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뻔뻔한 시스템은 악녀인 내가 죽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나의 뻔뻔한 시스템은 악녀인 내가 죽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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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ikayUpdated just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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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소설을 훔치는 건 그저 사소한 일탈일 뿐이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죽는 건 내 계획에 없었다. 그런데 눈을 떠 보니 소설 속에서 가장 미움받는 악녀가 되어 있었다. 게다가 나를 파멸시킬 운명을 타고난 무시무시한 수인 의붓오빠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나는 이 이야기의 결말을 알고 있고, 내 운명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악녀라는 역할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위험한 의붓오빠들은 점점 더 나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저 이 소설 속에서 살아남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왜 운명을 바꾸는 일이 원래의 이야기를 따르는 것보다 더 위험해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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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1\. 야수

세레나

“저 도둑 잡아라!”

서점 주인이 소리치며 나를 쫓아왔다. 나는 품에 책을 안은 채 그저 킥킥 웃었다. 저 늙은 아저씨가 나를 따라잡을 수 있을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책을 훔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온통 그 소설 이야기뿐이었고, 그 안에 등장하는 악녀 엑스트라의 이름이 내 이름과 같다는 사실까지 알아버렸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 소설은 3주째 품절 상태였다.

사람들은 온라인에 남은 마지막 몇 권을 차지하려고 서로 싸울 정도였다.

서점마다 대학교 입학 대기 명단보다 긴 예약자 명단이 있었다. 리뷰마다 똑같은 말이 반복되었다.

“로맨스 소설 역사상 가장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악녀.”

평소라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악녀의 이름을 스포일러하는 순간, 모든 게 달라졌다.

세레나.

내 이름이었다.

호기심은 하룻밤 사이에 집착으로 변했다. 점심도 거르고, 과제도 무시한 채 도시 곳곳의 서점을 돌아다니며 책 한 권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내가 도착할 때마다 책장은 텅 비어 있었다.

그런데 오늘…… 진열대에 마지막 한 권이 외롭게 놓여 있었다. 마치 운명이라도 되는 것처럼.

서점 주인은 누군가 예약한 책이라며 판매를 거부했다.

그래서…… 잠깐 빌렸다. 허락은 받지 않았지만.

다 읽고 나면 돌려줄 생각이었다.

아마도.

몇 걸음만 더 가면, 나는 이 베스트셀러 로맨스 소설의 품에 안겨 웃고 있을 것이다.

나는 책을 가슴에 더욱 꼭 끌어안았다.

“거의 다 왔어…….”

나는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몇 미터만 더 가면 됐다.

앞쪽에 버스 정류장이 보였다. 일단 거기까지만 도망치면 아무도 나를 잡지 못할 것이다. 뒤따라오는 노인은 벌써 마라톤이라도 완주한 사람처럼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조금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조금.

아니, 사실 별로 그렇지도 않았다.

그때였다.

미끄덩!

쿵!

나는 바닥으로 넘어졌다. 온몸의 뼈를 타고 타오르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바닥을 두드리는 발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내가 쓰러진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따뜻한 액체가 머리 아래로 흘러나왔다.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일어날 수 없었다.

완전히 정신을 잃기 직전, 마지막으로 들려온 목소리는……

“저 여자 죽은 거야?”

“책을 훔치고 쫓기다가 넘어졌대.”

“그러게 누가 훔치래?”

“불쌍하다.”

“정말 한심하게 죽었네.”

“으으…….”

나는 신음하며 머리를 문질렀다. 분명 머리가 깨진 게 틀림없었다.

“잠깐…….”

주변 풍경이 눈앞에서 일그러지는 것을 보고 나는 말을 멈췄다.

“세레나.”

앞에서 들려온 낮고 으르렁거리는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홱 들었다.

백발의 남자가 내 앞에 서 있었다. 나이는 아마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 가장 많아 보였다.

방 안은 병원과 전혀 닮지 않았다.

하얀 벽과 의료 기계 대신, 윤이 나는 나무 기둥들이 높은 천장까지 뻗어 있었다.

