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수보는 한숨을 쉬며 태상황을 깊이 쳐다보고 약간 감동했다."그래도 태상황께서 주도면밀하게 계획하시네요. 이 궁 안에는 희야가 계속 이것저것 미루지 않고 이것저것 걱정하지 않을 것입니다."태상황은 살짝 웃었다."이번 생은 자네를 고생시켰으니, 아무래도 만년에 좀 제멋대로 살게 해야 하지 않겠나. 자네는 이번 생애 너무 빡빡하게 살아와 조금도 즐긴 적이 없지. 주대, 이 궁에 남아라. 자네도 건곤전에 살 필요가 없다. 그냥 적성루에 살 거라. 극이 형이 간 후에 적성루는 또 텅 비어서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네."태상황은 말을 마치고 뒷짐을 지고 들어가 탄식을 금치 못했다.주수보는 젊었을 때, 그들이 적성루에서 보낸 나날을 생각했다. 이리 여러 해 동안 바삐 보내다 보니 비로소 그가 말한 바와 같이, 그의 일생은 정말 너무 빡빡하게 지내왔고, 오직 젊었을 때만 기뻐했다는 것을 발견했다.소요공은 수보가 적성루에서 지낼 것이라는 말을 들었고 그도 물건을 정리해 옮겨가 한 달 반 동안 살 것이라고 말했다.3대 거두가 궁 안에서 모인 셈이다.떡들을 궁에 들여보낼 때 원경릉은 너무도 아쉬웠다. 하지만 그녀가 예상했던 것보다 아이들이 더 철이 들었다는 것이 그녀를 기쁘게 했다.그녀는 그들에게 궁에서 그 능력들을 함부로 드러내 궁의 사람들을 놀라게 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였다.만두는 가슴팍을 치며 동생을 잘 돌볼 것이라고 말했다.찰떡은 친절하게 원경릉을 안고 작은 얼굴을 치켜세웠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능력 배우고 올게요. 엄마와 여동생 모두 잘 지내야 해요.""무슨 여동생?" 원경릉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왜 여동생을 낳아? 너에게는 이미 남동생이 둘이나 있잖아? 남동생 싫어?""남동생은 남동생이고, 여동생은 여동생이죠. 보동생과 수동생이 얼마나 예뻐요, 아빠도 여동생을 원해요, 못 믿으면 아빠한테 물어봐요!"찰떡은 바로 우문호를 팔아먹었다.우문호는 어색하게 원경릉을 한 번 보았다."난 말한 적 없어. 나는 단지 일곱째의 딸
떡들이 궁중에서 잘 정착한 후, 우문호는 신신당부하였다. 여전히 원경릉의 그 말이었다. 절대 사람들에게 조그마한 이상도 들키지 말라고. 방금 부에 있을 때 그는 마음속으로 묵묵히 원경릉을 비웃으며 아이들을 아쉬워한다 생각했다.그러나 궁에서 떠나려 할 때가 되어서야 그는 자신도 매우 섭섭하다는 것을 느꼈다.오히려 아이들이 파리를 쫓듯이 그를 내쫓았다."알았어요, 아빠 잔소리 많으니까 어서 돌아가요."이 양심도 없는 아이들에게 우문호는 화가 나서 이가 근질근질했다. 몇 마디 더 하고 싶었지만 아이들은 이미 태조부에게 인사하러 갔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따라가 인사를 했다. 태상황에게 몇 마디 하소연하고 싶었지만 태상황도 그를 쫓아냈다."됐어, 보내왔으면 됐다. 돌아가."그는 철저히 총애를 잃고, 자신의 아이에게 아버지와 조배의 총애를 빼앗겨 원망도 할 데가 없었다.돌아가서 원경릉에게 고생을 호소했다. 원경릉은 본래 슬펐지만 그의 애원한 얼굴을 보고 갑자기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우문호는 그녀에게 세게 뽀뽀를 했다."나는 이미 철저히 지위가 없어졌는데 아직도 웃어?""몇 살이야? 아직도 자기 아들과 총애를 다투고."원경릉은 그를 쏘아보았다.우문호는 그녀가 째려보는 것을 바라보며 마음이 계속 흔들렸다."여보, 만약 우리에게 당신같이 예쁜 딸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무슨 말을 하고 싶어? 딸 낳고 싶어졌어?"원경릉은 좋지 않은 투로 말했다.우문호는 얼른 손을 저었다."그건 절대 안 돼. 우리는 벌써 애가 다섯인데 한 번 더 낳았는데 또 두세 명을 낳으면 정말 암퇘지가 될 거야."원경릉은 화가 나서 그를 때리려 했다."말을 어떻게 하는 거야? 무슨 암퇘지야? 나는 그저 두 번 낳았을 뿐이야!"갑자기 자신의 팔자가 고달프다 느껴졌다.우문호는 피하지도 않고 그녀가 때리는 것을 상관하지 않으며 헤벌쭉 웃었다."내가 잘못했어. 잘못 말했다고 치면 되잖아?"그는 그녀의 손에 집착하더니 갑자기 정색하며 말했다."원아, 너 월경이 한동안
