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왕에 대한 우문호의 자세우문호가 찬찬히 생각해보더니, “그래서 아바마마의 이 조치는 넷째에게서 홍엽의 비밀 공작원을 찾아내려는 거다? 하지만 넷째를 기용한다고 쳐도 그쪽을 불 리가 없지, 자살할 일 있어?”“안왕 전하는 불지 않으시겠지만 일단 기용되시면 비밀 공작원들도 천천히 수면위로 떠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안왕 전하께서 득세하는데 활동을 시작하지 않겠어요?” 탕양이 분석했다.탕양은 두 사람이 밖에서 맹렬히 싸우는 것을 보고,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전하 깊이 생각해 보세요. 제가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안왕 전하께서 오늘 이렇게 들이닥치신 것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어요, 적어도 전하께서 경조부 부윤 직에서 파면 당하신 뒤로 안왕 전하는 희망을 발견했고 그걸 꽉 붙들겁니다. 오늘도 보아하니 황제 폐하를 위해 화를 내시는 것 같은데 일종의 고육지책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우문호가 잔을 내려놓고 사지 근육을 쫙 풀어주면서, “좋아, 원대로 해주지.”“서일 물러서라!” 우문호가 일갈했다.서일이 실컷 싸웠는지 명령을 듣고 얼른 물러났다.우문호가 뛰어오르며 연환퇴(連環腿)로 안왕을 공격하자 안왕은 두 손으로 막았으나 점차 후퇴하며 욕지거리가 나오는데, “불효하고 불충한 놈, 형 된 도리로 널 제대로 가르쳐야지 안 그래?”안왕은 서일과 한판 하면서 힘이 떨어져서 원래는 우문호를 한대 패 준 뒤에 우문호 차례로 양보할 생각이었으나 우문호를 때릴 힘이 없어 우문호의 공격을 막는 게 최선이고, 이번 일격은 위왕에게 맞았을 때와 별 차이 없을 정도로 결국 반격할 힘이 없어졌다.만약 우문호가 먼저 그만두지 않았으면 내상을 입었을지도 모른다.코에 멍이 들고 얼굴이 퉁퉁 부은 안왕을 보고 우문호가 냉소를 지으며, “내가 어째서 불효하고 불충하다는 겁니까? 조정을 위해 생각한 게 불충입니까? 제가 한 행동을 따지고 드는가 본데 어떤 일이 불효 불충인지, 말만 뱉으면 다인 줄 아나 본데 같이 입궁해서 아바마마 앞에서 따집시다!”안왕은 원래 죄를 날조해서 퍼
그믐밥안왕은 초왕부를 나와 입궁해서 황제를 앞에 벌을 청했다.안왕이 금족령을 어겼으므로 명원제에게 한소리를 들었으나 혼을 낸 뒤 명원제는 어의를 불러 안왕을 치료하고 궁에서 귀비와 식사를 함께 하는 것을 허락했다.며칠이 지나자 진짜 어떤 대신이 안왕의 죄를 사해달라고 상소를 올렸다. 전에 주재상이 우문군의 죄를 벗게 했던 것처럼 안왕의 공로를 열거했다. 이렇게 안왕의 금족령은 해제되었고, 비록 바로 관직에 복귀할 수는 없었지만 명원제는 연달아 자식으로 상처를 받았기에 특별히 안왕이 수시로 입궁해 곁에 있는 것을 허락했다. 이런 성은을 내린 것은 관직에 다시 임용한 것보다 긍정적인 신호로 일순간 폐하께서 안왕을 크게 사용하실 거란 소문이 돌며 안왕부도 이전의 쓸쓸함을 단숨에 몰아냈다.이때 선비 쪽에서 전해온 소식에 따르면 독고 장군이 정권을 탈취해 왕좌에 등극했으며 나라의 국호를 숙(肅)으로 바꿔 선비가 숙나라(肅國)가 되었고 독고흥을 태자로 세웠다고 했다.