거대한 창문에는 두꺼운 벨벳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고, 그 사이로 호박빛 햇살이 바닥 위에 쏟아지고 있었다.

공기에서는 희미한 꽃향기와 백단향이 풍겼다.

둘 중 하나였다.

내가 억만장자들에게 납치당했거나…… 머리를 생각보다 훨씬 세게 부딪쳤거나.

그 남자 옆에는 다른 남자 두 명과 여자아이 한 명이 서 있었다.

저건…… 토끼 귀인가?

분명 소품일 것이다.

코스프레 파티라도 하는 건가?

나는 넘어지고 나서 병원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니었나?

그런데 대체 어떤 정신 나간 인간이 나를 여기로 데려온 거지?

그러고 보니 몸이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세레나.”

그 남자가 다시 내 이름을 으르렁거리며 불렀다.

“뭐요?”

나는 정신을 차리려고 애쓰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런데 저 남자는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거지?

“큰오빠, 언니 잘못이 아니에요. 누군가 누명을 씌웠을 수도 있잖아요.”

토끼 귀를 가진 여자아이가 애처롭게 말했다. 축 늘어진 귀가 살짝 아래로 처졌다.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누명?”

나는 되물었다.

“무슨 누명인데요? 넘어졌다는 누명이라도 썼어요?”

사람들은 마치 내가 머리 위에 동물 귀라도 달고 있는 것처럼 나를 쳐다봤다.

……설마 진짜 달린 건가?

내 귀가 움찔했다.

귀는 원래 머리 양옆에 있어야 했다. 그런데 내 귀는 머리 꼭대기에 달려 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머리 위를 더듬었다.

부드러운 털이 손바닥에 닿았다.

털이…… 복슬복슬했다.

귀가 손끝에서 움찔 움직였다.

“아니야.”

나는 중얼거리며 다시 만졌다.

또 움찔했다.

“확실히 환각이네.”

나는 양쪽 뺨을 찰싹 때렸다. 하지만 주변 풍경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건 세상에서 가장 진지한 장난이거나…….”

나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아니면 내가 완전히 미쳐버렸거나.”

“카메라 내놔요. 내 허락도 없이 나를 촬영할 수는 없어요.”

나는 출구로 보이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그 순간, 급하게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따뜻한 손으로 내 손을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나는 아래를 내려다봤다.

토끼 귀를 가진 여자아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무릎을 꿇고 있었다.

“언니, 큰오빠를 더 화나게 하지 마세요. 제발 그냥 무릎을 꿇어요.”

그녀는 내 손을 두 손으로 꼭 감쌌다.

“누가 네 언니라는 거야?”

나는 손을 잡아당겨 뿌리쳤다. 그러자 그녀가 바닥에 넘어졌다.

“난 대본 있는 연극 같은 건 안 해.”

나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갑자기 두 발이 바닥에서 떨어졌다.

갈색 머리의 남자가 나를 번쩍 들어 올렸다가 무서운 백발의 남자 앞에 내려놓은 것이었다.

“이 개자식아…….”

나는 신음하며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두 걸음도 채 걷지 못하고 비틀거리다가 겨우 균형을 잡았다.

“진심이야?”

나는 아픈 어깨를 문지르며 남자를 노려봤다.

“적어도 미리 말해줄 수는 있었잖아. 너희는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사람을 집어 던지는 거야?”

갈색 머리의 남자는 팔짱만 낀 채 아무런 표정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저 사람은 확실히 과묵한 경호원 타입이네.”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백발의 남자는 황금빛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에는 단순한 분노만 담겨 있지 않았다.

실망…… 마치 오래전부터 나에게 기대하는 것을 포기한 사람처럼 보였다.

이상하게도 그 시선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잠깐만…… 왜 내가 죄책감을 느끼는 거지?

난 이 사람들을 알지도 못하는데.

