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너는 내게서 벗어나려 하지만, 네가 놓는 자수 한 땀 한 땀이 나를 옭아매는구나." 회귀 전, 그녀는 황제의 여인이었다. 하지만 독이 든 온천물에 가라앉으며 깨달았다. 다시 산다면 결코 누구의 소유도 되지 않겠노라고. 그렇게 돌아온 이번 생, 그녀는 오직 '나'로서 살기로 했다. 바늘과 실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믿었는데... 하필이면 황제조차 두려워하는 사내, 경무왕 연백리의 품으로 도망쳐버렸다. "유품 복원이 끝날 때까지 너는 내 왕부의 사람이다. 감히 누굴 만나려 드는 거지?" 가문을 탈출해 자유를 꿈꾸는 소설아와, 그녀의 미소 한 번에 심장이 뛰기 시작한 냉혈한 연백리. 비단 위에 수놓아진 위험한 로맨스 사극, <만독여향>.
Ver más“짐을 보고도 놀라지 않다니, 역시 그대는 나의 존재에 대해서 알고 있었군.”설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반절을 올렸다.“신녀, 오늘 처음으로 황궁 구경을 하게 되었습니다. 감히 폐하의 용안을 알고 있을 리가 없습니다.”“그래? 그렇다면, 아주 담력이 큰 낭자로군. 하지만, 오히려 장락사에서 날 보고 더 놀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면 어떤가?”그 말이 떨어지자 연백리가 설아를 힐끗 바라보았다.설아는 살짝 등골이 서늘해지며 식은땀이 흐르는 듯했지만, 겉으로는 조금의 흔들림도 내비치지 않은 채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영주시에서 뵐 수 없는 용모의 공자님이시라, 혹여 실례라도 하면 큰일이라 생각하여 조심했을 따름입니다.”“호오.”연각은 그럴싸한 대답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내가 그때 분명히 다시 방문하겠다 약속을 했는데, 이렇게 불러들이게 해서 미안하군.”“백성 된 도리로 당연한 일이오니, 심려치 마시옵소서.”“가게에서 봤던 손수건도 눈에 띄는 솜씨였는데, 옷 짓는 솜씨까지 소문이 날 줄은 몰랐지.”연각은 소매 안에서 장락사의 사은품이었던 광목 손수건을 꺼내 천천히 펼쳐 보였다.그러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연백리의 눈썹이 알아챌 수 없을 만큼 미묘하게 꿈틀거렸다.“그래서 궁금하던 차에 이렇게 궁으로 불러 짐의 편복을 지어보라고 명을 내리려 하네.”순간 설아의 숨이 턱 막혔다.마주 잡은 두 손이 저도 모르게 파르르 떨렸지만, 그녀는 애써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며 다시 한번 예를 올렸다.“폐하, 제가 짓는 옷은 그저 평민들이 입는 광목일 뿐이옵니다. 천하의 주인이신 폐하께 어울리는 옷이 아니오니, 부디 명을 거둬주시옵소서.”“이런.”연각은 아쉬운 듯 미간을 좁혔다.“다음에 방문하면 잘해주겠다고 분명히 본인 입으로 말하지 않았나? 약속은 지키라고 하는 것이지.”싱긋 웃는 얼굴은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설아를 바라보는 눈빛만큼은 조금도 웃고 있지 않았다.설아는 마주 잡은 손에 조금 더 힘을 주며 조심스레 다시 입을 열
설아는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 모습을 흘깃 바라본 연백리가 다시 말을 이었다.“그리고 그런 황제의 동태를 보고, 태후가 단단히 착각을 했던 모양이지.”설아는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태후마마께서... 저를 두고 오해하실 일이 무엇이 있겠습니까?”연백리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그러게.”잠시 말을 고르던 그가 나직하게 덧붙였다.“하지만 그것도 결국 원인은 나다.”연백리의 눈빛이 잠시 창밖 먼 곳을 향했다.“태후는 내 모친에게 깊은 원한을 품고 계신다. 그런데 자꾸만 모친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대가 눈엣가시처럼 여겨졌겠지.”그는 담담하게 사실을 전하듯 말을 이어 갔다.“그래서 그대를 후궁으로 들여 황궁 한구석에 처박아 두고, 평생 괴롭힐 작정이었던 것 같다.”“세상에나...!”설아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런 악의를 실제로 실행에 옮기려 했다는 사실을 듣고 나니, 등골을 타고 싸늘한 한기가 흘러내렸다.그것은 단순한 권력 다툼이 아니었다.한 사람의 인생을 아무렇지도 않게 짓밟을 수 있는, 현정태후라는 인간의 잔혹함을 여실히 보여 주는 일이었다.“다행히, 당신이 후궁으로 들어오는 것을 싫어한 사람이 또 한 명 있었어.”연백리의 말에 설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게 누군가요?”“초영황후.”연백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단정적으로 말했다.