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후의 조령우문천이 얼른 손을 젓더니, “아니, 그런 뜻이 아니야.”사무 집사가, “그럼 순친왕 전하 내 놓으시지요, 마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왕야께서 물건을 순순히 돌려주시면 일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하고 폐하께 고하여 소란을 일으키지 않으시겠다고 하셨습니다.”우문천은 당연히 돌려주고 싶지 않는 게 물건을 돌려주면 여덟째형의 마음을 상하게 해서 형제사이가 예전 같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사무집사에게 사정하며, “돌아가서 어마마마께 보고 드려줘, 이 물건들은 나에게 아주 특별한 의미라고, 내가 가지고 있게 허락해 달라고.”“안됩니다!” 사무 집사는 한마디로 거절하고, “왕야, 저를 곤란하게 만들지 않으시는 편이 좋습니다. 쇤네도 명을 받들어 하는 것이라 황후 마마의 조령이 여덟째 황자께서 잃어버린 아끼는 물건을 반드시 찾아오라고 하셨고, 여덟째 황자께서도 궁에서 심하게 소란을 피우십니다. 만약 가지고 돌아가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릅니다. 만약 왕야께서 정말 팔황자를 아끼시면 돌려주세요.”“그건 분명히 여덟째형이 내게 준 거야, 여덟째형이 직접 나에게 묻는 게 아니면 난 줄 수 없어.” 우문천은 죽어도 내놓지 않겠다는 것이 군에서 상당 기간 있어서 성질이 나왔다.사무 집사의 눈빛이 냉담해 지며 이상한 표정이 스치더니 곧바로 비웃음을 띠는데, “왕야는 초왕부에서는 황후 마마의 말을 듣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시나 봅니다?”“내가 할 말은 그게 다야, 넌 가서 어마마마께 그렇게 보고해라.” 우문천이 냉랭하게 말했다.사무 집사가 이상한 웃음을 웃더니, “왕야께서 황후 마마의 조령을 어겼으니 번거롭겠지만 초왕부 사람은 길을 안내하게, 금군이 순친왕 처소를 뒤져야 겠다. 돌아가서 임무를 보고 해야 하니.”탕양이 참으로 난감한 지라.이 집사는 말끝마다 황후 마마의 조령이 어쩌고 하니 신하 된 입장에서 어찌 황후 마마의 조령을 어길 수 있을까?하지만 만약 이렇게 그들이 저택을 뒤지면 초왕부의 체면이 땅에 떨어지는 건 말할 것도 없
돌려보내다 사무 집사가 순간 당황했으나 담담하게, “여긴 후궁이 아니니 대례를 올릴 필요 없고 쇤네는 황후 마마 궁 사람으로 2품 사무 집사입니다.”희상궁이 화를 내며, “하인이면 하인이지, 주인 앞에서 품계가 무슨 소리냐? 폐하 앞에서도 몇 품이라고 큰 소리치며 예를 취하지 않을 모양이구나?”사무 집사는 폐하라는 말을 듣고 싫지만 하는 수없이 무릎을 꿇고, “쇤네 태자비 마마를 뵙습니다!”방금까지 오만한 자세로 다른 사람을 깔보던 인간을 바로 무릎을 꿇게 만든 건 희상궁이 위엄 때문으로 원경릉이, “자네가 방금 초왕부를 뒤지겠다고 했느냐?”사무 집사는 원경릉의 말투가 온화한 것을 듣고, “태자비 마마, 쇤네도 황후 마마의 조령을 받드는 것입니다.”“조령은?” 원경릉이 물었다.“그건…… 구두로 명령하셨습니다!”“자네가 가짜 구두 명령을 전하는 게 아니란 걸 어떻게 알지?” 원경릉이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사무 집사가 고개를 들고, “금군이 증명할 것으로 그들도 들었습니다.”금군 몇 명이 앞으로 나와, “태자비 마마, 소신들도 마마께서 구두로 명령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확실히 순친왕 전하께서 팔황자로부터 훔쳐 가지고 온 물건을 돌려받아오라고 하셨습니다.”