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여도와 안왕우문호는 이런 무림과 강호의 인사들이 어떤 특수성을 가지는지 잘 모르지만 무공을 수련하는 사람의 상당수는 지위가 높은 가족의 뒷바라지를 받고 그 중에는 정파 자제도 적지 않다고 알고 있다.우문호가 소홍천에게, “재물을 탐하는 건 인간의 본성이고 보친왕부의 문지방이 낮지 않으니 보친왕 문하에 의탁하는 것도 그렇게 부당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데.”소홍천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우문호에게 차근차근 설명하며, “맞아요. 재물을 탐하는 건 인간의 본성인데 방금 제가 말한 이 진대동 같은 경우, 집안 재산이 많은 사람이 보친왕의 문하에 의탁했다는 것은 재물 때문이 아님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재물이 아닐 경우 대체로 세력을 얻기 위함 인데, 보친왕은 지금 조정에서 관직이 없으니 세력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는 건 그들이 장래를 원한 거죠.”“보친왕이 처음에 역심을 품었으니 세력이 맞아떨어지는 거 아닌가?” 우문호가 갈 수록 아둔해 졌다.소홍천이 고개를 흔들며, “이런 큰 문파들은 안목이 상당히 독특해요. 특히 진수는 자기 아들을 보친왕부에 보낼 정도였어요. 문파의 고수를 대충 골라 보낸 게 아니라. 이토록 신중한 문파들이 왜 믿고 의탁할 만한 사람을 고르지 않고 보친왕을 택했을까요? 1년~2년전이면 기왕에게 의탁하는 편이 보친왕에게 하는 것보다 안정적이고 타당해요. 태자 전하나 안왕 전하는 말할 것도 없고요. 어쨌든 보친왕은 조촐한 병력조차 없는 데다 실권도 없고, 1년여 전이면 이 일도 계획 단계로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았을 텐데 진수가 자신의 아들을 보내는 것도 아끼지 않은 이유는 뭐였을 까요?”소홍천은 명단을 펼쳐 위에 이름을 가리키며, “그리고 이 세 분은 전부 무림의 거대 문파 수제자로 무공이 뛰어난 건 말할 필요도 없고, 지략과 명석함이 다들 일등이예요. 진수가 어쩌다 모험을 걸어본 거면 이렇게 많은 문파가 그런 모험을 따르지는 않았어요.”우문호는 소홍천의 설명을 듣고 비로소 이해가 되어, “그래서, 이 사람들은
대담을 준비하며우문호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아니야, 만약 보친왕이 이미 박원에게 상처를 입혔으면 넷째가 나타나 병여도를 빼앗는다고 해도 박원을 다시 찌를 필요가 없이 바로 보친왕을 노리면 되는데.”“아마 그가 빼앗을 때 박원이 아직 쓰러지지 않았거나 그 사이 깨어나서 그를 본 게 아닐까요?”“하지만, 보친왕은 다른 사람과 싸웠다는 얘기가 없었어.” 우문호는 한참을 조용히 생각하더니, 머리를 치고, “아니, 보친왕은 싸웠어. 그리고 자신과 싸운 사람이 누구인지 알았어. 보친왕이 숨기는 게 있다고 일곱째가 말하더니 이 사람을 숨긴 거였군.”“안왕을 숨겼다고요? 뭐 때문에?” 소홍천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이건 보친왕에게 물어봐 야지.” 우문호가 눈을 빛내며 소홍천과 명단을 넘기며, “내 대신 이 문파들을 조사해줘. 잡을 수 있는 놈들은 우선 잡고, 잡을 수 없는 놈들은 귀영위에게 넘겨.”“예!” 소홍천이 명을 받았다.