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비의 의도원경릉은 그래도 이해할 수가 없어, “어마마마는 지금 금족령으로 바깥과 연락하실 수가 없습니다. 어마마마께서 어떻게 소씨 집안 사람에게 헛소문을 퍼트리게 하겠습니까? 소씨 집안 사람들도 어떻게 태후마마의 말씀을 듣지 않고 어마마마의 말을 듣는지요? 그리고 소씨 집안 사람들이 이렇게 소문을 퍼트려 자기들에게 좋은 점이 뭐가 있습니까?”게다가 현비가 이렇게 소동을 부리는 건 득보다 실이 많은데, 현비가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럴 리 없지 않을까? 그리고 황제가 상인의 지위를 올려주겠다고 결정했는데 외부에 이렇게 거짓을 퍼트리면 조정이 민심을 수렴하는데 불리하다.“현비는 궁에서 오랜 세월을 있었네. 주변에 자신의 뜻을 전할 만한 사람 한둘이 왜 없겠나? 소씨 집안은 태후의 말을 듣지 않아. 태후는 소씨 집안은 그다지 크게 염두해두지 않지만 현비는 줄곧 소씨 집안을 위해 지략을 펴 왔지. 게다가 이제 다섯째가 태자가 되었네. 무한한 영광이 불을 보듯 훤해. 소씨 집안 사람들은 분명 꼬리를 흔들어 대겠지, 현비가 왜 반대하는지 상상이 안 되니?” 안풍친왕비가 말을 마치고 원경릉을 바라봤다.원경릉이 머뭇거리며, “어마마마께서 상인을 깔봐서 인가요?”안풍친왕비가, “그건 그 중 하나일 뿐이야, 현비는 상인을 업신여기지. 어엿한 일국의 공주가 시정의 장사치 나부랭이에게 시집을 가다니 이건 현비의 얼굴에 따귀를 날리는 셈일 거야. 지금 혼기를 맞은 공주가 우문령 하나가 아니니, 현비 생각엔 황제가 우문령이 아닌 다른 공주를 시집 보내면 된다고 생각할 거야. 하지만 제일 큰 원인은 태자가 책봉된 이래 지금까지 자신의 신분이 올라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금족령을 당했으니 얼마나 분하고 억울하겠어? 그런데 너와 태자까지 자기를 지지하고 돕지 않으니, 알아서 부활의 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데 공주의 혼사만큼은 명실상부하게 자신이 관여할 수가 있거든.”원경릉은 안풍친왕비에게 이 점을 지적 받고 순간 이해가 되면서, “그래서 어마마마의 최종 목적은 이 혼인을 막고자 하
의도된 혼사?현비가 결국 타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작해야 경여궁에서 소란을 떨 뿐으로 현비가 소씨 집안 사람을 시켜 밖에서 소동을 피우게 할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아마 이점은 황제조차 현비를 무시했을 걸?그렇다는 건 현비의 생사는 거의 정해진 거나 다름없다. 어쩐지 태후가 다급하게 안풍친왕비를 오라고 불렀더라.현비가 이토록 미쳐 날뛰는 것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권력이 침투했기 때문이다.원경릉은 심사숙고 했다. 현비가 바보야? 조금도 그렇지 않다. 만약 황제가 예전의 황제라면 현비가 이겼을 것이다. 왜냐면 황제는 태자와 공주의 생모라는 입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후원에 큰 불은 참아낼 지언 정 조금의 불똥도 밖으로 튀어나가 서는 안된다.황제는 황실의 체면을 가장 중시한다. 수년간 부부로 있으며 현비는 황제를 잘 알고 황제의 약점을 쥐고 있다고 생각했다.황제가 타협만 해주면 현비는 이전의 그 어질고 지혜로운 아내로 돌아갈 것이며, 황제도 여러 해 함께 한 부부의 정을 생각해 현비를 용서해 줄 것이다. 