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교한테 이혼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이건 그동안의 고생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니까.어린 시절 어리석은 선택으로 오랫동안 고생했으니, 애교는 남은 인생을 더 이상 이렇게 고생하며 살고 싶지 않았다. 그저 기분 내키는 대로, 본인이 원하는 대로 살 생각이었다.게다가 이제 자유도 얻었고, 시가 수억의 집도 있으니 앞으로 분명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거다.그러니 애교는 오늘 밤 무조건 제대로 즐길 생각이었다.나는 형수한테 불러 형수도 불러냈다.곧이어 우리 넷은 함께 노래방 룸으로 향했다.우리는 마음껏 노래하고 마음껏 감정을 쏟아냈다.고민이 있든 없든, 인생이 얼마나 쓰든, 이렇게 소리 지르고 나니 모든 고민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하지만 그 시각, 동성은 죽을 맛이었다.왕정민이 이혼 수속을 마친 뒤 곧장 동성의 회사를 찾아갔으니까.동성은 왕정민을 보자마자 겁에 질려 말까지 더듬었다.“정, 정민아, 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왕정민을 대할 때, 동성은 여전히 조심스럽게 비굴했다.그에 반해 왕정민은 마치 제왕이라도 되는 것처럼 오만한 기세로 동성을 보더니 두말없이 그의 뺨을 후려갈겼다.동성은 뺨을 맞고도 찍소리하지 못했다.그때 왕정민이 동성의 멱살을 잡으며 물었다.“정수호와 이애교 일 대체 알아 몰라?”동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몰라, 정말이야. 맹세할게.”“정수호가 동생이라고 말한 건 너야. 네가 그 자식 대학까지 보냈다며, 그 자식이 네 말 들을 거라고 한 것도 너잖아. 그런데 아무것도 몰랐다고?”왕정민은 동성의 말을 믿지 않았다.그러자 동성이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수호가 예전에는 내 말이라면 무조건 따랐어. 그런데 다 커서 그런지, 내 말을 듣지 않아. 그때 식사하면서 수호가 그렇게 말하는 걸 듣고 나도 엄청 놀랐다고. 수호가 우리를 배신할 줄 몰랐어.”“정민아, 수호 일은 정말 나랑 아무 상관도 없어. 그러니까 나 좀 믿어줘.”왕정민은 동성을 힘껏 밀어냈다.“흥, 정수호 일은 몰랐다 쳐
그때 왕정민이 말을 이었다.“나도 이해해. 하지만 너도 나를 이해해 줘야지. 계약은 내가 네 와이프와 잠자리를 가지면 그때 주기로 했잖아. 그런데 한번 자보지도 못하고 계약서만 갖다 바친 게 영 기분이 안 좋네?”동성은 왕정민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 리 없었다.때문에 얼른 웃으며 맞장구쳤다.“그거야 간단하지. 태연이 계속 애를 낳고 싶어 하는데, 이 기회에 네가 도와줘.”왕정민은 동성의 눈치 있는 대답에 그제야 여우 같은 웃음을 지었다.“근데 네 와이프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던데, 어떻게 할 셈이야?”“방법은 내가 생각할 테니까 너는 즐길 준비나 해.”왕정민은 눈웃음을 치며 동성을 바라봤다.“고태연은 네 와이프 아니야? 그런데 내가 자도 괜찮겠어?”“와이프는 옷과 같고, 친구는 손발과 같다는 말 몰라? 게다가 넌 내 친구일 뿐만 아니라 내 사장이기도 하잖아. 네가 앞으로 나를 도와준다면, 내 와이프 하나 바치는 건 아무것도 아니야.”동성은 왕정민한테 아부하며 헤실 웃었다.동성의 굽신거리는 태도에 기분이 좋아진 왕정민은 박장대소했다.“진동성, 너 눈치 있네. 네 동생은 너에 비하면 갈 길이 멀어. 흥, 나랑 이애교를 이혼하게 하면 내가 방법 없을 줄 알고? 너희들 괴롭히는 건 일도 아니야.”이 말을 내뱉는 순간, 왕정민의 눈에는 음흉한 기색이 역력했다.‘오늘 일은 마음속에 새겨두고 있을게. 정수호, 이애교, 최남주, 너희 셋 다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오늘은 우선 이 화를 고태연한테 풀어야겠네. 고태연, 너도 그 셋을 도와 나를 엿 먹였었잖아. 그러니 오늘은 너야.’왕정민이 속으로 이런저런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동안, 동성은 여전히 헤실거리는 표정으로 옆에서 굽신거렸다. 마치 태연이 자기 아내가 아니라 도구인 것처럼.동성은 왕정민의 앞에서 태연한테 전화해서 어디 있는지 물었다.태연은 일말의 경계도 없이 다 같이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고 있는 사실을 곧이곧대로 말했다.그러자 동성이 곧장 대답했다.“그럼 이따 데리러 갈게. 오늘
