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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7화

Author: 은광수
새 양복을 입은 아버지의 모습은 정말 멋졌다.

8시쯤, 윤지은은 데리러 오겠다며 전화해 왔다.

그리고 30분 뒤, 우리는 상견례 자리인 용천 호텔에 도착했다.

용천 호텔은 윤씨 가문 산업인 동시에 윤씨 가문 식구가 가장 좋아하는 휴가 장소이기도 하다.

그런데 상견례 장소를 이곳으로 정한 걸 보면 나와 우리 부모님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부모님께 이곳이 윤씨 가문 산업이라고 슬쩍 말해주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너무 놀라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셨다.

“아들, 지은 씨네 가족 너무 돈 많은 거 아니야? 우리가 상대적으로 너무 뒤처지는 거 아니야?”

“괜찮아요. 지은 씨 부모님은 모두 개방적인 분들이라 우리를 싫어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그동안 다 확인했어요. 안 그러면 지은 씨랑 만날 리도 없었어요.”

“응. 그러면 다행이고. 안 그러면 처음부터 너무 기울어질 거 아니야.”

어머니의 걱정도 어느 정도 이해됐다.

하지만 나는 신분 차이와, 빈부 격차는 나와 윤지은을 갈라놓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다.

우리는 곧바로 레스토랑에 들어섰다.

웨이터의 안내하에 가장 큰 룸에 들어서자 윤해철과 이영미 부부가 보였다.

두 분 역시 정식으로 차려입었다. 윤해철은 양복 차림이었고, 이영미는 타이트한 원피스를 입어 몸매를 한껏 드러냈다.

우리가 룸에 들어서자 두 분은 이내 웃으며 우리를 맞이했다.

“사돈어른, 앉으세요.”

이영미의 ‘사돈어른’이라는 단어에 두 가족은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아직 결혼이 결정된 것도 아닌데 두 가족이 이렇게 친해졌다는 건 좋은 시작이었다.

조금 긴장해하던 부모님도 이영미와 윤해철의 태도에 조금씩 긴장을 풀었다.

화기애애하고 화목한 분위기는 두 분의 불안마저 말끔히 날려버렸다.

긴장이 풀리자 어머니는 점차 말이 많아졌고 이영미와 열띤 대화를 나누었다.

윤해철 역시 아버지와 대화가 잘 통했다.

그러던 그때, 윤해철이 갑자기 결정을 내리듯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기로 하고, 다음 달 15일, 약혼식을 치릅시다. 결혼 준비는 우리 집에서 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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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어색함을 줄이려고 아버지는 아예 내 곁으로 자리를 옮겼다.그때 이영미가 웃으며 말했다.“두 분 바닷가에 자주 안 가시죠? 나중에 다 같이 바닷가로 놀러 가요.”“두 분 모두 바쁘실 텐데 어떻게 그래요?”“안 바빠요. 회사 일은 따로 처리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저랑 제 남편은 그냥 놀고먹기만 해요.”“아.”아버지는 두 분과 대화가 잘 통하지 않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했다.결국 두 분이 난처해할까 봐 나는 아버지를 어머니 곁으로 안내하고 내가 윤해철 쪽으로 다가가 대화를 나누었다.나는 그나마 윤씨 가문 사람들과 친해져 말이 잘 통했다.이렇게 하니 어머니와 아버지도 더 편히 즐길 수 있었다.온천욕을 하는 도중 좋은 술과 과일들이 하나둘씩 나왔다.한바탕 즐기고 난 뒤 어머니는 오늘 경험을 평생 잊지 못할 거라고 했다.“편하죠? 앞으로 심심하면 온천욕 해요. 건강에도 좋고 피부도 좋아져요.”“나랑 네 아버지는 시골 사람인데, 어떻게 자주 해? 우리가 온천욕 하러 다니면 밭일은 누가 해?”“우리도 체험해 봤으니 됐어. 나중에 고향에 돌아가면 또 매일 밭일 해야지.”나는 얼른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그럼 강북에 며칠만 더 묵어요. 저랑 같이 재밌는 곳 놀러 다녀요.”“그래.”온천욕을 마친 뒤, 우리는 함께 야경을 즐기며 음악 분수를 감상했다.이영미는 심지어 함께 춤추러 가자며 우리 부모님을 초대했지만, 어머니는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춤은 못 춰서 됐어요.”기어코 싫다고 거절하는 사람을 강요할 수도 없었기에 나는 결국 두 분을 방으로 모셔다드렸다.두 분을 바래다준 뒤 나는 다시 윤지은을 찾아갔다.윤지은과 이영미는 밤 생활을 무척 좋아했다.두 사람은 화장을 고치고 어느새 섹시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 덕에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아버님은 왜 안 와요?”“차 마시러 갔으니 상관하지 마. 우리끼리 놀자고.”이영미가 대답했다.결국 나는 윤지은과 이영미를 데리고 클럽으로 향했다.이영미는 딸인 윤지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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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개를 숙여 내 손에 들린 빗자루를 본 순간, 나는 내 뺨을 후려치고 싶었다.방금 빗자루를 들고 청소하는 척한 건 임천호를 상대할 때 무기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심지어 속으로 우쭐거리며 계획대로 되고 있다고 자부하느라 임천호의 표정을 눈치채지 못했다.그런데 임천호는 내 속내를 미리 꿰뚫어 보고 일부러 맞춰준 거였다니.임천호는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지도 모른다.그게 진짜든 가짜든, 임천호가 총을 갖고 있다면 나를 제압하기에 충분하다.내 손에 들린 빗자루를 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무기로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뜨거운 감자처럼 느껴져 당장 던져버리고 싶었다.나는 임천호를 협조해 계속 청소하는 척 위장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이제는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게, 부모님이 안전한 곳에 도착한 것을 확인했으니까.전화 건너편에서 자동차 경적 소리가 들린다는 건, 두 분이 사람 많은 곳에 도착했을 거라는 뜻이다. 보아하니 강용재가 두 분을 어떻게 하지 않을 모양이다.나는 아래를 흘긋 내려다보았다. 이제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걸 나도 알고 있었다.윤지은과 두 명의 경찰도 이미 보냈으니 나를 구하러 올 사람도 없을 거다.‘이제 곧 윤지은과 약혼해야 하는데, 이렇게 죽는다고?’“정수호, 난 이미 네가 원하는 대로 했어. 이제 네가 약속 지킬 때야.”임천호는 테이블 위에 있던 총을 느긋하게 만지작거리며 가끔 총구를 내 쪽으로 겨누었다.나는 임천호를 차갑게 바라봤다.“이제야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너를 무서워하는지 알겠네. 넌 사람도 아니야. 악마야.”“하하하. 칭찬 고마워.”임천호는 부끄러운 짓을 하고도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겼다.나는 눈을 감은 채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못 뛸 것도 없어.’‘어떻게 죽든 죽을 텐데.’‘직접 뛰어내리는 게 임천호 총에 맞아 떨어지는 것보다는 나아.’나는 참지 못하고 다시 아래를 흘긋거렸다. 그런데 웬걸?윤지은이 사람들더러 아래에 에어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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