그리고 소씨 집안 쪽은 어쨌든 태후의 친정이므로 효심이 깊은 황제가 심하게 할 리는 없고 찬바람이 불고 지나가면 다시 발탁해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현비는 생각하고 있었다.현비는 이번은 공주의 혼사를 가족 문제라고 생각했다.황제 입장에선 정치를 펼치는 중대한 일이자, 국가와 민생에 관한 대사다. 황제는 너무 오래 가난해서 북당을 위해 뭔가 출구를 찾아야만 했다. 위에서는 황제가 결단성 있게 치고 나가라고 압박했다. 막는 사람은 죽여라.“황제가 어쩌면 소씨 집안을 한 번 봐줄 수 있지만, 현비라는 악의 축은 아마 다시는 제멋대로 하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 지켜 보려 무나, 설을 쇠고 나면 대외적으로 현비의 병세가 악화되었다고 선포할 거야.” 안풍친왕비가 말했다.원경릉은 안풍친왕비에게, “절 불러 내셔서 분석을 들려주셨는데 제가 뭘 하길 원하십니까?”안풍친왕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 만약 황제가 마지막에 현비에게 손을 쓰면 자네
섣달 그믐밤안풍친왕비가, “현비가 소란만 안 떨면 혼사는 순리대로 거행될 거야, 모두 기뻐하며 말이지. 하지만 만약 현비가 소동을 일으키면…… 딸이 시집가는데 모친이 저주를 퍼부으면 밖에선 혼란이 일거야. 이게 무슨 짓인가? 공주가 출가하기 전에 현비를 죽일 수도 없는 것이, 아무튼 황제는 딸을 사랑해서 그런 재수없는 경우를 당하게 하고 싶지 않은 거야. 그리고 예법을 어지럽히고 싶지도 않은 게 만약 현비가 죽으면 공주는 어미의 삼년상을 지키느라 혼례를 연기할 수밖에 없지.”원경릉이, “어떻게 연기할 수가 있어요? 지금 황제 폐하는 이리 나리가 사위가 되는 걸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상황인데, 만약 이리 나리가 혼인 할 의사가 없으면 조금도 서두를 필요가 없지만 어쩌다가 혼인을 하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냉정언이 중매 명단까지 줬다고 하더군요. 냉정언과 혼담이 오갈 정도면 전부 신분이 높은 분이겠지요.”황제가 초조하지 않을 수 있나? 이리 나리와 경성의 고위급 집안이 혼인으로 맺어진 뒤 세력을 키워간다면?우문호가 말할 것처럼 이리 나리에게 붙어 이득을 취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차치하더라도 반드시 손에 꽉 쥐고 있어야 만의 하나라도 실수가 없을 것이다.그래서 혼사는 미룰 수 없다. 현비는 아마도 이 점을 알고 황제가 공주의 혼사 전에는 자신을 죽일 리 없다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담하게 황귀비 자리와 소씨 집안의 세력을 키우는 도박을 생각해 냈음이 분명하다.원경릉은 마음 속으로 한숨만 계속 나는 게, 이 높은 사람들은 피한방울 흘리지 않고 전쟁을 하는데 자기는 마침 좋은 혼담이라고 생각했었다.“네가 수락하지 않으면 그때, 황제가 다섯째를 밖으로 출장을 보내겠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부자 관계는 망가져.” 안풍친왕비가 말했다.원경릉이 심사숙고했으나, “정말 다른 방법이 없으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네요. 태후 마마께서 현비마마를 설득해 보셨고, 태자도 설득해 봤고, 오늘밤 왕비마마까지 설득해 보셨는데 안되니 사실 다른 방법이 없는 거죠.”안풍친왕비가