“전하는 여덟째의 어떤 걸 훔쳤습니까?” 원경릉이 우문천에게 물었다.우문천이 억울해서, “형수님, 저는 훔치지 않았습니다. 여덟째형이 저에게 줬습니다.”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우문천에게 안심하라는 눈빛을 보내고 사무 집사에게, “황후 마마께서 팔황자로부터 훔쳐 온 물건을 내놓으라고 하셨다는데 전하는 팔황자로부터 훔친 물건이 없다는 구나. 아마 황후 마마께서 누군가에게 속아 초왕부를 뒤지기까지……”원경릉의 얼굴이 일순간 차가워지며 날카롭게, “누가 너희가 이렇게 간 큰 짓을 저지르게 내버려뒀지? 감히 태자 전하의 저택을 뒤져? 황후 마마는 단정하시고 사리에 밝으신 분으로 결코 너희가 태자 전하를 모욕하는 이런 짓거리를 하도록 하셨을 리 없어. 도대체 어떤 놈 생각이냐? 사실대로 말해, 그
원경릉이 돌아왔다사무 집사와 금군이 가고 무리가 전부 눈물을 글썽이며 기쁨으로 어쩔 줄 몰라 했다.“원언니, 방금 갑자기 눈을 뜨고 나가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전 제가 꿈꾸는 줄 알았어요.” 사식이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만아가 아직도 가슴을 누르며, “누가 아니래요? 쇤네 가슴이 아직도 어찌나 뛰는지, 믿기지가 않습니다.”다들 왁자지껄 바람 통할 틈도 없이 원경릉을 감싸고 있는데 그나마 희상궁이 사람들을 한 걸음 뒤로 좀 물렸는데 탕양이 앞으로 나와, “태자비 마마, 어떻게 황후궁에서 사람이 와서 문제를 일으킬 줄 아셨습니까?”“쇤네가 마마 시중을 들 때 사식 아가씨와 얘기하는데 태자비 마마께서 그때 깨어나서 다 들으셨어요.” 만아가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듯 웃었다.우문천이 깎듯이 예를 행하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더니, “형수님 감사합니다.”원경릉이 미약한 목소리로, “도련님과 황후 마마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도련님이 어떤 사람인지는 믿을 수 있지요. 도련님은 물건을 훔치실 분이 아닙니다. 특히 도련님과 여덟째 도련님 사이가 그렇게 좋은데요.”원경릉이 손을 뻗어 사식이의 손목을 잡아 당기며 버티더니, “날 좀 부축해서 돌아가자, 좀 어지러워.”“예, 예!” 사식이가 얼른 원경릉을 부축하고 만아도 와서 손을 얹으며, “분명 어지러우실 거예요, 배고파서 더 그러십니다. 쇤네가 직접 부엌에 가서 죽을 끓여 올 게요.”희상궁이, “그럴 필요 없어, 가서 시중 들어 드려, 내가 가서 죽 끓일 게.”“제가 인삼차를 끓일 게요!” 기라가 말했다.다들 바쁘게 움직이고 탕양이 눈시울을 닦으며, ‘어휴, 나이가 드니 눈물이 많아졌네.’소월각으로 돌아와 우리 떡들이 눈늑대와 다바오를 데리고 벌떼처럼 달려드는데 천군만마가 밀려오는 듯 순식간에 방안을 가득 채워 전부 원경릉의 침대에 올라와 꼭 붙어 안겼다. 심지어 다바오까지 한 몫 끼려고 달려와 안으로 비집고 들며 머리를 원경릉 앞에 들이밀고 있는 힘을 다해 머리를 쓰다듬어 주길 바
