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방금 계산해 봤는데 하지율이 코너를 통과할 때마다 연정미보다 2초 정도 빨라!”“2초라고, 무려 2초!”“저렇게 빨리 따라잡네. 이건 그냥 압도적인 차이잖아!”“확신하는데 오늘부터 하지율이 내 여신이야!”“너무 일찍 좋아하지 마. 아직 결승선도 안 지났어. 누가 이길지는 모르는 거잖아.”“그렇게 네 연정미 여신이 이길 거라고 믿으면... 우리 내기할래?”“네가 이기면 내가 얼마 전에 튜닝한 새 차를 줄게.”“내가 이기면 네가 얼마 전에 산 새 차 나 줘. 어때?”승부는 아직 모른다고 큰소리치던 사람은 순식간에 입을 다물었다.후반부 코스는 구불구불한 데다 난도가 매우 높았다.연정미가 연달아 3개의 코너를 지난 뒤 룸미러를 확인하자 어느새 하지율의 차가 바로 뒤까지 따라와 있었다.너무 가까웠다.이러다가는 다음 코너에서 분명 추월당할 것이다.이제 연정미도 더 이상 침착한 척할 수 없었고 얼굴에 짙은 불안과 억울함이 번졌다.기술만 놓고 보면 하지율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걸 연정미도 알고 있었다.하지율은 코너를 통과할 때 시간을 낭비하는 움직임이 거의 없었고 그만큼 속도가 압도적으로 빨랐다.기술로 하지율을 이길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을 써야 했다.연정미는 이를 악물었고 지금으로서는 하지율의 앞을 막아 추월하지 못하게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가능하다면 하지율의 차가 통제력을 잃고 사고까지 나서 다시는 자신을 추월하지 못하게 만들면 더 좋았다.그런 생각이 떠오르자 연정미의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연정미는 갑자기 차를 틀어 하지율의 앞을 막았다.하지율이 왼쪽으로 움직이면 자신도 왼쪽으로 갔고 하지율이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곧바로 오른쪽으로 갔다.몇 번이나 같은 식으로 움직이자 실제로 하지율의 차를 뒤에 묶어 둘 수 있었다.‘10분만 더 버티면 내가 이겨!’점차 하지율을 응원하기 시작한 관중들은 그런 모습을 보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설마 하지율... 저대로 뒤에 갇히는 거 아니야?”“연정미... 저건 고의로 길을 막는 거잖
하지율의 차가 모습을 드러내자 현장은 순식간에 술렁였다.사람들은 더 이상 뒤쪽 충돌 사고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일제히 하지율과 연정미의 승부에 시선을 돌렸다.여러 차가 뒤엉키고 충돌하는 장면도 자극적이긴 했지만 어쨌든 이곳은 레이싱 경기장이었다.결국 중요한 건 실력이었다.그런데 처음부터 얕잡아봤던 하지율이 그렇게 큰 격차를 뒤집고 따라붙는 모습을 보자 모두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미쳤어. 이게 무슨 일이야? 하지율이 어떻게 따라온 거야? 연정미가 봐준 거 아니야?”“아니면 뒤에 있는 애들이 못 따라올 거라 생각해서 연정미가 대충 달린 건가?”“됐어. 그만 쉴드 쳐. 화면에 속도가 계속 뜨고 있었잖아.”“연정미는 봐준 적도 없고 대충 달린 것도 아니야. 오히려 방해하는 차가 없어서 평소보다 더 빠르게 달렸어.”“그냥 인정해. 하지율이 연정미보다 잘하는 거야.”“운빨이었다고 해도 오히려 운이 좋은 쪽은 연정미잖아?”“맞아. 아까 그 난장판에도 연정미는 전혀 휘말리지 않았잖아. 하지율은 차 여러 대에 한참이나 포위당했어.”연정미의 팬들과 지지자들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때 누군가 핵심을 짚었다.“잠깐, 그럼 아까 성휘재랑 다른 선수들이 체면까지 버려 가면서 하지율을 막은 게 혹시 연정미한테 우승을 안겨 주려고 그런 거 아니야?”“그럴 수도 있겠는데?”“하지율이 진짜 그렇게 못했다면 굳이 떼로 막을 이유가 없잖아.”“10분 먼저 출발하게 해 줘도 못 이길 정도였다면 말이야.”“그런데 지금은 반대네. 연정미가 한참 먼저 달렸는데도 거의 따라잡히고 있잖아.”차 안의 연정미에게는 관중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하지만 한 코너를 돌던 순간, 연정미는 무심코 룸미러를 확인했다.그 순간, 연정미는 숨이 턱 막혔고 눈동자에 믿기지 않는 기색이 떠올랐다.헬멧만 아니었다면 눈을 비벼 보고 싶었다.뒤에서 따라오는 차는 분명 하지율이 선택한 추풍이었다.‘분명 이렇게까지 큰 차이로 따돌렸는데 대체 하지율은 어떻게 여기까지 따라온