선비의 정세가 크게 바뀐 것은 북당과의 관계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임을 의미해 북당은 모두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숙나라 쪽에서 어떤 태도로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소식통에 따르면 숙나라와 북막이 협상을 통해 대주와 전쟁을 벌이겠다는 의도를 드러내 대주는 위기에 빠졌다.우문호 쪽도 정보를 들었는데, 대주의 대장군 진정정과 진근영 현주가 이미 국경으로 달려가 두 나라의 협공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이런 긴장된 분위기 속에 연말이 다가왔다. 궁에서 있는 섣달 그믐밥을 먹는 자리에 우문호는 초대받지 못했다.태상황은 아직 별장에서 요양 중으로 궁으로 돌아가 그믐밥을 함께 먹을 수 없었지만, 해질녘 초왕부에서 한 사람이 후문으로 조용히 나가 말을 달려 별장으로 가더니 곧 초왕부 후문에 마차가 한대 오고 다시 별장으로 달려갔다.초왕부 밖에는 감시하는 사람이 있어 안왕에게 보고했다.안왕이 듣고 담담하게, “아바마마께서 다섯째에게 입궁해서 그믐밥을 먹도록 허락하지 않으셔서 별장에 태상황 폐하께
별장의 섣달 그믐그제서야 소요공이 입을 다물었으나 몰래 원경릉을 흘끔 봤다. 분명 원경릉이 허락하지 않는게 분명한데 이 호랑이 같은 며느리가 이것도 안된다 저것도 안된다 아주 짜증나게 군다.원경릉은 무표정하게 얘기를 듣고는 우문호를 끌고, “나랑 같이 좀 나가, 솥에 탕을 끓여 놨는데 같이 좀 옮겨 줘.”“사람 시키……” 우문호가 말 하려는 찰나 원경릉에 끌려 나갔다.두사람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태상황이 뒤를 홱 돌아보고 얼른 소요공에게, “따라봐, 얼른 따라!”“안 드시는 거 아닙니까?” 소요공이 이상해 하며, “완전 표리부동이잖아요?”“뭐 라는 거야 시끄럽게? 얼른!” 태상황이 마음이 급해서 직접 술을 빼앗아 마개를 열자 술냄새가 퍼지며 강렬한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태상황은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영혼까지 진동하며, “얼른 과인에게 한잔 줘.”주재상이 웃으며 자기 잔을 태상황에게 작은 잔으로 따라주며, “어서, 빨리 드세요.”태상황이 잔을 들고 혀끝으로 날름날름 하며 한 입에 털어 넣기 아쉬워서 깨작깨작 입에 대다가, 아주 조금 남았을 때 고개를 들고 훅 털어 넣으며, “좋다, 좋아!”소요공이 연민의 눈길로, “술 한 모금도 숨어서 몰래 몰래 마셔야 하다니 이게 사는 겁니까 원.”“네가 뭘 알아, 나이 먹고, 넌 네 목숨이 너 혼자만의 것 같지? 과인이 죽으면 저 많은 식구들은 어쩔 거야?” 태상황이 쉬쉬하고, 상선이 문 앞에서 망을 보게 하더니 소요공에게, “가득 따라, 가득.”소요공이 투덜거리며, “말이랑 행동이 왜 이렇게 모순되는 건데요?”말은 그렇게 하면서 태상황의 잔에 가득 부었다.태상황은 한잔 더 하고 아직 흥이 다 오르지 않았지만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에 술잔을 주재상에게 주고, “자네들이 내 대신 더 마셔.”우리 떡들이 옆에 앉아서 증조할아버지가 술 맛이 상당히 좋다고 하는 것을 보고 전부 먹어보고 싶어서 안달이 나서 한잔만 달라고 난리다.태상황은 장난끼가 발동해서 젓가락 끝에 약간 찍어서 우리 떡들에게 맛을 보게