어찌 됐든, 눈으로 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었던 셈 칠 수 있는데, 만약 함께 참여하면 왕정민이 그 짓을 하는 동안 옆에서 도와줘야 할지도 모른다.그렇다면 의미는 완전히 달라진다.동성은 태연과 이혼할 생각이 없지만, 만약 태연이 왕정민이 그런 짓을 한다면 정말 한 지붕 아래에서 같이 살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왜? 싫어?”왕정민이 동성을 꿰뚫어 볼 것처럼 훑자, 동성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정민아, 아무리 그래도 태연은 내 와이프인데, 나더러 너랑 같이하라고 하면 받아들일 수 없어.”“너 참 이상하네? 자기 와이프를 다른 남자 품에 밀어 넣을 순 있어도 함께 참여하지는 못하겠다는 거야? 무슨 생각인 건데?”왕정민은 워낙 문란하게 놀다 보니 도덕적인 선이 존대하지 않지만, 동성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난 태연이랑 계속 생활하고 싶어. 나까지 참여하면 더 이상 같이 살 수 없다고.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지?”“아니, 모르겠어. 알고 싶지도 않고. 너도 무조건 참여해야 해. 내가 혼자 했다가 네 와이프가 나를 강간으로 몰면 난 어떡하라고?”왕정민이 걱정하는 건 이거였다.역시나 속내가 깊다고 해야 할지, 조심성이 많다고 해야 할지.이건 범죄를 저질러도 주도면밀하게 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그때 왕정민이 또 말을 이었다.“네 와이프랑 하지 못하겠으면, 파트너 체인지 게임하는 건 어때?”“파트너 체인지 게임?”동성은 궁금한 듯 물었다.사실 그게 어떤 건지 동성은 이미 알고 있었다.그때 왕정민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내가 한의원에서 꼬신 여자애가 그렇게 기가 막히거든. 남자 친구를 사귄 적도 없대. 너한테 그 애를 줄게. 어때?”왕정민은 말하면서 핸드폰을 꺼내 진소민의 사진을 보여주었다.동성은 사실 소민을 본 적 있다. 물론 얼굴은 예쁘지 않지만 어리다는 걸 알기에 바로 흥분했다.동성은 무슨 이유인지 태연한테는 아무런 느낌도 없지만, 어린 여자만 생각하면 바로 흥분한다. 마치 어린 여자들한테는 그만한 매력이 있는
동성은 다급히 말했다.“당연히 진심이지, 정민아, 내 진심만 전할 수 있다면 네 말대로 할게.”그제야 왕정민이 박장대소하며 말했다.“오케이, 그러면 이렇게 하기로 해. 오늘 밤, 스텐드 룸을 잡아 한 방에서...”“그때 가서 바꾸고 싶으면 다시 바꿔도 돼.”그 말을 듣는 순간 동성은 얼굴부터 목덜미까지 빨개졌다.왕정민이 문란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문란할 줄은 몰랐다.네 명이 한 방에서 하고 또 파트너를 바꾸고 싶으면 다시 바꾸다니...그 화면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하지만 동성은 왠지 짜릿해 나더니, 점점 흥분하기 시작했다.동성은 속으로 은근히 감탄했다.사실 동성도 그런 취향이었던 것이다.‘나도 이런 취향인 줄 알았다면, 진작 왕정민과 놀아났어야 했는데.’하지만 동성은 체면상 얌전한 척했다.“좋아, 네 말대로 할게.”그 시각, 노래방 룸 안.쉴 새 없이 노래도 부르고 술을 마시다 보니, 우리는 약간 취기가 올라 있었다.특히 애교 누나는 오늘 밤 술을 어찌나 많이 마셨는지 자신을 완전히 내려놓았다. 울며 노래하는 모습은 평소 온화하고 신중한 누나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그러다가 애교 누나는 아예 내 품에 안겨 두 손으로 내 목을 감싸안고 쉴 새 없이 뽀뽀했다.“수호 씨, 나 오늘 너무 즐거웠어요, 이제는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어요.”“수호 씨, 나랑 결혼하고 싶다던 말, 진심이에요?”나는 애교 누나의 허리를 꼭 껴안고 진지하게 말했다.“당연하죠, 누나와 결혼도 하고, 포동포동한 아이들도 여러 명 낳을 거예요. 애교 누나, 저 정말 누나 사랑해요. 누나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어요.”내가 한창 애교 누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남주 누나가 갑자기 내 쪽으로 걸어왔다.“나도 뽀뽀할래. 나도 안아줘. 나도 네 아이 낳고 싶어.”나는 팔을 벌려 남주 누나를 내 다른 한쪽 다리 위에 앉혔다.남주 누나는 앉자마자 내 머리를 잡고 거칠게 키스했다.“와, 젊은 게 역시 좋네. 남성미가 철철 넘쳐흐르네.”“애교
나는 이번에 형수 쪽을 바라봤다. 하지만 형수는 언제 나갔는지 보이지 않았다.나는 형수가 당연히 화장실에 갔을 거라고 생각해 신경 쓰지 않았다.그때, 남주 누나가 내 머리를 감싸 쥐며 물었다.“뭘 봐? 지금 내가 물어보고 있잖아. 도대체 누구한테 조언을 구하고 있는 거야?”“네 형수? 아니면 애교? 꿈 깨, 두 사람 다 너 상관 안 할 거야. 그러니까 넌 내 말 따라.”남주 누나는 마치 뱀처럼 나한테 엉겨 붙으며 내 몸을 탐하려 했다.나는 얼른 일어나 남주 누나를 진정시켰다.“남주 누나, 정말 원한다면 호텔 잡아요. 제가 제대로 모실 테니까.”“정말? 그럼, 지금 가자.”남주 누나는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나를 다그쳤다.“그럼, 애교 누나는요?”나는 갑작스레 물었다.그러자 애교 누나가 얼떨결에 일어나 앉더니 말했다.“나도 같이 갈게요, 나는 잘 테니 옆에서 볼일 봐요.”“네?”‘헐, 지금 날 놀리는 건가?’