“너는 반성할 줄도 모르는구나. 여전히 악랄하고, 자신의 목숨조차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군. 나 역시 더는 자비를 베풀지 않겠다.”

“연극은 그만하시죠.”

“오빠, 제발…….”

토끼 귀를 가진 여자아이가 내 옆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눈에는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눈물이 가득했다.

“언니, 난 언니를 잃고 싶지 않아.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단 말이야.”

그녀는 내 옷자락을 붙잡았다.

“그러니까 나까지 떠나지 마…….”

엘라의 토끼 귀가 얼굴을 거의 가릴 정도로 축 처졌다. 맑은 눈동자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언니.”

그녀가 속삭였다.

“모두가 언니를 탓한다는 거 알아. 하지만 난 언니를 탓하지 않아. 그러니까 제발…… 한 번만 사과해. 큰오빠도 용서해 줄지 몰라.”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내 손가락을 꼭 쥐었다.

“다시는 혼자 남고 싶지 않아.”

나는 울고 있는 소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진심으로 상처받은 것처럼 보였다. 연기라고 의심할 만한 흔적조차 없었다.

그 사실이 오히려 상황을 더 끔찍하게 만들었다.

이 사람들이 전부 아카데미상을 받을 만큼 연기를 잘하는 건가?

아니면 정말 미친 사람은 나인 걸까?

“쯧.”

나는 혀를 차며 팔짱을 끼고 고개를 돌렸다.

“엘라, 당장 일어나라. 저 뻔뻔한 여자에게 동정심을 낭비하지 마라.”

불같이 사나운 주황색 머리의 남자가 말했다.

“누가 저 사람의 동정 따위가 필요하대요?”

나는 쏘아붙였다.

“카메라를 꺼낼 생각이 없다면 이제 보내줘요.”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허락도 없이 물건을 빌린 건 잘못했을 수도 있죠. 하지만 이 허름한 곳을 상대로 소송을 걸 생각은 확실히 있어요.”

“오늘부로 세레나는…….”

그 순간이었다.

기계적인 목소리가 갑자기 내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띵!】

【축하합니다, 숙주님. 무슨 일인지 궁금하시죠? 아뇨, 됐습니다. 어차피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숙주님은 성공적으로 빙의하셨습니다! 이제 당신이 온 마음을 다해 훔친 이야기의 일부가 되어 마음껏 활약하실 수 있습니다.】

【저는 당신의 시스템입니다. 제 이름은 시스템입니다. 이름을 바꾸려고 하지 마십시오.】

【안타깝게도 현재 당신의 새로운 몸은 작위 박탈, 추방, 명예훼손, 처형…… 등등의 과정을 겪을 예정입니다. 마지막 단어가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현재 생존 확률: 0.8%】

【긴급 프로토콜을 가동합니다.】

【10초 안에 첫 번째 임무를 완료하십시오. 실패할 경우 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적어도 첫 번째 죽음만큼 창피하지는 않겠군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첫 번째 임무는 아주 뜨거울 테니까요.】

【긴급 상황 감지 완료……】

【숙주님의 지능: 허용 가능한 수준.】

【숙주님의 운: 재앙에 가까울 정도로 형편없음.】

【숙주님의 입: 지나치게 경솔함.】

【종합 평가……】

【축하합니다! 숙주님은 이 세계에서 가장 미움받는 악녀가 되기에 완벽한 자격을 갖추셨습니다.】

메시지는 점점 더 빠르게 쏟아졌다.

“잠깐만요. 뭐라고요?”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불만 사항은 살아남은 뒤에 제기해 주십시오.】

【임무 시작까지……】

【5……】

“잠깐!”

【4……】

“마음대로 카운트다운을 시작하면 어떡해요!”

【3……】

“임무가 뭔지도 모르는데!”