우문호는 바로 말을 달려 경조부로 돌아가 이번엔 보친왕을 후원으로 부르고 주안상을 준비시켰다.제왕은 우문호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형 또 정에 매여서 그래요? 보친왕은 대역무도하고 불효한 죄를 지은 사람이라고요, 저자에게 잘해주는 건 휘종제 폐하를 모욕하는 거예요.”우문호는 제왕의 어깨를 두드리며, “오늘밤 너는 먼저 가서 박원 곁에 있어줘도 좋고, 얼굴 동그란 계집애랑 있어도 좋고, 관아에 남지 마라.”제왕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박원이 깨어나서 주변에 사람들이 떼거리로 있어서 거기 안가요. 뚱땡이는…… 뚱땡이랑 박원이랑 같이 있으라 지 뭐.”우문호가 제왕을 째려보며, “차인 여자같이 굴긴, 좋으면 가서 쟁취해. 안 그러면 너 평생 후회한다.”“형이랑 얘기하면 재미 하나도 없네요. 걸핏하면 설교설교.” 제왕이 돌아서서 나갔다.우문호가 고개를 흔들며, 우유부단한 주제에 고집부리지 말아야할 때 고집부리는 녀석.만약 원 선생이 자기를 상대하지 않으면 고통스러워도 원 선생에게 매달려 돌아오게 할 거다. 체면 같은
보친왕과의 술자리관청사람이 보친왕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온 뒤 우문호는 그들을 내보내고 멀리서 지키라고 하며 문 앞에서 지킬 필요 없다고 했다.보친왕은 우문호의 이런 행동이 의외라 무신경한 눈으로 우문호를 보며, “할 말은 다 했네, 명단도 줬고. 더 얘기할 것도 없어. 쓸데없이 이러지 말고 조사에 박차를 가해 병여도를 되찾아 오는 게 중요하지.”우문호가 청하는 손짓을 취하며 온화한 말투로, “이미 사람을 시켜 조사하고 있습니다. 제가 나설 필요 없어요. 오늘밤 바람이 찬데 안풍친왕비께서 가신 후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하셨을 텐데 오늘밤 저희 둘이 한잔 하지요. 다 잊고 아무 것도 신경 쓰지 맙시다.”보친왕이 우문호를 보고 반신반의하며, “뭘 묻고 싶어서 가 아니라?”“말씀 하시고 싶으시면 하세요, 말씀하고 싶지 않으면 먹고 마시면 되고요, 강요 안 해요.”보친왕이 아직 망설이자 우문호가 먼저 자리에 앉아 보친왕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전에 제가 특히 작은 할아버지를 좋아했죠. 부귀하시고 여유로우신 모습이요. 작은 할아버지한테 제일 고민스러운 일이 기르던 새가 아픈 거나 좋아하는 골동품을 못 산 거 정도 아니었나요?”보친왕이 묵묵히 앉아서 눈가에 처량함이 은은하게 베어 나왔다.우문호가 술을 따르며, “이 술은 집에 술처럼 좋은 건 아니지만 한잔 하세요.”“우리집?” 보친왕 차가운 웃음을 웃으며, “내가 지금 저택이 어디 있어? 이미 수감자로 전락했는데 태자는 그런 식으로 비꼬지 말게.”“말이 헛나왔네요!” 우문호가 웃으며 잔을 들더니, “그럼 제가 벌주 한 잔 마십니다.”태자가 고개를 젖히고 술을 쭉 들이키더니 시정 잡배처럼 혀를 차며 개탄하는데, “안풍친왕비께서 가시던 때 눈물을 닦으시는데 마음이 아팠지요. 가고 싶지 않으셨지만 안 가실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으셨을 겁니다.”보친왕이 노려보며,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아무 말이나 지껄이는 거니 마음에 두지 마세요,” 우문호가 자신의 술잔을 보고, “작은 할아버지 한 잔 하세요.”