북당 황실 요즘 별일 없는 거지? 조상의 묘에서 푸른 연기가 난 건가? 왜 떼를 지어 임신하는 거지?그녀는 정말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마음속으로 기쁜 건지 화가 나는 건지 말할 수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 다섯째가 그렇게 저촉을 했는데 그에게 임신했다고 말한다면 그는 깜짝 놀라겠지?그녀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금탕을 복용했던 사람인데 대체 왜 끊임없이 임신을 하는 걸까?참으로 심히 걱정된다!그녀도 자신이 대체 임신한 지 얼마나 되었는지 모르지만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을 때를 추산해 보니 가장 이른 별채에서의 그 한 번이 가능성이 제일 높았다. 만약 그때 임신했다면, 앞뒤로 계산하니 두 달도 넘었다.다시 말해서, 월로 따지면 미색의 아이보다도 더 크다.그러나 그녀는 정말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먹고 마시는 것도 정상이었고, 메스꺼움과 구역질도 없고, 머리가 어지럽거나 답답하지도 않았다."태자비, 왜 그러세요?"기라가 차를 들고 들어오자마자 그녀가 혼자 의자에 멍하니 앉아 얼굴에 걱정이 가득 찬 것을 보았다.원경릉은 마음을 가다듬었다."아니야, 우리 떡들이 보고 싶어서."기라는 찻물을 탁자 위에 놓고 걸레를 들고 닦으면서 웃으며 말했다."궁에 방금 들어가셨는데 벌써 보고 싶으세요? 정말 너무 보고 싶으시면 내일 궁에 들어가 보세요.""안 갈래. 일단 적응부터 시켜야지."원경릉은 정신을 차리고 기라를 보며 물었다."태자는 오늘 저녁 식사하러 돌아와?""말씀 없으셨어요."기라는 그녀를 보고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태자가 돌아오는지 안 돌아오는지는 그녀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태자는 자신의 일들을 항상 그녀에게 직접 말한다.그러나 태자비가 넋을 잃은 것을 보니 황손들이 너무 생각나나 보다."난 쌍둥이를 보러 갈게!"원경릉은 일어섰다.쌍둥이는 정원에 앉아 새끼 호랑이를 안고 있다. 유모는 원래 그들을 데리고 놀러 나왔다. 그러나 쌍둥이는 놀아도 그저 눈으로 이리저리 구경하며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그들
칠성이와 환타는 여전히 그 풀을 보고 있었다. 원경릉도 말을 하지 않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세 번째 임신이 그녀를 당황케 했다.그리고 방법을 찾아 다섯째에게 말해야 한다. 그가 오늘 이렇게 저촉하는 것을 보아 아마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가벼운 코 고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숙여 보니 두 형제는 뜻밖에도 모두 잠이 들었다. 그냥 이렇게 앉아 기대지도 않고 단잠에 빠져들었다.원경릉은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유모를 불러 한 사람씩 안고 그들을 방으로 돌려보냈다.