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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Author: 마나이
“결판? 어떻게 결판을 낸다는 거야? 이 일에서 나도 잘못한 게 있잖아. 그리고 할아버지는 어쨌든 내 할아버지인데 할아버지까지 때리겠다는 거야?”

박시율이 씁쓸하게 웃더니 다시 말했다.

“이번에 가면 너는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있어, 시간이 지나갔으니 할아버지께서도 화가 많이 가라앉으셨을 거야. 듣기 좋은 말을 한다면 더 이상 따지지 않을 지도 몰라.”

“응, 노력해 볼게. 될수록 싸우지 않도록 할게, 괜히 너한테 또 한 소리 들을라.”

도범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박 씨 집안사람들이 자신의 신분을 알지 못하는 상황하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지 궁금했다.

그리고 이번에 돌아온 이유도 장군 자리를 그만두고 자신의 여자와 함께 어머니에게 효도를 해드리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기 위함이었다.

세 사람은 빠르게 박 씨 저택에 도착했다.

“그 자식 간땡이가 부었구나, 감히 박 도련님을 때리다니. 그분이 얼마나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인지 몰라서 그런 건가?”

“그러니까, 이번에는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 같은데. 데릴사위 주제에 전쟁터에 좀 나가있었다고 나대기는, 자기가 무슨 신분인지 보지도 않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세 사람은 문을 지키고 있던 경비 두 명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하지만 경비원은 세 사람을 보자마자 입을 다물었다.

그중의 한 명은 웃으며 박시율에게 인사를 건네기까지 했다.

“시율 아가씨, 오셨군요. 제가 지금 바로 회장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괜찮아요! 우리가 알아서 들어가면 되니까!”

박시율이 차갑게 말하더니 복잡한 심정으로 대문을 바라봤다.

이곳에는 그녀의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기억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크고 난 뒤, 박 씨 집안에서 그렇게 많은 일들을 겪게 될 줄 그녀도 몰랐다. 그리고 이 집에서 쫓겨나리라고는 더더욱 생각하지도 못했다.

박시율은 그런 생각들을 하며 두 사람과 함께 집안으로 들어섰다.

별장의 문 어구에 도착하자마자 안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범 그 자식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자기가 누군지 알고 감히 이성이를 때리다니!”

“그러니까요, 전쟁터에 몇 년 나가있었다고 자기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 줄 착각하고 있나 보네. 그래봤자 자기가 용이 될 수 있겠어요!”

“중요한 건 이성이 뼈가 부러졌다잖아요, 쓰러져서 일어나지도 못했다고 하던데!”

박 씨 집안의 친척들이 모여 수군거리기 바빴다. 그들은 마치 도범이 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요, 그 자식 잘못이 틀림없어요, 정말 내가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박시율이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찰나, 안에서 나봉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들은 박시율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허공에서 손을 멈췄다.

그리고 그때, 나봉희가 다시 말했다.

“어제는 성 도련님이랑 장건까지 때렸다니까요, 이가 세 개나 빠진 걸 내 눈으로 봤어요!”

“성 도련님? 계속 시율이 좋다고 쫓아다니던 그 성 도련님 얘기하는 거냐? 어제 너희 집에 갔었단 말이야?”

박 회장님이 물었다.

“네, 성 도련님은 도범이 진작에 죽은 줄 알고 우리 시율이랑 도범을 이혼시키고 자기랑 결혼하게 해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수아 일도 따지지 않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도범 그 자식이 하필이면 지금 돌아와서…”

나봉희는 생각할수록 화가 난 다는 듯 덧붙였다.

“어제 일 때문에 성 씨 집안에서도 이대로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거예요!”

“어머니, 저는 성경일의 말에 따르지 않을 거예요! 그 사람 얼마나 위선적인 사람인지 몰라서 그래요? 제가 정말 그 사람이랑 결혼을 하면 저한테 잘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제가 그 집에서 얼마나 많은 억울함을 감당해야 할지도 모른다고요!”

박시율은 더 이상 가만히 듣고 있지 않고 도범이랑 서정과 함께 들어섰다.

“박시율, 드디어 왔네. 오늘 일 해결하지 않으면 너네 이 집에서 나갈 생각도 하지 마!”

손에 붕대를 감은 박이성은 도범과 박시율을 보자마자 화가 나서 말했다.

“박이성, 너는 잘못한 거 없어? 수아한테 바닥에 버려진 만두를 주워 먹으라고 했다며, 그것도 네가 짓밟은 만두를 먹으라고 했다며. 도범이 수아 아빠로서 그 모습을 보고도 화가 안 났을 거 같아?”

박시율이 차가운 얼굴로 자신의 할아버지를 보며 말했다.

“할아버지, 이 일을 전부 도범 탓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박이성이 먼저 우리 수아를 괴롭힌 거라고요.”

“이성아, 정말 그런 거냐?”

박 씨 어르신은 그나마 이치에 밝은 사람이었기에 박시율의 말을 듣곤 박이성에게 물었다.

“그럴 리가 있겠어요? 그냥 장난을 친 것이었어요, 그런데 도범이 그 모습을 보자마자 물어보지도 않고 저한테 주먹을 꽂은 거라고요! 그리고 저한테 그 만두를 먹으라고 강요했어요!”

박이성이 얼른 대답했다.

“박이성 말 함부로 했다가는 다른 한쪽 손도 부러뜨려줄 거야!”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도범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 박이성은 분명 사실을 왜곡하고 있었다.

도범의 말을 들은 박이성은 놀라 뒤로 물러앉았다.

하지만 이곳은 박 씨 저택이었고 도범은 데릴사위에 불과했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함부로 할 수는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한 박이성이 다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이놈이 얼마나 기고만장한지 다들 한 번 보세요. 데릴사위라 박 씨 집안사람에 들지도 못하는 주제에 사람들 앞에서 이런 말을 하다니.”

박이성의 말을 들은 박시율이 고개를 돌려 도범을 노려봤다. 그 모습을 본 도범은 하려던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박시율이 그동안 도범 때문에 고생을 하며 살아왔기에 박시율을 위해서라도 그는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도범은 그저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다.

“도범, 너 너무한 거 아니야, 그때 우리가 너한테 2억을 주지 않았다면 너희 어머니 수술 받을돈도 없어서 죽었을 지도 모르잖아!”

“그런데 고마움도 모르고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우리 박 씨 집안사람들한테 이런 태도를 보일 거야?”

그때 한 친척이 도범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아니었다면 너희 어머니께서 지금 여기에 서있을 수 있었겠냐고!”

다른 한 영감이 거만한 얼굴로 말했다.

그들의 눈에 도범과 서정은 그저 바깥사람에 불과했다. 그것도 돈도 없는 하급 인간일 뿐이었다.

박시율과 그 잡종을 낳지만 않았더라도 도범은 박 씨 집안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사람이었다.

“쯧!”

그때 스무 살 초반으로 보이는 한 여자가 혀를 찼다.

“뭐야,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죠? 저거 다 명품인데.”

박시윤이 서정의 손에 들린 쇼핑백을 보며 말했다.

그리곤 서정의 앞으로 다가가 청소부 차림을 한 그녀를 보더니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어디서 빼앗아 온 거예요, 아니면 훔쳐 온 건가?”

박시윤의 말을 들은 사람들도 서정의 손에 들린 쇼핑백을 바라봤다. 그리고 서정이 저런 명품을 살 돈이 있을 리 만무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아들이 나랑 시율이한테 사준 거예요. 우리 돈은 없지만 떳떳해요, 훔치지도 않았고 빼앗은 건 더더욱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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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적이 되어 돌아온 남자   제2868화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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