도화주두 사람이 주방에 도착하니 희상궁이 아직 열심히 탕을 끓이고 있다가 둘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두 분이 왜 오셨어요? 이거 곧 돼요. 사람을 시켜서 들여보내겠습니다.”“황조부께서 술을 드시고 싶어하셔서 두어 모금 하시라고요.”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희상궁이 얼굴을 찌푸리며, “엄금하신 거 아니예요? 어떻게 드시게 되셨어요?”“소요공과 재상이 술을 가져오셨어요.” 원경릉이 어깨를 으쓱하며, “이렇게 오래 금주했으니 섣달 그믐에는 마음을 좀 달래야 죠.”희상궁이 듣더니 화를 내며, “아니 오시면 오시는 거지 술은 왜 가지고 오셨데요? 태상황 폐하께서 못 드시는데, 자기는 마실 수 있나요? 몇 번을 말해도 말을 안 듣고, 그분 몸도 안 좋으신데.”우문호는 정신을 못 차리고, “소요공이 몸이 안 좋으신가요? 제가 보긴 노익장을 과시하시던데 아주 좋아 보이셨어요.”“희상궁 얘긴 재상이셔!” 원경릉이 웃으며 우문호를 쳤다.우문호가 ‘아!’하더니 둘의 일을 기억하고, “희상궁, 잘 좀 얘기해 줘요. 확실히 건강에 유의하셔야 하니까. 제가 보기에도 재상 최근에 몸이 많이 안 좋아지셨어요. 기억력도 떨어지시고.”희상궁이 듣더니 긴장해서, “정말입니까? 기억력이 떨어졌어요?”“기억력 뿐 아니라 머리 회전도 예전보다 많이 느려지셨어요.”원경릉이, “일부러 엄한 소리 하지마, 희상궁 놀래셔.”우문호가 변명하듯, “겁 주는 게 아니라 정말이야, 전에 재상은 무슨 일이든 다 뒤에서 작전을 세우고 마음을 확실히 꿰고 계셨는데 지금은 아바마마의 마음도 들여다보지 못하신다고.”희상궁이 우문호를 보는데 근심이 가득한 눈빛이다.원경릉이 얼른 다독이며, “희상궁, 태자 말 듣지마요. 사람 마음을 어떻게 확실히 꿰뚫어봐요? 기억력은 나이가 들면 결국 조금씩 나빠져요. 희상궁도 전에 저한테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했잖아요? 다 그런 거예요.”희상궁이 약간 낙담해서 한숨을 쉬며, “그래요, 늙었으니까요. 저도 늘 그이의 젊었을 때 모습만 생각했네요.”원경릉이 우문호
나때는 말이야“눈 늑대도 취했어요.” 유모가 한층 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원경릉과 희상궁이 들어가 보니 과연 눈 늑대 3마리가 바닥에 드러누워 있는데 자세가 한결 같은 것이, 혀를 밖으로 빼물고 쿨쿨 대자로 뻗었다.희상궁이 화가 뻗쳐 올라 성큼성큼 들어와 소요공의 귀를 잡고, “요 늙은이가 젊었을 때 사고 치고 다녔으면 됐지, 늙어서도 사고를 쳐? 이렇게 작은 아이가 어떻게 술을 마셔? 종일 그저 술생각만 하지 그 놈의 술 술 술. 당신이 건강한 건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어서 그래, 빈둥거리고 있으니 자연 신체 건장할 수밖에, 종일 바빠서 잠도 못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사람은 얼마나 힘든데.”“좀 살살, 아야야 귀 떨어지네!” 소요공이 목을 움츠리고 변명하는데, “내가 아니라 태상황 폐하께서 준 거라고, 원래는 한 입만 살짝 주려던 건데 저렇게 많이 마실 줄 누가 알았나.”태상황이 요리를 먹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과인은 준 적이 없어.”“폐……” 태상황이 너무 순식간에 번복하니 소요공이 어이가 없지만 하는 수없이 희상궁에게 사정하며, “그래, 내가 잘못 했어, 내가 잘못했으니까 이거 좀 놔, 귀 떨어진다니까, 주대유, 주대! 사정 좀 해봐, 얼른.”주재상은 끼어들 생각이 없는 지 다른 데로 눈을 돌렸다.희상궁이 소요공을 놔주고 탁자 위에 술을 치우더니, “오늘 밤은 탕이랑 요리만 드세요. 술은 입에 데시면 안됩니다.”