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강지연과 온하준의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 온하준의 첫사랑이 귀국했다. 그날 밤, 강지연은 온하준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첫사랑의 이름을 부르며 홀로 화장실에서 욕망을 해소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게 온하준이 5년째 나를 건드리지 않았던 이유구나.’ 온하준이 말했다. “강지연, 하나 혼자 돌아와 있는 게 불쌍하잖아. 나는 친구로서 도와주는 거야.” “알았어.” 온하준이 또 말했다. “강지연, 오늘 연회에는 내놓을만한 비서가 필요해. 하나가 너보다 잘할 것 같아.” “그래, 데리고 가.” 강지연이 더 이상 화내지 않고, 울지 않고, 신경을 쓰지 않을 때, 온하준이 도리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너 왜 화를 안 내?” 화가 안 나니까 내지 않았을 뿐이다. 왜냐하면 강지연은 떠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결혼은 고이다 못해 썩은 물과 같았다. 그녀는 그동안 몰래 영어 공부를 하고 시험을 보면서 유학 준비를 했다. 모든 준비가 끝난 날, 그녀는 이혼협의서를 꺼냈다. “장난하지 마. 네가 나를 떠나서 살 수 있겠어?” 강지연은 항공권을 예약하고 멀리 떠나 연락을 완전히 끊었다. 온하준이 다시 강지연의 소식을 보게 된 건, 그녀가 붉은 드레스를 입고 해외에서 전통 무용을 하는 모습이 인터넷에서 열기를 일으킬 때였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강지연, 네가 어디에 있든 꼭 잡아 오고 말 거야!”
Lihat lebih banyak지난 며칠 동안 벌어진 모든 일은 모두가 그녀를 위해 짜맞춘 하나의 꿈 같았다.그 아름다운 꿈속에서 강지연은 병든 식물이 햇빛과 비를 맞으며 다시 꽃을 피워 가듯 서서히 숨을 되찾고 있었다.그 모두 속에는 온하준도 포함돼 있었다. 어쩌면 그는 그 중심에 있었을지도 모른다.강지연은 더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대신 살짝 방향을 틀어 돌아 나왔다.잠에서 깬 홍순자는 강지연이 방에 없는 걸 보고 깜짝 놀라 밖으로 뛰쳐나왔다.사람들은 강지연과 홍순자가 아직 자고 있을 거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강지연이 사라졌다는 말에 목장 전체가 순식간에 술렁였다.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찾던 끝에 번식 구역에서 송아지를 받는 아저씨 옆에 쪼그려 앉아 있는 강지연을 발견했다.막 떠오른 햇살이 목장을 비추고 있었고 초록빛 풀밭은 금을 입힌 듯 반짝이고 있었다. 그 황금빛 속에서 강지연은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었다.“할머니, 고모, 오빠! 빨리 와 봐요. 젖소가 송아지를 낳았어요!”세 사람은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그녀의 미소를 바라보며 조용히 눈시울을 적셨다.평소엔 좀처럼 오지 않는 목장이기도 했고 강지연이 이렇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오랜만이어서 모두 이곳에서 하루 더 머물기로 뜻을 모았다.그래서 오전에는 강시우가 그녀를 데리고 말을 탔고 오후에는 목장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치즈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버터는 또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하나하나 직접 보여주었다.저녁이 되자 온종일 지칠 정도로 돌아다닌 강지연은 가족들과 함께 다시 야외에 자리를 잡았다.둥근 달이 높이 떠 있는 밤하늘 아래, 그녀는 할머니의 어깨에 기대어 목장에서 만든 시원한 요구르트를 마시며 고소한 바비큐를 먹었다.지금 이 순간이 꿈인지, 아니면 지난 모든 일들이 꿈이었는지 현실감이 뒤섞이는 기분이었다.강시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기 접시 하나를 들고 뒤쪽 숙소로 향했다.“오빠.”강지연이 불렀다.“누구 주려고요?”가로등 불빛 아래, 누군가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그 뒤 며칠 동안 강지연은 계속 바빴다. 홍순자가 이곳에서 이렇게 다채로운 생활을 하고 계실 줄은 몰랐다.물 만난 물고기처럼 할머니는 이곳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살고 있었고 아직 언어가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점만 빼면 삶은 아주 풍성해 보였다.강지연은 홍순자와 함께 강희라 회사의 상품 쇼에 참석한 적도 있었다. 그 쇼에는 홍순자의 디자인이 반영된 작품이 있었기 때문이다.홍순자는 전문적인 디자인 이론을 알지는 못했지만 해성에서 오래 살아오며 자수와 옛 장신구에 대한 지식과 감각이 몸에 배어 있었고 아이디어도 많았다.강희라는 그 생각들을 실제 제품으로 구현해 주곤 했다. 그래서 그날 쇼에서는 홍순자가 무대에 올라야 했는데 강희라는 쇼 전체를 챙기느라 바빴고 자연스럽게 강지연이 홍순자의 의상과 메이크업을 맡게 되었다.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다. 강지연은 홍순자의 드레스를 고르고 화장을 해드리고 머리를 손질했다.본인 준비까지 마친 뒤 오후에는 쇼를 보고 저녁에는 만찬까지 이어졌다. 하이힐을 하루 종일 신고 있었더니 발이 말을 듣지 않을 지경이었고 그날도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대로 쓰러지듯 잠들었다.