이번 하지율과 주용화의 승부는 성휘재 때문에 완전히 망가진 셈이었다.그때 하지율이 다시 물었다.“제가 도와드릴까요?”그러자 주용화가 대답했다.“괜찮아요. 이 정도 인원은 한 손가락으로 상대해도 남아요. 지율 씨는 먼저 가세요. 저는 이 사람들이랑 조금 더 놀다가 갈 테니까요.”하지율이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주용화는 태연하게 대답했다.“연정미 씨는 이미 한참 앞서갔어요. 지율 씨가 연정미 씨를 따라잡으면 이번 승부는 하지율 씨가 이긴 걸로 하죠. 설마 연정미 씨한테 지는 건 아니겠죠?”말을 마친 주용화는 그대로 무전을 끊었다.다음 순간, 하지율은 주용화가 차를 후진해 방향을 돌리더니 그대로 성휘재 쪽을 향해 거칠게 돌진하는 모습을 보았다.그러자 성휘재는 기겁하며 미친 듯이 핸들을 꺾어 피했다.정통으로 한 번 더 들이받히면 차가 정말 폐차 처리가 될지도 몰랐다.그 모습을 본 하지율은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더 이상 머물지 않고 액셀을 밟아 연정미를 뒤쫓았다.연정미는 뒤쪽에서 큰 소동이 벌어진 걸 알고 있었지만 차를 멈출 생각은 전혀 없었다.그냥 모르는 척하면 그만이었고 저런 일에 괜히 끼어들었다가는 득보다 실이 컸다.괜히 골치 아픈 일에 엮이는 데다가 어느 한쪽의 미움을 살 수도 있었다.무엇보다 성휘재와 주용화, 둘 중 누구도 연정미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두 사람이 앞으로 얼마나 원수가 되든 그건 자신이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일단 1위를 차지하고 하지율부터 이기는 게 우선이었다.뒤쪽이 완전히 난장판이 된 이상 연정미가 1위를 차지하는 건 거의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다.그렇다고 연정미는 방심하지는 않았다.이렇게까지 멀리 앞서 나간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따라잡히기라도 한다면 앞으로 이 바닥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이곳은 철저히 실력과 성적으로 말하는 세계였다.그렇다면 연정미도 결과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야 했다.연정미는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신중하게 계속 달렸다.뒤에서 벌어진 난투는
‘혹시 주용화한테 들이받혀 크게 다친 건 아닐까.’만약 성휘재가 중상을 입기라도 했다면 성씨 가문부터 연정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애초에 주용화를 이곳으로 데려온 사람이 바로 연정미였기 때문이다.그런 생각이 들자 연정미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곧바로 주용화에게 연락하려던 순간, 오히려 주용화 쪽에서 먼저 무전이 들어왔다.연결하자마자 연정미가 다급히 물었다.“용화 씨, 뒤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왜 차들이 부딪힌 거죠?”그러자 주용화가 대답했다.“저야말로 묻고 싶은데요. 제 차의 브레이크가 왜 말을 안 듣는 거죠?”연정미는 그대로 표정이 굳었다.“뭐라고요? 브레이크가 고장 났다고요?”“네. 브레이크가 안 듣는데 성휘재랑 그 일행이 길을 꽉 막고 있었으니 부딪힐 수밖에 없었죠.”그러다가 주용화는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물었다.“연정미 씨, 이 레이싱 클럽에 성휘재도 지분이 있죠?”연정미가 무심코 대답했다.“네. 그래서요?”주용화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저는 지금 성휘재가 제 차에 손을 대서 일부러 저를 죽이려 했다고 강하게 의심하고 있어요.”“연정미 씨가 오늘 이 일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 주지 못한다면 저도 더는 연정미 씨의 체면을 봐드릴 수 없겠네요.”조금 전까지만 해도 성휘재는 주용화가 미친 듯이 차를 들이받는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주용화가 브레이크가 고장 났다고 말했다.지금은 연정미도 경기를 달리는 중이었다.갑자기 사고가 연달아 터지자 평소 침착한 연정미조차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혹시 뭔가 오해가 있는 거 아닐까요? 휘재 오빠와 용화 씨 사이에는 원한도 없는데 굳이 차에 손을 댈 이유가 없잖아요.”그러자 주용화가 말했다.“그건 모르죠. 경기 시작하기 전부터 성휘재가 뜬금없이 사고가 나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자고 했잖습니까?”“사람 목숨을 노릴 생각이 없는데 왜 그런 말을 먼저 꺼냈겠어요? 게다가 원래는 저와 하지율 씨 둘이서 경기하려던 거였잖아요.”“성휘재 씨가 굳이