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소요공은 재미가 하나도 없는 게,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서 섣달 그믐을 보내는 건데 하며, “한번이라도, 우리가 모였는데 좋은 술이 빠진 적이 있던가?”늙은이가 ‘한번이라도’하고 뱉으면 이 말은 이미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었다는 뜻이다.여기 있는 세 명의 거두는 북당을 쥐락펴락하던 인물로, 아직 권세가 막강한 권력자라고 하지만 그들이 속했던 시대는 이미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술 마시면 안되고 탕을 마셔야 하다니 참 세월 무상하네. 우리가 처음 호원수(虎元帥)를 따라 출정했을 때 아직 기억하십
지기와의 술자리연말에 이부에서 공문을 냈다. 홍려시(鴻胪寺) 시경(寺卿)을 전근시키고 신임 홍려시 시경으로 안왕 우문안을 발령했다. 먼저 홍려시에 있던 손왕은 시승(寺丞)으로 발탁했다.우문호는 여전히 초왕부에 금족령 상태로 조정의 어떤 일에도 접촉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집으로 오는 발길이 점점 뜸해지더니 전부터 사이가 좋은 일부 친구를 제외하고 거의 아무도 찾지 않게 되었다.긴 금족령 기간동안 소홍천은 거의 온 적이 없는데 계속 우문호를 위해 밖에서 분주했다.사촌 소형, 전진과 왕강이 가끔 와서 수다를 떨고 술을 마셨는데 이 친구들과 같이 있으면 보통 별별 얘기를 다 했고, 특히 왕강은 자신의 천문지식을 뽐내는 걸 좋아했다.전진은 지금 군에서 구황자인 우문천을 데리고 있는데 우문천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며 나이는 어리지만 대장의 자질이 있다고 했다.조정일을 얘기하자 본래 관심이 없던 왕강이 갑자기, “전하는 이렇게 계속 집만 지키고 계실 겁니까? 왕위다툼 안하세요?”우문호가 나른하게, “다퉈서 좋을 게 뭐가 있다고? 요즘 얼마나 한가해, 조용하니 좋아 원했던 바야.”“하지만 결국 이러면 안되는 거잖아요.” 왕강이 말했다.“그릇이 아닌 걸, 태자도 감당 못하는데 뭘.” 우문호가 전형 개의치 않는다는 듯 말했다.사촌 소형도 담백하게 어차피 소씨 집안이 지금 완전 무너졌으므로, “맞아, 내가 보기엔 이렇게 지내는 거 좋기만 해, 전에 태자 전하가 바쁘실 때는 우리가 술 한잔 같이 하고 싶어도 보름 전에 미리 약속을 잡아 놔야 하는데 지금은 그럴 필요 없이 술 단지 들고 털레털레 오면 되니 얼마나 좋아.”왕강이 웃으며, “그건 그렇죠. 한가하면 한가한 나름의 장점이 있네요.”조금 있다가 왕강이 다시 곤혹스러운지, “황제 폐하께서 이번에 안왕 전하를 홍려시로 보내신 건 무슨 뜻일까요? 안왕 전하께 직접 외교 업무를 맡아서 하라는 것과 같은 거 아닌가요?”“아바마마께서 넷째를 기용하시기로 하시면 나도 방법이 없지. 설마 나더러 가서 훼
숙나라 축하 사절“지금 친왕 중에 둘째 형하고 일곱째 두 사람만 관직을 맡고 있는데 일곱째 쪽은 걱정 안되는게 경조부는 먹고 들어오질 못해. 내가 이미 다 안배를 끝냈으니까. 그리고 일곱째 쪽에는 주재상과 원씨 집안이 지켜보고 있어, 넷째는 잠시동안은 별반 자기 주장을 하지 않을 건데 둘째형은 기댈 데가 없고 사람이 좀 흐리멍덩해서 이렇게 중요한 시점에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이용당하기 쉬워.”사촌 소형이 우문호의 분석을 듣고 그제서야, “널 위해 하는 거면 까짓 거 가면 되지.”우문호가, “형 그렇게 생각하면 안돼, 소씨 집안이 지금 몰락했다고 형도 따라서 무너진 건 아니야. 형은 제대로 나랏일을 찾아서 해야지, 둘째 형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으니 같이 하기 나쁘지 않을 거야. 