남주 누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잠이라니, 잠이 오겠어? 우리랑 같이 놀고 싶은 거면서. 결혼하기 전에 막 놀고 싶은 거지?”나는 남주 누나의 말에 경악했다. ‘애교 누나가 그런 생각을 했다고?’나는 무의식적으로 애교 누나를 바라봤다.가뜩이나 발그레하던 애교 누나의 얼굴은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새빨개졌다. 심지어 수치심마저 서려 있었다.애교 누나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눈치챈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겉으로는 온화하고 수줍어하는 애교 누나한테 이런 이면이 있을 줄이야.그런데 어찌 보면 이렇게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인터넷을 보면 다정하고 착한 사람일수록 사실 속으로는 더 미친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애교 누나는 왕정민과 결혼한 후 몇 년 동안 유부녀로서의 도리를 지켰고, 한 번도 선을 넘은 적이 없었다.그러나 이번에 실패한 결혼을 경험하고 나서 인생관 가치관이 분명 영향을 받았을 것이기에 방임해 보려는 것도 이해가 된다.무료하고 평범한 생활에서 사람은 누구나 약간의 자극을 찾아야 한다.
“남주 누나, 저 수호에요.”나는 복부의 통증을 참으며 남주 누나를 마구 흔들었다.하자만 남주 누나는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정말 과음했나 보네.’‘하, 이걸 어쩌지?’‘설마 이대로 포기해야 한다고? 그러면 너무 재미없잖아.’나는 얼른 뒤돌아 애교 누나를 흔들어댔다.“애교 누나, 취했어요?”하지만 애교 누나는 몸을 한번 뒤척이더니 아무 반응도 없었다.이건 그야말로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었다.기대에 부풀어 두 사람을 여기까지 데려왔더니 모두 만취해서 쓰러지기나 하고.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설령 지금 이 상태로 한다고 해도, 그건 별 재미가 없을 거다. 무드가 없을 테니까.나는 몇 번이고 망설이다가 결국 포기했다. 이윽고 두 사람을 양쪽에 눕힌 후 가운데에 벌러덩 드러누웠다.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그냥 푹 자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하지만 내가 몰랐던 건 애교 누나는 전혀 취하지 않았다는 거다. 반대로 남주 누나는 확실히 고주망태가 되어 있었다.남주 누나가 없으니 애교 누나도 민망해서 취한 척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사실 애교 누나는 셋이 하는 걸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서른 넘는 나이에, 앞으로 이런 미친 짓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아직 젊고 그럴 조건이 될 때 제대로 즐기고 경험해 봐야지.하지만 그렇게 큰소리치며 술을 마시던 남주 누나가 먼저 쓰러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애교 누나는 나보다 더 어이가 없었을 거다.애교 누나가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를 냈는지 모른다. 그런데 좋은 기회가 이렇게 허망하게 날아가 버리니 못내 아쉬웠다.나도 사실 적게 마시지 않았던 터라 올 때부터 머리가 어지러웠다. 때문에 누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잠이 들었다.그 시각, 형수가 형에게 끌려 다른 호텔에 갔다는 걸 우리 셋 중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한편, 그 호텔의 어느 방에서는 샤워를 마친 왕정민이 목욕 타월로 몸을 감싼 채 형이 형수를 데려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때 소민이
소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뒤돌아 떠나지도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사실 정규직 전환은 소민의 진정한 목적이 아니다. 그녀의 진정한 목적은 부자의 애인이거나 내연녀가 되는 것이다.그러니 소민은 왕정민과 호형호제할 수 있는 사람들도 틀림없이 부자라고 생각했다.더군다나 왕정민은 이미 애인이 있기에, 소민이 그 여자의 자리를 대신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목표를 바꿔서 다른 스폰서를 찾는 게 더 나을지도 몰라.’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소민은 다시 물었다.“왕 사장님, 그럼 그 친구분도 당연히 사장님처럼 능력 있는 사람이겠죠?”왕정민은 크게 웃으며 소민을 자기 옆에 눕혔다.소민은 왕정민의 손길에 바로 얌전히 누웠다.그러자 왕정민은 소민의 옷깃에 손을 넣으며 말했다.“내 그 친구는 너도 만났던 사람이야. 