원경릉은 그들의 잠자는 얼굴을 보고 좀 졸려서 옷을 입은 채로 그들의 곁에 누워 그들과 함께 잠들었다.우문호는 오늘 병부에 가서 사람을 불러 운전부(駕部) 주사인 선대인(宣大人)을 오게 하였으나 선대인이 오늘 휴가를 내었다고 고지 받았다. 심지어 연달아 7일간의 휴가를 냈다는 말을 들었다.우문호는 다소 화가 났다."휴가를 신청하면 왜 미리 말하지 않은 것이냐? 변관이 전차를 동원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왜 이 일을 처리하고 휴가를 내지 않은 것이냐? 그가 7일 후에 돌아오면 늦어도 너무 늦는다!"운전부 관원이 급히 들어와서 황공하게 보고했다."전하께서는 노여움을 가라앉히십시오, 선대인의 집에 급한 일이 생겨 부득이하게 휴가를 냈사옵니다. 전차 문제에 관해서는 선대인이 이미 하관에게 주최를 맡겼으니, 하관이 반드시 최선을 다해 이 일을 잘 처리할 것입니다."그제야 화를 삭인 우문호는 물었다."선대인 집안에 무슨 급한 일이 생겼나요?"운전부 관리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이는... 정말 좋지 않은 일이옵니다.""왜 그러시오?" 우문호는 문안을 정리하며 말하려다 멈칫하는 것을 보고 한마디 더 물었다."선 대감의 부인이 아이를 낳았습니다.""출산은 좋은 일인데 어찌하여 안 좋은 일이라 했나?"우문호가 말했다.운전부 관리는 ‘아이고’ 소리를 내며 대답했다. "원래는 좋은 일인데, 밤에 낳으니 횡태라 난산으로 모자를 다 지키지 못했습니다!"우문호는 멍해졌다."모자 모두 지키지
그녀는 매우 실망했고, 조금 양심의 가책도 느꼈다. 원래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려고 했는데, 뜻밖에 이렇게 될 줄 몰랐다.아이들이 치킨 같은 것을 좋아하니 아니면 치킨이나 만들어보자.마음을 가다듬고 부엌데기에게 닭을 죽이라고 했다. 깨끗이 씻어 절여 놓고 기름 한 솥을 빨갛게 달구고 절인 닭을 솥에 넣고 튀겼다.전생에도 이런 튀김 일을 별로 해 본 적이 없다. 다섯째와 결혼한 후에 집안일은 더욱 적게 했다. 그녀더러 몇 가지 요리를 볶으라는 건 할 수 있지만 치킨과 같은 큰 공사를 그녀는 좀 통제하기 어려웠다. 닭을 솥에 넣자마자 기름이 사방에 튀었다. 그녀는 놀라서 바삐 물러서서 피했다.기 상궁이 웃으며 앞으로 나아갔다."태자비, 아니면 그냥 노비가 하겠습니다.""아니, 아닐세, 내가 하겠네."원경릉은 솥뚜껑을 들고 기름 솥에서 기름이 튀기지 않는 것을 보고 그제야 다가갈 엄두가 났다.한바탕 뒤집어 튀기니 닭 껍질이 누르스름한 색에서 직접 붉은색과 검은색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그녀는 멍해 있다가 허둥지둥 건져 접시에 넣어 식혔다.그러나 접시에 넣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닭의 엉덩이에서 핏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기상궁은 아연실색했다."태자비, 이 닭은 아직 익지 않았습니다."원경릉은 좌절했다. 자신이 하루 종일 바삐 돌아 쳤지만 아무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한 듯했다. 아이에게 먹을 것을 만들어 주고 싶었지만 맛있는 것을 하나조차 만들지 못했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복도 아래에 앉아 치맛자락의 진흙 때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이 아이를 임신하고서야 자신이 쌍둥이에게 미안한 것을 깨달았다. 오늘 그들에게 밥을 해 준 것도 보상을 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그녀는 정말 좋은 엄마가 아니다.이제 셋째를 임신한 그녀의 마음은 더욱 방황했다.우문호는 돌아온 뒤 소월각에서 그녀를 찾지 못했다. 물어보고 나서야 오늘 그녀가 직접 요리를 했다는 것을 알고 웃었다. 부엌까지 따라 그녀를 찾았다.그러나 그녀가 부엌의 복도에 앉아 있으며 온몸이 지