더는 세월을 낭비하지 마, 형은 유능한 인재로 당연히 조정에 출사해 나라에 보답 해야지.”사촌 소형이 한숨을 쉬더니, “알았어.”소형이 간 뒤 탕양이, “전하 생각에 안왕 전하께서 손왕 전하를 이용할 것 같은 느낌이십니까?”“모르지, 단지 마음이 안 놓여서 그래. 두 사람 다 홍려시 관원으로 둘째형 성격 알잖아, 넷째와 조금만 맞지 않으면 말 몇 마디도 못 버텨, 넷째가 형을 흔들자고 치면 식은 죽 먹기 지. 그리고 만약 아바마마께서 함정을 만드신 거면 넷째를 홍려시 시경으로 임명하신 데 뭔가 있어. 뒤에 뭔가 따라올 게 분명해.”“확실히 선비……숙나라 정세가 변해서 독고 장군이 등극하고 바로 태자를 책봉했는데, 아직 6국을 초청해 연회를 열지 않고 있는데 이게 무슨 태도죠?”우문호가, “밀정의 보고에 따르면 독고 장군이 등극하고 짧은 내란이 있었는데, 이제 평정이 돼서 다음 조치가 이루어 질 거라고 했어.”“그럼 사태를 관망하면 되겠군요.” 탕양이 안도하더니, “이번을 전환점으로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되겠습니다.”과연 예상대로 숙나라 국서가 바로 도착해 독고 집안의 자손 하나가 원래 부모 밑으로 입적함과 동시에 숙나라의 건립 및 다음 보위가 안정되었음을 축하하는
명원제의 큰 그림많은 사람들이 안왕일 거라고 생각한 게 안왕은 홍려시 시경이자 친왕 신분이기도 하기 때문에 안왕이 가는 게 가장 적합하다.하지만 이 일은 이상한 분위기가 된 게 전에 선비와 북당의 관계가 점차 틀어졌기 때문에 비록 지금 선비국이 숙나라로 조대가 바뀌었다고는 하나 국호는 바뀔 수 있어도 사람은 여전히 선비족이다.주재상이 그제야 황제가 왜 일단 태자를 냉대했는지 알아챘다. 우문호가 죄를 뒤집어 쓰고 금족령인 몸이라 쉽게 숙나라의 초청을 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명원제의 이런 큰 그림은 세밀하고 정확한 정보 위에 그려져야 하며, 정보의 정확성과 세밀함은 독고 장군이 수개월 전에 책략을 세워 둬야만 가능하다. 그 말은 이번 행사는 단순한 경축 행사일 리 없다는 뜻이다.그리고 홍엽공자와 독고흥은 원래부터 북당에 첩자를 심어 놓아서 이번 연극은 반드시 연극이지만 진짜로 해야만 한다. 태자를 대전에서 반항하게 몰아갔던 것은 황제가 자신의 명성을 손상시켜서라도 태자를 지킨 것으로 만약 미리 태자와 상의했으면 태자가 응했을 리 없다.이번 계획과 희생에 주재상도 감동했다.과연 황제가 내각의 대신들을 불러모아 이 일을 상의하는데 안왕과 예친왕을 천거하는 목소리가 가장 높았다.명원제가 결정하지 못하고 회의를 물린 뒤 주재상과 냉정언을 어서방에 남게 했다.“두 분께서는 어떤 고견을 갖고 계신 가?” 명원제가 명단을 보고 있고 그들 둘도 안왕을 천거했다.냉정언이, “폐하, 신은 안왕 전하를 천거합니다. 두 달 간의 비밀 조사에 따르면 선비의 비밀 연락책이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안왕 전하와 원래 왕래가 있었으니, 이번에 숙나라가 어떤 기회를 노리고 있는지 몰라도 쉽사리 안왕 전하를 다치게 할 리 없습니다. 비밀 연락책을 우리가 아직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은 발각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앞으로 안왕 전하를 쓰실 일이 많으실 겁니다.”“재상은?” 명원제가 주재상을 보고 물었다.“신은 냉대인의 말에 동의합니다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