바로 정수호의 형, 진동성이야.”“아, 생각났어요, 얌전하게 생긴 그 잘생긴 남자죠? 그분은 아내를 무서워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와이프 몰래 바람 피운다고요?”‘역시 남자는 다 똑같아. 겉보기엔 얌전한 남자가 뒤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법이야.’‘역시 사람은 남자보다 자신에게 의지해야 해. 돈을 많이 버는 게 진리야.’“진동성 와이프도 올 거야. 오늘 밤은 우리 넷의 천국이야.”“네 사람이요?”소민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왕 사장님, 설마 그분과...”“맞아, 하지만 그 친구 와이프랑 하기 전에 내가 제대로 아껴줄게.”왕정민은 갑자기 소민을 덮쳤다.역시 젊은 게 젊은 거라고, 소민이 얼마 건드리지 않았는데 왕정민은 괴로워 났다.다만 왕정민의 유지 시간은 고작 2분이었다.‘무슨 팽이버섯도 아니고. 이 주제에 이렇게 문란하게 논다고?’소민은 마음속으로 왕정민을 경멸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척했다. “왕 사장님 정말 대단해요. 사장님이 너무 괴롭혀서 걷지 못하겠어요.”이 방법은 역시나 왕정민에게 잘 먹혔다.왕정민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큰 소리로 웃어댔다.“말을
동성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고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그때 소민이 그에게 살포시 뽀뽀하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지금은 좀 어때요?”“좀, 좀 나아졌어요.”“그럼, 우리 침대로 갈까요?”동성의 몸은 엄청 굳어 있었다.그걸 눈치챈 소민이 얼른 입을 열었다.“아님, 우리 욕실로 갈까요? 거긴 밀폐된 공간이니까 그렇게 부끄러워하거나 긴장하지 않아도 될 거예요.”동성은 욕실 쪽으로 한번 쓱 보더니 있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소민이 갑자기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진 사장님, 저 욕실까지 안고 가면 안 돼요?”그러자 동성은 두말없이 소민을 번쩍 안아 욕실로 걸어갔다.한편 왕정민은 두 손으로 태연의 하얗고 부드러운 얼굴을 만지더니 대뜸 뽀뽀를 해댔다.그 순간 솔솔 풍겨오는 고약한 입냄새 때문에 태연은 번쩍 눈을 떴다.눈을 떠보니 왕정민의 못생긴 얼굴이 눈앞에서 아른거렸고, 더군다나 그가 제 얼굴에 마구 뽀뽀를 해대는 걸 느껴지자 태연은 왕정민의 뺨을 후려갈겼다.갑자기 뺨을 맞은 왕정민은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그때, 태연이 번쩍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왕정민 이 개자식아. 너 지금 나한테 뭐 하는 거야?”왕정민은 화끈거리는 얼굴을 감싸면서 속으로 생각했다.‘이 여자 손이 왜 이렇게 매워!’‘턱이 다 빠질 뻔했네.’왕정민은 잔뜩 화가 나서 버럭 소리쳤다.“내가 뭘? 가서 네 남편한테 물어봐. 나한테 뭘 시켰는지!”“그게 무슨 뜻이야?”태연은 아직 완전히 술이 깬 것이 아니었다. 머리가 어지러워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그때 왕정민이 욕실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직접 가서 욕실 안을 한번 봐봐. 당신 남편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태연은 왕정민이 가리키는 대로 욕실 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순간, 태연의 눈에는 자기 남편이 한 여자를 안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태연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온몸이 부들부들 떨었다.인제야 동성이 왜 본인을 데리러 오겠다고 했는지 납득이 갔다.‘이런 꿍꿍이가 있었
“서 사장님, 괜찮습니까?”“서 사장님...”룸에 함께 있던 사람들은 잇달아 서윤기를 부축했다.서윤기는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났지만 코에서 이미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사람들은 모두 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젠장. 누군데 서 사장님을 때려?”사람들은 나를 보며 욕지거리를 퍼부었다.서윤기가 손을 뻗자 사람들은 단번에 입을 다물었다.서윤기는 휴지로 피를 닦더니 나를 싸늘하게 바라봤다.“정수호, 이런 우연이 다 있네. 이렇게 큰 Y시에서 다 만나고.”나는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정 사장님이 여기로 인도해 주셨어. 네놈이 여기 있는 줄 알고 너 처리하라고 여기로 이끌어 주셨어.”서윤기는 그 말에 ‘풉’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정호섭 말이야? 