우리 떡들과 재회다들 또 재잘재잘 얘기가 계속되자 요부인이 일어나 사람들을 쫓아내며, “됐어요, 태자비는 이제 막 깨어났으니 쉬어야 합니다. 다들 그만 돌아들 가시고 내일 다시 오세요.”사식이가 기분이 좋아 깝죽거리며, “요부인께서 완전 초왕부 집사를 맡고 계신데 아예 초왕부에 사시는 게 어떠세요, 매일 왔다 갔다 고생 안 해도 되고.”요부인이 때릴 듯한 자세로 웃으며, “하여간 요 계집애 까불거리기는, 내가 만약 여기 살면 너만 편하게 해 주지, 나 찾아와서 귀찮게 하지 마라, 난 혼자 조용히 지내는 게 좋아.”“조용히?” 미색이 ‘풉’하고 웃음을 터트리더니, “그러네요, 지금 매일 강아지 끼고 진짜 조용하신 데 마음은 고요하지 않은 게 문제죠. 어디 그렇게 쉬어질 분인 가요?”“가, 가, 가버려!” 요부인이 사람들을 내쫓고, “난 좀 조용하게 우아 떨면 안돼? 다들 눈에 핏발을 세우고 정색하긴 하여간.”다들 방이 떠나가게 웃고 각자 흩어졌다.요부인이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따스한 표정으로 원경릉을 보며, “잘 쉬어, 내일 다시 올 테니.”원경릉이 입꼬리에 미소를 머금고, “초왕부 대문은 언제든 열려 있으니 쳐들어 와도 좋고, 장기 숙박도 환영합니다.”“얼른 자!” 요부인이 눈을 부릅뜨더니 돌아서서 나갔다.원경릉이 천천히 눈을 감자 마음이 술렁거렸다. 그녀가 깨어났다는 건 주지가 성공했다는 걸 증명하는 거라 즐거워야 마땅하지만 그 약품이 자신의 수중에 있는 게 아니라 결국 걱정이 된다.원경릉의 몸은 아직 허약한 상태로 순간 못 느꼈지만 전과 뭔가 다르다.원경릉은 잠들지 않고 일어나 죽을 조금 먹고 목욕을 하고 더러웠던 자신의 몸을 정리했다.머리를 말리는 동안 아이들과 수다를 떨다가, 아이들이 외할머니 댁과 초왕부를 마음대로 드나드는 얘기를 듣더니 눈이 커지며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이다.“맞아, 엄마. 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외삼촌 봤어요.” 만두가 즐겁게 말했다.“저도 봤어요!” 찰떡이
취하니 헛 게 보여만두 반응이 제일 빨라서, “저 바로 자러 갈게요.”세 녀석이 쏜살같이 달려갔다. 경단이도 뒤쳐지기 싫은 지 누가 먼저 몸을 빼앗나 경쟁하는 것 같다.원경릉은 방금까지 어지러움을 느끼지 못했는데 머리가 윙윙 울리며 지금은 심하게 어지럽다. 태양혈도 펄떡펄떡 뛰며 아파서 침대에 눕자 묵직한 감각이 다시 덮쳐오더니 다시 혼수상태에 빠지는 것 같다.원경릉이 머리를 때리며 최선을 다해 정신을 차려 우문호가 돌아오는 것을 간절히 기다렸다. 한번만이라도 다시 만나 얘기할 수 있다면.하지만 덮쳐오는 어둠에 당해내지 못하고 서서히 눈을 감고 잠인지 혼수상태인지 빠지고 말았다.우문호는 해시가 지나서 서일과 초왕부로 돌아왔다. 탕양이 아직 잠들지 않고 밖에서 기다리다가 서일이 우문호를 부축해서 돌아오는 것을 보고 또 취했다는 걸 알고 원망하며, “오늘밤 어떻게 취하실 수가 있습니까? 서일 네가 좀 챙겨드렸어 야지?”“챙길 수가 있어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와서 건배를 청했는지 아세요? 구사와 호대장군이 엄청 막아 주셔서 그나마 이정도지, 아니었으면 훨씬 끔찍하게 취하셨을 걸요.” 서일도 머리가 무겁고 휘청거리는 게 적지 않게 마셨다.“어휴, 일단 모시고 들어가, 해장국 끓어오라고 할 테니.” 탕양이 얼른 갔다.서일이 소월각으로 들어가 우문호를 나한상에 던지고, “나리, 알아서 주무세요. 전 나가서 토하고……”서일이 쏜살같이 뛰어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우웩’소리가 들리더니 그야말로 처참하다.우문호는 완전히 술에 꼴은 상태가 아니라 머리가 깨질 거 같고 억지로 몸부림을 치며, “어, 오늘밤 원 선생 머리 감겨줘야 하는데.”기라와 만아가 들어와 시중을 듣다가 이 말을 듣고 기라가 얼른, “그럴 필요 없어요. 씻으셨어요. 나리, 똑바로 서 보세요……만아야, 빨리 타구 가져와, 나리 토하실 거 같아.”만아가 바로 달려가서 타구를 가져오자 우문호가 한 손으로 받아 들고 속이 안 좋아서 죽을 것 같은데 위가 완전 뒤집혀서 오히려 토하지 못했다
