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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Author: 정대천
서 씨는 이때 몹시 수척해 보였다. 얼굴빛은 창백했고 기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떠날 때만 해도 멀쩡했는데 고작 스무 날 남짓한 사이에 어찌 이 지경이 되었단 말인가?

서 씨에게는 자식이 둘뿐이었다. 하지만 딸 하나는 황명을 기다리며 남은 인생을 몇몇 환관들과 함께 보내야 할 처지가 되었고, 유일한 아들 또한 중풍에 걸렸다.

서 씨는 윤서원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하녀들에게서 한마디 전해 들었을 뿐이었다. 그녀는 눈을 붉힌 채 신수빈을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

“이 망조 든 년아! 집에 들어온 지 며칠이나 됐다고 윤 가를 이렇게 뒤흔들어 놓는 것이냐! 게다가 내 아들까지 병들게 하고, 서화의 뱃속 아이까지 잃게 만들고도 살아남을 줄 알았느냐? 오늘 내가 너 같은 천한 년을 가만두지 않겠다!”

서 씨는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손을 치켜들어 내리치려 했다. 그 순간 금자와 은보가 앞으로 나서며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서 씨는 두 사람을 향해 더욱 거칠게 악을 썼다.

“이 천한 계집종들이 감히 나를 막아서는 것이냐?”

그때 큰 마님이 지팡이를 바닥에 세차게 내려쳤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낮고 엄한 음성이 울렸다.

“이제 그만하지 못하겠느냐? 집안이 이만하면 충분히 어지럽지 않으냐!”

그제야 서 씨는 더 이상 소리를 지르지 못하고 흐느끼며 울기 시작했다. 그 눈물이 윤서령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윤서원을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큰 마님의 시선이 신수빈의 배로 옮겨 갔다.

그녀는 가느다란 허리와 옷차림 덕분에 배가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회임한 기색은 분명히 보였다.

“이 일은 본래 네 잘못이 아니니 스스로를 탓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이제 몸에 아이도 있으니 마음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 몸부터 잘 돌보거라.”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둘 신수빈의 배로 쏠렸다. 과연 아랫배가 살짝 불룩해져 있었다.

그때 호위들이 들것을 들고 와 마차에서 윤서원을 내려놓았다. 그가 하반신이 마비되었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심각할 줄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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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188화

    그는 알고 있었다. 부엌에서 제멋대로 차려 준 음식이 아니라는걸. 분명 그녀가 따로 일러 두었을 터였다.윤수혁은 곁들여 나온 반찬과 함께 국수 한 그릇을 빠르게 비웠다. 배가 부르자 온몸이 한결 풀리는 듯했다.“더 있느냐?”그가 올려다보며 묻자 부엌에서 온 이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그가 마치 산해진미라도 먹은 듯한 표정으로 국수를 비우는 걸 보고는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있습니다, 있습니다. 바로 가져오겠습니다.”배를 든든히 채운 뒤 윤수혁은 몸을 날려 지붕 위로 올라갔다. 기와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둥근 달빛이 쏟아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의 시선은 창란원을 향했는데, 등불은 이미 꺼져 있었다. 아마 이미 잠자리에 들었을 것이다.윤수혁은 창란원 주변에 어른거리는 그림자들을 가만히 살폈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거리. 창란원 안으로는 들어오지 않되 분명히 밖에서 그녀를 지키고 있었다. 게다가 두 무리가 번갈아 가며 교대하기까지 했다.그 순간, 윤수혁의 머릿속에 역관에서 자신을 뒤쫓아 나오던 그 인물이 떠올랐다. 움직임이 극히 날쌔고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던 자였다. 그를 떼어내기까지 적잖은 수고가 필요했었다.윤수혁의 눈빛이 점점 깊어졌다.춘진각 동쪽 익실에서 그녀는 몸을 낮추기까지 하며 사내 앞에서 온갖 정성을 기울이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 역시 전부 이도현의 심복일 것이다.윤수혁은 한참을 더 바라보다가 지붕에서 내려와 방으로 돌아갔다.이튿날 아침, 그는 몸을 씻고 옷을 단정히 갈아입은 후 큰 마님의 처소로 문안 인사를 드리러 갔다. 그녀의 뜰에 이르렀을 때 마침 막 도착한 신수빈을 마주쳤다.큰 마님은 몸이 편치 않아 기상이 늦은 터라 두 사람은 마당에 서서 기다렸다.윤수혁은 신수빈한테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한편, 그녀는 그에게서 불어오는 아주 옅은 비누풀 향을 맡았다. 맑고 산뜻한 향기였다. 윤수혁은 여느 세가 자제들처럼 향을 쓰는 습관이 없었기에 옷에는 늘 비누풀로 빨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187화

