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도혁이 태원호텔의 이름으로 정다정과 장태산을 고소했다는 소식은 업계보다 뉴스가 빨랐다. 태원 호텔 직원이었던 장태산에게 접근해 내부 문서를 빼오라고 사주한 정다정과 돈을 받고 내부 문서를 넘긴 장태산의 소식이 뉴스로 전해졌다.진영이 입건되었을 때 흘린 기사로 도혁이 한창 곤란하던 때가 있었다. 그 때 재영의 죽음까지 파묘되며 도혁의 첫 작품이었던 강릉호텔 인수까지 파헤쳐 졌다. 정다정이 장태산에게 받은 내부 문서를 입수한 시기가 이 때쯤이었던 것으로 추정했다.인수하려던 강릉호텔의 공개된 부채와 실제 부채는 임원들, 심지어 일부만 알고 있는 사실이었는데 이 문서에 기록된 숫자들이 유출된 것이었다.도혁은 바로 내부자 소행인 것을 눈치챘다.정다정이 무너진 것을 보며 겁에 질린 장태산이 직접 도혁을 찾아와 무릎을 꿇었지만 도혁은 그냥 돌려 보냈다.그의 배신을 그냥 덮어 주려 어떤 댓가도 없이 보낸 것은 아니었다.코너에 몰릴 대로 몰려서 정다정과 주고 받은 증거들을 제 손으로 내 놓을 그림을 그리며 기다린 것이었다.정다정의 소식이 전해진 뉴스를 보고 업계가 다시 한 번 들썩거렸다.애지중지 오냐오냐 키운 손녀가 아르떼를 공중 분해 시키기 직전이었기 때문이었다.계열사까지 위험으로 내 몬 자금난의 원인은 정다정의 무리한 투자였다.뉴스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던 도혁이 재미있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사람을 매수해 내부 문서를 빼돌리기까지 한 정다정에게 또 놀랄 일은 없을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재미있었다. 호텔 인수전에 정다정이 뛰어든 이유는 본인 입으로 말하지 않았던가.이 세계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결혼 장사를 거부했으니 사업적으로 도혁을 크게 누르고 싶었다고.그런 그녀의 화가 기업 자체를 날릴 위기로 몰아 넣었다.자업자득이다.도혁은 멈추지 않을 거니까.컴퓨터 모니터 아래에 놓인 액자 속 사진을 보며 도혁은 또 웃음을 흘렸다. 아까와는 결이 다른 웃음이었다.조리원의 서비스 목록중 하나였다.속싸개로 꽁꽁 산 복키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복키와의 첫 만남에서 도혁은 생각보다 담담했다.감동을 받은 건 분명하지만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꼬물거리는 복키를 들여다 보기만 했다."산모는 어떻습니까.""지금 회복중이에요. 마취 깨고 나면 입원실로 이동하실 겁니다. 아기는 신생아실로 이동해서 목욕하고 있겠습니다.”복키가 나오고 엄청난 진통이 멈췄으니 이제 세나도 괜찮겠지.한 숨을 돌린 도혁이 세나가 나오기를 기다렸다.마취가 깨고 나온다던 세나는 한참이 지나서야 수술장 복도에 나타났다.수액줄을 주렁주렁 매단 세나가 누워 있는 이동 침대가 수술장 문을 밀었다."오세나 산모님 보호자분."도혁이 얼른 이동 침대 옆으로 갔다."산모님 지금 입원실로 이동하겠습니다."축축해진 손이 제 손을 잡는 느낌에 세나가 눈을 떴다.누워 있는 제 시야에 들어온 것은 얼굴이 핼쓱해진 도혁이었다. 고통의 시간이 끝나고 나서야 도혁이 제대로 눈에 들어 왔다. 그의 얼굴을 보자 안심이 되었다괜찮다고 말하려는데 목이 꽉 잠겨 말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벙긋거리는 입을 보고 도혁이 말하지 말라는 듯 두 개의 입술을 손으로 꼭 붙여 주었다.하고 싶은 말은 차고 넘치지만 일단 너무 힘드니 도혁이 하는대로 입을 다물었다.입원실로 돌아와 침대로 옮겨 지고 간호사들이 다 나가고 나자 둘만 남았다.간호사가 시키는 대로 거즈에 물을 묻혀 와 세나의 입술에 올려 준 도혁이 안쓰러운 눈빛을 하고 세나를 내려 보았다. 이제 복키도 나왔으니 다 괜찮았다. 몸은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테니까.그러니 괜찮다고 웃어 주고 싶었다.거즈로 덮인 입술을 달싹이는데 도혁이 떨리는 목소리로 세나를 불렀다."힘들었지? 고마워. 내가 뭐라…”고맙다는 말끝에 도혁의 눈물이 터졌다.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두서없이 내뱉으며 그는 울었다.참고 참았던 눈물이었다.세나를 대신해 진통을 겪는 내내 아무 것도 할수 없었던 무력감, 작디 작은 복키에게 느낀 감격,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한 세나에 대한 미안함. 단 둘만 있자 그런
