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여정의 목적은 카메라이다. 이번에 잡지 않아도 되지만 나중에 좀 더 복잡해질뿐이다.그가 어느 때보다 열심히 임천호를 모셨다. 그 덕에 임천호는 결국 힘이 다 빠졌다.“더는 안 대. 나 좀 잘게.”소여정은 임천호의 등에 엎드려 나긋나긋한 말투로 말했다.“힘들면 자요. 내가 곁에 있을게요.”얼마 안 돼 임천호는 꿈나라에 들어갔다.소여정은 침대 머리맡에 있는 카메라를 조심히 가져와 임천호를 등진 채 카메라를 켰다.소여정은 오늘 찍은 사진은 한 장도 건드리지 않고 예전 사진을 뒤졌다. 하지만 괘씸하게도 임천호는 이미 예전 사진을 모두 지워버렸다.다행히 소여정은 이것도 예상했다.모든 사진을 카메라에만 저장하는 건 임천호 스타일이 아니다.비록 사진을 찾지 못했지만 소여정은 새로운 발견을 했다. 카메라 속에는 대량의 살인 증거들이 있었다. 임천호는 누가 변태 아니랄까 봐 살인하는 과정도 녹화했다. 심지어 그 수단이 너무 잔인하고 변태적이었다.소여정은 사진 몇 장을 보다가 속이 안 좋아 결국 포기했다.뒤를 돌아본 소여정은 임천호가 여전히 깊이 잠들었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조용히 카메라를 내려놓았다.하지만 그 전에 소여정은 핸드폰으로 자기와 관련된 수위 높은 사진을 몇 장 찍었다.이 모든 걸 끝마친 뒤 소여정은 임천호 품에 안겨 함께 잠들었다.1시간 뒤 깨어난 임천호는 맨 먼저 침대 머리맡에 있는 카메라를 확인했다. 비록 카메라가 무사히 놓여 있었지만 임천호는 그것에 그치지 않고 카메라 속 사진을 한 장 한 장 확인했다. 사진은 한 장도 줄어들지 않았다. 임천호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여정을 바라봤다.방금 소여정은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 지난 10년 동안 소여정은 한 번도 이렇게 미친 듯 몰아붙인 적이 없었다. 때문에 임천호는 소여정이 의심되어 맨 먼저 카메라부터 확인한 거다.그런데 카메라 속 사진은 그대로였다. 이에 임천호는 어리둥절했다.‘설마 내가 괜한 걱정했나?’임천호는 소여정이 오늘 각별히 열심히 몰아붙인 게 의
소여정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피식 웃었다.“그 가설은 아마 평생 실현되지 않을 거야.”정태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나갔다.소여정 말이 맞다. 정태곤은 임천호를 배신할 배짱도 없다. 그는 임천호를 십 몇 년 동안 따르며 그를 위해 수많은 일을 해 왔다. 임천호가 얼마나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인지 알기에, 정태곤은 그렇게 위험한 일을 할 리 없다.정태곤과 강용재는 임천호한테 치명적인 약점을 잡혔다. 때문에 만약 배신한다면 그 대가는 아주 참혹할 거다.정태곤은 소여정을 좋아하지만 자기를 희생하면서까지 소여정을 차지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정태곤이 떠난 뒤 소여정의 얼굴은 어두워졌다.소여정이 오늘 남은 건, 정태곤과 마찬가지로 임천호한테 약점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이제 임천호를 배신하기로 마음먹었으니 반드시 그 약점을 되찾아와야 한다.하지만 어떻게 할지가 문제였다.소여정기 임천호와 함께한 세월 동안, 임천호는 소여정의 은밀한 사진을 찍었다. 애초에 임천호는 소여정을 제 곁에 남기려는 목적으로 그렇게 했던 거다. 그러다 나중에 소여정은 연시우가 자기를 미워한다는 걸 안 뒤로 마음이 죽어 자신을 포기했다. 심지어 사진을 촬영하는 임천호에게 협조하면서 수위 높은 사진도 많이 남겼다. 그 사진을 없애려면 방법은 두 가지다. 임천호 스스로 없애게 하거나 강제로 없애거나.후자는 불가능할 게 뻔하다.때문에 소여정은 어떻게 하면 임천호가 사진을 없애게 할지 궁리했다.이건 아주 어려운 일이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으면 소여정은 평생 임천호한테서 벗어날 수 없다.샤워를 마친 소여정은 섹시한 레이스 잠옷을 입고 나왔다.그런 소여정을 본 순간 임천호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소여정의 매력을 임천호는 영원히 거부할 수 없다.임천호도 그동안 수많은 여자를 만나 봤다. 심지어 어린 여자의 몸도 봤지만 소여정의 몸만 보면 매번 자신이 20대 청춘으로 돌아간 듯하고 항상 힘이 솟구쳤다.임천호는 참을 수 없어 소여정을 자기 품속으
