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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7 화

스포츠카의 엔진음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린 후에야 세 사람은 겨우 정신을 차렸다.

잔뜩 충격받은 이춘화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혜윤아, 빌어먹을 연승우가 어떻게 저런 고급 스포츠카를 가지고 있는 거지? 설마 라페라리 아페르타의 주인, 진북왕인 건 아니겠지?”

이 말을 하면서 이춘화는 만약 연승우가 진북왕이라면 그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한이 있더라도 딸을 연승우에게 보내 두 사람을 재혼하게 할 거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진북왕이라면 재물신이 강림한 것이 아닌가, 절대로 쉽게 손을 놓을 수 없어!’

안혜윤은 마음이 복잡해졌다.

“나... 나도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요.”

연승우가 정말 진북왕이라면 그야말로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평생을 동경의 대상으로 삼았고 평생을 거쳐서라도 한 번 만나 뵙기를 소망했던 진북왕이 뜻밖에도 한 지붕 아래서 함께 살아온 사람이라는 게 사실이라면 이보다 더 우스꽝스러운 상황은 없을 것이다.

양태하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고 대뜸 다른 가능성을 제기했다.

“어머님, 그리고 혜윤 씨! 연승우에게 속으면 안 돼요. 연승우 같은 하찮은 놈은 진북왕의 신발을 닦아줄 자격도 없어요. 분명히 우리가 모르는 오해가 있을 거예요. 안심하세요, 제가 반드시 진실을 밝혀낼 테니까요!”

안혜윤 모녀는 각기 다른 생각에 잠긴 채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연승우는 쾌속 질주해서 주성 그룹에 도착했다. 서방 건축의 특징을 결합하여 지어진 주성 그룹의 오피스 빌딩은 더없이 웅장했다. 이곳은 성주시의 랜드마크로도 유명했다.

“안녕하세요, 누구 찾아오셨죠?”

프런트 데스크에서 안내원이 묻자, 연승우가 담담하게 답했다.

“안녕하세요, 주가인 대표님을 찾아왔어요.”

“꼭대기 층에 도착하여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신 후, 오른쪽으로 쭉 가시면 대표님 사무실이 보일 겁니다.”

“감사합니다.”

연승우가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고 프런트 데스크에 있던 안내원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주 대표님도 참, 운전기사를 채용하는 작은 일에 직접 나서서 면접까지 본다니...”

프런트 데스크 안내원은 연승우를 면접보러 온 운전기사로 착각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경비원이 설명을 보탰다.

“진북왕의 수발을 들어 줄 수행 운전기사를 구한다고 들었어요. 그러니 당연히 대표님도 신경 써서 직접 면접을 보시겠죠.”

프런트 데스크 안내원은 그제야 아차 싶었다.

연승우는 곧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총괄 대표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강단 있지만 부드러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연승우가 문을 밀고 들어가자, 아름다운 여자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눈대중으로 보아도 178cm는 돼 보이는 큰 키에 탐스러운 몸매... 살이 비치는 검은 스타킹에 늘씬한 다리를 돋보이게 하는 힙업 스커트를 입고 마지막으로 올블랙 하이힐로 마무리를 해주었고 시선을 위로 올리니 단정하게 잠근 셔츠 단추가 터질 것 같이 풍만한 가슴이 눈에 들어왔다. 살짝 걷어 올린 옷소매 사이로 드러난 고가의 손목시계로 포인트를 준 완벽한 오피스룩은 커리어우먼에 대한 남자들의 모든 환상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

자제력이 강한 편인 연승우마저도 설렘을 멈출 수 없었다.

“안녕하세요.”

연승우가 입을 열었다.

주가인의 시선은 그제야 컴퓨터 모니터에서 연승우에게로 옮겨졌다. 주가인은 무심한 표정으로 연승우를 힐끗 쳐다보고는 이내 말했다.

“이만 나가주셔도 될 것 같네요.”

‘나가라고?’

연승우는 어리둥절해졌다.

“네? 왜요?”

‘내가 당신이 모셔야 할 사람일 텐데, 이렇게 쫓아내도 되는 거야?’

“흠... 저희가 찾는 운전기사는 아닌 거 같아서요.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기회에 도전해 보세요.”

‘운전기사? 운전기사라니?’

연승우는 그제야 주가인이 오해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런데 연승우가 막 설명하려고 할 때, 밖에서 비서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주가인은 의외로 평온하게 답했다.

“무슨일이에요? 왜 그러시죠?”

“금봉디톡신 임상실험에서 사고가 났는데 임상시험에 참가한 임상시험 대상자가 갑작스러운 쇼크에 이어 혼수상태에 빠져 생명이 위독하다고 합니다.”

“뭐라고요?”

주가인은 긴장한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빨리 현장으로 갑시다.”

두 사람은 연승우를 신경 쓸 겨를이 없이 서둘러 떠났다.

방금 들은 소식에 연승우도 눈살을 찌푸렸다. 금봉디톡신은 그가 해외에 있는 장안 제약회사에서 개발한 신약이었고 현재 임상시험 단계에 있었다. 그리고 주성 그룹은 금봉디톡신의 국내 임상실험 장소이기도 했다.

‘금봉디톡신은 해외에서 실험한 결과 완벽에 가까운 효과를 보장했는데, 대성에서는 왜 문제가 생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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