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저는 맞선 대타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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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 대신 맞선에 나간 윤채이는 그 자리에서 회사 대표 서도진에게 정체를 들킨다. 해고를 각오한 그녀에게 돌아온 건 1년짜리 계약결혼 제안. 빚을 갚기 위해 계약서부터 고쳐 쓴 채이는 낮에는 그의 부하 직원, 밤에는 아내가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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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ítulo 1

1화. 오늘은 이 기획안입니까

윤채이가 남의 이름으로 할 일은 딱 하나였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남자에게, 다시는 만나기 싫은 여자로 남는 것.

성공하면 오천만 원의 빚이 사라졌다. 실패해도 월요일에는 출근해야 했다. 그 두 가지가 동시에 문제가 될 줄은, 아르덴호텔 라운지의 남자가 고개를 들기 전까지 몰랐다.

***

금요일 오후, 회의실 화면에는 웃는 고객의 얼굴이 떠 있었다.

“반응은 좋습니다. 체험 신청도 늘었고요.”

이현수 과장이 다음 장을 넘기려 하자 채이가 손을 들었다.

“설치 취소 문의도 같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화면 아래에 가려졌던 표를 열었다. 민재가 급하게 프로젝터 선을 건드려 화면이 한번 꺼졌다. 누군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채이는 출력물을 가운데로 밀었다.

“여기 파란색 칸이요. 신청할 때 무료라고 생각했는데 설치 조건에 따라 비용이 생긴다는 걸 나중에 안 분들입니다.”

“그건 상세 안내에 있잖아.”

“네. 그런데 신청 버튼보다 아래에 있어서 안 읽는 거죠.”

현수가 볼펜으로 표를 짚었다.

“버튼 위로 올리면 신청이 줄 수도 있어.”

“설치 직전에 취소하면 기사님 일정하고 상담 시간이 같이 나갑니다. 신청 수만 남고 실제로 써본 사람은 없어져요.”

김은정 팀장이 팔짱을 풀었다.

“그럼 어디까지 바꾸자는 거야?”

채이는 준비해 온 종이를 한 장 더 냈다. 작은 식기세척기 옆에 설치 공간, 추가 비용, 회수 신청 방법을 같은 크기로 놓은 화면이었다.

“고객이 결제 전에 알았으면 좋았겠다는 내용을 신청 전에 보여주려고요. 일주일만 비교해 보면 어떨까요?”

팀장은 맨 위에 날짜와 검토 의견을 적었다.

“초안 올려. 유나 씨가 문구 보고, 현수 과장이 운영 쪽 확인하고.”

“네.”

채이가 종이를 챙기는 동안 휴대폰이 여섯 번째 울렸다. 화면의 이름은 윤세리였다.

회의실을 나와 파일을 팀 공유 폴더에 올렸다. 제목 뒤에 초안과 작성 날짜를 붙이고 나서야 전화를 받았다.

“언니, 나 일하는 중이야.”

“그 일 월급으로 우리 아빠 돈 언제 갚을 건데?”

귀에 대고 있던 전화가 갑자기 차가워졌다.

“오늘 저녁에 잠깐 와. 너한테 좋은 일이야.”

***

세리가 내민 종이에는 숙부의 서명이 있었다.

채무 면제 확약서. 채무자 윤채이. 금액 오천만 원.

채이는 종이를 테이블에 내려놓지 않고 마지막 줄까지 읽었다. 어머니 수술비와 회복하는 동안의 생활비로 빌린 돈이었다. 카드 두 장과 예금을 먼저 비웠지만 그것으로는 모자랐다. 숙부는 차용증을 써야 서로 편하다고 했고, 채이는 그때 고맙다는 말을 세 번 했다.

“정말 숙부가 아시는 거야?”

“아빠가 사인한 거 안 보여? 내일 나 대신 나가서 혼담만 깨면 돼.”

“그냥 언니가 안 만나겠다고 해.”

“우리 아빠 거래처랑 얽혔어. 내가 싫다고 하면 아빠 체면이 뭐가 돼.”

채이는 다시 조건을 읽었다. 상대가 혼담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하면 면제한다. 참석만으로 되는 게 아니었다.

“상대가 계속 만나자고 하면?”

“그렇게 안 만들면 되지. 넌 일할 때 말 잘하잖아.”

세리가 쇼핑백을 발끝으로 밀었다. 안에는 붉은 원피스와 금색 귀고리가 있었다. 채이 취향과는 멀었다. 발목이 불편할 만큼 굽이 높은 구두도 들어 있었다.