설아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연백리는 그런 설아의 반응을 보며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태후가 후궁 간택의 책임을 자신에게 떠넘기자, 아비를 시켜서 내게 은밀하게 연락해왔더군. 물론, 황후가 그런 머리를 썼을 리는 없어. 아비의 능력이겠지.”그 말을 듣는 순간, 설아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한 이름이 흘러나왔다.“헌국공……”“응? 가회안을 알고 있나?”연백리는 뜻밖이라는 듯 설아를 바라보았다.설아는 순간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듯 얼른 손사래를 치며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웃
송부인은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곧장 연백리와 설집사가 머물고 있는 서재를 찾아갔다.“왕야, 양부인에게서 전갈이 왔습니다.”급히 들어선 송부인이 장락사에서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전하자, 서재 안에는 잠시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연백리는 아무 말 없이 탁자 위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렸고, 설집사는 깊은 생각에 잠긴 채 눈을 감았다.한참 동안 말없이 상황을 정리하던 설집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이번 입궁은 피할 수 없습니다.”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단호했다.“소낭자께서 직접 헤쳐 나가셔야 할 시련입니다.”연백리는 말없이 시선을 내리깔았다.설집사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설아를 연각 앞에 홀로 세워 둘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겨 있던 연백리가 마침내 결심한 듯 고개를 들었다.“그렇다면 하는 수 없군. 내가 같이 입궁하는 수밖에.”설집사는 곧바로 난색을 드러냈다.“폐하께서 순순히 수긍하지 않으실 텐데요.”“그래도 내가 옆에 있으면 눈치는 보겠지.”연백리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지만, 그 말에는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의지가 분명하게 담겨 있었다.설집사는 더는 만류하지 못한 채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부디 몸조심하십시오. 이제 폐하께서는 더더욱 왕야께 가시를 드러내실 것입니다.”그 말을 들은 연백리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여인네 하나 때문에 가시를 드러내는 황제라니. 이보다 더 우스울 수 있겠는가.”그는 설집사를 바라보며 여유롭게 어깨를 으쓱했다.“여러모로 내게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군.”연백리는 재밌다는 듯 쿡쿡 웃었지만, 그 웃음과는 달리 눈빛만큼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다음 날 아침.설아는 아침 일찍부터 입궁할 채비를 마친 뒤 만화각을 나섰다.하지만 객잔 앞에 서 있는 마차를 본 순간,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늘 장락사에서 타고 다니던 소박한 마차가 아니었다.검은 칠을 곱게 올린 차체와 문짝에 새겨진 은빛
초영황후는 곧바로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마마.”황후는 한층 더 몸을 낮춘 채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다만 오히려 소설아 그 계집아이를 궁으로 끌어들인다면, 자그마한 실수 하나라도 꼬투리를 잡아 없앨 수 있을 것 같아 감히 말씀드리는 것입니다.”그러나 현정태후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뒷배가 경무왕이라는 소리를 듣고도 그런 말을 하는 게냐?”초영황후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경무왕이면 또 어떻겠습니까?”황후는 담담한 표정으로 태후를 마주 바라보며 차분히 말을 이었다.“감히 황제폐하께서 입으실 의복에 실수를 한다면, 경무왕이 아니라 그 누가 나선다 한들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잠시 초영황후를 빤히 바라보던 현정태후는 이내 피식 코웃음을 흘렸다.“그래.”