【2……】

【임무: 당신을 처형하려는 남자에게 키스하십시오.】

【실패 시 =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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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야수
세레나“저 도둑 잡아라!”서점 주인이 소리치며 나를 쫓아왔다. 나는 품에 책을 안은 채 그저 킥킥 웃었다. 저 늙은 아저씨가 나를 따라잡을 수 있을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처음부터 책을 훔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온통 그 소설 이야기뿐이었고, 그 안에 등장하는 악녀 엑스트라의 이름이 내 이름과 같다는 사실까지 알아버렸으니 어쩔 수 없었다.그 소설은 3주째 품절 상태였다.사람들은 온라인에 남은 마지막 몇 권을 차지하려고 서로 싸울 정도였다.서점마다 대학교 입학 대기 명단보다 긴 예약자 명단이 있었다. 리뷰마다 똑같은 말이 반복되었다.“로맨스 소설 역사상 가장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악녀.”평소라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악녀의 이름을 스포일러하는 순간, 모든 게 달라졌다.세레나.내 이름이었다.호기심은 하룻밤 사이에 집착으로 변했다. 점심도 거르고, 과제도 무시한 채 도시 곳곳의 서점을 돌아다니며 책 한 권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내가 도착할 때마다 책장은 텅 비어 있었다.그런데 오늘…… 진열대에 마지막 한 권이 외롭게 놓여 있었다. 마치 운명이라도 되는 것처럼.서점 주인은 누군가 예약한 책이라며 판매를 거부했다.그래서…… 잠깐 빌렸다. 허락은 받지 않았지만.다 읽고 나면 돌려줄 생각이었다.아마도.몇 걸음만 더 가면, 나는 이 베스트셀러 로맨스 소설의 품에 안겨 웃고 있을 것이다.나는 책을 가슴에 더욱 꼭 끌어안았다.“거의 다 왔어…….”나는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몇 미터만 더 가면 됐다.앞쪽에 버스 정류장이 보였다. 일단 거기까지만 도망치면 아무도 나를 잡지 못할 것이다. 뒤따라오는 노인은 벌써 마라톤이라도 완주한 사람처럼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조금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아주 조금.아니, 사실 별로 그렇지도 않았다.그때였다.미끄덩!쿵!나는 바닥으로 넘어졌다. 온몸의 뼈를 타고 타오르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바닥을 두드리는 발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내가 쓰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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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뻔뻔함
【임무: 당신을 처형하려는 남자에게 키스하십시오.】【새로운 대상 해금: 리븐 골드메인】【유대감 궁합: 0%】【신뢰도: -2】【증오도: 99.9%】【호감도: -5】【관계: 의붓남매 / 적대 관계】나는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다시 깜빡였다.“……미안한데, 뭐라고?”내 시선이 천천히 백발의 남자에게 향했다. 푸른 눈동자에 차가운 표정. 솔직히 불공평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잘생긴 얼굴이었다.그래, 확실히 날 죽이고 싶어 하는 게 맞았다.나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켰다.“저 사람?”【정답입니다.】“내가 저 사람한테 키스하라고?”나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이해할 수 없는 명령이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정답입니다.】“방금 나를 처형하겠다고 협박한 바로 그 남자한테?”【또 정답입니다. 숙주님, 아주 훌륭하게 발전하고 계시는군요. 방금 한 말을 철회하겠습니다. 지능 평가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숙주님, 기쁜 소식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숙주님의 생존 확률이 성공적으로 더 떨어졌습니다.】【현재 생존 확률: 0.10%.】“……더 나빠졌다고?”나는 속삭였다. 마침내 내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끔찍한지 깨닫기 시작했다.【당연합니다. 숙주님의 입이 계속해서 목숨을 갉아먹는 선택을 하고 있으니까요.】“뭐라고요?”나는 바닥을 바라보며 무심코 내뱉었다.【저는 그저 사실을 보고할 뿐입니다.】나는 방 안을 둘러보았다.백발의 남자는 여전히 당장이라도 나를 죽일 것처럼 보였다. 주황색 머리의 남자는 자진해서 그를 도와줄 것 같았다. 