보친왕의 고백우문호가 깊숙이 들여다보더니, “조정에는 이렇게 추측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심지어 그들 부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이미 상소도 올라왔고요.”“말도 안돼는 소리, 얼토당토않은 헛소리야!” 보친왕이 발을 구르며 탁자를 치더니 화가 나서 몸을 떨며, “이건 모함이야, 물어뜯는 거라고!” 탁자가 뒤집히고 요리가 바닥에 흩어지며, 보친왕의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어 우문호를 노려봤다.우문호가 일어나 자기 의자를 옮긴 후 다시 앉아서 보친왕에게, “모함이든 물어뜯는 거든 어쨌든 당신이 한 어떤 일도 다 그들의 뜻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어요. 이런 유언비어가 일상을 소란하게 해서 큰 풍파를 일으킬 까봐 지금 경성을 떠난 거예요. 합당한 논리로 해명하지 못하는 한, 배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맨 혐의는 영원이 벗지 못할 겁니다. 두 분은 아마 영원히 경성으로 돌아오지 못하겠죠.”보친왕이 성난 얼굴로, “네가 가서 조사해, 설마 그들을 못 믿나?”우문호가 담담하게, “제가 믿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아바마마께서 믿어도 의미 없어요. 누구도 이론을 재기하지 말라는 성지를 내린다고 사람의 마음을 막을 수 있습니까? 경성 백성의 입을 막을 수 있어요?”보친왕은 숨을 몰아 쉬며 상처입은 야수처럼 하옥된 이래 지금까지 이렇게 흥분한 모습을 본 적이 없다.우문호가, “그래서 박원을 공격한 사람이 넷째예요, 그렇죠?”보친왕의 눈썹이 꿈틀하며 순간 순을 피하며, “헛소리!”우문호가, “당신이 왜 넷째를 비호하는 지 정말 모르겠어요. 넷째와 무슨 협정이 있었습니까? 본인은 죄를 인정하고 벌을 받으면서 어째서 넷째를 감싸야 하는 거죠?”보친왕은 홀로 서서 마르고 긴 그림자를 벽에 드리운 채 아무 말이 없다.우문호는 이건 묵인하는 것과 마찬가지 임을 알았다. 넷째가 이 일에 말려들어 있는 건 확실하다.하지만 보친왕의 확답을 얻지 못했고 아는 건 소용이 없으며, 증거가 필요하다.“사실 병여도가 넷째 손에 있는 걸 알죠?” 우문호가 감정을 못 참고, “
도주하는 안왕안왕부!안왕은 저녁식사후 몸이 찌뿌둥하고 오한이 들더니 조금 있다가 열이 나고 얼굴이 빨개지더니 귀까지 빨개졌다.안왕이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고 안왕비가, “왜 그래요? 어디 안 좋아요?”“안 좋은 게 아니라…… 일이 터질 거 같은 느낌이야.” 안왕이 일어나 방을 한 바퀴 돌더니, 안왕비의 놀란 얼굴을 보고 얼른, “내가 아니라 공무 말이야. 실수가 생겼을 수도 있어.”“그래요? 그럼 당신이 나가 봐야 하는 거 아니예요?” 안왕비가 자상하게 물었다.안왕이 생각해 보더니, “내일 다시 얘기하지.”하지만 앉아 있기도 불안해서 다시 일어나, “역시 나가봐야 겠어.”“그래요, 얼른 다녀오세요!” 안왕비가 일어나 안왕의 외투를 가져와서 직접 입혀 주며, “밖은 날씨가 추우니 따듯하게 입고 가세요.”안왕비의 온화한 눈매를 보니 안왕의 마음도 따스해 져서 그녀의 얼굴에 입맞추고, “일찍은 못 올 거 같아, 먼저 쉬고 있어 나 기다리지 말고.”“네, 알았어요.” 안왕비 얼굴이 발그스름해 져서 안왕이 나가는 모습을 눈으로 배웅했다.막 밖으로 나가는데 마당에서 누군가 다급해 들어오며 목소리를 낮춰, “전하, 태자 전하께서 지금 안왕부 쪽으로 오십니다.”안왕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사람을 데리고?”