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의 계절결국 이리 나리는 술기운이 올라 우문호의 손을 잡아 끌어 손등을 툭툭 치더니, “내 못난 제자가 말이야, 비록 야박하긴 해도 사람은 괜찮아, 태자가 잘 보살펴 주게, 제자를 일반적인 상식으로 판단하면 안되지만, 같은 말을 또 반복하는데, 남자는 말이야, 기개를 잃으면 끝이라고. 강하게 나갈 땐 밀고 나가야 해. 덮어놓고 여자한테 당하면 못 써, 약자 앞에 강하고 강자 앞에 약한 사람을 상대하는 법은 제자보다 더 세게 나가는 거야. 내일 내가 남편의 위세를 어떻게 부리는지 알려주지, 따끔하게 혼 내주면 고분고분해 진다고.”“원 선생 진짜 잘해요.” 우문호는 이미 거진 취했지만 생존욕구가 강해서 이리 나리가 원 선생의 사부라는 것을 잊지 않고, 속으론 구시렁거려도 겉으론 말하지 않았다. 우문호 기회주의자 거든? 우문호가 이리 나리에게 털어놓은 걸 바로 원 선생에게 일러바치면 우문호만 손해 아냐, 그런 수법엔 당할 우문호가 아니지.“잘한다고? 다 잘한다고?” 이리 나리는 믿을 수가 없다.“잘…….해요 다 잘하죠!” 우문호가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다.나리는 턱을 쥐고, 흑요석 같은 눈동자에 당혹감을 드러낸 채, “혼인한 남자가 설마 전부 정박아인 건 아니겠지?”이상하다. 이리 나리의 못난 제자는 의술 빼고 뭐하나 좋은 점을 찾으려 해야 찾을 수가 없는데.“혼인한 남자는 전부 행복합니다.” 우문호에게 행복한 미소가 번지며, “이리 나리, 혼인하시죠.”이리 나리는 생각에 잠겼다.혼인?우문호는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갔다. 원 선생이 전신에 술냄새가 난다고 할까봐 일단 이상한 온천에 가서 몸을 담갔다.아니 몇 번을 얘기했는데 또 취해서 목욕을 해? 원경릉은 잔뜩 열이 받았다.한동안 어장을 안 써서 거미줄 앉았던데 잘됐네.정신 쏙 빠지게 난리 브루스를 추던 시절은 그래도 행복했었다.눈 깜짝 할 새 날이 추워졌지만, 그나마 좋은 소식도 있다. 원경병이 회임을 한 것이다.우리 떡들은 걸을 수 있게 되었다.원용의는 정혼을 했다.미색은 자
이리 나리의 혼사원경릉이 급기야 눈물이 맺히며, “사부님께서 드디어 철이 드시는 건가? 사모님을 맞이할 생각을 다 하시고?”“누가 마음에 든데?” 우문호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내가 이리 나리를 단정적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결점을 들추기로 하면 이리 나리 눈에 찰 여자가 천하에 어디 있겠어. 갑자기 왜 혼인을 하고 싶으신 거지?”냉정언이 어깨를 으쓱하며, “모르지? 그날 갑자기 날 찾아와서 요즘 날이 추운 게 솜이불을 덮어도 냉기가 가시질 않고, 잠이 안 오는 게 따스한 잠자리를 만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며 혼사 얘기를 꺼내는데, 태자 전하가 꽤 잘 지내 보여서 혼인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만약 아이가 생기면 이리 나리의 사부님이 그 아이에게 아기 늑대를 선물할 거고 말이야.”우문호가 비웃으며, “따스한 잠자리 만드는 건 간단하잖아? 얼마나 많은 초두취의 미녀들이 이리 나리와 한 침대를 쓰고 싶어 안달인데? 내 생각에는 말이야, 혼인을 하고 싶다는 말은 거짓말이고, 아이를 낳아서 아기 늑대를 받고 싶은 게 본심 같은데.”“그건 알 수 없지, 어쨌든 마침 나한테 명단이 있어서 이리 나리께 드렸어.” 