악몽즐거웠던 어린 시절이여,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게 안타깝구나.“얼른, 소원 빌어야지!” 할머니가 재촉했다.원경릉은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은 채 마음 속으로 기도했다. 살아있을 동안 아빠, 엄마, 오빠를 만날 수 있기를.눈을 뜨니 할머니가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무슨 소원을 빌었니?”원경릉이 웃으며, “엄청 큰 소원을 빌었죠.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할머니가 만든 떡국을 먹게 해 주세요.”할머니가 웃으며, “그것은 반드시 이뤄질 거다.”할머니와 손녀가 밥을 먹는데 원경릉은 집에 와서 할머니와 먹으려고 일부러 궁에서 배불리 먹지 않기도 했고 안풍친왕비의 말을 듣고 나니 식욕이 뚝 떨어져서 먹기 싫었는데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할머니의 요리를 보니 순간 배가 꼬르륵거렸다.밥을 먹고 나란히 앉아 전에 즐거웠던 일을 얘기하는데 특별한 날이고 분위기다 보니 더욱 집이 그리웠다.원경릉이 잠을 자며 꿈을 꿨다. 꿈 속에 어린 시절로 돌아가 설날을 맞는데 엄마가 원경릉에게 새 다운 자켓을 선물해 주셨다. 선홍색 새 다운 자켓을 입자 옷에서 계속 피가 떨어지고, 바늘로 찌르듯이 아팠다. 원경릉이 울부짖으며 엄마에게 자켓을 벗겨 달라고 하는데 엄마가 와서 아무리 벗기려고 해도 자켓이 원경릉을 꽁꽁 싸맨 채, 안에 수많은 예리한 바늘이 돋아서 원경릉의 피부를 뚫고 엄마는 원경릉을 안고 같이 울었다.“여보, 일어나!” 누군가 귓가에서 작게 부르고 있다. 초조한 목소리다. 원경릉은 두 손으로 자신을 끌어안고 촉촉한 입술이 덮여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바늘이 찌르는 고통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우문호다.원경릉은 천천히 눈을 뜨는데 눈꺼풀이 어찌나 무거운지 실눈같이 벌어진 틈으로 사람그림자가 퍼뜩 보였다가 다시 눈을 감았다.원경릉은 여전히 꿈 속이다. 하지만 선혈이 흐르는 다운 자켓이 아니라 큰 강의 피안에 서 있는 꿈이다. 우문호는 멀리서 원경릉을 보고 있고, 원경릉은 가고 싶지만 다리도, 배도 없어서 두 눈을 멀쩡히 뜨고 우문호가 수영해서 건너겠다
악몽에서 깨어나원경릉은 아직도 꿈 속인 듯 중얼거리며, “무슨 일이야?”우문호는 원경릉을 안고 그녀의 머리를 가슴에 파묻은 채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궁에서 돌아왔더니 당신이 계속 울고 있었어, 아프다면서, 반시진이나 아무리 불러도 깨지 않았다고. 꿈에서 뭘 본 거야? 놀라 죽을 뻔 했잖아.”“꿈에서 뭘 봤지?” 원경릉이 갑자기 몸서리를 치며 꿈속의 절망이 마음을 다시 휩쓸고 지나가는지, “꿈에 피 묻은 겉옷을 봤어. 겉옷 안에 엄청 예리한 바늘이 수도 없이 박혀 있어서, 그리고 꿈 속에 자기랑 내가 강에……”“말하지 마, 그냥 악몽일 뿐이야. 됐어 그만해.” 우문호가 손으로 원경릉의 입을 막는데 가슴이 쿵쿵 뛰었다.원경릉은 너무 피곤해서 도저히 안 되겠기에 서서히 눈을 감았다. 그녀는 오랫동안 이런 끔찍한 꿈을 꾼 적이 없다.“최근 너무 피곤했건 거 아냐? 영이 혼례 치르고 나면 우리 좀 나가자.” 우문호가 원경릉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원경릉이 번쩍 눈을 뜨고, “나……나간다고?”“응, 당신 데리고 바람 쐬게. 일년 동안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당신 계속 그런 환경속에 갇혀 있었잖아. 정신적으로 무너질 만도 하지. 우리 나가서 바람 쐬자. 원용의 결혼 즈음에 다시 돌아 오지 뭐.”