒤, 송서우는 서서히 정신을 차리고 멍한 눈빛으로 주변을 쭉 둘러본 뒤 눈물을 흘렸다.

그 자리에 있던 의사들 모두 경악한 표정으로 서태오를 바라보았다.

이호석은 도저히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어 머리만 긁적였다. 아주 평범하게 침을 놓았을 뿐인데 그것만으로 사람을 살려내다니.

송윤성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황급히 마른세수를 하며 벅차오른 마음을 진정시켰다.

정하람 또한 놀란 얼굴이었다. 태연한 서태오의 모습을 본 그녀는 잠시 눈앞의 서태오가 정말로 그녀가 알고 있는 정신이 온전치 않던 서태오가 맞는지 의심이 들었다.

“목숨은 건졌지만 여러모로 상태가 안 좋아요. 간기울결에 비위불화, 거기에 기혈이 순환되지 않아 울증이 아주 심각해서 몸조리를 열심히 해야 해요.”

서태오는 끊김이 없이 술술 말했고 이호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울증이라는 것은 흔히 얘기하는 우울증입니다. 치료하기 아주 까다로운 병이죠.”

송윤성이 물었다.

“그렇다면 따로 치료 방법이 있을까요?”

“있긴 해요.”

서태오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치료할 수 있긴 하지만 그 방법이 상당히 성가셨다.

송윤성은 사업가라 그에게 학력이나 자격증 같은 것은 전혀 중요치 않았고 오직 결과만 중요했다.

게다가 지금까지 수많은 명의들을 만나봤었는데 서태오는 이미 자신의 능력으로 그의 신뢰를 얻었다.

서태오가 치료 방법이 있다고 하자 송윤성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흔쾌히 말했다.

“어떤 조건이든 상관없으니 꼭 치료해 주세요.”

“일주일에 두 번씩 침을 맞아야 하고 따로 약도 먹어야 해요. 울증은 정서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천천히 치료할 수밖에 없어요.”

서태오가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서우가 퇴원하게 되면 매주 두 번씩 사람을 시켜 선생님을 모시러 가겠습니다.”

송윤성은 서태오가 혹시라도 거절할까 봐 서둘러 말했다.

그런데 서태오가 고개를 끄덕이려는 찰나 정하람이 그의 허리를 힘껏 꼬집었다.

이번에 운 좋게 송서우를 치료하게 된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그런데 송서우의 우울증까지 치료하겠다고 하다니.

심각한 우울증은 절대 그렇게 쉽게 치료되지 않았다.

수많은 부자들과 유명인들은 돈이 많아 유명한 의사에게서 치료받을 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울증을 극복하는 것은 그들에게도 한없이 어려운 일이었다.

서태오는 결국 어쩔 수 없이 말했다.

“다음에 얘기하죠.”

송윤성은 조금 전 약속한 바를 자신이 지키지 않아 서태오가 일부러 그런 말을 한다고 생각해 곧바로 밖에 있던 경호원에게 지시를 내렸다.

“관련 공공기관에 얘기해 장휘택 씨와 유형주 씨를 철저히 조사하게 해. 그리고 나 송윤성이 실명으로 두 사람을 고발한 거로 해.”

“...”

밖에 있던 장휘택과 유형주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큼, 청년. 만약 기회가 된다면 청년에게서 조언을 얻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

이호석이 웃으며 물었다.

“네. 기회가 된다면 얘기 나누도록 하죠.”

서태오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고 이호석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호석은 서태오가 겸손하지만 비굴하지 않고 능력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호석 본인도 서태오의 나이에는 그 정도 실력을 쌓지 못했다.

정하람은 이 상황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호석과 얘기를 나누다니. 이호석은 의료계에서 유명한 명의인데 그에 반해 서태오는 그저 의학 관련 서적을 조금 읽었다는 이유로 사람들 앞에서 큰소리만 치고 있었다. 그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었다.

