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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시댁은 청주시 남부의 교외에 위치해 있었다. 번화한 시내와 떨어져 산과 들을 등지고 지은 호화저택은 요양하기 최적인 곳이었다.

차가 서서히 정원으로 들어서자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날은 이미 저물었고 저택에서는 밝은 불빛이 새어 나왔다. 빗소리와 가족들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아늑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풍겼다.

최우미는 곱게 포장한 쿠키를 들고 나상준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 집 안에서 어린 소녀가 뛰어나오더니 앳된 목소리로 그들을 맞아주었다.

“큰아빠, 큰엄마!”

최우미는 미소 띈 얼굴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박스를 아이에게 건넸다.

“열어봐.”

아이의 눈이 반짝하고 빛나더니 환호를 질렀다.

“와! 백설공주랑 일곱 난쟁이다!”

최우미는 동화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들 취향을 고려해 동화 속 캐릭터를 닮은 쿠키를 만들어 아이에게 자주 선물하고는 했는데 여느 베이커리 전문가와 비해도 전혀 뒤쳐지지 않았다.

“마음에 들어?”

“네! 너무 마음에 들어요! 감사합니다, 큰엄마!”

“마음에 들었으면 됐어.”

가족들은 이미 모두 도착해서 최우미와 나상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늘 있는 일이었기에 지각했다고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

둘은 가족들에게 늦어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전하고 자리에 앉았다.

나상준의 할아버지인 전대 회장님은 아주 일찍 돌아가셨다고 했다. 네 아이와 함께 졸지에 든든한 가장을 잃었지만 이혜정 여사는 낙담하지 않았다. 그녀는 홀로 가장의 무게를 짊어지고 네 아이를 돌보고 회사까지 이끌었다. 하지만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회사는 점차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빚더미에 허덕이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나 회장이 사망한지 불과 3년이 되던 해에 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막내아들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남편을 잃은지 얼마 되지도 않아 자식까지 잃은 이혜정 여사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대로 주저앉는 대신, 다시 일어서서 홀로 아이들을 길러냈고 지금의 NS를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장남인 나상준의 아버지 나명덕은 슬하에 1남2녀 자식 셋을 두었는데 나상준은 막내로 귀하게 자랐다.

차남 나명석은 1남1녀를 두었고 나상준의 막내 고모인 나명희는 딸을 한 명 두었는데 해외에서 유학 중이었다.

이혜정 여사는 공부 중인 손자손녀들까지 가족모임에 꼭 참석하라고 강요하지는 않았다.

오늘도 시댁에는 이혜정의 자식들이 모두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식사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고 식사가 끝난 뒤에야 가족들은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차우미는 조카인 예은이와 놀아주었다. 아이는 유독 그녀를 많이 따랐는데 그녀도 순수하게 자신을 좋아해 주는 유일한 사람인 예은이를 무척 예뻐했다.

“예은아, 큰아버지 체스 두시는데 가서 구경 좀 하고 이따가 증조할머니랑 얘기 좀 나눠드려.”

문하은이 다가오며 자상한 얼굴로 손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체스? 큰아빠가 체스 두고 계세요?”

“그래. 예은이 큰아빠한테 체스 배우고 싶다고 했잖아? 지금이 기회야.”

“와! 그럼 저 체스 겨루는 거 보러 갈래요! 큰아빠 완전 고수잖아요!”

아이는 환호를 지르며 차우미의 품을 벗어나 나상준이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 아이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차우미도 미소를 지우고 공손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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