깨어난 연인만아와 기라가 한참 멍하니 있다가 상황을 받아들이고 얼른 와서 탁자와 의자를 옮기자 우문호가 벌떡 일어났고, 원경릉은 맨발로 바닥에 내려와 우문호 앞에 섰다.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단색의 널찍한 옷으로 뚱뚱해 진 배를 가리고, 맨발로 뒤뚱거리는 펭귄 같은 모습으로 갑자기 우문호 앞에 나타난 것이다.우문호가 찰싹하고 자기 얼굴을 때리고 원경릉을 똑바로 보더니 눈을 깜빡이며 중얼거리는데, “세상에, 내가 오늘밤 너무 취했네.”원경릉이 한숨을 쉬며 손을 뻗어 우문호를 일으키며, “술 잘 마시는 게 능력이야? 그러다 죽을 거야?”우문호는 자기 팔에 닿은 가느다란 다섯손가락을 보고, 다시 원경릉의 창백하고 깨끗한 얼굴을 보는데, 사람 형상이 눈앞에서 계속 움직이다가 돌아섰다. 우문호는 원경릉이 침대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만아와 기라에게, “너희들도 태자비가 보여?”만아와 기라는 취객의 바보짓에 지쳐서 일제히, “나리, 저희 눈 안 멀었어요!”우문호의 강철 집게 같은 손가락에 원경릉은 갑자기 손목을 잡혀 눈 앞이 캄캄해 지며 우문호의 가슴팍에 확 끌어당겨졌다. 우문호의 단단한 가슴에 원경릉의 코를 부딪혀 눈물이 찔끔 나오게 아픈데 우문호가 죽을 듯이 자신을 가슴팍에 꽉 눌러 숨도 못 쉬겠고 배도 눌렸다. 취한 인간이 머리는 멍한 주제에 힘은 또 장사라, 원경릉은 젖 먹던 힘을 다해 우문호의 등을 치며 버둥거렸다.우문호는 술기운에 마비된 이성이 돌아오고 제정신이 차려지면서 그제서야 원경릉을 안고 있는 것에 현실감이 느껴지며 그간의 허전함이 일순간에 채워졌다.우문호의 입술이 원경릉의 귓가, 머리카락, 이마에 키스하며 눈물을 떨구고는 목이 메어, “다시 못 깨어나면 나 미쳐버렸을 거야.”원경릉이 우문호의 머리카락을 힘껏 잡아당기더니 약간의 틈을 만들어 겨우 숨을 헐떡이며 이를 악물고, “안 풀어주면 나 숨막혀 죽어.”우문호가 화들짝 놀라 바로 풀어주자 얼굴이 벌게져서 헉헉대는 원경릉을 보고, 자신이 방금 감격한 나머지 너무 힘을 준 게 미안하
어떻게 깨어났을까흐릿한 불빛 아래 휘장이 나부끼고 바깥에서 가을 바람이 소리 없이 스며들었다.오늘밤 궁에서 마신 개선의 술이 어찌 한 침대에 있는 사람만큼 우문호를 취하게 할 수 있을까? 사람이 취하기 시작하니 아주 끝까지 가고 싶다.한참 뒤 열정이 물러간 뒤 이성이 점점 회복되면서 두 사람은 서로 끌어 안았다. 원경릉이 혼수상태에 빠진 건 넷째와 상관없다는 것을 알고 우문호는 그제서야 안도하며, “만두가 그러는데 당신이 깨어나기까지 10일에서 보름은 필요하다더니 어떻게 시간을 당겼어?”“나도 몰라, 내일 만두가 돌아오면 물어 봐야지.” 우문호가 눈을 부릅뜨며,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럴 리 없을 거야, 나도 일어 났으니까.”“그런데 당신 뭔가 이상한 데는 없고?” 우문호가 원경릉의 얼굴을 두손으로 받쳐들고 물었다.원경릉이 눈을 감고 바깥 소리를 가만히 듣는데, 그녀가 막 시간을 거슬러 왔을 때 굉장히 먼 곳의 소리도 들을 수 있었고, 그 뒤로 이 능력이 조금씩 사라져 만약 다시 주사를 맞은 거면 반드시 이전의 모습 같아야 할 것이다.“어때?”원경릉이 눈을 뜨고 걱정이 가득한 우문호의 얼굴을 보고 본인도 이상하다고 느끼며, “모르겠어, 혼수상태 전보다 약간 더 좋은 정도인데 전 같은 그런 상태는 아니야.”“그건 어떤 상태인데?” 