그렇다면 좋겠지만 정호섭이 그럴 수 있어? 그렇게 신통하다면 왜 자기 죽음도 못 막았겠어?”정 사장님이 불상사를 당한 뒤 모든 사람이 비통했는데, 서윤기는 오히려 키득거리며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는 울화가 치밀어 참지 못하고 달려들었다.하지만 이번에는 룸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나를 막아섰다.그때 이동민이 굳은 얼굴로 나에게 걸어왔다.“젠장. 감히 내 앞에서 서 사장님께 폭력을 써?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이동민은 키가 크고 덩치가 산만 했다. 듣기로 이동민은 예전에 백정이라서 아주 포악했었다는 말도 있다.나 역시 그의 몸에서 피비린내를 맡을 수 있었다.도살업자는 설령 그 일을 그만두더라도 피부와 핏속까지 스며든 피비린내를 지우기는 어렵다. 하지만 나는 이동민이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의 커다란 주먹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두 주먹이 부딪히는 순간 나와 이동민의 표정은 동시에 일그러졌다.이동민은 내 주먹이 그렇게 단단할 걸 몰랐는지, 아니면 내가 자기 주먹을 받아낼 줄 몰랐는지 살짝 당황했다.나 역시 꽤 센 이동민의 주먹에 흠칫 놀랐다.싸움을 배운 뒤로 나는 이 정도 상대를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다.주먹끼리 부딪힌 뒤 한동안 팔이 저리더니 잠
버섯전골은 Y시 명물이라 다른 곳에서는 먹을 수 없다. 어느새 냄비 안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이 방안 전체에 퍼져 버섯 냄새가 가득했다.윤지은은 사모님한테 음식을 집어주며 말했다.“유미야, 너 요즘 밥도 제대로 못 먹었는데 많이 먹어.”“그만 집어 줘. 내가 직접 먹을 수 있어. 두 사람도 먹어.”우리는 묵묵히 전골을 먹었다. 그동안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 분위기는 다소 조용했다.나는 몇 번이나 분위기를 띄워주려고 했지만 사모님이 별 반응이 없고, 윤지은도 협조하지 않아 혼자 원맨쇼를 하는 느낌이 들어 포기했다.“차 마시고 싶어...”사모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는 벌떡 일어났다.“제가 물어볼게요.”무엇보다 나는 어렵게 말을 꺼낸 사모님의 요구를 얼른 만족시켜 주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나는 얼른 밖으로 나가 큰 방을 지나다가 문이 살짝 열려 있는 걸 보고 무의식적으로 안을 들여다봤다.그랬더니 내 눈에 익숙한 실루엣, 서윤기가 들어왔다.‘서윤기가 Y시에 왔다고?’나는 얼른 몸을 숨긴 채 안대성에게 전화했다.“서윤기를 감사하라고 했잖아. Y시에 온 건 왜 말 안 했어?”[네? 서윤기가 Y시에 갔다고요? 몰랐는데요? 형님, 제가 부하들한테 서윤기 잘 감시하라고 시켰는데...]안대성은 자기가 말실수했다는 걸 인지하고 얼른 입을 막았다. 그 순간 나는 당장 놈을 발로 걷어차고 싶었다.나는 얼른 전화를 끊고 룸 안을 훔쳐봤다.룸 안에는 서윤기 외에 Y시 현지인으로 보이는 남자 몇 명이 있었다. 그중 한 중년 남성은 왠지 낯이 익었다.나는 몰래 중년 남자의 사진을 찍어 판자촌 노랑머리에게 보냈다.[이 사람 알아요?]노랑머리는 곧바로 답장했다.[그 사람은 이연화의 아버지 판자촌 터줏대감 이동민이에요.]‘젠장. 어쩐지 낯이 익다 했더니 이연화와 닮았잖아.’‘이동민이 여기 나타난 데다 서윤기와 웃고 떠드는 걸 보니 설마 정 사장님 교통사고가 서윤기 짓인가?’나는 그럴 가능성이 무척 크다고 생각했다.서윤기가 강북 시장
“한 번에 천만 원? 여기가 뭔 금은방인 줄 알아요?”나도 이제는 돈 좀 있지만 한 번에 음식점에 천만 원을 충전하는 건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북에서 최고급 호텔 멤버십에 가입하는 것도 고작 몇백만 원인데, 길가에 널리고 널린 버섯전골 집이 멤버십 카드만 천만 원이라니?매니저는 나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돈 없으면 제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얼른 나가요.”“잠깐!”나는 언성을 높였다.그러자 매니저가 나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왜요? 또 무슨 일이죠?”나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난 이 가게가 악의적으로 손님들에게 소비를 강요한다고 의심되거든. 그래서 지금 신고할 생각이야.”내가 신고하겠다는 말에 매니저는 얼굴색이 싹 바뀌더니 나를 삿대질하며 욕지거리를 퍼부었다.“당신 미쳤어? 본인이 밥 먹을 돈 없으면서 왜 남의 가게를 신고해?”“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문다더니, 왜? 내가 신고할까 봐 두려워? 불법 경영한 거 걸릴까 봐 걱정돼? 그렇다면 더 신고해야겠네. 이렇게 부도덕한 가게는 문 닫아야 하니까.”