냉정언의 맑은 얼굴에 엷은 미소가 번지며, “아마, 선보느라고 바쁘실 걸.”“본인이 선을 본다고요? 매파를 두거나, 관의 중매인을 찾아도 되는데.” 원경릉이 말했다.“직접 봐야 된 데요, 말로는 어떤 점은 초상화로는 알아볼 수 없다면서.” 냉정언이 말했다.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확실히 그러네요. 말투나 태도, 기질은 본인과 직접 만나봐야 알아볼 수 있으니까요.”냉정언이 ‘푸흡’하고 웃음을 터트리며, “제 생각엔 이리 나리가 태도나 기질을 보러 간 것 같지는 않습니다.”“그럼 뭘 보죠? 외모인가요? 그건 볼 필요 없는 거 아닌가요? 어느 집 아가씨도 사부님보다 요사스러울 순 없으니까요!” 원경릉의 사부의 외모는 천하에 따라올 사람이 없으니까, 원경릉이 웃었다.“아이를 낳을 수 있나 없나 보는 거죠.” 냉정언이 이 추위에
눈늑대를 향한 일편단심가업 중 하나로 비단을 만드는 게 있는데, 사람을 시켜 좋은 비단을 골라 직접 초왕부로 갔다.이리 나리는 이런 한가한 사람이 아니지만, 가서 우리 떡들의 사랑스런 늑대를 한 번 볼 겸 해서다.우리 떡들이 걸을 수 있어서 이렇게 추운 날 눈늑대들과 눈밭을 구르는데 어찌 즐겁지 않을 소냐, 비만 아동들이 걷는 건 뒤뚱거리는 주제에 또 뛰는 건 빨라서, 비틀비틀 작은 몸이 흔들거리더니 고만 ‘꽈당’하고 엎어져도 울지 않고 눈늑대를 안고 깔깔 웃는다. 작은 얼굴이 추위로 빨갛게 얼었는데 눈늑대와 얼굴을 대고 찰싹 붙어있는 게 정답고 보기 좋다.이리 나리는 넋을 놓고 지켜보며 감동하더니 언젠가 눈늑대가 아이들과 찰싹 붙어있는 것처럼 자기에게도 붙어있을 지도 몰라!“할아버지!” 만두가 이리 나리가 오는 것을 보고 눈늑대를 놔 주고 이리 나리에게 달려왔다. 비만 아동이 뒤뚱뒤뚱 뛰어서 바로 할아버지의 다리에 폭 돌진했다.고개를 들고 입안에서 눈송이를 뱉아냈다.이리 나리는 만두를 안아 올리며 엄숙한 목소리로, “다시 말해 봐, 할아버지라고 부르면 안돼!”“엄마가 사부 하라버지랬어요!” 만두 발음이 정확하지 않지만 뜻은 이런데, 하여튼 좋다고 힘껏 이리 나리 품을 파고 들었다.너무 추워서 이리 나리는 이빨이 덜덜 떨릴 지경인데 이 꼬맹이는 춥지도 않나? 별로 껴 입지도 않았는데 젊음은 좋은 거구나.이리 나리는 우리 떡들의 머리를 한 번 해부해 보고 싶은 게, 대체 안에 뭐가 들었길래 만 한 살도 채 되지 않은 아이들이 이렇게 총명할 수 있는 건지 들여다 보고 싶다.우리 떡들은 1달 전에 말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말을 할 수 있게 되자 엄청 떠들더니 막 걷기 시작해서 이제 뛸 수 있게까지 되었다.어느 집 아이들이 이렇게 대단할까?“가자, 탕후루(糖葫蘆) 먹으러 가자!” 이리 나리가 손짓하자 뒤에 있던 시종이 번개같이 탕후루 10개를 꺼냈다.꼬맹이들이 좋아서 가지고 갔다.이리 나리가 주변을 살피고 얼른 시종에게 고기 한 냄비를
소녀와 이리 나리이리 나리는 ‘아저씨’란 말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째려보는데 소녀가 ‘아저씨’라고 부른 사람은 분명 자신이다. 이럴수가 저 인간 봉사인 게 분명하다.아니면 이건 이 세상에서 가장 극악무도한 저주 아닐까?이리 나리는 서른이 되도 세상의 풍파에 실오라기만큼도 영향을 받지 않은 완벽하다 못해 거의 경악할 수준으로 완벽한 외모가 가장 큰 자랑이었다.그래서 순간 화를 내야 한다는 것도 잊고 충격이 너무 큰 나머지 ‘아저씨’가 마음속에서 계속 메아리 치고 있었다.“야 꼬맹이, 꼬맹이 놈이!” 