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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Author: 유애
전북망은 돈을 빌리기 위해 여기저기 다 돌아다녔지만, 겨우 얻은 것이 천 냥이었다. 예물과 예금, 연회 비용까지 감당하기엔 터무니없는 금액이었다. 물론 얼굴에 철판을 깔고 좀 더 고위직을 가진 관료를 찾아간다면, 더 큰 돈을 빌릴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이제 막 떠오르는 신예, 겨우 쌓아 올린 명성을 한 번에 깎아먹고 싶지 않았다.

돈을 빌린다는 것 자체가 이미 예민하고 부끄러운 일이었다. 온 조정에 돈을 빌리고 다녔다는 소문이 나는 것보단, 자존심이 상해도 말할 데가 없는 송석석한테 빌리는 것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쯤이었다.

멀리서 막내 동생 전북삼이 말을 타고 다급히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형님, 빨리 집으로 돌아오셔야 할 것 같아요. 어머니가 형수님 때문에 화가 나서 쓰러지기 직전이에요.”

또 송석석의 이름이 나오자, 전북망은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이번엔 또 무슨 일인데 그러냐?”

전북삼이 답했다.

“형수께서 어머니의 치료를 막은 것 같아요.”

전북망은 그게 왜 큰 일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수도에 의사가 단신의 뿐이더냐? 단신의가 진료를 거절했으면, 다른 의원을 찾으면 될 거 아니냐? 정 안되면 태의(太醫: 황실 의원)라도 불러오도록 하마.”

하지만 덕분에 그는 다시 한번 송석석이 얼마나 지독한 여자인지 알게 되었다. 어머니의 병을 빌미로 협박하려는 속셈인게 분명했다. 이방이었으면 절대로 쓰지 않을 계략이었다.

전북망의 반응에 다급해진 것은 전북삼이었다.

“형님, 그렇게 간단히 해결될 문제면 제가 여기까지 찾으러 오지도 않았어요. 형님이 출정하고 얼마되지 않아 갑자기 어머니의 병이 악화되었는데, 그때 이미 형수님이 태의까지 불렀었어요. 하지만 결국 해결되지 않자, 단신의까지 오게 된 거예요. 단신의의 약이 없다면 어머니는 진작에 돌아가셨을지도 몰라요.”

그 말을 듣자, 전북망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정말이냐? 송석석이 어머니의 목숨을 담보로 날 협박하려 작정한 모양이구나.”

전북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폐하께 교지 철회를 요청했는데, 거절당하자 이 방법을 쓴 게 분명해요. 정말 치가 떨리네요.”

전북망은 곧바로 말을 타고 문희거로 돌아왔다. 명색이 장군, 굳게 닫쳐 있던 문희거의 문은 그의 발차기 하나로 단번에 열리고 말았다.

송석석은 마침 연잎밥을 먹고 있었는데, 보주가 직접 재료까지 채집해 만든 매우 정성스러운 음식이었다.

분노한 전북망은 사정을 봐주는 것도 없이 식탁을 뒤엎었다. 음식을 담긴 그릇들이 허공을 가르며 처참히 바닥에 부서졌다.

“송석석!”

전북망이 이를 갈며 말했다.

“언제까지 이럴 작정이야? 얼마나 더 소란을 피워야 만족하겠어?”

“보주야!”

하지만 송석석은 전혀 동요하는 것 없이 바닥에 떨어진 음식만을 바라봤다. 보주가 힘들게 그녀를 위해 준비한 음식인데, 아까웠다.

“일단 깨진 그릇부터 치우고, 밖에 나가 있거라. 잠시 장군이랑 둘이서만 얘기 좀 할게.”

보주는 송석석의 말대로 빗자루로 깨진 그릇과 음식들을 치운 뒤, 밖으로 나갔다.

그제야 송석석은 전북망을 바라보며 물었다.

“단 백부님 때문입니까?”

전북망이 날카롭게 갈린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군! 당신이 단신의의 출입을 금한 거 아니오!”

송석석이 아름다운 얼굴로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말에 반박했다.

“뻔뻔하다니, 제가요? 단 백부님이 치료를 거부할 정도로 똑바로 처신 못한 것은 장군님 식솔들입니다.”