“대표라며. 이름이 뭔데?”

“바빠서 대리인만 줄줄이 보내던 사람이야. 이번엔 본인이 나온대. 사진은 못 받았어.”

“이름은 받았을 거 아니야.”

“비서가 예약해놨어. 아르덴 라운지, 두 시, 윤세리. 직원한테 그거 말하면 돼.”

세리는 대답 대신 채이의 귀 옆으로 귀고리를 대봤다.

“다정하게 웃지 마. 돈 많이 쓴다고 해. 일도 결혼하면 그만두고 싶다고 하고.”

“언니는 왜 그렇게까지 싫은데?”

“무서운 사람이래. 결혼할 집 회사까지 다 들여다본대. 피곤하잖아.”

소파 옆에 쌓인 쇼핑백에 법인카드 영수증이 붙어 있었다. 세리가 채이의 시선을 알아차리고 발로 쇼핑백을 안쪽으로 밀었다.

“못 하겠으면 말아. 아빠도 이번 달엔 돈 들어올 데가 있어야 한댔어.”

채이는 휴대폰을 켰다. 어머니가 보낸 사진에는 베란다에서 핀 작은 꽃이 있었다. 그 아래에는 다음 치료일에 반차를 내지 말라는 문자가 붙어 있었다. 혼자 다녀올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은행 앱의 잔액을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어제 봤고, 오늘은 월급날이 아니었다.

“원본 줘.”

채이가 손을 내밀었다.

“맞선을 깨면 오천만 원 전액. 내가 듣기로는, 이 아니라 글씨대로 할 거야.”

세리는 잠깐 입술을 삐죽였다가 종이를 넘겼다.

“그럼. 가족끼리 속이겠어?”

***

토요일 호텔 화장실에서 채이는 귀고리 한쪽을 다시 걸었다. 무거워서 고개를 돌릴 때마다 딸랑거렸다. 거울 속 여자는 일주일 전 편의점에서 할인 도시락을 집던 자신과 꽤 달랐다.

그래도 이름까지 바뀌는 건 아니었다. 삼십 분만 버티면 된다. 휴대폰에는 세리의 지시가 새로 와 있었다.

밥 먹을 때 직원한테 좀 까칠하게 굴어. 그런 거 남자들이 싫어해.

채이는 답장을 쓰지 않았다. 맞선남에게 미움을 사는 일과 일하는 사람을 괴롭히는 건 다른 일이었다. 안내 직원이 예약 이름을 확인했다.

“윤세리 님, 이쪽입니다.”

채이는 타인의 이름에 고개를 끄덕였다. 구두 뒤축이 발꿈치를 긁자 직원이 그녀에게 보폭을 맞췄다.

창가 테이블에는 검은 수트 차림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휴대폰을 뒤집어 놓는 손, 잔을 옆으로 비켜두는 동작, 누군가 오는 순간 정확히 올라오는 시선. 채이는 멈췄다.

태주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서도진.

엊그제 전사 메일 맨 위에 있던 이름. 자신의 보고서에 ‘분모를 다시 확인할 것’이라는 의견을 남긴 사람. 작년 말 실무 보고 자리에서 잘못 잡힌 상담 인력 감축안을 두고 십 분 동안 질문했던 사람.

남자가 일어났다.

“앉으시죠.”

그가 모를 수도 있었다. 직원이 수백 명이었다. 그 보고 때 채이는 안경을 썼고, 오늘은 귀가 곧 떨어질 정도로 화려했다. 사람이 귀고리에 가려 보이지 않는 기적도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채이는 앉다가 무릎으로 테이블 다리를 쳤다. 찻잔이 달그락거렸다.

“괜찮습니까?”

“아유, 네. 이런 데 의자가 좀 불편하네요.”

평소보다 반 음 높은 목소리가 나왔다. 직원이 메뉴를 건네자 채이는 끝쪽에 적힌 가격부터 봤다. 세리가 말한 ‘제일 비싼 거’는 두 사람의 주말 장보기 비용을 합친 것보다 비쌌다.

“저는…… 이 디저트 세트요.”

“차는 어떤 것으로 드릴까요?”

“카페인 없는 걸로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는 왜 했어. 채이는 지나가는 직원의 앞치마 끈이 의자에 걸리지 않도록 의자를 당겨주다가 눈을 감았다. 망치는 데도 재능이 필요했다.

도진은 아무 말 없이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저, 미리 말씀드릴 게 있어요.”