윤지은은 네 행동을 지지했다. 심지어 사모님 역시 이 일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나는 일을 크게 만들 생각이 없었는데 매니저의 태도가 너무 괘씸해 밥을 먹지 못하더라도 이분을 풀 생각이었다.내가 정말 전화하자 매니저는 이내 태도를 누그러뜨렸다.“알았어요. 오늘 일은 저희 측 책임이니 사과드리죠. 지금 당장 자리 내어드릴게요. 됐죠?”“어디? 홀? 아니면 구석?”내가 따져 물었다.그러자 매니저가 허허 웃으며 말했다.“그럴 리가요. 당연히 룸을 내드려야죠. 하지만 큰 룸은 이미 손님이 꽉 차 작은 룸밖에 남지 않았어요. 비용은 사과하는 의미에서 받지 않겠습니다.”나는 손을 뻗어 매니저의 말을 잘랐다.“됐어. 값은 원래대로 받아요. 안 그러면 음식에 또 뭔 짓 할지도 모르니까.”매니저는 내 말에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내 말은 매니저가 비열한 소인배라고 공개 처형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나는 윤지은과
결국 어쩔 수 없었던 나는 할 수 없이 내려가 가게를 찾기 시작했다.Y시에 버섯전골 맛집은 꽤 많았다. 하지만 사모님 기분이 안 좋은 지금 작은 가게를 가면 보는 눈이 많고 시끄러워 기분이 더 안 좋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때문에 나는 한적한 가게를 찾으려고 한참을 더 걸었다. 다행히 그런 가게를 찾는데 겨우 성공했다.“안녕하세요. 프라이빗룸 하나 예약하게요.”이 가게는 환경도 좋고 손님도 많은 걸 보니 맛도 괜찮은 듯 시었다.“큰 룸 하나가 남아 있는데 괜찮으신가요?”“큰 룸은 얼마인데요?”“큰 룸은 기본 소비가 60만 원 이상입니다.”“좋아요. 그걸로 주세요.”60만 원이면 괜찮았다.룸을 예약한 뒤 나는 또 운전해서 윤지은과 사모님을 픽업하러 호텔로 돌아갔다.두 사람은 어느새 현지 특색이 담겨 있는 꽃무늬 옷으로 갈아입었다. 역시 절세 미녀들이라 그런지 뭘 입어도 예뻤다.물론 나는 칭찬의 말을 아꼈다. 지금 장소와 분위기에 그런 칭찬은 맞지 않았으니까.잘못했다가 또 윤지은의 욕지거리를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나는 일부러 맞을 짓을 골라 할 이유가 없었다.30분 뒤, 우리는 버섯전골 가게에 도착했다. 하지만 나하테 큰 룸 예약을 도와줬던 종업원이 충격적인 얘기를 했다.“손님, 죄송하지만 큰 룸은 이미 다른 분이 예약하셨습니다.”“방금 분명 내가 먼저 예약했잖아요. 왜 남의 방을 함부로 다른 손님한테 내줘요?”나는 순간 울화가 치밀었다.하지만 종업원은 터무니없는 변명을 늘어놓았다.“저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어요. 인터넷 오류가 났는지 그 방은 이미 예약한 분이 있어요.”이미 이곳에 왔는데 그대로 갈 수 없었기에 나는 차선책을 제시했다.“그럼 작은 방이라도 줘요.”“죄송하지만 오늘 가게에 있는 모든 룸은 이미 예약돼서 남은 룸이 없어요. 괜찮으시면 홀에 있는 자리를 내어줄게요. 동남쪽에 한 테이블이 비어 있어요.”나는 순간 화가 치밀어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당신들 장사 이따위로 할 거야? 내가 예약한 자리가
요즘 겪은 일이 너무 많은 탓인지 나도 가끔 감회가 새로울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다.특히 사장님처럼 좋은 분이 유골이 된 걸 보니 마음이 무거웠다.우리는 한동안 돌아갈 수 없기에 사모님은 부모님을 불러 사장님의 유골함을 강북으로 가져가 매장했다.두 어르신은 충격이 너무 컸는지 순식간에 더 늙어진 것 같았다. 항상 친아들처럼 생각했던 사위가 그렇게 됐으니. 간암인 줄 알았을 때도 그렇게 믿기 어려웠는데 또 이런 불상사를 겪었으니 당연히 충격이 컸을 거다.하지만 임민수는 딸이 더 걱정됐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유미야, 너 정말 강북에 안 돌아갈 거니?”사모님은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진실을 파헤치기 전에 절대 안 돌아가요. 엄마, 아빠, 호섭 씨는 두 분께 맡길게요.”사모님은 무척 아쉬워하며 사장님의 유골함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그 순간 사모님의 눈빛은 매우 복잡했다. 아쉬움과 슬픔, 괴로움 그리고 아름다운 지난날에 대한 그리움도 한데 섞여 있었다.나는 절친한 사람을 잃어본 적 없어 사모님의 심정을 깊이 공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가족을 잃은 고통이 얼마나 괴로운지는 알고 있었다.나와 윤지은은 사모님을 위로하려고 했지만, 사모님은 우리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아무 말도 하지 마.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아니까.”사모님은 매우 침착했고 엉엉 울지도 않았다.그런 사모님의 모습이 나와 윤지은은 모두 걱정되었다.하지만 사모님이 말했다.“걱정할 거 없어. 내 상태는 내가 잘 알고 있으니까. 비록 슬프고 안타깝지만 이대로 주저앉아 있지 않을 거야. 호섭 씨도 내가 이러는 모습 원하지 않을 거야.”“유미야,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니 다행이야.”윤지은은 감개무량하듯 말했다. 하지만 내가 앞으로 다가가려 하자 이내 나를 째려봤다.‘벌써 하루가 지났는데 아직도 화가 안 풀렸나?’무엇보다 난 아직도 내가 대체 언제 무엇 때문에 윤지은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결국 나는 할 수 없이 묵묵히 두 사람을 따라 호텔로 돌아갔다.윤지은