소여정은 욕실로 들어갔다.그때 욕실 거울에 사람 그림자가 갑자기 나타났다.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소여정의 뒤에는 정태곤이 서 잇었다.“여기 왜 있는 거야?”정태곤의 안색은 어두웠고 눈빛은 복잡했다.“정말 정수호와 갈 겁니까?”“다 봤잖아.”소여정은 수도꼭지를 틀어 손을 씻었다.정태곤이 말했다.“정수호는 그럴 자격 없어요.”소여정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정수호한테 그럴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는 네가 판단하는 게 아니라 임 회장님이 판단해. 임 회장님 명령을 어길 수 있어?”정태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여정의 눈에는 경멸의 빛이 지나갔다.“거 봐. 넌 그저 임천호 곁에 있는 똥개야. 반항하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맞서 싸우려고 그래?”소여정은 경멸의 눈빛을 대놓고 보냈지만 정태곤은 화를 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소여정 말이 맞으니까. 그는 확실히 그럴 배짱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나를 무시하는 것과는 별개였다.정태곤은 여전히 고집부렸다.“정태곤은 좋은 놈 아니에요. 그 자식 따라가면 진짜 큰일 나요.”“임 회장 곁에 있으면 내 무사해? 나를 연시우한테 주거나 정수호한테 줘버리는데. 나중에 또 누구한테 버려질지 누가 알아? 나를 지켜주지도 못하고 데리고 도망치지도 못할 거면서 재수 없는 소리 좀 그만할래?”소여정은 정태곤을 너무 잘 알기에 하는 말마다 정태곤의 허를 찔러 아무 말도 못 하게 했다.하지만 정태곤은 이대로 단념하지 않았다. 특히 소여정이 제 앞에서 아름다운 몸을 드러낸 순간 대담한 생각이 싹텄다.그는 대담하게 소여정에게로 다가가더니 갑자기 소여정의 허리를 끌어안았다.소여정은 흠칫 놀랐지만 소리 지르지 않고 오히려 냉소를 흘렸다.“임 회장님 바로 밖에 있어. 그런데 여기서 나 안을 수 있어?”소여정은 말하면서 일부러 몸을 돌려 웃는 눈으로 정태곤을 바라봤다.“그럴 수 있다면 너 따라갈게.”그 말은 미끼처럼 정태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정태곤은 수간 호흡이 가빠졌고 마음속에서 자꾸만 미친
임천호는 흥분을 숨기지 못했다.“진짜야?”“네. 임 회장님이 약속만 지킨다면요.”“하하하. 당연히 지켜야지. 네가 내 여자와 잤는데 내가 아무것도 안 했잖아.”임천호는 호탕하게 웃었다.그때 내가 일부러 말했다.“그럼 이제부터 소여정 씨는 내 사람이죠?”나는 소여정을 가리키며 말했다.임천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아직은 안 돼. 네가 다리를 놔주는 게 우선이야.”“아니요. 난 지금 당장 소여정 씨를 원해요. 동의하지 않으면 협력 건도 없던 일로 하고, 나를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해요.”나는 임천호와 한판 겨뤄보고 싶었다.임천호는 아주 언짢았다.오늘 아침만 해도 나에게 한 번 당근을 줘서 내가 가운데서 다리를 놔주게 구슬릴 작정이었는데, 내가 소여정을 데려가려 할 걸고는 생각지도 못한 듯했다.만약 이대로 소여정을 건네준다면 본인이 손해를 봤을 때는 어떡하나?더 중요한 건 소여정이 내 손에 넘어가면 분명 온몸에 내 흔적이 남을 텐데. 그렇게 되면 임천호는 자기 것이 더러워졌다고 느낄 거다.“정수호. 잘못한 건 너야. 그런데 어디서 조건을 내걸어?”임천호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조건을 거는 게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즐기고 싶은 거예요.”임천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정태곤이 앞으로 나섰다.“임 회장님, 절대 안 됩니다. 소여정 씨는 그래도 회장님 사람인데, 어떻게 저 자식이 마음대로 짓밟게 할 수 있습니까?”“닥쳐!”임천호는 정태곤에게 소리쳤다. 정태곤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는 소여정이 내 손에 넘어가는 게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임천호의 명령에 불복할 수는 없었다.임천호는 한참 고민하다가 끝내 결심을 내렸다.“그래. 동의할게. 하지만 너도 약속대로 해야 해. 만약 하지 못하면 내가 그동안 쌓은 거 한 번에 갚아줄 테니까.”나는 바로 기쁜 듯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한마디만 하면 되는 일이니까요.”나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소여정을 내 품에 끌어안았다.그 순간