채이가 등을 폈다.

“결혼하면 일은 안 할 거고요. 집안일도 못 해요. 품위 유지비가 월 삼천만 원은 필요한데요.”

발끝이 구두 안에서 오그라들었다. 도진의 눈썹이 조금 올라갔다.

“삼천만 원.”

“최소요. 그리고 주말에는 늦잠을 자니까 아침 식사 같은 건 기대하시면 안 돼요.”

아침 식사. 고르고 골라 낸 결격 사유가 아침 식사였다.

도진이 천천히 잔을 내려놓았다. 그 소리가 금요일 회의실에서 들었던 볼펜 소리처럼 선명했다.

“견적은 받았고요.”

채이는 손가락에 힘을 줬다. 그가 거절하기만 하면 됐다. 월요일에 마주치지 않도록 층계를 쓰면 될 일이다.

도진의 입가가 움직였다.

“윤 대리, 오늘은 이 기획안으로 밀고 가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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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오늘은 이 기획안입니까
윤채이가 남의 이름으로 할 일은 딱 하나였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남자에게, 다시는 만나기 싫은 여자로 남는 것.성공하면 오천만 원의 빚이 사라졌다. 실패해도 월요일에는 출근해야 했다. 그 두 가지가 동시에 문제가 될 줄은, 아르덴호텔 라운지의 남자가 고개를 들기 전까지 몰랐다.***금요일 오후, 회의실 화면에는 웃는 고객의 얼굴이 떠 있었다.“반응은 좋습니다. 체험 신청도 늘었고요.”이현수 과장이 다음 장을 넘기려 하자 채이가 손을 들었다.“설치 취소 문의도 같이 봐야 할 것 같습니다.”화면 아래에 가려졌던 표를 열었다. 민재가 급하게 프로젝터 선을 건드려 화면이 한번 꺼졌다. 누군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채이는 출력물을 가운데로 밀었다.“여기 파란색 칸이요. 신청할 때 무료라고 생각했는데 설치 조건에 따라 비용이 생긴다는 걸 나중에 안 분들입니다.”“그건 상세 안내에 있잖아.”“네. 그런데 신청 버튼보다 아래에 있어서 안 읽는 거죠.”현수가 볼펜으로 표를 짚었다.“버튼 위로 올리면 신청이 줄 수도 있어.”“설치 직전에 취소하면 기사님 일정하고 상담 시간이 같이 나갑니다. 신청 수만 남고 실제로 써본 사람은 없어져요.”김은정 팀장이 팔짱을 풀었다.“그럼 어디까지 바꾸자는 거야?”채이는 준비해 온 종이를 한 장 더 냈다. 작은 식기세척기 옆에 설치 공간, 추가 비용, 회수 신청 방법을 같은 크기로 놓은 화면이었다.“고객이 결제 전에 알았으면 좋았겠다는 내용을 신청 전에 보여주려고요. 일주일만 비교해 보면 어떨까요?”팀장은 맨 위에 날짜와 검토 의견을 적었다.“초안 올려. 유나 씨가 문구 보고, 현수 과장이 운영 쪽 확인하고.”“네.”채이가 종이를 챙기는 동안 휴대폰이 여섯 번째 울렸다. 화면의 이름은 윤세리였다.회의실을 나와 파일을 팀 공유 폴더에 올렸다. 제목 뒤에 초안과 작성 날짜를 붙이고 나서야 전화를 받았다.“언니, 나 일하는 중이야.”“그 일 월급으로 우리 아빠 돈 언제 갚을 건데?”귀에 대고 있던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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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대타는 끝났습니다
채이는 귀고리부터 뺐다. 한쪽을 가방에 넣고 다른 쪽도 빼자, 테이블 너머에서 낮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었을 때 도진은 이미 평소 얼굴이었다.“윤세리 씨는 일 분 만에 퇴근했군요.”“죄송합니다. 그쪽은 출근도 안 했어요.”대답하고 나서 입을 다물었다. 지금 농담을 할 처지는 아니었다.“언제 아셨어요?”“예약 확인할 때부터 보였습니다.”“그럼 앉으라고 하지 마시지.”너무 작은 소리였지만 도진은 들은 모양이었다.“서서 월 삼천만 원을 요구하시겠습니까?”채이는 찻잔을 자신에게로 당겼다. 따뜻한 잔을 잡으니 손끝에 다시 감각이 왔다.“설명드릴게요. 그렇지만 먼저, 회사에는 제 잘못으로만 말씀해 주세요. 팀에서는 아무도 몰라요.”“회사에 무슨 말을 한다고 했습니까?”“안 하신다고도 안 하셨잖아요.”