밤12시를 넘겼다. 진통의 주기는 짧아 지고 강도는 더 세졌다.12시간 넘게 진통에 시달린 세나의 입에서 살려 달라는 말이 나오자 도혁의 이성이 그만 끊어졌다.도혁의 귀에 복키의 심장박동소리는 분명 진료때보다 작아졌는데 응급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물 한 모금 마시지 못 한 세나가 이제는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산모님도 지쳤으니까 지금부터는 촉진에 투여를 중단하고 아침에 다시 시도해 보겠습니다."13시간을 죽을 힘을 다해 버텼는데 여기서 또 무얼 한다고?"장난합니까. 이 상태로 밤을 보내라고요? 산모가 다 죽게 생겼는데 선생님 눈에는 안 보이십니까.""그래서 중단한다고 말씀드린겁니다. 태아와 산모가 너무 지쳤으니 무리하게 진행하기보다 상태를 살피고 아침에 다시 시도해 보겠습니다."세나의 진료를 봐 주던 산부인과 과장 역시 오후에는 세나에게 매달려 있다 시피 했다. 의사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중단이었다."그래서 아침에 다시 시작하면 낳는다는 보장은 있습니까. 없잖아요. 이 상태로 다시 시작하면 산모가 견딜수나 있겠냐구요.""보호자분. 제가 있을겁니다. 있으면서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혹시나 안전에 문제가 생기면 그 즉시 응급 수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응급이라는 말에 도혁이 소리를 지르려던 찰나 세나의 희미한 목소리가 그의 귀에 박혔다.남들은 못 들었을지언정 도혁이 세나를 놓칠리가 없었다."저 그냥...수술,해 주세요...너무 힘들,어요..."세나도 지칠대로 지쳤다.곧 나오겠지라는 마음으로 버텼는데 진행이 단 1cm도 되지 않았다는 말에 절망했다. 이대로 밤을 새울 결심같은 건 절대 들지 않았으니까. 자책도 했다. 복키가 나오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제가 부족해서 복키도 스트레스를 받는 건 아닌가하는 자책.하지만 끝이 언제일지 모르는 진통의 고통에 세나가 그만 졌다. 꼭 자연 분만이 정답은 아니지 않나라고."선생님. 산모가 수술을 원합니다. 수술해 주십시오."도혁이 화를 누르며 의사에게 말했다."아
병원에 도착해 한참이 지나서야 아침해가 떠올랐다.유도 분만을 위한 설명을 듣고 검사까지 마치자 도혁과 세나는 안정된 마음으로 병실에서 숨을 돌렸다.두 사람은 복키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긴장감을 감추려 애썼다.두렵기는 세나도 도혁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이니까. 아무리 남이 출산한 것을 들었어도 막상 현실이 되자 우왕좌왕하게 되었다. 도혁은 차에 미리 가방을 실어 놓은 몇 시간 전의 자신을 칭찬했다.평온한 시간을 보낸 것도 잠시 세나의 아랫배가 뒤틀리기 시작했다.진통을 참으며 끙끙 앓는 세나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손을 잡아주는 것 밖에 없어 도혁은 애가 탔다.왜 출산은 여자만의 몫인가로 심오한 생각에 한참을 빠져 있었다.제 손을 잡은 세나의 손에 힘이 스르륵 빠지는 것을 느끼자 신을 향한 원망도 잠시 접어 두었다.“와. 잠깐인데 통증이 엄청 강렬해요.”짧았던 고통의 순간을 제대로 느낀 세나가 긴장이 풀어진 듯 농담을 했다.“그렇게나 아파?”“배가…말로 어떻게 설명을 할 수 없을 정도예요. 좀 지나면 이것보다 더하겠죠?”도혁이 세나의 헝클어진 머리를 손가락으로 빗질했다.“혹시…후회해?”조심스러운 도혁의 물음에 세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를요?”“나랑 결혼한 거. 친구들은 한창 커리어 쌓아 가는데 이른 나이에 결혼, 임신, 출산을 연달아 경험하는 것도.”“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이잖아요. 오빠는 후회해요? 나랑 결혼한 거?”결혼으로 도혁이 지불해야 했던 값은 일일이 셀 수 없었다.아빠 회사에 숨을 불어 넣어 주고, 그 후에도 투자를 이유로 꽤나 큰 자금이 수혈되었다는것도 세나는 잘 알고 있었다. 처음엔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지 못 한 마음에 부리는 오만한 객기라고 생각했다. 만남을 거절당한 작은 복수라 여길때도 있었고.하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도혁의 본심은 그게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좋아하는 마음을 서투르고 거칠게 표현했을 뿐.남들과 저를 대할때 말투부터 달라지는 남자의 마음을 뒤늦게 알았다.“