전북망이 차갑게 말했다.

“어디서 모른척은! 이방과 내 혼인을 막기 위해 부린 수작임을 누가 모를 줄 압니까? 참으로 비열하오! 송석석, 똑똑히 들으시오. 이방과 혼인을 못 올리게 되더라도, 난 절대로 당신에게 마음을 주지 않을 거요. 당신은 정말 혐오스럽고 역겨운 여인이오. 처음부터 그대의 본성을 알았더라면, 절대 당신과 혼인하지 않았을 텐데. 내가 정말 사람 보는 눈이 없었오.”

그러자 송석석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럼 왜 바로 내치지 않으셨습니까?”

전북망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놀라 되물었다.

“뭐라하셨오?”

송석석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똑바로 그를 마주보았다.

“그렇게 싫으면 바로 내치면 되지, 왜 그냥 두십니까? 이방 장군을 연모한다면서요? 그런데 왜 굳이 방해물밖에 안 되는 저를 내치지 않느냐 이 말입니다.”

“그건….”

전북망은 당혹스러웠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송석석이 냉소가 가득 담긴 얼굴로 한 발 그를 향해 내디뎠다.

“왜요? 명분이 부족합니까? 질투가 많고 부모님을 공경하지 않으며, 아이도 없는 데다가 악독하기까지, 장군님의 말대로라면 모두 저에게 해당되는 얘기 아닙니까? 이 정도로는 충분히 내칠 명분이 충분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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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29)
goodnovel comment avatar
정명아
광고보고 우연히 몇소절 읽고 재미있어 계속읽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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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희
재미잏어서 계속 보고 싶어요
goodnovel comment avatar
장나리
재밌어서 다음편이 궁금합니다 어케하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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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659화

    송석석은 모두가 무사히 빠져나간 것을 확인한 후, 불길이 좀 더 번지기를 기다리고 나서야, 경공을 사용해 양식 창고로 날아갔다.대부분 사람들이 불을 끄러 갔음에도 불구하고, 양식 창고는 가장 중요한 장소인 만큼 여전히 수십 명의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산골 주민 복장을 한 송석석을 보고 다가오려 했다.그러자 송석석은 곧장 들고 있던 기름통을 들어 올리며 서경 말로 크게 외쳤다.“불이야! 불!”그녀는 이렇게 외치며 동쪽 화재 지점으로 달려갔는데, 누가 봐도 불을 끄러 가는 듯한 모습이었다.마침 인근 백성들도 불을 끄기 위해 몰려오고 있었기에, 맨 앞줄을 달리는 송석석이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았다.화재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두꺼운 천으로 불을 덮는 사람, 물통을 들고 뛰는 사람, 모래를 퍼붓는 사람 등 각양각색의 방법이 총동원되었다.하지만 화력이 강했기에, 불길이 양식 창고로 번지는 것을 막는 건 쉽지 않았다.송석석은 기름통을 든 채 인파 사이를 뛰어다니다가 틈을 노려 병사들을 피해 양식 창고 안으로 잠입했다.창고 안에는 양식이 마대자루에 담겨 산처럼 쌓여 있었는데, 양만 봐도 수란석이 성릉관을 반드시 함락시키겠다는 결의를 짐작할 수 있었다.송석석은 양식 더미에 기름을 끼얹은 뒤 불씨를 던졌다. 그런데 그 순간, 등 뒤에서 발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거기 멈춰!”송석석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렇게나 빨리 들켰단 말인가?하지만 불길이 이미 치솟는 것을 본 그녀는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었다. 곧바로 도망칠 준비를 하고, 수비병들과 한판 붙을 각오로 탈출할 기회를 노리며 손에 채찍을 쥐었다.하지만 두 발짝 채 뛰기도 전에 놀란 듯 도망쳐 들어오는 이방을 보았다.송석석은 당황했다. 모두 도망쳤던 게 아니었나? 설마 다시 잡혀온 건가?주변을 재빨리 둘러봤지만 이방 외엔 아무도 보이지 않았는데, 수비병들은 무려 열댓 명이나 뒤따라 들어오고 있었다.송석석은 전투 태세로 전진함과 동시에 채찍을 휘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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