도진은 곧바로 답하지 않았다. 채이는 가방을 열어 확약서를 꺼냈다. 자신이 궁한 사정을 대표에게 보여주게 될 줄 알았으면, 세리의 집에서 한번 더 생각했을지도 몰랐다. 아니, 같은 조건이라면 결국 왔을 것이다. 그게 더 창피했다.“언니가 맞선을 망치면 빚을 없애주겠다고 했어요. 제가 직접 빌린 돈이고요.”“윤세리 씨와는 무슨 사이입니까?”“사촌이에요. 돈을 빌려주신 분은 숙부고요.”그의 시선이 확약서 끝에 머물렀다.“참석 보수가 아니군요.”“네. 혼담이 끝나야 해요.”“그러면 윤세리 씨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숨길 이유가 없는데요.”“본인은 잘못한 사람으로 남기 싫은가 봐요.”채이는 말하고 나서 종이를 거뒀다. 세리의 사정까지 변명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고 대표 앞에서 친척을 길게 흉보고 싶지도 않았다.직원이 디저트를 가져왔다. 작은 접시 세 개 위에 계절 과일과 케이크가 나란히 놓였다. 채이는 ‘죄송합니다’ 대신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주문한 음식을 받는 일까지 사과할 필요는 없었다.“안 드십니까?”“지금도 먹어도 되나요?”“음식에는 잘못이 없으니까요.”도진이 포크를 집었다. 채이도 가장 작은 케이크 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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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승진은 빼주세요
일요일 아침, 채이는 컵라면에 물을 붓고 결혼 조건을 읽다가 먹을 때를 놓쳤다. 면은 식었고 메일은 뜨거웠다. 첫 장에 적힌 숫자 때문이었다.보수 총 이억 사천만 원. 체결 시 일억 이천만 원, 이후 매월 일천만 원씩 열두 차례. 주거와 가족 행사에 필요한 의상비는 별도.채이는 계산기를 켰다가 껐다. 더할 필요도 없었다. 숙부의 돈을 갚고도 치료비를 준비할 수 있었다. 원룸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적금을 깨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됐다.다음 장을 읽자 입안이 말랐다. 경력 개발 기회 우선 검토.채이는 그 문장 아래에 붉은 줄을 그었다.***약속 장소는 호텔 안의 작은 회의실이었다. 식사도 꽃도 없고 물과 필기구만 있었다. 채이에게는 차라리 그 편이 나았다. 도진은 그녀가 가져온 출력물을 보고 의자를 빼주었다.“안 드셨습니까?”“뭘요?”“점심. 표정이 좋지 않아서요.”“조건 보고 배가 불러서요.”“그런 표정은 아닌데.”채이는 종이를 테이블 위로 밀었다.“이거부터 빼주세요. 승진 우선 검토, 해외 사업 참여 지원.”도진의 눈길이 붉은 줄을 따라 움직였다.“직장 생활을 계속하고 싶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계속하고 싶으니까 빼달라는 거예요.”그는 펜을 들었다가 그대로 내려놓았다. 채이는 손가락으로 다음 문장을 짚었다.“제가 캠페인을 잘하면 잘해서 기회를 받고 싶어요. 못하면 못해서 떨어지고요. 여기에 쓰면 아무리 일해도 다 결혼 덕이 되잖아요.”“둘 사이에만 남는 계약입니다.”“저는 알잖아요.”그 말이 나온 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채이는 자신이 너무 예민하게 굴었나 싶어 물을 마셨다. 그렇지만 줄을 지울 생각은 없었다.도진이 자신의 문서에도 같은 문장을 그었다.“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삭제하겠습니다.”예상했던 설득이 없었다. 채이는 준비해온 두 번째 설명을 접었다. 그가 고친 문장 옆에 날짜를 적는 모습을 잠깐 바라봤다.“이건 제가 값을 깎겠다는 뜻이 아니에요.”“그렇게 이해하지 않았습니다.”“돈은 필요해요.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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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사직서 말고 혼인신고서