이리 나리는 정신을 차리고 심오한 눈빛을 일렁거리며 자기가 아는 가장 강렬한 욕을 퍼부어 주었다. 소녀는 크게 화가 나서, “전 꼬맹이 아니거든요, 올해 열 여섯, 시집갈 수 있는 나이라고요!”소녀가 화가 나자 품에 눈늑대도 이리 나리에게 어금니를 드러내고 당장이라도 물어뜯을 기세다.이리 나리는 맥이 탁 풀리는 게, 이 소녀는 눈늑대에게 아무것도 안 줬는데도 이렇게 말을 잘 듣는데, 자기는 이번에 이렇게 많은 비단을 갖다 바치고 고기까지 한 냄비 사줬는데 ‘양의 탈을 쓴 늑대’라 더니 진짜 늑대 이놈들.“너……” 이리 나리는 분을 꾹 참고 소녀의 빨간 사과처럼 잔뜩 화가 난 얼굴을 바라보며, “눈늑대가 왜 네 말을 듣는 거야?”소녀가 별처럼 초롱초롱한 눈으로 코웃음을 치며, “눈늑대는 아무하고나 잘 지내요, 나쁜 사람만 빼고요, 쟤들이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 걸 보니 당신은 분명 나쁜 사람이에요.”이리 나리는 허탈해 졌다. 경단이 늑대에게 이리 나리는 당연히 좋은 사람이 아니다.이리 나리가 침울하게 돌아가려 는데 소녀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기다려요.”이리 나리가 돌아서서 소녀를 봤다.소녀의 눈은 이리 나리의 허리춤에 있는 옥피리에 가 있다, “옥피리가 예쁘네요, 저한테 파시면 안돼요?”이리 나리는 원래 관대한 사람이고 옥피리가 딱히 진귀한 것도 아니라, 기껏해야 재물일 뿐 별로 귀한 것도 아니니 빼서 소녀에게 주며, “너 가져.”
초두취에 간 오누이만아가 비웃듯, “누가 아니래요? 이리 나리께서 늑대를 노린 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공주님이 늑대를 부리실 수 있으니 이리 나리께서는 좋다고 기꺼이 앞장을 서신 거죠.”오늘이 우문령 생일이라 꼭두새벽부터 특별히 출궁해 여럿이 그녀의 생일을 축하해 준 뒤 안 그래도 어디를 데려가야 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리 나리가 이렇게 고민을 대신해 주니 원경릉은 이게 웬 떡인가 싶다.게다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가니 순결이나 명성에 흠이 갈 걱정도 없다.그런데 땅거미가 질 무렵인 데도 우문령과 이리 나리가 돌아오지 않자 원경릉은 조금 초조해 져서 사람을 시켜 찾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희상궁이 하얗게 질려서는 원경릉에게 얘기하길, 이리 나리가 공주를 데리고 초두취에 갔는데 공주는 술을 마시고 만취한 바람에 돌아오기 싫다고 했다는 것이다.원경릉이 듣고 머리가 지끈지끈 한 것이, “아이고, 어떻게 걔를 데리고 그런 데를 가? 이걸 궁에서 알기라도 하면 어쩌려고?”“분명 알 겁니다. 공주 마마께서 데리고 간 사람은 전부 궁인들로 태후 마마와 현비 마마께 보고 드릴 게 틀림없습니다.” 희상궁이 말했다.“희상궁,” 원경릉이 다급하게, “얼른 사람을 경조부로 보내 직접 초두취에 가서 공주를 데려오라고 해주세요.” 희상궁이, “서두르지 마세요, 이미 만아를 시켜 태자 전하께 부탁드렸으니 잠시 후면 모시고 데리고 돌아오실 겁니다. 아이고, 태자비 마마 역시 궁에 어떻게 변명을 할지 생각 해 두셔야 할 것 같습니다.”원경릉은 태후와 현비 두 시어머니를 생각하니 머리가 터질 것 같다.둘 다 만만한 상대들이 아니다.한편, 우문호는 서슬이 퍼렇게 초두취에 가서 바로 후원으로 달려갔다. 궁인들과 하녀들이 전부 밖에 서 있고, 이리 나리만 마당에서 눈늑대와 좋아 죽는 게 보이는데 어째 우문령은 보이지 않는다.“이리 나리, 우리 영이는?” 우문호가 급히 물었다.이리 나리는 한 손으로 눈 늑대 한 마리를 안고 마당을 비추는 어슴푸레한 풍등 아래 달빛처
