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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금불
“지금 당장 나랑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

밖으로 나가자마자 정하람은 곧장 서태오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송윤성은 빠르게 머리를 굴린 뒤 경호원에게 말했다.

“주차장에 있는 내 차로 서태오 씨를 댁까지 모셔다드려.”

경호원은 흠칫했다. 그 차는 오늘 송윤성이 금방 픽업한 십억 넘는 차로 오늘 공항으로 송윤성을 마중 나갈 때 처음 도로를 달렸다.

경호원은 서둘러 정하람과 서태오를 따라나갔지만 그들은 어느샌가 사라졌고 결국 경호원은 어쩔 수 없이 다시 돌아왔다.

송윤성이 화를 내려고 하는데 이호석이 웃으며 말했다.

“다음에 또 만나게 될 겁니다.”

...

정하람의 차는 비록 접촉 사고 때문에 살짝 찌그러지긴 했지만 기능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차에 타.”

정하람은 서태오를 데리고 차로 걸어간 뒤 다짜고짜 그를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차는 빠르게 달렸고 정하람은 운전하는 와중에 서태오를 계속 힐끔댔다.

지금 이 순간 정하람은 서태오가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서태오는 늘 그녀에게 낯선 존재였다.

서태오가 그녀의 집에 왔을 때는 이미 정신이 온전치 않은 상태였다.

당시 정하람은 서태오에 관한 정보를 조금 알게 되었지만 그마저도 정보가 많지 않았고 아주 평범했다.

서태오는 당시 대학교 4학년으로 졸업을 앞두고 있었는데 그해 집에 강도가 들어 두 부모님을 여의게 되었다.

그렇게 하룻밤 사이에 부모님을 떠나보내게 된 서태오는 큰 충격을 받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겼다.

결혼 후 3년 동안 정하람은 서태오를 환자로 여기면서 살뜰히 보살폈는데, 그 환자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감 넘치는 청년이 되더니 오늘은 그녀를 지켜주려고 했다.

서태오는 남영시의 최고 부자 송윤성 앞에서도 기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명의 이호석 앞에서도 당당하게 할 말을 했다. 그 모습을 보니 정하람은 마음이 복잡했다. 그것은 한두 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었다.

잠시 뒤, 그들이 탄 차는 남영시에서 유명한 호텔 앞에 멈춰 섰다.

정하람은 차 안에서 빠르게 수정 화장을 했다. 원래도 아름다운 정하람은 수정 화장을 하니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다.

서태오는 저도 모르게 그런 그녀를 넋을 놓고 보았다.

“외삼촌 생일 파티에 사람들이 많아?”

서태오가 갑자기 물었다.

정하람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아니. 사람들을 많이 초대하지는 않았어. 가고 싶지 않으면 가지 않아도 돼.”

서태오는 피식 웃었다.

“나 때문에 창피할 것 같아서 그래?”

“아니야!”

정하람의 안색이 살짝 달라졌다. 그러나 그녀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

“너도 알다시피 우리는 서로 원해서 결혼한 게 아니야. 만약 나랑 이혼하고 싶다면 편하게 얘기해. 나도 동의하니까.”

서태오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

사실 그는 정하람에게 별다른 불만이 없었다. 정하람은 얼굴도 예쁘고 아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와 결혼까지 했을 뿐만 아니라 3년 동안 그를 돌봐주었으니 말이다. 정하람 같은 여자는 온 세상을 뒤져봐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서태오는 정하람이 원치 않는 결혼생활을 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정하람은 차가운 얼굴로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고, 서태오는 그것이 뭘 의미하는지를 알지 못했다.

정하람은 떠나지 않고 호텔 입구에 서 있었다. 서태오를 기다리는 것이 분명했다.

‘여자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서태오는 쓴웃음을 지으며 차에서 내린 뒤 정하람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2층에 있는 룸으로 향하게 되었다. 룸 안에는 큰 테이블 두 개가 놓여 있었고 테이블 앞에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가득했다.

서태오의 장인어른 정준혁과 장모 장현주도 그 자리에 있었다. 서태오를 보는 순간, 장현주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정하람은 서태오를 데리고 집안 어른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서태오는 그들을 알지 못했기에 얼떨떨한 상태로 정하람을 따라서 인사를 건넸고 그 모습이 조금 바보 같아 보였다.

친척들은 조롱하는 듯한 눈빛으로 서태오를 바라보다가 그가 인사를 건넬 때면 그냥 무시했다.

정준혁은 미소 띤 얼굴로 서태오를 향해 자신의 곁에 앉으라고 손짓했고 정하람은 장현주의 곁에 앉았다.

그 테이블의 상석에는 정하람의 외삼촌과 외숙모 가족이 앉아 있었다. 오늘 이 파티의 주인공은 정하람의 외삼촌이었으나 환한 얼굴로 사람들에게 술을 건네며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은 그의 사위 한종수였다.

한종수는 서른 정도였고 얼굴에서는 귀티가 났으며 그의 말투에서는 사업을 하는 사람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오늘 저희 장인어른의 생신날에 이렇게 자리를 빛내주신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감사의 의미로 제가 먼저 한잔하겠습니다!”