갈색 머리의 거구는 한 손으로 내 몸을 반으로 부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심지어 토끼 소녀마저 내가 장례식을 치르기를 기도하는 것처럼 보였다.환상적이네…….나는 어쩌다 보니 가족 모임에 빙의했는데, 울고 있는 토끼 한 명을 제외하면 모두가 나를 죽이고 싶어 하는 상황이었다.이 소설이 이런 내용이라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랬다면 내 인생을 낭비하면서까지 책을 구하려고 하지 않았을 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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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하룻밤 함께 보내기
【띵!】【위험 감지, 숙주님.】날아오던 돌멩이는 간발의 차이로 내 머리를 빗나갔다. 대신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리븐이 뻗은 손에 부딪혔다.하지만 나는 운이 좋지 않았다. 여전히 그의 손아귀에 매달려 있던 나는,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놓아버리는 바람에 그대로 떨어졌다.쿵!나는 차가운 돌바닥에 얼굴부터 처박혔다.“아야!”나는 몸을 일으키며 욱신거리는 허리를 문질렀다.“이 세상 사람들은 제발 사람을 값싼 감자 자루처럼 집어 던지는 짓 좀 그만하면 안 돼요?”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모두의 시선이 대전 입구로 향했다.진홍색 머리카락을 가진 키 큰 남자가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의 발소리가 반질반질한 돌바닥 위로 울려 퍼졌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그는 고개를 숙이지도, 들어와도 되는지 허락을 구하지도 않았다. 마치 이 대전 전체가 자신의 소유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걸었다.리븐이 무서웠다면…… 이 남자는 그보다 더 끔찍해 보였다.날카로운 진홍색 눈동자가 방 안을 훑다가 나에게 멈췄다. 짧은 순간, 나는 숨 쉬는 법조차 잊어버렸다.리븐의 차갑고 노골적인 분노와 달리, 네리엔의 존재감은 고요했다. 사람들이 숨조차 쉬지 못할 만큼 조용했다.그는 소리를 지를 필요도 없었다. 눈살을 찌푸릴 필요조차 없었다. 그저 한 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대전 전체의 공기가 차가워졌다.“리븐.”붉은 머리의 남자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네리엔.”리븐도 같은 방식으로 답했다.붉은 머리의 남자는 천천히 시선을 내리더니 마침내 나를 바라봤다.나는 즉시 고개를 돌렸다.“날 보지 마…….”나는 작게 중얼거렸다.“그녀가 여기 있군.”그가 무심하게 말했다.“당연히 있죠.”나는 코웃음을 치며 욱신거리는 엉덩이를 문질렀다.“친절한 누군가가 저를 여기에 집어 던져주셨거든요.”몇몇 하인은 못 들은 척 고개를 숙였다. 리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처형을 왜 미루는 거지?”네리엔이 말을 이었다.그 말에 대전 전체가 침묵에 빠졌다. 엘라의 토끼 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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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무릎을 꿇어
“큰오빠…… 제발요…… 오늘 밤 큰오빠와 함께 있어도 될까요? 무서워요.”나는 무릎을 꿇고 억지로 눈물을 짜냈다.네리엔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은빛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분노도 없었다.동정도 없었다.아무것도 없었다.영원처럼 느껴지는 시간이 흐른 뒤, 그는 몸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그럼 허락한다는 뜻인가?”나는 그가 마음을 바꾸기 전에 허겁지겁 일어나 뒤따라갔다.빙의한 지 몇 시간밖에 되지 않은 오두막에서 벗어나자, 마침내 이 세계의 모습을 제대로 처음으로 볼 수 있었다.진홍빛 저녁 해가 마을 전체를 따뜻한 붉은색과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단순한 나무 오두막들이 가지런히 줄을 맞춰 서 있는 대신,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었다.모닥불에서 피어오른 연기가 느릿하게 하늘로 올라갔다.아이들은 집 사이를 뛰어다니며 서로를 쫓았고, 수인들은 갓 사냥한 먹잇감을 짊어진 채 마을을 가로질렀다.평화로워 보였다.무기를 갈고 있는 늑대들.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토끼 수인 여성들.사냥에서 돌아오는 호랑이 전사들.그리고 악명 높은 세레나를 발견할 때마다 걸음을 멈추고 쳐다보는 사람들.너무 평화로울 정도였다.나는 네리엔의 뒤를 계속 따라갔다. 