어머니는 병원에서 나오는 길에 풀빵을 먹고 싶다고 했다.채이는 길가의 작은 가게 앞에 섰다. 한정숙은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유리 안의 반죽이 익는 모습을 구경했다. 수술 후 유난히 추위를 탔지만, 오늘은 볼에 조금 혈색이 돌았다.“두 개만 사. 집에 과일 있어.”“네 개 살 거야. 엄마 두 개, 나 두 개.”“그럼 뭐 하러 물어봐?”“안 물어봤는데?”정숙이 웃었다. 채이는 종이봉투를 받아 반으로 찢었다. 뜨거운 빵 하나를 어머니 손에 올려드리고 다음 진료 예약표를 가방 깊숙이 넣었다. 급한 큰 치료는 지나갔지만, 회복을 위해 다닐 곳과 챙길 약은 여전히 있었다.“회사 반차는 괜찮아?”“미리 냈어. 팀장님도 알아.”“그 팀장님 좋아하는 게 뭐니? 내가 뭐라도 해서…….”“업무 마감 지키는 거. 내가 할게.”정숙은 딸의 팔을 가볍게 때렸다. 웃던 채이는 봉투를 접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엄마. 숙부한테 빌린 돈 말이야. 내가 차용증 쓴 오천 말고 다른 건 없어?”“없지. 왜?”“갚을 방법을 생각하고 있어서.”정숙의 걸음이 느려졌다.“무리하지 마. 엄마 이제 좀 움직이니까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엄마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이거 식기 전에 먹는 거야.”채이는 어머니의 손에 빵을 다시 제대로 쥐여드렸다. 자신에게 좋은 사람이 생겼다고 말하려다가 멈췄다. 아직 좋은 사람인지 다 알지 못했다. 적어도 결정을 내린 뒤에는 자신의 입으로 말씀드리고 싶었다.상계동 빌라 앞에 도착하자 정숙이 물었다.“채이야, 누구한테 안 좋은 부탁 받은 건 아니지?”딸이 돈 이야기를 꺼내면 어머니가 먼저 의심하는 것이 있었다. 채이는 고개를 저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받긴 했어. 그런데 이번엔 내가 조건을 정하고 있어.”“싫으면 안 해도 되는 조건이니?”채이는 답하기 전 한 번 생각했다.“응. 그건 꼭 넣었어.”***장수현 변호사의 사무실에는 크기가 제각각인 머그잔이 있었다. 채이는 대학 선배에게 소개받은 번호로 직접 예약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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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성은 그대로 윤씨입니다
“여기, 본인 이름 쓰시면 됩니다.”창구 직원의 말에 채이는 펜을 고쳐 잡았다.본인 이름. 그 쉬운 일 때문에 지난 며칠이 이렇게 복잡해졌다. 윤세리로 호텔에 들어갔다가, 윤채이로 혼인신고서를 쓰게 됐으니까.가방 안에는 오늘 아침 최종 확인을 마치고 각자 서명한 계약 원본이 들어 있었다. 수현이 고친 문장도 빠짐없이 반영돼 있었다.옆에 선 도진은 서류가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끝을 잡고 있었다. 검은색 펜으로 적힌 그의 이름과 자신의 이름이 같은 종이 안에 놓였다. 채이는 빈칸이 없는지 한 번 더 확인했다.“확실합니까?”도진이 낮게 물었다. 채이는 펜을 내려놓았다.“네. 대표님은요?”“확실합니다.”“그럼 이제 자꾸 물어보시면 제가 불안해져요.”그가 웃으며 종이를 내밀었다. 접수가 끝나는 데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카페 음료가 나오는 시간보다 조금 더 걸렸을 뿐이었다.정숙에게는 전날 저녁에 직접 말했다. 서로 필요한 것이 있는 결혼이고, 좋은 조건만큼 자신이 해야 할 역할도 있다고. 어머니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결국 물어본 것은 집의 크기나 돈의 액수가 아니었다.너 싫다는 말을 해도 듣는 사람이니.채이는 지금까지는 그랬다고 답했다. 아직 모르는 부분까지 좋다고 꾸미지 않았다. 정숙은 신랑을 만나겠다며 딸의 손을 잡았다. 채이는 도진과 일정을 상의해 날짜를 정하겠다고 약속했다.구청 문을 나서자 삼월 끝의 바람이 불었다. 채이는 코트 앞섶을 여몄다. 법적인 가족이 생겼지만 햇빛도 보도블록도 그대로였다.