    평양후가 초빙한 명의는 곧 경성에 도착했다. 그는 윤서원의 병세를 상세히 묻고 난 뒤 바로 침을 놓기 시작했다.신수빈이 옆에서 한마디 물었다.“제 서방님의 병은 언제쯤 호전될 수 있을까요?”명의의 손놀림은 매우 빨랐다. 그는 침을 놓는 것과 동시에 신수빈의 물음에도 답해 주었다.“그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매일 침을 놓으면… 보름 후에는 손발을 들 수 있을 것이고 한 달 뒤면 침상에서 내려올 수 있을 거예요. 이후에는 거동이 다소 불편할 수 있으나 세자께서는 연세가 젊으시니 완전히 회복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그의 말에는 자신감이 가득 실려 있었다. 신수빈은 그 말을 듣고 곁에서 옅게 미소 지었다.“그렇다면,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명의께서 수고가 많으십니다.”침을 모두 거둔 뒤, 신수빈은 사람을 시켜 명의를 별채로 모시고 휴식을 취하게 했다.동쪽 별채에는 이제 그녀와 윤서원만이 남았다.“들었지요? 명의께서 말씀하시길, 한 달 뒤면 침상에서 내려올 수 있고 어쩌면 완전히 회복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마음이 꽤나 후련하시겠네요.”신수빈은 이내 침상 곁으로 다가가 작은 함 하나를 꺼냈는데, 그 안에는 역시 한 벌의 은침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며칠 전, 어떤 의원에게 침술 하나를 배웠습니다. 방금 그 명의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분이 다스려 놓은 경맥을 망가뜨리는 데에는 충분할 거예요.”윤서원은 눈을 부릅뜨고 신수빈이 은침 하나를 집어 그의 머리를 향해 가져오는 모습을 그저 가만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공포에 찬 그의 시선은 마치 독을 머금은 듯했다. 자신이 찔린 혈자리가 어디인조차 알 수 없었다.그저 머리가 터질 듯 아파 왔고 참기 어려운 고통에 온몸이 떨렸다. 입에서는 흐느끼는 소리가 새어 나왔지만 그 어떤 애원도 신수빈을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신수빈은 그의 불에 데인 팔에 감겨 있던 붕대를 풀었다. 약을 잘 발라 두었던 덕에 상처는 이미 다소 호전된 상태였다.그녀는 가볍게 웃고는 화석을 집어 촛불을 밝혔다. 불빛이 이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186화

    그녀들 역시 모두 딸을 둔 엄마였다. 그런데, 지금 윤서령 하나 때문에 부내의 모든 규수들이 혼처를 잃은 셈이 되었으니, 원망이 얼마나 깊겠는가? 그들은 속으로 이를 갈며 그녀를 미워하고 있었다.이제는 사람이 죽었어도 소용이 없었다. 딸들을 좋은 집안에 시집보내는 일은 더 이상 기대조차 할 수 없게 되었으니 말이다.나란히 자기 처소로 돌아가는 길에 셋째 마님이 둘째 마님을 힐끗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요즘 집안이 어찌 된 건지 영 불안하기만 하네요. 조만간 절에 가서 제대로 한 번 빌어야겠습니다.”둘째 마님은 예전에 신수빈에게 크게 한 번 당한 기억이 있어 그 말을 듣자마자 냉소를 흘렸다.“뭐긴. 집에 화근이 들어온 게지. 그 신 씨가 문에 들어선 뒤로 집안에 제대로 된 일이 하나라도 있었는가?”그러자 셋째 마님이 깜짝 놀라며 그녀의 소매를 잡아당겼다.“그런 말은 함부로 하시면 안 됩니다! 지금 신 씨는 일품 고명이고, 배 속에는 세자의 유일한 아이가 있습니다. 장차 이 후부를 물려받을 아이인데 괜히 그녀에게 밉보였다가는 우리만 손해입니다.”둘째 마님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분통을 터뜨렸다. 신 씨 앞에서는 감히 욕을 못 했지만 말이다. “뭐가 그렇게 무서운 겐가?! 원이가 이렇게 된 마당에 다시 일어설 리도 없고, 몇 해나 더 살지도 모를 일이네. 신 씨는 그저 여기 남아서 생과부로 늙어 가는 게지! 게다가 배 속의 아이가 무사히 태어날지도 미지수고. 설령 태어난다 해도 딸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럼 이 후부의 주인이 누가 될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네!”셋째 마님은 둘째 마님보다 한 수 더 계산이 빠른 사람이었다. 그녀는 그 말을 듣고 곧장 화제를 틀었다.“설령 배 속 아이가 딸이라 해도 대방에는 아직 수혁 도련님께서 계시잖습니까. 엄밀히 따지면 그가 적장자이기도 하고요.”그 말에 둘째 마님의 얼굴에 경멸이 스쳤다.“그 애? 체면이라는 걸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그 애에게 가업을 물려주지는 않을 것이네. 이 씨 집안의 일은 족로들조차 입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185화