헐렁한 돌에 발이 걸릴 때마다 비틀거리면서도, 치맛자락에 발이 걸려 넘어지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애썼다.나를 바라보는 수인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두려움.혐오감.의심.와우.원래 세레나는 정말 평판이 최악이었던 모양이다.——우리가 더 멀리 걸어갈수록 마을은 점점 조용해졌다.심지어 새들마저 노래를 멈췄다.“시스템…….”【네, 숙주님?】“저 사람은 원래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아?”【소설에 따르면…… 본인이 그렇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왜?”【방해받는 일이 줄어드니까요.】“……그게 어째 더 무섭게 들리는데.”마침내 네리엔이 걸음을 멈췄다.마을 가장자리에는 오두막 하나가 홀로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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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죽음의 문턱에서
\[시스템, 그 사람 옆에서 무릎을 꿇고 밤을 보내는 것도 함께 밤을 보내는 것으로 인정되는 거지?\]\[네, 호스트. 제가 무슨 말을 하겠어요? 네리엔은 정말 잔인한 사람이에요.\]나는 눈을 굴리며 나무 침대 옆에 무릎을 꿇었다. 몇 분 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대 위로 올라갔다.나는 그를 제외한 다른 곳에 시선을 고정했다. 공중에 떠다니는 아주 작은 먼지 한 점까지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이 방에는 시계가 하나도 없었다. 어쩌면 이 세계 전체에 시계라는 게 없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무릎을 꿇고 있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무릎이 부어오르기 시작했고, 차가운 나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것도 더는 견디기 힘들었다. 매 순간 바늘이 피부를 파고드는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나는 잠들지 않으려고 버텼다. 이 빨간 머리 남자가 내가 쓰러지면 무슨 짓을 할지 누가 알겠는가?그래서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렸다. 피로 때문에 몸이 이따금씩 휘청거렸다.졸음 때문에 눈이 타는 듯했지만, 감히 눈을 감을 수는 없었다.그때 갑자기 네리엔이 몸을 뒤척이더니, 그의 얼굴이 내 얼굴에서 불과 몇 인치 떨어진 곳에 멈췄다.숨이 턱 막혔다.가까이서 보니……그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잘생겼다.붉은 눈썹 아래로 호박빛이 감도는 붉은 눈동자가 빛났고, 길고 풍성한 속눈썹은 차가운 인상을 조금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다. 창백한 피부는 흠잡을 데 없이 매끄러웠고, 겉보기에는 부드러워 보이는 입술까지……그의 고른 숨결이 내 얼굴에 닿았다. 그 온기에 등줄기를 따라 낯선 전율이 흘렀다.대체 왜 이렇게 무서운 사람이 이렇게 아름답게 생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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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레인 오라버니
세레나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내 허리를 붙잡은 사람은 바로 그 주황색 여우 수인이었다.그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허리를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았고, 나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아악!"나는 비명을 질렀다. 아직 아침밖에 안 됐는데 벌써 이렇게 아프다니. 너희는 이해를 못 하는 거야? 난 이런 취급을 받을 사람이 아니라고!\[글쎄요, 호스트. 제가 미안하다고 해야 했을까요? 아니요, 그건 미래의 저를 위해 아껴 두려고요. 하지만 호스트는 다르죠. 남의 물건을 훔쳤으니 이런 일을 당해도 싸요.\]'너 죽여 버릴 거야.'\[일단 호스트 목숨부터 구하시죠.\]짜증 나는 웃음소리가 다시 머릿속을 울리더니, 시스템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레인 오빠, 저 사악한 호랑이가 토끼족 엘라를 괴롭히려고 해요!"작은 여자아이가 울먹이며 말했다."내가?"나는 눈을 크게 뜨고 나 자신을 가리켰다.주황색 머리의 남자는 나를 노려보더니, 안심시키려는 듯 여자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레인 도련님, 부디 여동생을 잘 단속해 주세요. 우리처럼 죄 없는 마을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괴롭히게 두어서는 안 됩니다."