“사진은 안 찍습니까?”도진이 물었다.“증빙 사진이요?”“기념 사진입니다.”채이는 잠깐 망설이다 휴대폰을 들었다. 팔을 뻗자 두 사람의 얼굴이 조금 어색하게 화면 안에 들어왔다. 도진은 채이 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되 닿지는 않았다.“대표님, 웃으셔도 돼요. 실적 발표 아니에요.”“윤 대리도 마찬가지입니다.”서로의 표정을 보고 웃는 순간 사진이 찍혔다. 채이는 확인하지 않고 화면을 껐다. 다시 보려면 혼자 있을 때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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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못 가는 날부터 말씀드릴게요
성북동 저택의 현관에서 채이는 두 번 신발을 확인했다.굽이 높지는 않았다. 세리가 빌려준 구두는 돌려보냈고, 오늘 신은 것은 면접 때부터 신던 검은 구두였다. 깨끗하게 닦았는데 차에서 내릴 때 흙이 조금 묻었다.“괜찮습니다.”도진의 말에 채이가 발을 멈췄다.“제 표정 그렇게 티 나요?”“구두를 세 번째 보고 있습니다.”“아까 두 번 봤어요.”“차에서 한 번 더 봤습니다.”긴장이 풀려 짧게 웃음이 나왔다. 도진은 앞서 들어가지 않고 기다렸다. 채이가 문턱을 넘은 뒤에야 옆으로 걸었다.서태석 회장은 창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화면에서 보던 정장 대신 얇은 카디건을 걸쳤다. 수술 후 회복 중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눈길은 여전히 날카로웠다.채이는 준비해온 작은 상자를 두 손으로 내밀었다.“처음 뵙겠습니다. 윤채이입니다.”“내가 단 걸 잘 못 먹는데.”“과자 아니고 차예요. 드실 수 있는 종류인지 미리 확인했어요.”태석은 상자를 열지 않고 옆에 두었다.“도진이한테 얘기는 들었어. 맞선에 대신 나왔다고.”채이는 손끝을 맞잡았다.“네. 제 이름을 숨기고 갔습니다. 죄송합니다.”“숨기는 건 그날로 끝났나?”“혼인신고서는 제 이름으로 썼어요.”태석이 도진을 한번 봤다. 도진은 변명도 대신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 덕에 채이는 자신이 다음 말을 고를 수 있었다.“좋게 시작한 건 아니지만, 앞으로 누군가의 이름으로 인사드리지는 않을게요.”“앉아요.”그 말이 허락인지 유보인지는 알 수 없었다. 채이는 소파 끝에 앉았다. 도진이 옆자리로 오자 쿠션이 조금 가라앉았다. 혼자 면접을 보는 것 같던 느낌이 옅어졌다.태석은 두 사람이 만난 기간을 물었다. 채이는 날짜를 꾸미지 않았다. 짧았다고 했고, 그래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여러 번 확인했다고 말했다.“뭘 그렇게 확인했지?”“회사 계속 다닐 수 있는지, 가족 행사에 얼마나 참석해야 하는지, 싫은 건 싫다고 말해도 되는지요.”태석의 눈썹이 올라갔다.“좋아하는 건 안 물었나?”채이는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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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이 집의 야식 규정
한남동 집의 현관문이 열리자 채이는 캐리어 손잡이를 놓쳤다.바퀴가 매끈한 바닥을 따라 혼자 굴러갔다. 도진이 발로 살짝 멈춰 세웠다. 망원동 원룸에서는 세 걸음 걸으면 끝이었는데 여기서는 캐리어도 더 가보고 싶은 모양이었다.“어느 방을 쓰실지 먼저 보시겠습니까?”채이는 대답 대신 천장을 올려다봤다.“겨울에 난방비 많이 나오겠어요.”“첫 감상이 그겁니까?”“두 번째예요. 첫 번째는 청소요.”도진이 웃었다. 그는 집 관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먼저 설명했다. 정해진 요일에 청소와 식사 준비를 도와주는 사람이 오고, 그 외에는 대부분 혼자 지낸다고 했다. 채이는 방문 시간표가 어디 있는지 물었다.“불편하면 조정하겠습니다.”“불편한 게 아니라 저도 집에 있는 시간을 알려드려야죠. 갑자기 마주치면 서로 놀라니까.”