또 하루는 강시우가 국내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제품 설명회를 준비하던 중, 예약해 두었던 사회자가 항공편 문제로 오지 못하게 되었다.결국 강시우는 급하게 그 일을 강지연에게 맡겼다. 그녀는 원고를 외우고 사전을 찾고 챗지피티까지 뒤졌다.전문 용어가 너무 많아 현국어로 번역해도 뜻이 잡히지 않는 말투성이였고 강시우가 바쁘다 보니 단어 하나하나를 전부 물어볼 수도 없었다.그날 밤 그녀는 꿈속에서도 번역하고 있었고 전문 용어와 멘트를 외우고 있었다.방 안에 퍼진 치자꽃 향기 속에서 나뭇잎 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긴장한 정도는 수능을 앞두었던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다음 날 무대에 올라서자 더 긴장됐다. 외국어로 하는 사회는 처음이었기에 오빠에게 누가 될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그날 밤에도 강지연은 집에 돌아와 머리를 대자마자 깊이 잠들었다
온하준은 밤새 한숨도 자지 않았다. 강희라와 강시우에게서 오는 신호를 놓칠까 봐서였다.강지연의 방에 치자꽃 향 디퓨저를 둔 것도 그의 제안이었고 효과는 확실했다.이제 다음 단계는 낮이었다. 강지연을 더 이상 방 안에만 두지 말고 밖으로 나가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이게 해야 했다.그래야 밤에 깊이 잠들 수 있을 테니 말이다.처음에는 춤을 추게 할 생각이었지만 강시우가 반대했다. 괜히 불편한 기억을 건드릴 수 있으니 당분간은 춤을 피하자는 거였다. 그렇게 해서 나선 사람이 홍순자였다.홍순자는 방문 앞에 잠깐 얼굴을 내밀었다가 머뭇거리며 바로 사라졌다.“할머니? 무슨 일 있으세요?”강시우가 먼저 묻고는 강지연을 향해 말했다.“내가 나가서 보고 올게.”강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뒤 강시우가 돌아오자 그녀가 물었다.“할머니 왜 그러신데요?”강시우는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아, 사과할 일이 있는데 영어로 어떻게 쓰는지 물어보시더라.”강지연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할머니가 왜 사과를 해요? 누구한테 하는 건데요?”“오늘 원래 할머니가 여기 현지 가족 몇 분이랑 약속이 있었거든.”강시우는 차분히 말을 이었다.“그런데 못 가게 돼서 디저트랑 사과 편지를 보내려고 하시는 거야.”“왜 못 가시는데요?”외국에 와서라도 할머니가 친구를 사귀고 즐겁게 지내길, 강지연은 누구보다 바라고 있었다.강시우가 잠시 말을 멈추는 순간 그녀는 모든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는 걸 알아차렸다.“할머니한테 가시라고 해요. 나 혼자 있어도 괜찮아요.”강시우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아니야. 너 때문이 아니라 할머니가 아직 혼자 나가는 걸 불편해하시거든. 원래는 엄마가 같이 가기로 했는데 급한 일이 생겼고 나도 곧 회사에 가 봐야 해서... 그래서 그냥 취소하신 거야.”강지연은 금세 상황을 정리했다. 고모도 오빠도 바빴고 할머니는 그녀를 혼자 두고 나가는 게 마음에 걸렸던 거였다.그동안 자신 때문에 집 안의 세 사람이 번갈아 곁을 지켰고 그사이 미뤄진 일들이
온하준은 더 이상 자신을 변명할 생각이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어떻게 하면 강지연의 불안을 가라앉힐 수 있을지, 최소한 마음 편히 잠을 잘 수 있게 만들 수 있을지 그 생각뿐이었다.그는 나뭇잎을 한 아름 따 와 홍순자와 강희라 그리고 강시우에게 미리 말해 두었다.강지연이 잠든 뒤 조금이라도 불안해 보이면 바로 자신에게 알려 달라고.강시우는 그의 방법이 반신반의였지만 지금은 무엇이든 해볼 수밖에 없었다.밤 열 시. 강지연이 잠든 지 겨우 삼십 분쯤 지났을 무렵이었다.집안 사람들은 혹여 그녀가 깰까 봐 숨소리조차 조심했고 발걸음도 죽였다.그런데 그때, 거리에서 갑자기 차 한 대가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지나갔다.잠들어 있던 강지연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꿈속에서 장시범의 얼굴이 끝없이 커지며 그녀를 향해 주문처럼 같은 말을 반복했다.“어떻게 갚을 거야? 내가 너를 위해 그렇게 많은 걸 바쳤는데 어떻게 갚을 거야?”가슴이 조여 오고 호흡이 가빠졌다. 바로 그 순간, 나뭇잎으로 휘파람을 부는 소리가 들려왔다.곡은 ‘아름다운 강산’이었는데 너무 못 불어서 장시범의 얼굴이 순식간에 흩어지듯 사라져 버렸다.강지연의 꿈속 풍경은 곧 연습실로 바뀌었다. 지역 대회가 열린다며 하나의 작품을 준비해야 했고 그녀가 추는 춤은 바로 ‘아름다운 강산’이었다.그런데 저 남자애들은 왜 이렇게 얄미운지. 못 불기만 하면 다행일 텐데 소리가 너무 커서 음악 소리를 전부 덮어 버리고 있었다.‘박자가 안 들린단 말이야.’강지연은 창가로 달려갔다. 해가 지는 시간, 붉은 노을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고 어디선가 치자꽃이 피었는지 향기가 밀려 들어왔다.초여름 저녁 공기에 맑은 향이 섞여 들었다.“야, 좀 그만 불면 안 돼? 음악이 안 들리잖아!”막 화를 내려던 순간,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이 든 봉지를 흔들며 말했다.“강지연, 아이스크림 먹을래?”‘쳇, 아이스크림이니까 봐준다.’나뭇잎 소리는 계속 이어졌고 음악도 함께 흘렀다. 치자꽃 향기는 열린 창을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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