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각형 그녀는 어쩌다 살인 용의자가 되었나.

육각형 그녀는 어쩌다 살인 용의자가 되었나.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10-24
Por:  지은Atualizado agora
Idioma: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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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갖춘 엘리트 형사 최서완. 그녀의 삶에 정신과 의사 서민규가 나타나면서 완벽했던 일상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서완을 통해 처음으로 사랑과 행복을 알게 된 민규. 그러나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던 그의 애정은 점차 광기 어린 집착으로 변해간다. 그에게서 벗어나려는 서완과 그녀를 영원히 자신의 곁에 두려는 민규. 결국 어느 날, 서완은 기억을 잃은 채 피투성이로 발견되고 현장에는 민규의 잘린 발목만 남는다. 살인 용의자가 된 서완은 잃어버린 기억과 사랑의 진실을 추적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파멸시킨 두 사람. 과연 그들의 사랑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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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용의자
‘네가 죽인 거야.’‘네가 날 죽였어.’‘잊지 마. 네가 날 죽인 거야.’피로 세상이 물든 그날, 나는 나를 잃었다.딱딱하게 굳어 들러붙은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올려 눈을 떴다.“아…….”천장이 낯설지 않았다. 낡은 나무 들보와 창문을 뒤덮은 암막 커튼, 재만 남은 벽난로가 희미하게 시야에 들어왔다.여기는 별장이다. 그의 별장.첫눈이 내리던 날, 함께 손을 잡고 밖으로 뛰쳐나갔던 곳, 나를 향해 사랑을 속삭이며 함께 시간을 나누던 곳.그리고, 그를 찔렀던 곳.한기가 온몸을 휘감고 심장과 폐가 짓눌린 듯,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힘겹게 헐떡대는 숨을 들이켜자 공기 속에 비릿한 냄새가 섞여 들었다.‘피?’말라붙은 피의 냄새가 잠들어 있던 세포를 하나하나 깨우기 시작했다.늘어진 몸을 일으켜 시야를 내리자, 온몸이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떨리는 손으로 피로 물든 몸을 매만져 보았다.손끝, 팔뚝, 하얀 원피스 잠옷 안쪽 허벅지 위까지.이건 내 피가 아니다. 그의 피다."윽-"머릿속이 지직거리며, 깨질 듯한 두통에 머리를 움켜쥐었다.오래된 테이프가 재생되듯 장면들이 끊겨 있다가, 순간적으로 덜컥― 하고 그날의 조각난 기억 하나가 재생된다.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야? 왜?” “제발. 제발 이제 그만 놓아줘.”나를 향해 그가 처절하게, 그리고 애절하게 울부짖었다.결박된 채 전기 충격에 경련하던 몸이 겨우 진정되고 나서야, 그가 떨리는 눈으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무서워, 이제 네가.”사랑을 속삭이던 입이었다. 그 말에 간신히 붙잡고 있던 이상의 끈이 끊어져 버리고 말았다.그의 말, 그의 눈, 그의 입에서 내가 가장 원하지 않았던 말이 흘러왔고, 나는 분노했다.그리고 나, 난 어떻게 했었지?“아….”머릿속이 다시 시끄러워졌다. 기억들이 뒤죽박죽 섞여 진실을 가려내기 어렵다.그러다 덜컥- 기억 하나가 다시 재생되었다.나는 칼을 들고 있었고, 그의 가슴을...찔렀다.“윽.”그는 외마디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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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용의자 2
귀를 찌르던 그의 날카로운 비명과 사방으로 비산하던 피.“이봐요! 아가씨! 괜찮아요? 곧 구급차가 올 거요! 조금만 참아 봐요.”“그 사람이, 그 사람이 죽었어. 내가, 그를, 죽였어.”사람을 마주하자, 안도감이 들어서였을까?입에서는 내가 원치 않는 말이 뇌를 거치치 않고 쏟아져 나왔다.그를 찾아달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이미 내 몸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그를 찾아야 하는데, 피범벅이 된 별장의 모습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피의 공포가 온몸의 열기를 빼앗아 가고, 뇌리를 가득 채운 시뻘건 이미지에 내 의식이 아득히 점차 사라져 간다.