분명히 새벽에 배가 아파 잠에서 깼는데 그 이후로는 괜찮았다.도혁에게 말을 하면 열 일 제쳐 두고 병원으로 내달릴 것 같아 사실대로 말하지 못 했다.검색을 해 보니 가진통일 가능성이 커서 지켜 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분명 아침까지는 그랬다.*****“강실장! 강실장 어디 갔어!”도혁은 비서실 직통벨을 누르자마자 강실장이 늦는다며 소리를 쳤다. 그와 동시에 수트 자켓에 팔을 넣으며 운전 기사에게 전화를 돌렸다.“강실장!”도대체 태오를 몇 번이나 불렀는지 몰랐다.“내가 벨을 누른 지가 언젠데 너는 이제 나타나는 거냐!”“호출벨 울리자 마자 온 겁니다만, 무슨 일입니까.”“나 이 시간 이후로 일정 전면 취소해. 세나가…배가 아프대. 곧 복키가 나올 것 같다.”“네에? 아, 가셔야죠. 얼른 가셔야죠.”그 말에 도혁과 태오가 동시에 집무실 문을 박차고 나갔다.세나의 전화는 점심을 먹은 직후에 왔다. 자꾸만 배가 아프다는 말이었다.예정일은 아직 남았고 특히나 초산은 늦을 수도 있다고 했는데 복키 이 놈이 빨리 세상에 나오고 싶었나 보다.도혁의 재촉에 운전 기사는 혼이 반쯤 나간 것 같았다.호텔에서 집까지 가는 내내 ‘빨리’라는 말을 수억번을 했으니.이미 나와서 기다리고 있는 세나를 태우고 병원으로 향했다. 전화를 할 때는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끙끙 앓더니 차에 타서는 또 괜찮다고 했다.“복키가 오늘 나올까요?”“오늘 낳았으면 좋겠어?”“배가 아프니까 빨리 낳고 싶기도 하고 그런데, 무섭기도 해요.”“내가 있을거잖아. 걱정마.”도혁은 걱정하는 세나의 손을 꼭 잡았다.두 사람의 우려와 달리 병원에서는 아직 나올때가 아니라고 했다. 지금은 가진통이고 자궁문도 1CM밖에 열리지 않아 오늘, 내일 중으로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는 예상을 했다.“집에 돌아가셔서 기다렸다가 이슬이 비치면 더 자주 배가 아플 겁니다. 그 때 병원으로 전화 먼저 주세요.”세나는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뭔가 아쉬웠다.오늘 복키를 만날 수 있을거라는 기대가
정다정이 한때 결혼으로 엮일뻔한 사이로만 남았다면 도혁도 아르떼가 무너지는 것을 보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리조트나 호텔이나 동종업이기 때문에 상생하기 위해 작게나마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을지 몰랐다.하지만 도혁의 수하를 돈으로 매수해 정보를 빼내어 도혁이 공들인 호텔 인수 작업을 흔들었다.도혁은 먼저 건드리지만 않으면 굳이 나서는 타입이 아니었다. 하지만 정다정은 도혁을 먼저 공격한 것과 다를바 없었다. 그것도 장태산의 힘을 빌어. 그렇다면 가만히 둘 수 없었다.할아버지가 수십년에 걸쳐 키워 온 회사를 한 입에 털어 먹는 손녀. 거기다 돈을 주고 경쟁사의 내부 자료를 빼왔다는 사실까지 밝혀지면 파장은 어마어마하지 않을까.정다정이 재기하지 못 하도록 밟아줄 생각이었다. 물론 장태산도.*****“이 정도는 할 수 있어요.”“아니, 오빠가 해 줄게. 앉아 있어.”저녁 식사를 마치고 제가 먹은 식기를 포개고 있을때였다. 도혁이 세나를 만류하며 다이닝룸을 나가라고 했다. 배에 공을 맞은지도 며칠이 지났고, 병원에서 이상이 없다는 확인을 받았음에도 도혁의 과잉 보호는 여전했다.“밥공기가 갑자기 튀어 오를리는 없잖아요.”“앞일은 모르는 거다.”도혁은 무심하게 대꾸했다.“진짜 아무렇지 않아요. 괜찮다구요.”퇴원해서 돌아온 이후 괜찮다는 말을 수백번은 한 것 같았다.“응, 알아. 몸이 힘들어 보여서 그런거니까 소파에 앉아 있어.”저를 향한 과잉 보호는 도저히 꺾을 수 없는 영역이었다. 세나는 도혁이 시키는 대로 다이닝룸을 나가 소파에 앉았다. 그러자, 도혁이 번개같이 튀어 나와 세나의 허리뒤에 쿠션을 받쳐 주었다.“불편할까봐.”“괜찮아요.”“배가 아프면 참지 말고 바로 말해.”“아직 입원한 것 같아요. 퇴원은 진작에 했는데.”도혁의 눈썹이 가운데로 모였다.“병원은 바로 대처가 되지만 집은 그게 아니잖아.”“알아요. 무슨 말인지.”복키를 낳을때까지 도혁의 과잉 보호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편이 정신 건강에 더 나을지도 몰랐다.세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