정하람은 서태오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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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준서의 친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는 모두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라 좋은 술과 좋은 차들을 많이 마셔봤다.그리고 강초은도 재벌 2세 정도는 되었다.그러나 그들과 달리 서태오는 보잘것없는 집안의 고아였기에 이런 귀한 차를 마셔볼 기회도, 자격도 없었을 테니 평가를 내린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었다.도준서는 서태오를 무시하는 눈빛을 해 보였다. 그는 서태오가 망신당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었다.정하람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서태오가 왜 이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알지 못하는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니었다. 그녀도 차에 대해 잘 알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잘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척하는 것은 아주 창피한 일이었다.서태오는 한숨을 쉬었다. 그는 다도에 대해 꽤 많이 알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생전에 차를 마시는 걸 좋아했고 덕분에 서태오는 아버지를 따라 여러 가지 유명한 차를 마셔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대학교 때 우연히 다도와 관련된 책도 읽어봤었다.그래서 서태오는 옛날 사람들이 어떻게 차를 마시는 일을 있는 집안 자제들의 고상한 취미로 만든 것인지에 대해서도 똑똑히 알고 있었다.서태오는 그들에게 그런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줄 생각은 없었기에 자신이 봤던 책에 적힌 정보만 짧게 얘기했다.“차에 소금을 넣는 것은 찻잎에 글루탐산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 함량은 테아닌 다음으로 높죠. 차를 끓일 때 적당한 양의 염화나트륨, 즉 소금을 넘으면 차 속의 글루탐산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일정량의 글루탐산나트륨을 만들어내요. 글루탐산나트륨은 쉽게 말하자면 요리할 때 쓰는 MSG 같은 거예요. 그게 있으면 감칠맛이 더 살아나죠. 옛날에는 제다 기술이 지금만큼 뛰어나지 않아 차의 쓴맛이 강한 편이었어요. 그리고 감칠맛이 강해지면 쓴맛이 덜 느껴지죠. 하지만 차를 제대로 음미하려면 단맛과 쓴맛, 떫은맛과 감칠맛을 모두 제대로 느껴야 해요. 그래서 차를 마시면 인생의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다고 하는 거예요. 그러니 차에 소금을 넣어서 마신다면 진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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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이름이네.”강초은이 중얼댔다.“하하, 청봉수는 과거 유명했던 차야. 수증기로 수분을 증발시킨 뒤 압력을 줘서 누르는 방식으로 생산되지. 청봉수는 한때 용단차와 함께 최고의 차라고 불렸었어. 당시 유명한 시인들도 청봉수를 마시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해.”도준서가 술술 말했다.“정말 고상한 취미를 갖고 있네. 진짜 우리랑은 너무 다르다...”강초은은 아부를 잘 떨었다. 그녀의 말 한마디에 도준서는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옛날에 좋은 집안 자제들은 서예, 회화, 악기, 시, 다도 등을 다 익힌다고 하잖아. 나도 하람이처럼 옛날의 그런 것들을 좋아하는 것뿐이야.”정하람은 고개를 저었다.“나는 초은이 덕분에 그런 것들을 알게 되었다가 조금 호기심이 생긴 것뿐이야. 잘 알지는 못해.”그들이 대화를 나눌 때 서태오는 그 자리에 말없이 앉아 있었다.“서태오 씨, 다들 태오 씨가 하람이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던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하람이와 결혼한 걸 보면 아마도 하람이랑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을 텐데 혹시 다도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도준서가 갑자기 서태오에게 말을 걸었다.서태오는 턱을 쓸면서 말했다.“조금 알고 있습니다.”도준서는 만약 서태오가 정하람의 취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들의 말처럼 둘은 정말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미로 그런 말을 한 것이었다.“조금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죠. 평소에 어떤 차를 주로 드시나요?”강초은은 도준서의 친구였고 서태오를 싫어했기에 그에게 망신을 주려고 했다.정하람의 입꼬리가 내려갔다. 그녀는 서태오를 이 자리에 데려온 것이 후회되었다.서태오는 난감해하지 않고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그냥 흔한 차들로 마셔요.”사람들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으며 서태오를 비웃었다.흔한 차라니.그들이 마시는 차들은 그런 흔한 차들이 아니라 50그램에 수십만 원씩 하는 비싼 찻잎으로 우리는 좋은 차들이었다.도준서는 그 뒤로 서태오에게 말을 건네지 않았다.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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