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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1 화

Penulis: 닥훈
허은지는 분노가 가득한 얼굴을 하며 자리를 떠났다.

이춘화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듯 얼굴이 시뻘게졌다.

“이 미련한 놈이 허원철까지 속이다니! 정말 세상 물정을 모르네.”

안성찬도 화가 난 얼굴로 언성을 높여 말했다.

“진짜로 연승우가 그동안 우리에게 능력을 숨기고 있었다고 믿을 뻔했잖아. 내가 멍청했지.”

안혜윤도 연승우에게 완전히 실망했다.

예전부터 안혜윤은 연승우가 비록 능력은 없지만 적어도 성실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혼하자마자 사기를 치며 살아가다니! 안혜윤은 자신이 그동안 연승우라는 사람의 본성을 제대로 몰랐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이 이혼한 것이 천만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양태하가 안혜윤을 바라보며 말했다.

“혜윤 씨, 지금 허원철이 연승우에게 속아 아무 말을 해도 안 들을 터이니 내가 지금 가서 입장권을 달라고 해도 연승우가 중간에서 방해할 거예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3일 후에 허은지 씨가 연승우의 정체를 밝혀 허원철이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때 내가 반드시 입장권을 받아 올게요.”

그 말에 안혜윤은 고맙다고 연거푸 말했다.

“고마워요. 오늘 정말 폐를 많이 끼쳤어요.”

그러자 양태하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우리가 남도 아니고, 그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어요.”

옆에서 그들의 말을 듣고 있던 안성찬도 한 마디 끼어들었다.

“태하 형, 운전기사 자리 좀 나를 위해 빼앗아 오면 안 돼요?”

“내가 주 대표의 기사가 되면 누나를 도와 주성 그룹과의 협력 건도 따낼 수 있어요.”

그러자 양태하가 안성찬을 보며 말했다.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는 좋은 소식이나 기다리고 있어.”

“고마워요. 태하 형.”

이춘화는 양태하를 보면 볼수록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이미 마음속으로 양태하를 사윗감으로 점찍어 놓았다.

그날 밤 양태하는 주가인의 운전기사이자 경호원인 서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양태하가 사례금 2억 원을 약속한 후에야 서준표는 연승우를 주성 그룹에서 내쫓겠다고 약속했다.

3일이라는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오늘 저녁 8시, 진북왕의 환영 만찬이 주성 그룹에서 열린다.

아침 일찍부터 주성 그룹의 직원들은 연회장을 꾸리는 데 여념이 없었다.

연승우도 아침 일찍 김밥 한 줄을 손에 들고 주성 그룹에 왔다.

연승우가 맡은 일은 진북왕이 도착한 후부터 언제든지 부르면 당장 눈앞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항시 대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진북왕이 나타나기 전까지 그는 자유다.

연승우가 한창 아침을 먹고 있을 때, 갑자기 주위에 큰 그림자가 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몸집이 거대한 남자가 연승우 앞에 서 있었다.

이 건장한 남자는 다름 아닌 주가인의 운전기사 서준표였다.

연승우가 입을 열기도 전에 서준표는 거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네가 새로 온 사람이야?”

연승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맞아요.”

서준표는 계속 거만한 얼굴을 한 채 연승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가서 내 아침이나 사와.”

“동쪽 사거리에 있는 두유, 서쪽 시장의 도넛, 남쪽 모퉁이 끝에서 파는 장아찌, 그리고 북쪽 거리에서 파는 술까지.”

“10분 안에 내 앞으로 못 가져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장담 못 해, 알겠지?”

연승우는 서준표가 일부러 트집을 잡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

연승우는 덤덤한 표정으로 서준표를 보며 말했다.

“죄송한데 제 업무 내용에는 아침 사는 것이 포함되지 않아요.”

그 말에 서준표는 크게 화를 냈다.

“뭐라고? 감히 내 말을 듣지 않는 거야? 내가 누군지 알기나 해?”

서준표의 고함에 사무실 안의 시선들이 일제히 두 사람에게로 향했다.

서준표가 화를 내는 모습에 사무실 분위기가 갑자기 무겁게 변했다.

서준표는 주가인의 운전기사와 경호원일 뿐이지만 그의 신분과 지위는 그리 낮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주가인도 그를 어려워하기에 다른 사람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서준표는 무술 고수 가문 출신으로 능력이 출중하여 여러 차례 주가인과 회사를 어려움에서 구해냈다.

따라서 회사가 자신에게 의지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서준표는 때때로 주가인도 안중에 없을 정도로 오만했다.

그리고 회사의 앞날과 발전을 위해 주가인도 서준표에 대한 화를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연승우는 안색 하나 바뀌지 않은 채 서준표를 보며 말했다.

“당신이 누구든 간에 그게 설사 주가인 대표라도 아침을 사는 것은 내 일이 아니에요.”

“씹!”

서준표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굳이 맞고 싶다면 네 소원을 이뤄주지!”

그는 연승우가 먹고 있던 아침을 빼앗아 손으로 꽉 움켜쥐었고 옆에 있던 우유를 연승우 머리 위에 쏟았다.

순간, 연승우는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다.

연승우는 담담한 얼굴로 몸을 닦으며 말했다.

“그래. 당신이 나를 화나게 하는 데는 성공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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