원경릉이 주저하며, “자기……갈 수 있겠어?”“너보다 중요한 건 없어.” 우문호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방금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영이 혼례 마치면 우리 나가자, 가고 싶은 데 없어?”원경릉이 가만있다가 공허한 목소리로, “어디 가고 싶은 지 모르겠어, 그래도 어디든 가면 좋을 거 같아.”우문호가 원경릉에게 키스하며, “그래, 내가 계획을 세우지.”원경릉은 휘장에 늘어뜨린 술이 천천히 나부끼는 것을 보며, 눈앞에서 팔랑팔랑 하는 사이로 외부의 빛줄기가 비춰 들기 시작했다. 날이 이미 밝았다.“넌 더 자.” 우문호가 안타까워하며, “눈이 다 부었네.”“아냐, 나 일어나야 돼, 할머니가 떡국 끓여 주실 거야.” 원경릉의 신년 소원
새해 첫 날만두가 혼자서 떡국 세 그릇을 먹어 치웠다. 떡국이 뜨거워서 유모가 후후 불어 천천히 먹여주자 만두는 급해서 발을 동동 구르며, 동생이 자기 걸 빼앗아 먹을 까봐 동생들 못 오게 손으로 막다가 찰떡이를 밀기까지 했다.원경릉이 웃음을 터트리며, “이 녀석은 동생을 조금도 아끼지 않네.”우문호가 보고서 어이가 없는지, “컸으면 한 대 맞았다.”“어릴 때부터 가르쳐야지, 맞아야 하면 지금 맞는 거야.” 원경릉이 걸어가서 찰떡이를 한 손으로 안고, “형이 먹을 걸 안 주지? 우리 형아 때릴까?”찰떡이가 만두를 한번 보는데 만두가 부리부리하게 노려보며 통통한 손을 들어 찰떡이를 위협하는데, 찰떡이가 순간 분을 꾹 참고, “형아 때리지 마요!”우문호가 만두의 엉덩이를 한 대 때리며, “형이 동생을 괴롭혀? 아주 능력이 좋구나!”만두는 아빠를 무서워해서 아빠가 성낼 까봐 입도 뻥긋 못하고 더이상 못 오게 막지 않았다.원경릉은 아이들을 모두 내려놓고 함께 할머니께 세배를 드렸다.할머니는 미리 세배돈을 준비하셨는데 기쁘신 지 환히 웃으신다.세배를 하고 떡국을 먹는데 살짝 식어서 술술 넘어가는 게 만두는 한번에 떡 다섯개를 먹고 몸을 흔들며 ‘마이쪙, 마이쪙’ 춤을 춘다. 증조할머니 솜씨가 아주 마음에 쏙 드는 모양이다.할머니는 떡 두개를 드시더니 수저를 놓고 웃으며 일가족을 지켜 보는데, 찰떡이가 제일 우아하게 유치 8개로 떡을 앙 물고는 통통한 손으로 잡고 먹었다.경단이도 나름 잘 먹는데 약간 안달이 난 것이 또 형이 와서 가져갈 까봐 유모의 손을 치며 빨리 달라고 했다.떡국을 먹고 마당으로 나가 산책을 하며 새해 기분을 냈는데 할머니는 추운 것을 싫어해서 안 나가셨다.다바오와 눈 늑대들은 목에 복주머니를 묶고 눈밭을 뛰고 구르는데 늑대와 개가 이토록 잘 어울리다니 볼 수록 빠져들었다.이리 나리는 올해 여기서 새해를 맞았는데 어젯밤 집에 돌아가 거기서 해넘이 밥을 먹고 자시쯤 돌아와서, 오늘 할머니가 이리 나리에게 떡국을 가져다 주셔서
이리 나리의 분노이리 나리는 두 손을 소매에 찔러 넣고 의자에 비스듬히 기댔는데 입술에는 혈색이 별로 없고 눈 밑이 약간 검푸른 것이 어제 잠을 못 잔 것 같다. 콧잔등에 푸른 힘줄이 살짝 도드라지며 우문호에게, “눈 늑대와 다바오 목에 있는 복주머니를 있다가 빼앗아 가시면 되는 일 아닙니까.”우문호가 화가 나서, “태자를 도대체 뭘로 보는 겁니까? 태자가 지금 개랑 세배돈을 다퉈야 겠습니까?”이리 나리가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며 약간 의아하다는 듯, “어엿한 일국의 태자가 개를 무시하는 겁니까?”우문호가 코웃음을 치며, “진지하시군요. 전 그저 잘 지내보자고 한 말인데, 농담하신 거면 재미없었습니다.”이리 나리는 살짝 한숨을 쉬고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됐습니다. 태자 나리와 따지고 들어서 뭐하겠습니까? 