“서일만 데리고 오시는 중입니다.”안왕이 대문을 흘끔 보고 밖으로 얼른 뛰어나가, “소리 내지 말고, 태자 전하를 편청으로 모시고 나는 목욕 중이라고 해서 일단 좀 기다리게 해.”안왕은 목소리를 낮춰, “그리고 빠른 말을 한 필 준비해라 이 밤에 경성을 떠나야겠다.”“왕야, 지금 경성을 떠나시는 건 적당하지 않습니다.”“꼭 가야해. 일단 이 비바람을 피해야 해, 우문호는 증거 없이 의심하는 것 뿐이고, 보친왕도 얼마가지 못할 테니, 그가 참수당하면 돌아올 거야. 내가 간 뒤에 왕비에게 내가 출장 갔다고 알려.”“예!” 시위가 명을 받들고, “전하를 따르도록 사람을 몇 준비시키겠습니다.”“얼른!” 안왕이 망토 옷깃을 세우고 빠른 걸음으로
배고픈 자의 최후집사가 ‘어머나’하더니, “전하 아직 수라를 못 드셨습니까? 어떻게 그럴 수가? 시장하시겠습니다. 어서 들어가 앉으세요. 바로 수라를 올리라고 분부하겠습니다.”“너무 신경 쓰지 마, 그냥 있는 대로 대충 주면 돼. 배만 채우면 돼지, 초왕부에 야식 남아 있어.” 우문호가 집사에게 말했다.“알겠습니다. 두분께서는 기다리세요, 바로 올 겁니다.” 집사는 둘을 안으로 안내하고 차를 준비시킨 후 주방에 갔다.대략 30분쯤 지난 후 안왕은 오지 않고 야채 절임과 고기 훈제가 곁들여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칼국수가 들어왔다.우문호는 배가 등가죽에 가서 찰싹 붙어 있던 지라 품위를 차릴 겨를 없이 서일과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우고 야채 절임 두 접시까지 완전히 비웠다.야채 절임을 먹으며 집사가 차를 더 내오자 우문호가 차를 반쯤 마시고 그제서야 좀 개운해 지면서 고개를 돌려 문을 보고, “너희 왕야는 어째서 이렇게 오래도록……”“퍽”하는 소리가 나면서 우문호 곁에 서있던 서일이 갑자기 쓰러졌다. 엄청 큰 소리를 내며 쓰러지는 바람에 우문호가 놀라서 펄쩍 뛰었다.‘서일!” 우문호가 일어나자 눈 앞이 갑자기 깜깜해지며 어지러워졌다. 우문호가 놀라서 한손으로 집사의 목을 쥐고 이를 갈며, “간도 크구나 감히 나에게 약을 타……”3초도 못돼 우문호는 바닥으로 허물어졌다.집사가 물러가 사람을 시켜 술을 들여와 두 사람에게 들이붓고 옷에도 조금 뿌린 뒤 조용히 명령하길, “전하를 돌려보내고 두 사람이 안왕부에서 마시고 취했다고 전해.”시위가, “내일 깨어나시면 태자 전하께서 난리가 나실 텐데요.”“왕비마마께서 지키고 계시니 태자전하께서 소란을 피우셔도 기껏해야 화를 내시는 정도야. 어쨌든 왕야를 찾지 못하면 난리를 피워도 소용없지. 증거도 없으니 폐하께 이를 수도 없어.” 집사가 말했다.“그렇군요!” 시위가 두 사람을 수습해서 데리고 나가 마차에 태우고 직접 말을 몰고 초왕부로 갔다.시위는 초왕부 문지기에게 사람을 넘기고 갔다.문지기는 자기
마취약에 당한 우문호우문호는 최근 바빠서 머리에서 김이 나고, 이번 사건 때문에 속이 시커멓게 타 들어 간다고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한가하게 술이나 마실 수가 있지? 그리고 서일이랑 같이 마시다니. 너무 수상하다.우문호를 안으로 들이고 원경릉이 가볍게 우문호의 볼을 때리며, “자기야, 일어나.”우문호는 아주 깊이 잠들어 혼수상태처럼 아무리 불러도 반응이 없다.“이런, 취한 게 아니야, 약에 당했어.” 탕양이 옆에서 다급히 말했다.“약에 당했다고?” 원경릉이 의아해하며, “마취약이야?”“그럴 겁니다. 기라야, 어서, 내 방에 가서 청록색 병에 든 약 찾아와.” 탕양이 분부했다.기라가 알겠다고 답하고 바로 달려가 곧 입구가 좁은 청록색 도자기 병을 들고 와서 탕양에게 건넸다.