임천호는 계속 웃으며 말했다.“무서워할 거 없어. 난처하게 하려는 거 아니니까. 우선 옷 입고 우리 천천히 얘기하자고.”나는 그제야 마음을 놓은 듯 연기하며 옷과 바지를 챙겨 입었다.그 사이 은근슬쩍 소여정의 엉덩이를 주무르기도 했다.‘임천호, 네가 나를 장악하는 걸 좋아하지? 그럼 내가 네 코앞에서 도전장 내밀어 볼게.’소여정도 대담하게 내 몸을 주물렀다.나는 소여정이 나보다 더 미쳐 있을 줄은 몰랐다.옷을 다 입고 마음도 추스른 뒤, 나는 임천호와 거실에 앉았다.“정태곤, 가서 차 가져와.”임천호의 말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정태곤을 바라봤다.정태곤은 분노의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 하지만 임천호의 명령을 거역하지는 못했다. 결국 정태곤은 아주 품질 좋은 녹차를 끓여 가져왔다.나는 정태곤이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아마도 내가 무슨 자격으로 소여정을 안을 수 있는지 생각할 거다.하지만 사실이 그런 걸 어쩌겠나? 나는 소여정을 차지했지만 정태곤은 그걸 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고, 나는 임천호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지만 정태곤은 안 된다. 소여정은 일부러 나에게 차를 건네며 말했다.“물 좀 마시며 마음 좀 추슬러. 임 회장님이 할 얘기 있다니까 너무 긴장하지 말고.”소여정은 겉으로는 나를 위로했지만 은근슬쩍 나를 향해 유혹의 눈빛을 보냈다.임천호는 우리 안중에도 없다.그때 임천호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정수호, 뭐가 됐든 네가 내 여자를 이미 건드렸어. 내가 말했지? 나 처음부터 소여정을 너한테 주려던 참인데, 이미 잤으니 협력 건에 관해 얘기해 볼 수 있을까?”나는 바로 동의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임천호가 나를 의심할 테니까.나는 일부러 말했다.“말했잖아요. 협력은 안 된다고. 소여정 씨와 있었던 일은 내가 술에 취해 실수로 그런 거예요.”임천호의 얼굴이 단번에 어두워졌다.“그래서? 지금 공짜로 내 여자와 자고 아무 일 없었던 셈 치겠다는 거야?”강용재가 앞으로 한 발 나섰다.나는 무
“왠지 이상하다 했는데. 혹시 어제 뭐라고 했어요? 안 그러면 왜 저래요?”소여정은 아주 교묘하게 질문을 임천호에게 던졌다.임천호는 워낙 사지가 발달하고 머리가 단순한 부류라 큰 의심을 하지 않고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아마 저 자식이 진작부터 너한테 흑심을 품었나 봐. 겉으로만 점잖은 척했던 거야. 난 아무 말도 한 적 없어. 혹시 연시우가 저 자식 앞에서 뭐라고 했어?”소여정은 일부러 고민하는 척하더니 말했다.“그렇게 말하니 생각났어요. 연시우가 확실히 뭐라고 했거든요.”“뭐라고 했는데?”임천호가 질문했다.소여정은 이 순간만을 기다려 왔다. 때문에 진작 준비했던 말을 꺼냈다.“내가 본인이 버린 여자라고요. 예전에 본인이 나를 회장님한테 버린 거라고 했어요...”“그리고 정수호는 나를 건드리고 싶은데 배짱이 없다고. 용기를 줘도 절대 나를 건드리지 못할 거라고 도발하면서 정수호 같은 사람은 평생 버러지로 살아야 한다고 했어요...”“하. 연시우의 말에 자극받았나 보네. 그래서 그렇게 결정했던 거야.”임천호는 소여정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뭐가 됐든 이번 일은 고생했어.”임천호는 소여정의 이마에 뽀뽀했다.그때 소여정이 방을 보며 말했다.“이제 어떡해요? 깨워야 하는 거 아니에요?”“아니. 네가 들어가서 곁에 있다가 저 자식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그럼 회장님은요?”“난 여기서 기다릴 거야.”소여정은 문득 임천호가 대체 얼마나 변태면 이렇게 이상한 취미를 갖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말하기 귀찮아 허리를 흔들며 방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대화를 나는 당연히 들었다.소여정이 침대에 오른 뒤 나는 일부러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그러자 소여정이 작은 소리로 다급히 말했다.“이러지 마. 임천호가 밖에서 보고 있어.”나는 피식 냉소했다.“그래서 뭐요? 난 임천호 앞에서 소여정 씨를 안을 거예요.”소여정은 내 콧등을 콕 찍었다.“장난기 심하긴. 하지만 마음에 들어.”우리는 이런 면에서 마음이 잘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