우리는 희망을 이연화에게 거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때문에 그 백수들이 소식을 전하기 전에 우리는 호텔에서 기다리기만 했다.하지만 윤지은은 호텔에 갇혀만 있으면 사모님이 답답해할까 봐 한가할 때면 사모님과 함께 산책하곤 했다.사모님이 자기 컨디션을 끌어 올리려고 얼마나 노력하는지 우리는 알 수 있었다.하지만 동력과 희망이 없는 탓에 사모님은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Y시에 온 지 사흘 만에 강한나는 다시 강북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러면서 떠나기 전 우리와 함께 시사 자리를 가졌다.“정말 여기 남아서 조사할 거야?”나와 윤지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강한나가 말했다.“알았어. 나도 도와줄 건 없으니 성공하길 빌게.”나와 윤지은은 곧바로 강한나가 우리에게 할 말이 있다는 걸 눈치챘다. 아니나 다를까, 사모님이 화장실 간 틈에 강한나는 얼른 우리에게 말했다.“호섭 씨 시신 어느 때 화장할 거야?”나와 윤지은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몰라. 유미가 아직 동의하지 않았어.”그 말에 강한나가 말했다.“시체를 화장하지 않아도 시체에서 단서를 찾는 건 어려울 거야. 난 고인 편히 쉬게 해주는 게 좋다고 봐.”“하. 그런데 문제는 유미가...”사모님이 아쉬워하는 게 문제다.화장하지 않으면 그래도 보러 갈 수 있지만 화장하면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사실 나도 강한나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우리도 그 말 이해해요. 사모님은 저희가 설득해 볼게요.”식사를 마친 뒤 강한나는 그 길로 떠났다.나와 윤지은은 호텔로 돌아가는 내내 어떻게 말을 꺼낼지 고민했다.“두 사람 먼저 돌아가. 난 장례식장에 가볼 거니까.”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우리는 사모님이 또 사장님 보러 간다는 걸 알았다.하지만 장례식장도 규정이 있는데, 아무 때나 들여보낼 수 있을 리가 없다.그건 다른 것도 아닌 시신이니까.그때 윤지은이 입을 열었다.“유미야, 이번에 보고 난 뒤 호섭 씨 편히 자게 해주자.”“안 돼!”사모
“왕정민 이 파렴치한 놈. 어떻게 이럴 수 있지?”분명 자기가 잘못했으면서 뻔뻔하게 애교 누나한테 집착하다니.“애교 누나는 그럼 어떻게 처리했어요? 신고는 했어요?”[애교가 예전보다 많이 강해졌더라고요. 그걸 다시 왕정민한테 보냈어요. 심지어 안에 뭔갈 더 추가해서.]“네? 하하. 애교 누나가 정말 변했네요.”나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그러니까요. 그것도 다 왕정민 때문에 할 수 없이 변한 거긴 하지만요. 애교가 만만한 줄 알고 애교만 괴롭히다니. 그렇게 대단하면 그 여자를 그렇게 괴롭히지...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그렇게는 못 할 걸요.][그런 사람들은 원래 그래요. 여자들은 뭐 드세고 화를 자주 내는 여자가 되고 싶어서 되겠어요? 다 남자들이 행복한 줄 모르고 기어오르니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변한 거죠.][특히 우리 여자들은 가끔 독해질 필요가 있어요. 독하지 않으면 남들이 괴롭혀도 되는 줄 알아요...]나는 형수의 말에 백 번 동의한다.애교 누나가 이토록 강해졌다니 나는 많은 걱정을 덜 수 있었다. 형수도 마찬가지고.두 사람이 다른 사람의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아야 내가 마음 놓고 할 일을 할 수 있다.형수와 한참 얘기한 뒤 나는 곧바로 애교 누나에게 전화했다.“누나, 왕정민 일은 왜 말 안 했어요?”애교 누나 목소리는 여전히 간질거리고 듣기 좋았다.[수호 씨가 Y시에 있는데 얘기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어요? 수호 씨 가 나 때문에 와달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나 이제 많이 변했어요. 다른 사람의 보호만 받으면서 살 수는 없어요.][그동안 아빠한테 반항하면서 독립적인 여자가 될 거라고 큰소리쳤는데, 지금껏 한 번도 그렇게 산 적이 없어요.][예전에 결혼에 묶여 나를 잃었고, 행복한 결혼만 있으면 모두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알았어요. 여자는 자기 마음이 강해져야 진짜 강한 거예요.]애교 누나의 말을 들으니 나는 순간 누나를 다시 알게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이 사람이 아직도 내가 알던 나약하기만 하고, 무
