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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마나이
“네, 도련님 말이 맞아요, 사실 저도 저 계집애를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나봉희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 아이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아이에요!”

그 말을 들은 도범은 당장이라도 눈앞의 이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나봉희는 자신의 장모님이기도 했고 박시율의 어머니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이곳은 더 이상 살육으로 가득한 전쟁터가 아니었다, 적어도 박영호와 나봉희는 적이 아니었다.

자신과 박시율이 결혼식을 올린 첫날밤의 충동으로 박영호의 다리도 지금처럼 된 것이었다.

그랬기에 두 사람이 이렇게 자신을 미워하는 것도 도범은 이해가 갔다.

하지만 이곳에는 바깥사람이 한 명 있었다.

도범이 차갑게 웃으며 성경일을 바라봤다.

“수아는 내 딸이야, 덤받이도 아니고 잡종은 더더욱 아니야. 그러니까 무릎 꿇고 방금 했던 말에 대해 사과해!”

말을 멈췄던 도범이 다시 입을 뗐다.

“내가 오늘 금방 돌아와서 피를 묻히고 싶지 않아, 그게 아니었다면 너 이곳에서 죽었을 거야!”

“하하, 이 자식 봐라,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너 지금 누구랑 말하고 있는 건지 알기나 해?”

성경일이 웃음을 터뜨리며 밖의 벤틀리를 가리켰다.

“너 예전에 배달부였다며, 전쟁터에 나가서 싸움 좀 하다 오니까 아주 대단한 것 같지? 하지만 내 눈에는 아무것도 아니야, 너 저 차가 얼마나 하는지 알아? 너 같은 건 평생 일해도 못 사.”

“그러니까, 도범. 행패 그만 부리고 네 딸 데리고 여기서 꺼져!”

나봉희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내 딸 행복한 생활을 망치지 말라고!”

“어머니, 시율이가 직접 떠나라고 말하기 전까지 저 시율이 곁에서 떠나지 않을 겁니다!”

나봉희가 단호한 얼굴을 한 도범을 바라봤다.

“뭐 가지고 나랑 비길 건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 시율이 곁에 있겠다고 하는 거야? 사람은 자기 주제를 알아야 하는 거야, 안 그래?”

성경일이 도범에게 다가가 손으로 그의 가슴을 치며 말했다.

“전쟁터에 발 좀 들였던 쓰레기 주제에…”

짝!

하지만 도범의 따귀 한 대에 성경일은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곤 비릿한 피 맛이 느껴지는 입속에서 이 세 개를 뱉어냈다.

“아이구!”

성경일이 펄쩍 뛰어오르며 얼얼한 볼을 잡고 소리쳤다.

“네, 네가 감히 날 때려? 너 죽고 싶어? 내가 누군지 알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성경일은 도범에게 달려들고 싶었지만 감히 그러지 못했다.

눈앞의 도범은 금방 전쟁터에서 돌아온 이었고 자신은 곱게 자란 도련님이었기에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도범, 너 이 분이 누군지 알아? 성 씨 집안 도련님이라고, 성 씨 집안. 우리 박 씨 집안보다도 돈 있고 세력 있는!”

도범의 장인어른 박영호도 깜짝 놀랐다. 도범이 성경일을 때릴 만큼 담이 클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누군지 상관없어요, 감히 제 딸에게 함부로 말을 하고 시율이한테 더러운 생각을 품었는데도 불구하고 죽이지 않은 건 이미 충분히 자비를 베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도범이 차갑게 말했다.

“이 자식이, 너 그렇게 대단하면 내가 전화 한 통만 하게 할 수 있어?”

성경일이 표독스럽게 말했다.

“열 통도 돼, 나는 하나도 무섭지 않아!”

도범은 성경일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쓰레기를 그는 안중에 두지 않았다.

“도, 도범?”

하지만 그때, 등 뒤에서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범은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심장이 떨렸다. 고개를 돌리고 보니 평범한 옷차림이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박시율이 서있었다. 순식간에 눈시울을 붉힌 도범이 말했다.

“시율아, 나 왔어.”

“네가 살아서 돌아올 거라고 믿고 있었어!”

박시율은 손에 들고 있던 쓰레기가 가득 든 봉투를 땅에 떨구며 말했다.

“돌아와서 다행이야, 아이한테 아빠가 없으면 안 되니까!”