거실 너머로 강이 보였다. 채이는 끝내 창문 앞으로 가서 한참 서 있었다. 빛이 수면에 길게 놓였다. 자신이 이런 곳에 살게 됐다는 게 실감 나지 않아 가방 끈만 만지작거렸다.“마음에 듭니까?”“네. 아주요.”괜히 비싸 보인다고 흠을 잡고 싶지는 않았다. 좋았다. 낮에도 불을 켜야 했던 방에서 햇빛이 있는 집으로 온 것은 분명한 기쁨이었다.도진은 그녀가 바깥을 충분히 볼 때까지 말을 걸지 않았다.채이가 고른 방은 복도 끝이었다. 창가에 작은 책상을 놓을 수 있고 욕실이 붙어 있었다. 침대 위 흰 이불을 손끝으로 눌러보니 푹 들어갔다.“이 방 쓰겠습니다.”“제 방은 복도 반대편입니다.”“그건 미리 말씀 안 하셨어요.”“가까운 방을 원하시면…….”“아뇨. 아주 훌륭한 구조네요.”너무 빨리 대답하자 도진이 입을 다물었다. 채이는 웃음을 참으며 캐리어를 끌어들였다.옷을 걸고 책상 위에 노트북을 놓았다. 개인 계약 원본이 든 봉투는 잠금장치가 있는 서류함에 넣었다. 따로 보관할 사본은 원룸 짐에서 챙겨온 작은 파일에 끼웠다. 원룸은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정리하기로 해, 당장 모든 물건을 옮기지는 않았다.이사 전에 함께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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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전액 갚았습니다
채이는 탈의실 거울 앞에서 옆으로 돌아섰다.푸른색 원피스 자락이 무릎 아래에서 부드럽게 흔들렸다. 허리를 조이지 않는데도 모양이 잡혔다. 좋은 옷에는 자신이 몰랐던 여유가 있었다. 숨을 참을 필요가 없는 옷이라는 게 좋았다.직원이 커튼을 열며 물었다.“어떠세요?”“너무 예뻐요.”채이는 이번에는 가격부터 묻지 않았다. 가족 소개 행사에 입을 옷을 사러 왔고, 비용은 미리 합의했다. 마음에 드는 옷 앞에서까지 죄송할 일은 없었다.소파에 앉아 있던 도진이 고개를 들었다.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채이는 치맛자락을 살짝 잡았다.“별로예요?”“아닙니다.”“그럼 왜 대답이 늦으세요?”도진이 휴대폰을 완전히 내려놓았다.“잘 어울려서 보고 있었습니다.”직원의 입가가 올라갔다. 채이는 거울 쪽으로 눈을 돌렸다. 입어본 색깔을 확인하는 척했지만 귀가 먼저 붉어졌다.“이걸로 할게요. 앉아봐도 되나요?”직원이 의자를 가져왔다. 채이는 앉아서 무릎이 편한지, 팔을 들었을 때 당기지 않는지 확인했다. 도진은 그 과정을 흥미롭게 보았다.“실용성 검사군요.”“세 시간 예쁘려면 삼십 분 뒤부터 힘들면 안 되거든요.”그가 고개를 끄덕였다.직원은 어울리는 가방과 구두를 가져왔다. 채이는 낮은 굽 구두를 골랐고 작은 귀고리 하나를 대봤다. 밝은 진주가 얼굴 옆에서 조용히 빛났다. 세리가 준 무거운 금색 귀고리와는 달랐다.추가로 나온 목걸이에는 가격표가 없었다. 채이는 잠깐 넋을 놓고 보다가 용도를 물었다.“이것도 가족 식사 때 하는 거예요?”직원이 설명하려는데 도진이 말했다.“원하시면 일상에도 하셔도 됩니다.”“회사 프린터 앞에서 이걸 하고 걸린 종이 뽑으면 좀 이상할 것 같아요.”직원이 웃음을 참았다. 채이는 목걸이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오늘은 이 귀고리가 더 좋아요.”도진은 다른 것을 더 고르라고 하지 않았다. 결제하는 동안 채이는 휴대폰에 적어둔 송금 계좌를 확인했다. 숙부와의 정산 약속까지 삼십 분 남았다.“같이 갈까요?”그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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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전송 버튼 앞에서