    그의 두 눈에 공포가 스며드는 것이 보였다. 촛불의 열기가 살을 파고들수록 눈동자 속의 고통은 급격히 짙어졌다. 얼굴은 일그러지고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달아나고 싶어 몸부림쳤지만, 한 치도 움직일 수 없었다.반면, 신수빈의 눈은 여전히 깊은 연못처럼 고요했다. 그가 고통 속에서 발버둥 치는 모습을, 두려움에서 증오로, 그러다 다시 애원으로 변해 가는 표정을 그녀는 한순간도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바라보고 있었다.“아파요?”그녀의 목소리는 다정한 부인처럼 극히 부드러웠다. “분명 몹시 아플 거예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가장 잘 알거든요. 불에 타는 고통은… 태어난 걸 후회하게 만들고 차라리 이 살과 가죽을 모조리 벗겨 내고 싶게 하거든요. 그런 고통을 저와 연우는 꼬박 일곱 해를 견뎌야 했어요.”신수빈은 고개를 숙여 그를 내려다보았다. 겉으로는 웃는 듯했으나 눈동자 깊은 곳에 검고 짙은 냉기가 고여 있었다.“한데 서방님께서 느끼는 이 정도의 아픔이 뭐가 대수라고 그러십니까?”전생에서 그녀는 죽은 뒤에도 벗어나지 못했다. 쇄혼루의 멸령화진은 육신을 떠난 뒤에도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고 혼백마저 날마다 불에 그슬리듯 고통받았다. 그의 팔 전체가 촛불에 그을려 새까맣게 변했을 즈음에서야 신수빈은 비로소 촛대를 치웠다.“걱정 마세요. 저는 서방님을 죽이지 않을 거예요. 후부께서 또다시 명의를 불러오셨다지요. 중풍과 반신불수를 가장 잘 다룬다는 분이라 들었어요. 저도 아는 의원인데 제법 수완이 있습니다. 완전히 회복시키지는 못해도 말을 하게 하고, 걷게 만드는 정도는 어렵지 않다더군요.”그러자 윤서원의 고통에 찬 눈동자 속에서 희망의 빛이 번뜩였다. 하지만 신수빈은 곧바로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한데 제가 있는 한 서방님께서 말을 하게 두지는 않겠지요. 침상에서 내려와 걷게 두겠느냐 말입니다? 지금은 하인이 부주의로 촛대를 엎질러 서방님께 화상을 입힌 것처럼 꾸미면 되겠네요. 부인이 된 제가 서방님을 곁에서 직접 모셔야 할 테니까요. 병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184화