여자가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고는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여자가 떠나자마자 그의 차가운 시선이 내게 꽂혔다. 나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그의 시선은 소름 끼칠 만큼 차가웠다.이 형제들은 분명 어딘가에서 차가운 표정을 연습하는 게 틀림없었다.나는 갑자기 한 걸음 더 물러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하며, 여자아이가 가리킨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 오두막이 있는 쪽이었다.겨우 다섯 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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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흐릿해진 영상
\[페널티 선택: 감전\]나는 번개라도 떨어질 기미가 있는지 하늘을 살폈다.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한 걸음, 그리고 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몇 걸음이나 걸었는지 세기 시작했다.그 순간, 전류가 온몸을 찢어발기듯 휘몰아쳤다.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고, 몸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전류가 온몸의 근육을 타고 흘렀다.손가락이 굳어 버렸다.이빨이 딱딱 부딪쳤다.시야마저 하얗게 변했다.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고통이었다. 머릿속 회로가 끊어진 것 같았다. 얼굴에서는 핏기가 싹 가셨다.저 멀리서 시스템이 숫자를 세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3, 2, 1\]그리고……모든 것이 멈췄다.감전이 마침내 끝나자 나는 몸을 홱 일으켰다. 머리카락은 온통 부스스하게 헝클어져 있었고, 피부는 창백했다.나는 왼쪽을 살피고, 오른쪽도 살폈다. 다행히 나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나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요란하게 울부짖었다."내가 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건데? 난 그냥 편하게 살던 가난한 대학생이었을 뿐이라고!"나는 흐느껴 울었다.그때 발소리가 들렸다.하나, 둘, 그리고 또 하나.두 발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나는 천천히 시선을 끌어올렸다.그곳에 그녀가 서 있었다.떠오르는 붉은 태양을 등진 채, 엘라라가 서 있었다. 토끼 귀가 축 늘어져 있었다.엘라라는 숨을 들이켰다.그녀의 토끼 귀가 번쩍 솟아올랐다가 다시 축 처졌다.그녀는 서둘러 내게 다가왔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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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팔찌
눈꺼풀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머리가 지끈거렸다.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방이 아니었다.허브와 갓 빚은 점토, 그리고 타다 남은 나무의 냄새였다."……내 방이 아닌데."나는 다시 눈을 떴다. 하지만 그곳은 내가 알던 방이 아니었다. 날카로운 시선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나는 연약한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엘라라가 황급히 내 곁으로 달려와 쪼그려 앉았다. 그녀는 내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언니, 괜찮아요?"그녀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응, 괜찮아."나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고, 엘라라는 뒤로 넘어질 뻔했다. 리븐이 즉시 앞으로 나서 그녀를 붙잡았다. 그는 조용히 "조심해."라고 중얼거린 뒤, 평소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나는 눈을 굴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쟤는 무슨 종잇장이라도 돼? 살짝 밀었을 뿐인데 날아가네."나는 코웃음을 쳤다.엘라라는 손목을 문질렀다. 하지만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언니가 깨어나서 다행이에요."나는 고개를 들었다. 레인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실망감이 역력했다."왜? 내가 누구라도 죽였어?"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다시 머릿속에 수많은 장면이 밀려들었다.