막 나가는 이리 나리이리 나리는 일을 아주 계획적으로 한다.팔 수 없는 물건은 없다고 생각하는 주의로 전에 경단이 늑대가 달아난 건 당시 미처 친해지지 못해서 였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이리 나리는 늑대들과 하룻밤을 놀았고, 몇 번을 더 먹이를 주다가 한밤중에 쟤들을 데려가면 이번엔 다시 돌아올 리가 없다.그래서 해시(밤9시~11시)경이 되길 기다렸다가 또 눈늑대에게 먹이를 주고 마차를 준비시키게 한 뒤 수도권으로 돌아갈 계획이다.이렇게 오밤중에 성을 나가는 것은 골치 아픈 일이라 이리 나리는 안으로 들어가 땅바닥의 우문호를 발로 툭툭 차며, “태자, 자네 영패 좀 빌립시다.”우문호의 이마엔 크게 혹이 나 있고 가볍지만 약간의 출혈도 있는데 날이 추워 출혈은 다행히 심하지 않았다.발로 차도 깨지 않자, 이리 나리는 한 손으로 우문호의 몸에서 영패를 낚아채며, “자네가 반대하지 않으니 그럼 내가 가지고 가겠네.”이리 나리가 나가면서 궁인들에게, “태자 전하와 공주 마마께서 안에서 말씀 중이시니 자네들은 먼저 가서 뭘 좀 먹고 다시 와서 시중을 들도록 하게.”궁인들은 이 말을 믿고 이리 나리와 함께 나갔다. 이리 나리는 초두취 사람에게 저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게 한 뒤 신바람이 나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눈늑대와 마차에 올랐다.원경릉이 초왕부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우문호가 공주를 데려오지 않자, 다시 사람을 초두취로 보냈더니 땅바닥에 쓰러져서 나뒹굴고 있는 우문호가 발견된 것이다. ‘형제는 용감했다.’서일은 당연히 조용조용 두 사람을 들어서 후문에 있는 마차에 태운 뒤 쏜살같이 초왕부로 돌아왔다.우문호는 마차에서 깨어났는데, 이마를 무심결에 만졌다가 아파 죽을 뻔 하고 이를 갈며, “이리 네이 놈, 110만냥으로 배상하지 않으면 내가 네 놈의 늑대파를 아주 싹 쓸어버리겠어.”우문호는 뒤를 돌아 여전히 취해서 죽은 듯이 자고 있는 우문령을 때려서 깨우며, “야, 일어나, 일어나라고!”우문령은 코딱지만큼의 반응도 보이지 않고 그대로 깊은 잠에
발칵 뒤집힌 궁원경릉이 우문령의 이마를 짚어주며, “아가씨 취했어, 지금은 초왕부고. 머리 많이 아파?”“새언니!” 우문령은 힘든 지 다시 눈을 감는데 위가 또 울렁거리며, “엄청 괴로워요.”“괴로운 줄 알면서 너 또 술 마실 거야?” 우문호가 옆에서 소리를 친다.“천둥 친다!” 우문령이 또 투덜거리더니 미간을 찡그렸다.우문호가 씩씩거리며, “너 있다가 궁에 가서 봐.”원경릉이 우문호의 손을 잡아 끌며, “됐어, 그만 해, 아가씨 좀 자게 내버려 둬. 숙취가 얼마나 괴로운데. 내일 술이 깨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플 거라고.”“아파도 싸!” 우문호는 화도 나지만 마음이 아파서, “이리 나리는 인성이 없는 사람이라고 쳐도, 동생은 분수도 몰라? 남자를 따라가 가서 기루에서 놀다니. 그것도 곤죽이 되도록 술을 마시고, 아바마마께서 널 어떻게 처분하실 지 두고 보자.”원경릉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 슬픔과 원망의 눈빛으로, “자기가 가서 얘기 좀 해. 