    태후는 마음이 아픈듯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이 일은 너와 오라버니께서 알아서 결정하거라. 나는 피곤하니 이만 돌아가겠다.”최 씨는 태후의 마음이 편치 않음을 알고 더는 머물지 않았다. 그녀는 예를 올린 뒤 서난각을 나섰다.요 며칠, 신수빈은 큰 오라버니에게서 전갈을 받았다. 형수가 얼마 전 딸을 낳았는데 신수빈을 쏙 빼 닮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름은 유진이라 지었고, 내년쯤 아이가 조금 더 자라면 경성으로 데려와 보여 주겠다고 했다. 전생에서 신수빈은 그 작은 조카를 끝내 보지 못했고 집으로 온 편지로만 그 소식을 전해 들었을 뿐이었다.신수빈은 후한 예물을 마련했다. 그러나 신 가가 보지 못했을 물건이 어디 있을까 싶어서, 결국 손수 아이의 작은 옷과 백복으로 감싼 포대기를 지어 예물과 함께 항주로 보냈다.그 소식을 듣고 신수빈은 며칠이나 마음이 들떠 있었다. 다만 윤 가의 분위기가 지금은 잿빛이었으므로 사람들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표정을 숨겨야 했다.윤서원은 지금 요양 중이었는데, 의원이 몇 차례나 바뀌었지만 여전히 차도는 없었다. 하나같이 모두 때를 놓쳤다고만 할 뿐이었다.그 탓에 윤 가 안팎에서는 주서화에 대한 원망이 더욱 짙어졌다. 특히 서 씨는 사정을 모두 알게 된 뒤로 날마다 주서화의 거처를 찾아가 고함치며 매질을 했다. 본래 서 씨는 금족을 당했으나 자식들로 인한 충격에 정신이 온전치 않아 더는 제지하는 이도 없었다.“불이야!”그날 밤, 신수빈이 잠자리에 들려던 찰나, 바깥에서 누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내원의 노복들과 시녀들이 이내 우르르 밖으로 달려나갔다.신수빈도 창을 열어 확인해 보았는데, 동쪽 하늘에 검붉은 연기가 치솟더니, 불길이 번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그녀는 창틀을 꽉 움켜쥔 채, 하늘 한쪽이 붉게 타오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곧 금자가 달려 들어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마님, 윤서령 아가씨의 마당에 불이 난 것 같습니다! 한데… 불길이 너무 세서 아무도 들어가지 못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183화

    정양왕비 최 씨는 태후의 말을 듣는 순간, 그 뜻을 곧바로 알아차렸다.“신첩이 돌아가 왕야와 상의한 뒤, 문화를 향해 서신을 보내겠습니다.”태후는 짧게 응답했다. 그녀의 눈에는 이미 싸늘한 기운이 어려 있었다.정양왕비는 오늘 이곳에 온 본래의 목적을 떠올리며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태후께서 요 며칠 크게 편찮으셔서 바깥 사정을 잘 모르실 듯하여 말씀드리는 것입니다만, 섭정왕의 새 총애가 요즘 몹시 기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섭정왕께서 직접 그녀를 데리고 유람을 나가셨는데 수레와 말이 화려하여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고 합니다.”그 말에 태후는 잠시 굳어버렸다.“새 총애라니…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전부터 행궁에 머물던 진 씨 성을 가진 여인이요. 이름은 하빈이라 하더군요. 섭정왕의 후원에 들자마자 극진한 총애를 받았고 그 일로 섭정왕께서 이틀이나 조회를 파하셨습니다.”태후는 익숙한 이름에 곧바로 기억해 냈다. 마구간에서 열린 마상 구경 자리에서 그 여인을 본 적이 있었다. 용모가 매우 빼어났고 몸매 또한 수려했다.태후의 마음은 한층 더 가라앉았다. 신 씨 하나만 해도 마음이 불편했는데, 이제는 또 다른 진 씨 여인이 생겨 이렇게 떳떳하게 그의 곁을 지키고 있으니 생각할수록 가슴이 욱씬거렸다.역시 세상 사내들은 다 한결같았다. 누구나 좌우에 여인을 거느리고 싶어 했다. 최 씨는 태후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울해 있는 것을 보고는 조심스레 위로의 말을 건넸다.“섭정왕께서는 지금 천하의 무게를 홀로 짊어지고 계십니다. 조정의 관원 임면과 군정의 조율 모두 그 분의 손에 달려 있지요. 비록 지금은 충심에 조금도 어긋남이 없어 보이지만… 이처럼 지존의 권세를 쥐고 있는데,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습니까? 만약 섭정왕의 곁에 우리 사람을 두어 때때로 말 한마디씩 건넬 수 있다면 섭정왕 또한 신하로서의 분수를 잊지 않을 것이며, 태후께서도 섭정왕의 정무 판단과 내택의 사정을 수시로 알 수 있으실 것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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