우문호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이런 부적응은 몸에 보이는 것으로 어떤 상태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원경릉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 이상한 느낌으로 자신이 동면에서 막 깨어난 동물처럼 천천히 상태를 회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일단 만두가 돌아오길 기다렸다가 어떻게 된 건지 정리해 봐야겠어.” 원경릉 자신도 이해가 안돼서 우문호가 걱정할 까봐 더이상 얘기하지 않았다.우문호는 원경릉의 손을 꽉 쥐고, “다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말자, 이번에 죽을 만큼 놀랐다고.”“그럴 리 없을 거야, 나도 깨어났잖아.” 원경릉이 다독거려주었다.우문호는 얼굴을 찡그린 채 원경릉을 걱정 어린 눈빛
깨어난 원인주진은 얘기를 듣고 안개속에 사로잡힌 듯 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원경릉의 지금 상황으로 절대 다른 시공간의 몸을 제어할 수 없고, 생명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대단한 상태다.“안되겠어, 실험실에 돌아가서 너네 엄마를 스캔해 봐야겠어.”“나도 갈래요!” 만두가 폴짝거리며, “엄마가 그랬는데 엄마의 모든 상황을 알아오라고 했어요. 저도 따라가야 해요.”주진이 만두를 안아 올리며, “그래, 너도 같이 가자.”엄마가 창백한 얼굴로 주진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죠?”주진이, “지금은 뭐라고 답을 드릴 수가 없어요, 우선 CT결과를 보죠.”“결과가 나오면 바로 연락 주게.” 원교수가 말했다.주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금방 돌아올 게요, 기다리세요.”“그래요, 어서 가봐요.” 원교수가 엄마의 어깨를 감싸며 복잡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배웅했다.문이 닫히고 엄마가 원교수의 어깨에 쓰러져, “깨어났다는 말은 괜찮다는 뜻이죠 그렇죠?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무슨 일이 생겼으면 어쩌죠, 주진이 2단계 실험이 실패했다고 하던데.”“깨어났다는 건 괜찮다는 뜻일 거야, 우리 일단 넘겨짚지 말자고, 제풀에 놀라니까.” 원교수는 아내의 정신 상태가 자극을 이겨내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위로하는 수밖에 없었으나 자신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주진과 만두는 거의 해 뜨기 직전에 돌아왔는데 주진의 손에 산더미 같은 자료와 영상자료가 있고, 얼굴은 이미 상당히 놀란 상태로 CT와 뇌파를 원교수에게 보여주며, “보세요!”원교수가 자세히 보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비비며, “이……이게 경릉이 거라고?”“맞아요, 몇 번이나 반복해 봤어요. 나오는 결과는 똑같아요. 선배의 뇌세포는 분열하고 재생하고 있어요. 그리고 뇌파는 뇌전증 발작을 보이고 있고요.” 주진이 원교수를 보니 짐짓 평정을 가장하고 있으나 눈빛은 경악하고 있음이 느껴졌다.“이……이 뇌전증 발작 뇌파는 간질인가요? 아니면 뇌에 다른 이상이?” 엄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