궁에 돌아가서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우문호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해도 소용없어, 동생이 데리고 온 사람들은 전부 어마마마와 태후 마마께서 보내서 시중을 들던 사람들인데 어쩌다 한 둘이 심복이라고 해도 이 일은 못 감춰. 궁에서 책망하면 너도 나도 전부 끝장이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우문호가 여기까지 말하고 무의식적으로 엉덩이를 만지는데, 우문호가 또 곤장을 맞을 가능성이 제일 크다.우문호는 지난 번 곤장 맞을 때 맹세 한 게 절대로 다시는 곤장을 맞지 않겠다는 것으로 만약 아바마마께서 이번에 또 때리시면 우문호는 자신을 보호해줄 만한 사람을 찾아야 한다.다음날 우문령은 궁으로 돌아가고 얼마 되지 않아 과연 궁에서 성지가 와서 태자와 태자비에게 입궁하도록 했다.우문호는 일찌감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오늘 아침 일찍 위태부에게 국책 중에 자문할 일이 좀 있으니 오시라고 했다.그런데 갑자기 성지가 도달했다며 우문호는 위태부에게, “오늘 제가 일이 많아서 아무래도 바쁠 것 같습니다. 태부의 가르침을
현비 뜻대로 될까?따귀를 때린 손이 아직 내려오기도 전에 그림자 하나가 뛰어들어와서 현비의 다른 쪽 손을 물고 늘어졌다.현비는 너무 아파서 제대로 보지도 않고 따귀를 때리느라 들어올린 손 그대로 그 작은 몸을 때렸다.원경릉이 보니 찰떡이로 원래 외전에 유모와 놀고 있다가 달려온 것이다.한 대 맞고 ‘으앙’하는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찰떡이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순식간에 얼굴이 보랏빛이 되도록 울어 제치는데 울다가 숨이 넘어갈 것 같은 모습이다.태후가 이 상황을 보고 화가 나서 벌떡 일어나 찰떡이를 안고 현비에게 역정을 내며, “얘는 왜 때리는 거냐? 미쳤어? 얘를 왜 때려? 그것도 이렇게 세게 때리다니 네가 죽고 싶은 게야!”현비도 순간 찰떡이 인줄 모르고 이제서야 똑바로 보였는데 태후에게 한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상해서 뾰로통하게, “살짝 한대 때린 거 가지고 뭘 이렇게까지 울어요? 그렇게 심각한 것도 아니었는데 애가 약해 빠져서 그렇죠. 그리고 얘가 사람을 물었다고요. 못 보셨어요? 누가 가르쳤어 어 이 녀석!”현비는 마음으로 세 손자가 기쁠 수가 없는 게, 아이들이 자기와 친하지 않기 때문으로 자기를 보면 울고 얼굴을 찡그리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이 사람을 가리고 까탈을 부리는 게 다 제 어미를 닮아서 라고 생각했다.태후는 현비의 이 말을 듣고 화가 나서, “뭐 이 녀석? 지금 뭐라고 했어? 네가 지 엄마를 때리려고 하는데 쟤가 물면 안돼? 쟤가 이렇게 철이 들었어, 이 조그만 아가가 이렇게 철이 들다니, 넌 기뻐해야 마땅하지. 참으로 갈수록 상식에서 어긋나는 구나. 오늘 만약 우문령의 일이 아니었으면 너를 나오라고 해서는 안되는 거였어.”태후는 찰떡이를 어르며 토닥토닥 등을 두드리며, “그래 그래, 착하지, 울지 마라, 이제 안 혼내, 이리 와 사탕 먹자.”말을 마치고 상궁을 불러 사탕을 가져오게 해서 찰떡이 입에 물려주니 그제서야 울음을 멈추고 비틀비틀 뒤뚱뒤뚱 사탕 하나를 꼭 쥐고 원경릉에게 오더니, 원경릉의 품에 폭 안겨 가지를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