탕양이 바로 마개를 열자 지독한 냄새가 순간 방안으로 퍼지는데, 이 냄새는 단순히 역한 게 아니라 일종의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계란 썩는 냄새 같은 게 섞여서 아주 입체적으로 냄새가 밀려오고 사라질 만하면 또 밀려왔다. 기라는 곧장 밖으로 뛰쳐나가 구역질을 했고 원경릉도 참지 못하고 마른 구역질을 했다.탕양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서 고개를 돌려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코를 막고 다른 손으로 병을 우문호 코에 가져다 댔다. 우문호는 기절한 상태지만 호흡은 순조로운 상태로 특히 숙면 중이라 이렇게 들이마시게 하니 아주 기분이 통쾌했다.그리고 ‘우욱’하는 소리와 함께 우문호가 벌떡 일어나 코를 잡고 밖으로 나가 복도에서 쭈그리고 앉아 토하고 있는 기라 맞은편 홰나무 아래서 미친듯이 토하기 시작했다.“빨리 뚜껑 닫아요!” 원경릉이 소매로 코와 입을 막고 탕양에게 말했다.탕양이 병을 막았지만 고약한 냄새는 아직 사라지지 않아 원경릉은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 신선한 공기를 마셨다.우문호가 다 토하더니, 냄새가 고약하다고 욕을 퍼부었다. 여전히 몽롱하지만 그나마 정신이 돌아오는지 눈을 크게 뜨고, “내가 왜 여기 있지? 안왕부에 있었는데?”“안왕부에서 취해서 누가 여기
최고의 약은 아들“탕대인 꺼야.” 원경릉은 그 냄새는 진짜 지독하다고 생각하고 한동안 환기를 시켰는데도 방에는 여전히 매스꺼운 냄새가 났다.우문호가 순간 얼굴이 창백해 지며, “시체 썩은 물이었어. 내가……”우문호는 다시 뛰쳐나갔고 ‘우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삼십분은 족히 지나고 원경릉은 향을 피우고 바람을 부치며 방안에 냄새를 몰아냈는데, 희상궁이 상황을 알고 와서 우문호를 위해 대엽차(大葉茶) 한 주전자와 소합향(蘇合香) 한 알을 태우고 나니 겨우 좀 견딜 만 해졌다.희상궁이 오늘밤 세 아이를 데리고 옆방에 사랑채에 있었는데 소리가 요란해 우리 떡들이 전부 놀라서 깨고 말았다. 세 쌍둥이는 각자 머리를 흔들며 똑같은 잠옷을 입고, 똑같은 작은 얼굴에 6개의 눈동자가 똑같이 우문호가 휘청거리는 것을 바라보더니, 6개의 검은 눈동자가 이리저리 굴러다닌다.“다들 들어가서 자!” 우문호가 손을 흔들며 눈을 감았다.우리 떡들은 가지 않고 침대에 기어올라 하나는 손을 쥐고, 하나는 어깨를 두드리고, 하나는 관자놀이를 주무르는데 조그만 손가락은 연해서 힘도 없지만 감촉이 편안하고 보드라웠다.우문호는 아이들이 이렇게 자상할 거라고 생각도 못하다가, 순간 당황해서 눈을 크게 뜨고 원경릉을 보더니 복에 겨운 사랑을 받아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다.사실 너무 바빠서 아이들과 몇 마디 나눌 시간도 없었다. 밤에 돌아와도 피곤해서 쓰러지기 바쁘고 머리만 대면 잠이 들어서 그간 아이들의 상황을 묻지 조차 못했다.“아빠 아파,” 만두가 우문호의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어른스러운 척, “아프면 잘 쉬어야 돼요. 잘 자고 뜨거운 국물 마시고.”“아프면 국물 마실 수 없어!” 경단이가 고쳐주며, “할머니가 그러셨어, 국은 기름지니까 우유를 마셔야 한다고 하셨어.”“네가 뭘 알아? 국을 먹어야 해. 조어의가 그랬어. 아프면 국을 마셔서 몸을 보해야 한다고.” 만두가 경단이를 노려보고 큰형의 권위에 반박하지 못하게 했다.경단이는 어릴 때부터 무시당해서 더는 말하지 못하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