“아가씨! 정신 차려봐요! 아가씨!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야. 대체!”***무거운 눈꺼풀을 느릿하게 뜨자 형광등 불빛이 시야를 덮쳤다. 빛에 노출 된 놀란 동공을 깜빡이며, 주위를 살폈다.여기는 어디……?희미한 소독약 냄새와 함께 살짝 메스꺼운 감각이 올라왔다.하얀 천장, 하얀 커튼, 조용한 기계음, 부산한 움직임. 이곳은 병원이구나.숨을 쉬자 목이 말랐고, 팔을 움직이려 했지만 힘이 없었다.그때 누군가 다가와 꽤 조심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최서완 경위님, 들리십니까?”최서완 경위.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나, 최서완 경위.“여긴……?”간신히 뱉어낸 목소리가 너무 작아 그에게 닿았는지 모르겠다.의사는 말을 잠시 멈추고 동공 반응을 체크한 후 말을 이어갔다.“중산병원 응급실입니다. 의식이 돌아왔네요. 가족에게는 연락을 드렸고…….”망설이는 듯한 말투는 무엇 때문일까.“경찰이, 이미 와있습니다.”‘경찰?’그 단어에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뛰기 시작했다. 그리운 것 같기도, 두려운 것 같기도 한 그 단어.나를 설명하던 그 단어가, 왜 이리 부끄럽고 두렵게 느껴졌을까?묻고 싶은 것은 많은데 입술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의식은 돌아왔지만 머리는 여전히 안갯속을 걷듯 몽롱하고 답답한 기분이었다.고개를 돌리자, 의사의 손에 든 차트가 흐릿하게 보였다.[심한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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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용의자 3
다음 날, 중산경찰서.무겁고 어두운 조사실의 조명이 깜빡이다가 이내 힘을 내어 실내를 밝혔다.익숙한 곳, 그러나 낯선 자리에 서완은 멍하니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다.여전히 머리는 무겁고, 구름 위를 걷는 듯 몽롱했다.“그 사람은 어디 있나요?”건조하게 말라 갈라진 서완의 입술 사이로 그녀의 힘겨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침묵이 감돌던 조사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박인수 경감이 시선을 들지 않은 채 서류를 신경질적으로 넘겼다.대신 옆에 앉아 있던 다른 수사관이 날카롭게 되물었다.“서민규 씨 말입니까?”서완이 고개를 끄덕이자 박 경감이 서류를 탁, 덮으며, 날카로운 눈빛이 서완을 향해 정면으로 고정됐다.용의자를 대하는 눈빛에 단호하고 건조한 말투가 위협적으로 느껴졌다.“그건 최서완 경위, 본인이 더 잘 알고 계시겠죠.”그녀가 듣고 싶은 대답이 아니었다.“...그가 죽었나요?”그 순간 형사의 눈빛이 더 예리하게 바뀌며 고압적으로 턱을 치켜들었다.“최서완 경위.”서늘하고 강압적인 목소리 앞에서 서완은 그 어떤 질문도, 대답도 더는 할 수 없었다.서늘하게 긴 정적이 이어진 후, 그의 묵직한 음성이 머리를 때렸다.“서민규 씨는 어디에 있습니까?”그 문장이 무거운 공기처럼 내려앉고, 심장이 쿵- 깊은 무저갱으로 떨어지며 온몸을 울렸다.‘그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진실을 알지 못하는 죄책감에 서완은 고개를 숙였다.창백한 손가락을 무릎 위에서 꼭 맞잡자, 손끝에 피가 빨갛게 몰렸다.“기억이, 안 납니다.”“정말입니까?”“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정말이에요. 기억이 나지 않아요. 그날, 피가 튀었고 그리고...”“그리고?”기억들이 뒤죽박죽 섞여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지 조심스러웠다.“그가 날 더는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그래서...”“그래서? 그를 죽였나요?”서완은 그의 압박에 눈을 감고 기억을 되짚어 봤지만, 여전히 확실한 것은 없었다.“잘 모르겠어요. 정말이에요.”그녀를 향한 비난의 눈빛에 다시 고개를 떨궜다.“그를 찔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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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용의자 4