한종수는 그렇게 말한 뒤 술잔을 들고 술을 마셨다. 아주 시원시원한 모습이었다.

“종수 씨, 종수 씨는 지금 사업이 한창 잘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 우리를 좀 도와줘요.”

“그래요. 얘기를 들어보니까 한때 송씨 가문과 협업한 적 있다면서요?”

“송씨 가문과 협업한 적도 있다니 정말 대단해요. 송씨 가문과 협업하면 수익이 엄청날 텐데 말이죠.”

“앞으로 잘 되면 절대 우리를 잊지 말아요.”

“저도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고 겨우겨우 입에 풀칠하는 정도인걸요. 그래도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정말 감사드려요.”

비록 그렇게 얘기했지만 한종수의 눈빛에서 자신감이 엿보였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평범한 직장인들이었고 오로지 한종수만이 사업가였다.

정씨 가문은 약재를 재배하는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정준혁은 상당히 너그러운 편이었고 친척들끼리 함께 사업을 하고 있었기에 수익을 나누면 다른 사업가들만큼 잘 벌지는 못했다.

사람들은 한종수 앞에서 아부를 했고 정하람의 외삼촌과 외숙모는 얼굴이 활짝 폈다. 사위가 잘 나갈수록 그들의 체면도 섰다.

특히 정하람의 외숙모는 결혼 후 줄곧 장현주와 사이가 좋지 않았었다.

예전에 장현주는 자기 딸이 예쁘게 생겨 재벌가 며느리가 될 거라면서 큰소리를 쳤었는데 결국 그녀의 딸은 정신이 온전치 않은 서태오와 결혼하게 되었다.

반대로 정하람 외숙모의 딸은 돈 많은 남자와 결혼했고 그것 때문에 정하람의 외숙모는 줄곧 장현주 앞에서 우쭐거렸다.

장현주는 화가 나서 안색이 잔뜩 어두워지더니 목소리를 낮추고 정하람에게 불평했다.

“왜 저렇게 허풍을 떠는 건지 모르겠어. 송씨 가문의 건설 현장 중 조경 녹화 사업을 하나 맡은 것뿐인데 말이야. 송윤성 씨는 물론이고 프로젝트 담당자조차 몇 번 만나보지 못했을 텐데 저렇게 큰소리를 쳐대네.”

정하람은 머리가 지끈거려 이마를 짚으며 대꾸하지 않았다.

정준혁은 서태오의 그릇에 고기를 집어서 놓았고 서태오는 음식만 열심히 먹었다.

자신을 제외한 가족들의 모습에 장현주는 더 화가 났다. 특히 서태오가 굉장히 눈에 거슬렸다.

한종수가 저렇게 잘나가는데 서태오는 직장을 다니는 건 고사하고 병이 다 낫는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한종수와 서태오의 엄청난 격차에 장현주는 속이 타들어 갔다.

정하람의 외숙모 유진설은 장현주의 표정을 보더니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 아가씨 사위 말이에요. 병 때문에 일자리를 찾지 못해서 어떡해요? 저런 병을 앓는 사람은 아무도 쓰려고 하지 않으니 말이에요. 그래도 다행히 우리 사위는 건설 현장 쪽에서 일하다 보니 그런 건 크게 신경 쓰지 않거든요? 우리 종수가 맡은 현장에서 일을 시켜보는 건 어때요? 이렇게 평생 돌볼 수는 없잖아요.”

“어머님, 저도 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건 안 될 것 같아요. 저희 현장은 관리를 엄격하게 하는 편이라 병을 앓는 사람들은 고용하지 않거든요.”

한종수는 미안하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

“어머, 막노동도 못 하는 거야?”

유진설은 일부러 끝 음을 늘리며 말했다.

정하람은 그들이 서태오를 모욕하자 언짢은 티를 내며 말했다.

“저희 태오 씨 다 나았어요.”

“나았다고?”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의아해하면서 정하람이 자존심 때문에 거짓말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서태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정준혁도 정하람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이네. 형님 생신인 데다가 우리 사위 병도 다 나았다니 말이야. 자, 다들 한잔하자고!”

장현주는 화가 나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정준혁은 늘 좋게 넘어가려고 했다.

한종수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다 나았으면 이젠 일자리를 구해야겠네요? 남자라면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하니까요. 태오 씨, 내 말 맞죠?”

서태오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가족이니까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해요. 병이 다 나았다고 하니 막노동은 충분히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안 그래도 메카루 북쪽에 담당자 한 명이 부족했는데 거기서 일해보는 건 어때요? 연봉은 1억 정도 돼요.”

한종수는 마치 가족이라서 도와준다는 식으로 통 큰 척 말했다.

정준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서태오가 눈을 접어 웃으면서 말했다.

“그쪽은 좀 위험하다고 들어서요. 돈 많이 준다고 해 놓고 인신매매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하던데... 설마 저를 그곳으로 데려가서 제 장기를 털려는 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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