내 것이 아닌 기억.하지만 분명 내 기억이기도 했다.나는 강가에 앉아 즐겁게 점토를 그릇에 담고 있었다. 그러다 누군가 나를 건드리자 갑자기 몸이 굳었다. 나는 홱 돌아서더니 그 사람을 강물 속으로 밀어 버렸다.내가 살아 본 적 없는 삶의 짧은 장면들.아니, 어쩌면 원래 세레나가 살아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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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기억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나는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세레나, 괜찮아?”레인이 급히 다가와 내 어깨를 붙잡았다. 그는 다친 곳이라도 확인하려는 듯 나를 이리저리 돌려 보았다.“야! 그만해. 어지럽잖아.” 나는 신음하며 그의 손을 밀어냈다.그는 헛기침을 하고는 한 걸음 물러나 옷자락을 만지작거렸다. 나는 눈을 굴렸다가 다시 그를 바라보았다.“왜 그런 짓을 한 거지?” 그가 차분하고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나는 손가락으로 뒷목을 문지르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나도 모르겠어.” 내가 중얼거렸다. “제발…… 날 믿어 줘.”나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지만, 그는 뒤로 물러났다.목이 꽉 막히는 듯했다. 가슴속에 무거운 무언가가 내려앉았고, 눈가에는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 눈물이 고였다.그가 나를 믿지 않는다는 사실이 왜 이렇게 아픈 걸까?“레인…….”내 목소리가 떨렸지만, 그는 한 걸음 더 물러날 뿐이었다. 이번에는 다리까지 휘청거렸다. 그래도 나 자신을 변호하는 일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그때 내 시선이 손목에 얌전히 놓인 팔찌에 멈췄다.내가 기억하는 건 이걸 손목에 차고 잠들었다는 것뿐이었다.나는 몸을 돌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걸어갔다.발밑의 모래는 부드럽고 따뜻했다. 나는 계속 앞으로 걸었다. 마침내 물이 발등을 쓸고 지나가자 몸을 낮춰 물속에 앉았다.땅에서는 은은하게 빛나는 풀이 자라나 있었다. 이곳은 정말 아름다웠다. 마음이 평온해지는 곳이었다.작게 웃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자, 한 소녀가 달아나는 모습이 보였다. 소녀의 옷자락이 뒤에서 부드럽게 흩날렸다. 발끝이 물에 살짝 잠기자 소녀는 깔깔 웃으며 뒤로 뛰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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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익사하다
오두막 입구가 열리자마자 나는 재빨리 종이를 던져 버렸다.멍청한 짓이었다. 나도 안다.레인이 문 뒤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밖이 꽤 마음에 드나 보네.”그가 능글맞게 말하며 웃었다. 나는 짜증스럽게 얼굴을 찌푸렸다.“그럼 너도 나와서 같이 즐기지 그래?”나는 문을 더 활짝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몇 시간 동안 서 있다가 쪼그려 앉기를 반복한 탓에 등이 쑤셨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나무 침대 위로 올라갔다.내 체중이 실리자 침대가 작게 삐걱거렸다.“귀엽지 않아?”“아니. 심술궂고 무례해.”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뚜렷한 짜증을 담아 들려왔다. 나는 천천히 정신을 차리며 몸을 뒤척이다가 상체를 일으켜 눈을 비볐다.두 팔을 머리 위로 쭉 뻗어 기지개를 켰다. 턱에 힘이 풀리고 입술이 자연스럽게 벌어졌다.그 순간 파리 한 마리가 곧장 내 입속으로 날아들었다.나는 필사적으로 기침하며 뱉어 내려고 했지만, 파리는 목구멍 깊숙이 걸려 버렸다.눈꺼풀이 꽉 감겼다. 나는 망설이다가 결국 벌레를 꿀꺽 삼켰다.옆에 있던 소녀가 킥킥 웃었다.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바닥에 앉아 어린 여자아이를 품에 안고 있는 사람은 엘라라였다.어린 소녀는 나를 보더니 코웃음을 치고 고개를 홱 돌렸다. 눈에는 경멸이 가득했고, 코끝까지 찡그린 상태였다.“좋은 아침이에요, 언니.”엘라라가 부드럽게 인사하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옆에 있는 소녀에게도 똑같이 인사하라고 조용히 등을 떠밀었다.“좋은 아침이에요, 호랑이 세레나.”소녀가 말했다. 목소리에는 억누른 분노가 묻어 있었다.나는 고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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