저녁 식사는 사식이와 서일과 함께 먹었다. 서일은 줄곧 사식이에게 음식을 집어주었다. 그러나 모두 채소였고 사식이는 씩씩거리며 풀을 먹었다. 임신한 후 성질이 더욱 커졌지만 다행히 서일은 부인의 노예로 기꺼이 받아주었다."참, 그 산파는 그래도 먼저 사식이를 위해 찾아와야 해. 바로 전에 떡들을 조산한 그 사람."우문호는 갑자기 말을 꺼내며 정색했다.서일은 먹으면서 말했다."괜찮아요, 원 씨 저택 쪽에서 이미 물색해 놓았어요. 시간이 조금 지나면 집으로 가서 묵으려고요, 돌보기도 편하고.""원씨 저택에서 찾은 거면 능력이 조금 있겠네."우문호가 말했다.사식이는 고개를 들어 말했다."저는 오히려 쓸데없이 긴장하는 것 같아요, 아직 한참이나 지나야 낳는데 이렇게 일찍 집으로 갈 필요가 있을까요?"우문호는 담담하게 그녀를 한 번 보았다."부인이 아이를 낳는 게 아주 간단하다고 생각해? 만약 횡태라면 위험해."원경릉은 우문호를 팔꿈치로 밀며 겁을 주지 말라고 했다.우문호가 알아차리고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서일이 눈치도 없이 말을 시작했다."맞아요, 그래도 조심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선 부인처럼 한 시체가 두 목숨이나... 퉤퉤퉤!"서일은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것을 알고 얼른 몇 번 침을 뱉고 계속해서 자신의 입을 때렸다.사식이는 그릇을 내려놓고 의심스럽게 물었다."선부인? 어느 선부인? 왜? 왜 한 시체에 두 목숨이에요?"서일은 이미 뱉은 말이라 주워 담을 수도 없다 생각했다. 그리고 사식에게 알려주지 않는다면 오늘 밤은 조용할 리가 없을 것이다. 그는 사식의 손을 잡고 말했다."바로 병부 운전부의 선대인 부인인데, 어젯밤에 아이를 낳다 아이가 횡태여서 낳기도 전산모를 잃었대. 큰 출혈이라 하더라고. 하지만 이런 의외의 사고는 태아가 횡태라는 것을 검사해 내지 못해서야, 만약 일찍 검사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거야, 그래서 조모께서 산파를 먼저 저택에 지내라 하는 것도 맞는 일이지."사식이는 이 일을 듣고 갑자기 얼
두 쌍둥이 얼굴에 행복한 미소는 사라진 채 어찌할 바를 몰라 천천히 우문호의 곁으로 다가가 그의 옷자락을 잡고 조그마한 얼굴을 들어 올려 깊은 반성의 눈빛으로 말했다.“아버지, 미안해요!”우문호는 고개를 들고 싶었지만, 원경릉이 계속 고개를 숙이게 했다.바닥에 피가 뚝뚝 떨어지면서 작은 웅덩이를 이루었고 그중 두 방울이 두 쌍둥이의 손에 툭 떨어졌다.그는 두 쌍둥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괜찮아, 그냥 코피가 좀 난 건데 뭘?”환타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왜 피하지 않으셨어요?”우문호는 그들이 그 공을 받아 다시 차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힘을 다 쓰지 않아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아버지 머리통이 깨졌을지도 몰라요.”칠성이 뒤늦게야 입을 열었다.그러자 우문호가 박장대소하며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별거, 별거 아니야!”그는 최근 몇 년간 줄곧 아들에게 푸대접을 받아왔었다.그는 원경릉에게 두 쌍둥이와 놀아주라고 하고 본인은 청소하러 들어가려고 했다.원경릉도 따라가고 싶다고 했지만, 그는 단호하게 거절하고 홀로 집으로 쿵쾅거리며 들어갔다.