입가에 비웃음을 가득 머금은 태후가 자리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어디, 네 생각대로 일이 잘 흘러가는지 두고 보자꾸나.”차갑게 황후를 내려다본 태후가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덧붙였다.“세상이 네 생각처럼 그리 만만한 줄 아느냐.”비웃음을 거두지 않은 채 몸을 돌린 현정태후는 그대로 보화궁을 나서 자의궁으로 돌아갔다.태후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초영황후가 천천히 허리를 폈다.조금 전까지의 공손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흥.”황후는 영 못마땅하다는 듯 입술을 삐죽였다.“멍청한 짓만 골라 하는 주제에, 누굴 비웃는는 거야.”황후는 태후가 떠나간 쪽을 흘겨보며 코웃음을 쳤다.“두고 보라지.”입가를 슬쩍 비틀어 올린 그녀가 씹어뱉듯 중얼거렸다.“내가 당신의 콧대를 납작하게 밟아 줄 테니까.”잠시 말을 멈춘 황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그러니 그때 가서 고맙다고 울며 매달리기나 하지 말라고.”초영황후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태후가 사라진 자의궁 쪽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심여은의 연회복은 기로연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도성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영원과도 같았던 찰나의 시간이 지나고, 연백리는 한 발 뒤로 물러선 뒤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그의 화려한 검은 장포 자락이 조용히 흔들리며 서재 밖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문이 닫히고 나서도 설아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심장은 아직도 정신없이 뛰고 있었다.설아는 떨리는 손끝으로 제 입술을 천천히 쓰다듬어 보았다. 뺨은 여전히 뜨거웠고, 입술에는 아직 그의 온기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안 되겠어……’설아는 거세게 고개를 내저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이대로는 정말 위험하다. ‘빨리 떠나야 해.’그러나 그 생각과
은은한 침향 냄새가 감도는 서재 안에는 잔잔한 불빛만이 고요하게 흔들리고 있을 뿐이었다.연백리는 책상 앞에 앉아 붓을 든 채 무언가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먹빛 글씨가 빼곡하게 적힌 문첩 위로 유려한 손가락이 붓과 함께 매끄럽게 춤을 추는 듯 보였다. 고요한 서재 안을 울리는 문 소리에 연백리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설아를 바라보았다.이 늦은 밤에 예고도 없이 나타난 설아를 보았지만, 그는 놀란 기색 하나 없이 그저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설아는 순간 괜히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붉은 등불 아래 드러난 연백리의 얼굴은
물러나려 뒷걸음질 치는 서공공을 연각이 툭 불러 세웠다. 그의 눈에 묘한 장난기가 스쳤다.“... 이상하지 않은가? 연백리 그놈이 무슨 연유로 소낭자를 계속 붙들고 있는지 말이야.”“…….”“이제껏 국혼도 관심 없는 것처럼 굴고, 측비는커녕 염문 하나 뿌리지 않던 철벽같은 놈이……”연각은 흥밋거리를 찾아낸 듯 눈을 가늘게 뜨며 제 턱을 매만졌다. 그러다 불쑥 자리에서 일어나 대전 한복판으로 천천히 걸어 내려갔다.승명전의 넓은 바닥에는 험준한 산맥과 굽이치는 대운하, 주요 성곽들이 정교하게 깎인 돌과 흙으로 빚어진 거대한 천
설아가 의아해하는 것을 눈치챈 진평이 그 까닭을 일러주었다.“하북 영주는 요충지이긴 하나, 골목골목 흥정이 오가는 소매보다는 상단들이 대규모로 물건을 떼어가는 도매 산업이 유독 발달한 곳입니다. 상인들이 물건을 통째로 떼어가 버리니 정작 성내에는 이렇다 할 포목점이 드물지요. 그러니 소낭자께서 이곳에 포목점을 여시면 장사가 아주 잘 될 겁니다.”무관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치고는 꽤 정확한 분석이었다. 하지만 설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설아의 장사꾼 다운 직감은 다르게 말하고 있었다.“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소매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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