일요일에는 손잡아도 됩니다. 대신 허리는……. 채이는 거기까지 쓰고 멈췄다.화면 맨 위에 적힌 대화방 이름이 ‘마케팅1팀’이었다.피가 발끝으로 내려갔다. 전송 버튼은 손가락에서 손톱 하나만큼 떨어져 있었다. 채이는 휴대폰을 책상에 눕혀놓고 다른 손으로 입력한 글자를 지웠다. 길게 누른 삭제 버튼이 오늘따라 느리게 움직였다.“윤채이, 뭐 해?”유나의 목소리에 어깨가 튀었다.“아무것도!”“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이 그렇게 놀라?”유나는 그녀 앞에 바나나 우유를 놓았다. 냉장고에서 꺼낸 것이라 물기가 맺혀 있었다.“결혼한 사람한테 우유 사주는 건 또 처음이네. 점심 먹으러 갈 거야?”“응. 갈게. 잠깐만.”마지막 글자가 지워졌다. 전송 기록을 확인한 뒤 채이는 휴대폰을 잠갔다. 아침에 팀 단체방에 회의실 위치를 안내하다가, 도진에게 답할 생각으로 휴대폰을 다시 연 것이 문제였다.“신혼 재미가 좋구나.”“왜?”“지금 표정이 업무 때문에 놀란 표정은 아니야.”유나가 웃으며 먼저 복도로 나갔다. 채이는 바나나 우유를 이마에 잠깐 댔다. 이마보다 차가운 것이 필요했다.올바른 대화방을 세 번 확인하고 메시지를 새로 썼다. 가족 행사에서 손잡기 가능합니다. 허리를 잡는 건 미리 물어봐주세요.보내고 나니 대화 내용보다 끝의 존댓말이 더 수상했다. 남편에게 보내는 메시지치고 지나치게 결재 요청 같았다. 도진의 답은 점심 메뉴를 고르는 동안 왔다.범위 확인했습니다. 행사 중 질문이 길어지면 물을 달라고 하세요. 잠깐 쉴 수 있게 하겠습니다.채이는 메뉴판 뒤에서 웃었다. 도망갈 신호까지 준비하는 남편이었다. 자신도 조부와 식사한 뒤 표정이 굳었던 모양이었다.유나가 젓가락 포장을 뜯었다.“사진 안 보여줘도 되니까 취향 정도는 알려줘. 남편 뭐 좋아해?”채이는 잠깐 생각했다.“케이크.”“귀엽다. 또?”“틀리지 않은 숫자.”유나는 삼키던 물을 내려놓았다.“그건 누가 싫어하니?”채이는 웃으며 휴대폰을 뒤집었다. 사실 자신도 이제 알아가는 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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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집에서는 덮지 않겠습니다
운영 담당자가 보낸 답장은 짧았다. 두 건은 설치 전 취소, 한 건은 일정 조정 중. 나머지 한 건은 체험을 마쳤으나 회수 지연.채이는 네 줄 중 마지막 줄의 색을 지웠다. 고객 불편은 여전히 남았지만, 체험 완료 숫자가 잘못됐다고 말할 근거는 아니었다. 남은 세 줄에는 확인한 담당자와 회신 날짜를 적었다.민재가 화면을 보고 물었다.“그럼 스무 건 중 세 건이 잘못된 거네요?”“이 표본에서는 그래요. 전체가 이 비율이라는 뜻은 아니고요.”“퍼센트로 계산하면 안 되는 거죠?”“계산할 수는 있어도 지금 보고할 숫자는 아니에요. 전체를 봐야죠.”채이는 스스로에게도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숙부의 회사라는 이유로 작게 만들지도, 그동안의 불편한 감정 때문에 크게 만들지도 말자.업체 보고서의 청구 기준을 찾자 ‘체험 완료 건당 십만 원’이라는 문구가 보였다. 전체 청구 수량은 삼천 건이었다. 채이는 삼억 원이 적힌 합계 칸을 잠시 바라봤다. 지금 확인한 세 건을 전체의 잘못으로 늘려 읽으면 안 됐다.그녀는 합계 칸에 표시하지 않았다. 대신 ‘완료 기준 확인 요청’이라고 적은 메모를 붙였다. 은정이 자료를 받아들었다.“잘했어. 어제 네 건이라고 했다고 억지로 네 건 맞출 필요 없어.”“회수 지연은 안내 개선안에 따로 반영하려고요.”“그렇게 해. 실적 오류 확인하고 고객 문제 고치는 건 같이 가도 파일은 구분해두고.”현수가 옆에서 손을 내밀었다.“운영 쪽 담당자랑 내가 통화할게. 취소 상태가 언제 전달됐는지도 봐야 하니까.”채이는 자료를 넘겼다. 일을 설명한 뒤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데도 용기가 필요했다. 자신이 다 붙잡고 있어야 한다는 버릇이 먼저 손목을 당겼지만, 이번에는 펜을 놓았다.점심 이후 유성컴퍼니의 회신이 들어왔다. 모집 캠페인과 실제 운영 시스템의 기준 시점이 달라 일부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완료 기준에 대한 질문에는 분명한 답이 없었다.은정은 채이를 불러 메일을 함께 읽었다.“기준 시점이 다르다는 설명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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