하지만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것은 그가 찬 바람을 들이마시며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르는 소리뿐이었다.“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가 아니어도 우리가 지켜드릴게요!”칠성은 원경릉의 손을 꼭 잡고 위로했다.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두 아이를 꼭 끌어안고 말했다.“그래, 너희들이 엄마를 여러 번 지켜주긴 했지, 엄마는 너희를 믿는단다!”칠성이 손을 뻗어 원경릉의 이마를 문질러주면서 말했다.“어머니, 겁내지 마세요!”원경릉이 당황한 듯 말했다.“엄마 하나도 무섭지 않은데, 왜 엄마가 무서워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뭐가 무섭다고?”칠성이가 그녀를 바라보며 환한 웃음을 짓자 마치 용안처럼 검은 동공이 빛나듯 눈동자가 번쩍였다.그러자 그녀는 갑자기 뇌가 전류에 맞은 것처럼 아팠다. 그 고통이 순식간에 사라지긴 했지만 실제로 충격을 받은 것처럼 손끝이 마비된 듯한 느낌을
얼마 전 떡들에게 머리에 빛이 아직 남아 있는지 물었더니 그들은 그렇다고 대답했는데 셋째를 임신한 후로 사라졌거나 약간 옅어진 게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자기 머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환타, 칠성아, 엄마 머리 좀 봐 봐. 빛나는 게 아직도 보여?”두 쌍둥이는 잠시 망설이더니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네, 보여요!”원경릉의 마음이 조금은 안심이 되었는데 빛이 남아 있다는 것은 당분간은 큰 위기가 없을 거라는 의미였다.소월각에 돌아온 우문호는 콧등에 약을 바르고 있었다.코가 약간 비틀려 있어 그는 스스로 바로잡아 주었다.우문호는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는데 원경릉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별일 아니라는 듯이 옅은 미소를 띄며 말했다.“두 쌍둥이가 그렇게 힘이 세다니, 놀랐어.”“걔네는 원체 보통 사람들과는 달라!”원경릉이 그에게 다가가서 부은 콧등을 살펴보며 물었다.“괜찮아?” 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무릎에 앉혀 그녀의 선한 눈매를 바라보며 말했다.“음, 괜찮아! 왜? 기분이 안 좋아?”원경릉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결국에는 임신 사실을 숨기기로 했다.“아니, 그냥 우리 떡들이 보고 싶어서.”우문호가 그녀에게 가볍게 키스하더니 입을 열었다.“며칠 뒤에 같이 입궐해서 한 번 보러 가도록 하자.”원경릉이 애써 미소를 지으며 그의 말에 응했다.“그래.”이틀이 지난 후 원경릉은 우문호와 함께 입궐했다.그녀가 생각하기에 떡들이 궁궐 생활이 매우 힘들어서 그녀를 보게 되면 다짜고짜 투정부터 부릴 거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그들은 차분했고 심지어 머리를 빙빙 돌리며 원경릉에게 시를 읊어 주기도 했다.원경릉은 우문호와 태상황이 담소를 나누는 틈을 타 만두를 데리고 산책에 나섰다.정자에 이르자 그녀가 만두에게 매우 진지하게 물었다.“네가 말해봐 봐, 엄마 머리에 있는 빛이 아직도 보여? 많이 옅어진 거 같지?”만두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조용히 그녀의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어머니, 이미 삼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