“휘재야, 빨리 좀 도와줘. 이 자식의 차가 내 차 뒤를 계속 들이받고 있어. 아무리 해도 못 떼어 내겠어... 다음 구간은 길이 좁아. 이대로 가다간 산 아래로 밀려 떨어질 수도 있어!”성휘재는 주용화가 이렇게까지 미친 듯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성휘재는 곧바로 주용화의 무전 채널에 접속해 소리쳤다.“이 미친놈아, 당장 멈춰!”하지만 주용화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아예 무전을 끊어 버린 채 본격적으로 들이받기 시작했다.남아 있던 선수들은 주용화가 그렇게 거침없이 차를 몰아붙이는 걸 보자 더는 대형이고 뭐고 신경 쓸 겨를이 없었고 겁에 질린 채 뿔뿔이 흩어져 달아나기 바빴다.처음에는 각자 타고 있는 차량 성능이 훨씬 좋으니 저런 위험한 차를 금세 따돌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절망스럽게도 충돌에 강한 것 말고는 딱히 뛰어난 성능도 없는 주용화의 차를 도무지 떨쳐 낼 수가 없었다.순식간에 성휘재의 무전기에서는 동료들의 비명과 구조 요청이 끊임없이 쏟아졌다.“휘재야, 이 자식은 완전 미친놈이야! 빨리 좀 도와줘. 계속 이러다가는 차가 완전히 망가지겠어!”“휘재야, 호영이랑 진호가 위험해 보여. 나도 뒤로 돌아가 봐야겠어!”고작 몇 분 만에 경기는 완전히 아수라장이 됐고 성휘재도 더는 하지율을 신경 쓸 수 없었다.성휘재는 곧바로 차를 돌려 주용화 쪽으로 달려갔다.한편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평온한 사람은 오히려 연정미였다.연정미는 출발 직후부터 좋은 위치를 잡았고 이 코스에도 이미 익숙했다.연정미는 경기 운영 계획까지 미리 세워 둔 상태였고 후반부에서 본격적으로 속도를 끌어올릴 생각이었다.처음에 하지율의 출발이 느린 걸 봤을 때, 연정미의 눈에는 은근한 비웃음이 스쳤다.‘아마도 내가 레이싱을 한다는 걸 알고 하지율도 며칠 급하게 배운 모양이네.’하지만 레이싱은 재능만 믿고 며칠 배운다고 되는 종목이 아니었다.연정미도 레이싱을 시작한 지 벌써 5년이 넘었다.초반 몇 년 동안은 그저 자신의 가치를 높여 줄 취미 정도로
차들이 고속으로 달리고 있던 터라 주용화에게 한 번 들이받힌 것만으로도 성휘재의 차는 하마터면 통제력을 잃을 뻔했다.다행히 성휘재의 운전 실력이 워낙 뛰어나 재빨리 차를 잡았고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하지만 충격은 고스란히 남았다.레이싱카의 후미등은 깨졌고 차 뒤쪽은 움푹 찌그러졌으며 도장까지 벗겨졌다.성휘재는 가슴에서 피가 나는 기분이었다.성휘재는 차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이었고 레이싱카라면 정말 아내보다도 중요했다.특히 지금 타고 있는 차는 가장 아끼는 차량으로 수많은 우승을 함께한 존재였기에 평소에도 손수 꼼꼼히 관리하며 애지중지했다.성휘재는 워낙 실력이 뛰어났기에 지난 몇 년 동안 다른 차와 부딪히거나 사고를 낸 일도 거의 없었다.그런데 주용화가 인정사정없이 차를 들이받자 성휘재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다.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곧 두 번째, 세 번째 충돌이 연이어 이어졌다.경기를 지켜보던 관중들도 일제히 얼어붙었다.“이... 이건 뭐 하는 거야? 레이싱 경기 아니었어? 범퍼카 경기였나?”“성휘재의 차를 들이받다니... 저 사람 미친 거 아니야?”“너무하잖아! 어떻게 서광을 저렇게 박아?”“일부러 상대 차량을 들이받는 건 반칙이잖아! 저 사람을 실격시켜야 하는 거 아니야?”“그러고 보니 나 아까 하지율만 보고 있었는데 저 차는 누가 운전하는 거야?”“잠깐만, 이번 경기는 개인전이 아니었어? 성휘재랑 다른 선수들이 한꺼번에 차 한 대를 포위한 것도 반칙 아닌가? 게다가 프로 선수들이 떼로 여자 한 명을 막는 건 좀 보기 안 좋잖아.”“성휘재가 직접 나서서 저러는 건 확실히 모양 빠지긴 하네. 그래도 반대로 생각하면 하지율이 정말 잘한다는 거잖아. 성휘재가 직접 막아야 할 정도로 말이야.”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경기장은 완전히 술렁였다.성휘재는 이를 악물었다.마음 같아서는 그대로 주용화의 차를 들이받아 버리고 싶었다.하지만 곧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주용화가 선택한 차는 전반적인 성능은 평범했지만 충격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