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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0 화

Penulis: 닥훈
그래, 어쩔수 없지!

양태하는 울며 겨자 먹기로 연승우 앞으로 걸어가 그에게 술을 가득 따라주었다.

“연… 연승우 씨, 내가... 술을 따라 드리지요.”

그러나 연승우는 양태하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저는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양태하는 난처한 얼굴을 하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 그럼 제가 세 잔을 마시는 것으로 연 선생에게 따르지 못한 술을 대신하겠습니다.”

양태하는 연속 세 잔을 마신 후 유한민과 허원철에게 술을 권했고 그다음 안혜윤 옆으로 갔다.

안혜윤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연승우 앞으로 걸어왔고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계속 머뭇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안혜윤은 연승우와 눈을 마주칠 용기조차 없었다.

한참 후에야 안혜윤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연승우 씨, 제가 한잔 따라 드리겠습니다.”

“휴.”

연승우는 긴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안혜윤이 힘들어하는 것을 연승우는 차마 볼 수 없었다.

누가 그녀더러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에 연승우 옆에 있어주라 했는가!

연승우는 그런 안혜윤을 보며 말했다.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았으니 술은 마시지 마.”

“너희들의 마음은 잘 알겠으니 이제 나가봐.”

몇 사람은 서둘러 객실을 나갔다.

룸 안에서의 몇 분이라는 시간은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몇 분이었다.

객실을 나선 몇 사람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듯 완전히 숨을 죽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이춘화는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입을 열었다.

“당신들은 유헌민과 허원철이 연승우를 왜 그렇게 공경하게 대하는지 알아요? 허원철조차 연승우를 공손하게 대하니 너무 의외네요.”

몇 사람은 서로를 번갈아 쳐다보면서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안성찬이 먼저 입을 열었다.

“누나, 예전에 연승우가 허원철과 유한민을 만난 적이 있어?”

그 말에 안혜윤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전에 연승우가 집 밖을 나가는 것도 본 적이 없어.”

결혼 기간 연승우는 집에서 가정주부로 있으며 집 밖을 전혀 나가지 않았다. 따라서 허원철과 유한민을 만날 시간이 있을 수 없었다.

옆에 있던 이춘화가 두 사람을 보며 물었다.

“설마 연승우가 우리 모르게 숨겨진 능력이 있는 거야?”

지금 이 순간 이춘화는 조금 후회하고 있었다.

연승우가 두 거물과 아는 사이이고, 이 두 거물이 오히려 연승우를 어려워하고 공경하게 대하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안혜윤에게 절대 이혼을 강요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혜윤은 자기가 좋아했던 남자가 역시 자신을 실망하게 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오히려 매우 뿌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한창 곤혹스러워하고 있을 때, 연승우를 포함한 몇 사람이 걸어 나왔다.

연승우가 맨 가운데에 있었고 허원철과 유한민이 상전을 모시듯 각각 양옆에서 뒤따라 걸었다.

연승우와 안혜윤은 무심코 눈을 마주쳤지만 두 사람 모두 아무 말이 없었다.

다행히 연승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옆을 스쳐 지났다.

몇 사람이 이제 막 안도의 숨을 내쉬려는 그때 허은지가 가던 길을 되돌아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

그들은 허은지가 자신을 찾아 결판을 내려고 하는 줄로 알고 저도 모르게 신경을 곤두세웠다.

허은지는 천성 시의 유일한 여성 리더로서 그녀 한마디에 그들의 목숨이 좌우지 될 수 있다.

허은지가 그들을 향해 물었다.

“연승우와 아는 사이인가요?”

“네, 제 전남편이에요.”

그 말에 허은지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럼 저 사람이 의술에 대해 잘 아나요?”

안혜윤은 본인이 알고 있는 것들을 사실대로 말했다.

“연승우가 의학을 배운 적도 없는데 어떻게 의술에 대해 알겠습니까?”

허은지는 갑자기 얼굴색이 확 변하더니 이를 갈며 말했다.

“흥! 연승우는 역시 사기꾼이었네요.”

‘사기꾼? 무슨 말이지?’

안혜윤이 의아한 얼굴로 허은지를 바라보자 허은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흥! 연승우라는 자가 자신을 신의라고 소개하며 술 한 잔으로 할아버지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해서 저의 할아버지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있어요.”

“감히 우리 할아버지를 속이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군요.”

이 한마디에 안혜윤은 그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 알 것 같았다.

사실은 연승우가 허세를 부려 허원철과 유한민의 신임을 얻었던 것이다.

보잘것없던 인간이 허원철과 유한민 같이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과 친할 리가 없었다.

옆에 있던 양태하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허은지 씨, 절대 연승우에게 속지 마세요.”

“사실 연승우는 능력이 일도 없는 남자예요. 저 인간이 안혜윤 씨와 결혼한 5년 동안 매일 집에서 빈둥빈둥 놀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 일 전 한 푼 벌지 못해 늘 혜윤 씨에게서 용돈을 받아 썼어요.”

“지금은 혜윤 씨와 이혼했으니 아마 밥 먹을 돈이 없어 허원철 어르신을 노린 걸 거예요.”

이 말에 허은지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이 정도로 무능한 사람이라니, 한 번 톡톡히 혼쭐을 내줘야겠군요.”

“삼 일 후면 할아버지의 병이 완전히 완쾌될 거라고 했어요. 흥! 3일 후에 우리 할아버지가 완쾌되지 못하면 단단히 혼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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