3개월만에 눈을 마주한 그녀의 모습에 진우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너무 말라 있었고, 눈은 퀭하게 꺼져 있었으며, 긴 머리는 부스스했고 입술은 갈라져 피가 맺혀 있었다.건강하던 살결은 창백하다 못해 희뿌연 회색빛이 돌았다. 마치 그녀가 아닌것 처럼.그녀가 이윽고 고개를 들고 그와 눈을 마주했다.“진우?”그 한마디에 그의 숨이 턱 막히고 손끝부터 떨리기 시작했다.예전의 강인하고 또렷한 그녀가 아니었다.마치 부서진 거울 조각 같은 위태로운 모습, 초점 잃은 눈빛은 텅 비어있었다.진우는 떨리는 목소리를 간신히 진정시키며, 단호한 눈빛과 어조로 수사관을 향해 말했다.“……밖으로 데리고 나가겠습니다. 영장 가지고 다시 오시죠.”대답은 들을 생각도 없는지, 진우는 서완의 곁으로 성큼 다가갔다.용의자로 앉아 있는 사람이 경찰인 이상 이런 불편한 상황은 어느 정도 예상한 바였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불쾌했다.박 경감이 구겨진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김진우 경장, 지금 이게 무슨 짓입니까?살인 사건 현장 근처에서 피투성이 상태로 발견됐고 피해자가 실종 상태입니다.진술도 명확하지 않아요. 우리가 이 상황을 덮고 보낼 수는...”“시신이 없습니다. 시신, 증거 말입니다.”진우가 단호하게 그의 말을 잘랐다.“자백도 없고 목격자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선배는 지금 정신적 충격과 영양실조 상태입니다.”진우가 소견서를 던지듯 책상에 내려놓았다.“여기 정신과 소견서입니다. 영장도 없이 심신 미약 상태인 사람을 이렇게 밤샘 취조하신 건 분명한 과잉 수사입니다.지금 이 순간까지도 선배가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다량의 혈흔이 서민규 씨를 피해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그렇다면 그 피해자의 신변 확보부터 하시죠.”“시신 유기의 가능성도 있습니다.”“그럼 그 시신은 어디 있습니까?”“그걸 찾겠다고 우리가 지금 이러고 있는 거 아닙니까?”“선배가 말하지 않는 이상, 그건 경찰이 할 일이죠.”“이봐요! 김진우 경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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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용의자 5
차 안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아무렇지 않게 안부를 묻기에는 3개월은 너무 긴 시간이었다.서완은 조수석에 앉아 멍한 눈으로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창밖에는 평범한 풍경이 흐르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에 그 모든 것은 낯설기만 했다. 하나같이 너무 오래된 것 같았다.“조금만 기다려요. 거의 다 왔어요.”진우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지만 그녀에게선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그의 말에 눈동자는 그를 향했으나, 그 안에는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았다.오피스텔 앞에 도착하자 진우가 조수석 문을 열며, 다정하게 말했다.“선배, 집에 왔어요.”그 말에 서완이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여기….”“선배 집이잖아요. 기억나죠?”그녀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왜 이토록 낯설까.익숙한 듯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가는 진우를 따라 그녀 역시 발을 디뎠다.문을 열자 현관의 센서등이 그녀를 환영하듯 빠르게 반응했다.깔끔하게 정돈된 실내. 현관에 놓인 운동화는 그녀가 출근할 때 즐겨 신던 것이었다.신발장 위에 가지런히 정리된 우편물, 그리고 공기 중에는 그녀가 좋아하던 ‘꽃시장’ 디퓨저 향이 은은하게 감돌았다.“여기, 누가 계속...”“제가 선배 실종되고 가끔 왔어요. 문도 열어보고, 청소도 조금씩 하고, 우편물도 정리했어요. 혹시라도 선배가 돌아올까 봐.”그의 목소리가 아련한 듯 침울하게 가라앉았다.“선배가 돌아오면 바로 사용할 수 있게요.”서완이 진우를 향해 살짝 미소 지었다.익숙한 소파, 어느 날엔가 야근 후 쓰러졌던 침대, 거울에 붙어 있는 경찰대 시절의 단체 사진 등 모든 것이 마지막 모습 그대로였다.그녀는 멍하니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조용히 중얼거렸다.“…시간이 멈춰 있었네.”진우가 그녀의 뒤에서 조용히 물었다.“기억나는 거 있어요?”서완이 잠시 눈을 감자 툭-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어떻게 살아왔지, 나?”“선배.”진우는 그녀를 향해 뻗던 손을 멈추고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여전히 그 한 뼘의 경계를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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