“내가 방 하나 더 잡을게요.”나는 말하면서 방을 나가려고 했다. 그때 뒤에서 갑자기 사모님 목소리가 들렸다.“수호 씨, 먼저 내 침대에서 눈 붙여요.”고개를 돌아보니 사모님은 안쪽으로 자리를 옮겨 내가 누울 공간을 내주었다.나는 속으로 거절했다.비록 사모님이 다른 마음 없이 그저 나를 휴식하라고 호의를 베푸는 거라는 걸 알지만, 사장님이 그런 일을 당했는데 내가 사모님과 같은 침대에 누워 있는 건 말도 안 됐다.게다가 윤지은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는데, 내가 동의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나는 결국 거절했다.“아니에요. 가서 다른 방 구하면 돼요.”나는 다급히 방을 나가 프런트 데스크로 달려갔다.처음 온 날 우리는 사실 싱글룸 세 개를 잡았다. 하지만 나중에 사모님 상태가 걱정되어 나와 윤지은이 사모님 방에 들어와 지내게 되면서 나머지 싱글룸 두 개를 취소했다.확인 결과 더블룸 하나가 나왔다는 말에 나는 얼른 그 방을 잡았다. 그러면 사모님과 윤지은이 더블룸에서 함께 지내고 내가 싱글룸에서 지내면 되니까.나는 카드키를 챙겨 방으로 들어갔다. 이 방은 조용한 데다 환경도 좋아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내가 침대에 눕기 바쁘게 핸드폰이 징징 울렸다. 전화한 사람은 다름 아닌 형수였다.요즘 사장님 일 때문에 여기저기 달려 다니느라 형수와 오랫동안 얘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 때문에 마침 조용한 틈을 타 나는 형수와 얘기하려고 여상 통화를 받았다.형수는 사모님 상태를 걱정하며 일의 진전을 물어봤다.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쉽지 않아요. 조사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어 한동안 여기서 지내야 할 것 같아요.”[수호 씨 사장님 내외가 수호 씨한테 그렇게 잘해줬는데, 이번 기회에 유미 씨 옆에서 많이 도와줘요.]형수가 말했다.그 말에 나는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네, 저도 알아요. 형수는 요즘 어때요?”[좋아요. 잘 먹고 잘 자고 이제 천천히 걸을 수도 있어요.]“진짜예요? 사진 찍어 보내 봐요.”나는 너무 기뻐 흥
내가 노랑머리한테 준 것도 적은 돈이 아니었다. 족히 10만 원 가까이는 됐으니까. 백수들한테는 이것도 큰돈이나 다름없다.노랑머리 역시 같은 생각이었는지 결국 입을 다물었다.아직 대답을 못한 사람들은 얼른 다른 질문을 하라고 나를 재촉했다.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두 번째 질문을 했다.“그럼 혹시 이연화 혹은 조금희가 요즘 낯선 사람과 만난 걸 본 사람이 있어요?”그 물음에 모든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 나는 실망했다.“세 번째 질문, 혹시 누가 나 대신 이연화를 감시할래요?”모든 사람이 동시에 손을 들었다.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좋아요. 그럼 다 같이 해요.”“그럼 돈은 어떻게 계산하는 거예요?”노랑머리가 물었다.나는 가방에서 또 돈 두 뭉치를 꺼냈다.“세 명이 감시해요. 한 사람당 200씩 줄게요.”세 사람의 눈은 커다래지더니 급기야 반짝반짝 빛이 났다.나는 세 사람에게 귀띔했다.“이 돈은 수고비예요. 누가 만약 유용한 단서를 제공하면 이 외에도 큰 보상을 받게 될 거예요.”‘역시 돈이 있으니 뭐든 쉽게 되네.’이 사람들이 나를 위해 성실하게 일하게 하려면 이 사람들 마음을 매수하는 게 우선이다.몇백만 원은 지금의 나한테 큰돈이 아니다. 무엇보다 사장님과 사모님을 도울 수 있다면 나는 뭐든 할 수 있다.모든 일을 마친 뒤 나는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윤지은의 말을 들어보니 사모님은 이미 잠든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사모님 정서가 여전히 불안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기분이 다운된 사람은 쉽게 졸리고 무기력해지고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나는 방금 전 일을 윤지은에게 말했다.“이번 일 조사하기 엄청 어려울 거예요. 언제 진실이 밝혀질지도 모르겠고. 장기전을 할 준비는 됐어요?나는 윤지은을 보며 말했다.그러자 윤지은이 나를 째려봤다.“그걸 말이라고 해? 유미는 내 베스트 프렌드야. 유미한테 이런 일이 생겼는데 내가 같이 있어 주지 않으면 누가 같이 있어 줘? 그러는 너야말로,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하는데?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