억울하지만 화를 낼 수 없으니 태자 나리께는 역시 제가 잘못한 걸로 하지요.”우문호가 미간을 찌푸리며, “영이를 신부로 맞이하기 싫으시면 제가 말씀드리면 그만입니다.”“어떻게 제가 그분과 혼례를 치고 싶지 않은 게 되죠?” 이리 나리가 의아해 했다.“혼사때문에 그런 게 아닙니까?”이리 나리가 천천히 고개를 흔들며, “그 여자가 딱 좋다고 생각하는데 바깥사람들처럼 이렇게 저를 모함하시면 안되죠. 지금 경성 사람들이 전부 저를 호색한이라고, 황실과 같은 급이 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상인의 체면을 다 구겼다고 수근거립니다. 앞으로 제가 장사를 할 때 상대에게 비웃음을 듣게 되겠지요.”원경릉은 관자놀이가 뛰는 것을 느끼며 얼른, “정초인데 이런 얘기 해서 뭐 하게요? 됐어요.”우문호가 의심스런 눈초리로, “무슨 뜻입니까, 누가 이리 나리를 모함한다는 말입니까? 바깥사람들이 왜 그렇게 얘기하죠?”“혼사가 정해진 그날부터 밖에 이런 유언비어가 떠돌기 시작했습니다. 못 들으셨습니까?”우문호가 고개를 흔들고 원경릉을 보자 원경릉은 시선을 피했다. “저는 몰랐습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원경릉은 아무 것도 모르는 척 할 수밖에 없
세배원경릉이 놀라서 작은 소리로, “사부님 말씀이 맞아요.”이리 나리는 표정을 가다듬고, “그리고, 이 일을 궁에서 어떻게 처리할지 난 모르지만 태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게 있어. 앞으로 소씨 집안과 선을 아주 분명히 그어야만 해. 조금의 구정물도 튀어서는 안돼. 만약 그렇게 되면 태자를 해치게 될 테니. 사람들이 하는 말이 왜 두려운 줄 알아? 사람들의 말은 대세와 타인의 마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야.”원경릉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리 나리의 말뜻은 우문호를 소씨 집안에서 완전히 떼어놓으라는 것으로 결국 현비와 완전히 갈라서게 만들라는 것이다.말이 쉽지 모자 사이 어떻게 갈라놔?이리 나리가 일어나 씩씩거리며, “말로 하니까 열이 확 뻗치네.”이리 나리가 나가서 큰 소리로, “떡들아, 가자. 할아버지가 너희들 간식 줄게. 눈늑대도 데리고 가자.” 시름을 푸는 데는 눈 늑대가 최고다!말이 떨어지자 마자 쏜살같이 달려온다!반시진 후 우문호가 그늘진 얼굴로 돌아왔는데 망토를 들고 원경릉에게 입혀주며, “이렇게 추운데 안으로 좀 들어오면 안돼? 조금 있으면 사람들이 세배하러 올 거야.”오늘 여섯째 부부와 일곱째가 올 거다.일부러 방금 일은 우문호에게 얘기하지 않았다.우문호가 뭘 알아봤는지도 묻지 않았다.“좋아!” 원경릉이 우문호의 손을 잡고 일어나 소월각으로 돌아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밖에 회왕 부부와 제왕이 왔다는 소리가 들렸다.미색은 분명 왔을 것이 이리 나리가 여기 있기 때문이다.전부 가족이라 겉치레 인사말은 집어치우고 따듯한 방에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눴다.하지만 제왕은 하필 남이 감추고 듣기 싫어하는 말만 골라서 하더니 결국, “형, 요 며칠 바깥에 사람들이 어찌나 험한 말을 하던지, 형도 들어봤어? 이리 나리가 말이야…… 하여간 전에 형이 공주부에서 형수와 있었던 일이랑 똑같이 떠든데.”제왕의 혀를 마음대로 놀렸지만 그래도 차마 그 말은 못했다.미색이 싸늘한 눈빛으로, “소씨 집안 사람들이 퍼트린 말이예요, 사람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