박시율의 목소리는 금방 담담해졌다.

아빠가 없으면 안 되까니!

간단한 말속에서 도범은 자신에 대한 박시율의 감정을 알아차렸다.

그랬다, 박시율과 도범 사이에는 지나치게 깊은 감정이 없었다. 두 사람은 그저 가짜 결혼을 한 사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밤의 일도 박시율이 한순간의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저지른 것이었다…

아이는 그저 지우기 아까워서 남겨둔 것이었다, 필경 수아는 자신의 아이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간단한 말이었지만 박시율의 어쩔 수 없는 그 감정을 남김없이 드러냈다.

“시율아, 걱정하지 마. 오늘부터 그 누구도 너를 괴롭히지 못할 거야!”

도범이 손을 들고 진지하게 말했다.

“맹세할게!”

“딸, 얼른 꺼지라고 해, 수아 데리고 여기에서 꺼지라고 해. 저 자식 우리를 해치기만 할 거야!”

자신의 딸이 돌아온 것을 본 나봉희가 박시율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얼른 저놈이랑 이혼해, 경일 도련님이 너랑 우리 가족한테 잘 해줄 거라고 했어. 엄마는 네가 쓰레기 주우러 다니는 거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나도 이런 고생스러운 생활하고 싶지 않고, 이런 곳에서 살면 사람들의 웃음거리밖에 더 되겠니.”

“엄마, 죄송해요. 저 수아 버릴 수 없어요, 도범도 쓸모는 별로 없지만 제 남자예요, 수아 아빠이기도 하고요. 저는 우리 두 사람이 노력한다면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박시율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 저놈이 돌아오자마자 경일 도련님을 때렸어, 이까지 빠지게 했다고!”

박영호가 바닥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뭐라고요!”

박시율은 바닥에 떨어진 이와 핏자국을 보곤 놀란 얼굴로 도범에게 시선을 돌렸다.

“왜, 왜 저 사람을 때린 거야? 왜 그랬어! 이제 큰일 났어!”

“괜찮아, 자기야. 걱정할 필요 없어!”

도범이 담담하게 웃더니 조용히 눈앞의 여자를 감상했다. 지금 봐도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아무 일도 없긴, 얼른 도련님한테 사과해. 도련님은 성 씨 집안 자녀들 중에 가장 훌륭한 분이야, 제일 큰 도련님이기도 하고. 앞으로 성 씨 집안을 이어받아서 주인이 될 사람이라고!”

“너 이번에 완전 큰 사고 친 거야!”

하지만 박시율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도범을 잡고 성경일 앞으로 다가갔다.

“사과? 필요 없어!”

성경일은 다시 한번 입속의 피를 뱉으며 거만하게 말했다.

“지금 사과해도 늦었어. 우리 아버지께서 장건을 보내서 일을 처리한다고 했거든!”

“장건?”

도범이 물었다. 장건이라고 하면 전에 자신과 팔씨름을 했다가 졌던 놈이 아닌가? 세상에 이런 우연이.

하지만 성경일은 도범을 보며 웃었다.

“왜? 무서워? 너 장건이 누군지 알아? 우리 집에서 제일 센 주먹을 지닌 놈이야. 사람 죽일 때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고. 혼자 이, 삼백 명도 거뜬히 이길 수 있어. 전쟁터에 나갔다고 아주 대단한 것 같지? 세상 무서운 줄도 모르고!”

“도련님, 너른 아량으로 그냥 넘어가 주세요. 그냥 무식한 사람한테 이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박시율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성경일에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내 이까지 빠졌는데 그냥 넘어가라니, 말이나 되는 소리를 해.”

성경일은 화가 나서 자신의 부어오른 얼굴을 문지르며 말했다.

“그냥 넘어가도 되긴 하지, 저놈이랑 당장 이혼하고… 나랑 결혼하면!”

“도련님 신분이면 젊고 예쁜 아가씨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텐데 굳이 저 같이 가정이 있는 유부녀를 찾을 필요가 왜 있겠어요?”

박시율이 웃으며 말했다.

“도련님, 농담 그만하세요!”

“미안, 내가 딱 너 같은 걸 좋아하거든!”

성경일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저놈이랑 이혼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내 탓도 하지 마. 저 자식 오늘 반드시 죽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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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적이 되어 돌아온 남자   제2868화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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