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남편의 첫사랑이 불치병에 걸렸다. 남편은 하지율에게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지율아, 채아한테 남은 날이 얼마 없어. 그러니까 네가 참아.” 그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첫사랑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심지어 하지율이 정성껏 준비한 결혼식까지 임채아에게 양보해야 했다. 다섯 살 된 아들이 남편 첫사랑의 다리를 꽉 붙잡았다. “엄마는 예쁜 누나보다 하나도 안 예뻐요. 왜 예쁜 누나가 우리 엄마가 아니예요?” 하지율은 두 사람을 위해 이혼 합의서를 던져두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나중에 남편과 아이가 그녀 앞에 무릎을 꿇는데... 전 남편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이었고 아들은 눈물을 글썽거렸다. “지율아, 정말 우릴 버릴 거야?” “엄마, 진짜 우릴 버릴 거예요?” 그때 한 잘생긴 남자가 하지율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여보, 여기서 뭐 해? 아들이 배고프대.”
Lihat lebih banyak공정성을 위해, 연태훈과 연씨 가문 삼 형제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하지만 하지율의 기획안이 훨씬 더 뛰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연정미를 선택한 표가 하지율을 선택한 표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하지율을 지지한 것은 하이현파 주주들, 그리고 한몫 챙기려는 몇몇 중립파뿐이었다. 대부분의 중립파는 여전히 중립적인 태도를 고수했다.하지율의 계획이 아무리 훌륭하고, 하지율 자신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그들은 쉽게 그녀의 편을 들지 않았다.연경 그룹에서 하지율의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최근 몇 년간, 연태훈은 하이현파를 집요하게 압박하며 그들에게 남은 마지막 초기 지분마저 회수하려 들었다.그런 의미에서 하지율을 지지하는 것은 곧 연태훈과 정면으로 맞서는 것과 다름없었다.연태훈은 여전히 연경 그룹의 최대 주주였다. 줄을 잘못 섰다가는 하이현파 주주들처럼 가차 없이 정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자리에 모인 모두가 하지율이 연씨 가문 삼 형제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상 연정미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상황을 파악한 하이현파 주주들의 얼굴빛이 순간 어둡게 가라앉았다.연정미는 압도적인 득표수로 하지율을 눌러 이겼고 연상진과 연상준은 그제야 비로소 희미한 만족의 미소를 드러냈다.투표가 끝난 후, 연태훈은 하지율에게 물었다.“이번 투표 결과에 별다른 의견은 없지?”회사는 하지율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막 연경 그룹에 발을 들인 그녀는 이런 자리에서 섣불리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드러내 약점을 잡히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았다.하지율은 잔잔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모두의 투표로 나온 결과인데 이보다 더 공정할 수는 없겠죠. 저는 아무 의견도 없습니다.”그녀의 말에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표정을 드러냈다.‘공정?’연경 그룹에서 공정함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단어였다.연상진은 하지율이 크게 소란을 피우지 않는 모습을 보며 약간의 실망을 느꼈다.그는 무슨 일이 벌어지든 하지율이 연정미
“그 빛나던 하 대표의 재능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 아니겠어요?”한 사람이 나직이 읊조리자 회의실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뒤바뀌었다.“하 대표도 비슷했죠. 회사가 위험할 때 갑자기 중책을 맡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못마땅하게 여겼는데요. 사람들이 호시탐탐 하 대표가 실수하기만을 바랐을 때 그녀는 결국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워버렸어요. 정작 그녀는 최고의 벤처 투자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고요. 회사를 운영하는 건 그 분야에 능한 사람에게 맡기면 되는 일이니 하 대표는 오직 연경 그룹을 일으키고 안정시키는 데에만 신경을 쏟았어요.”그 말이 떨어지자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이 하지율에게 쏠렸다.지금 연경 그룹은 크게 세 파벌로 나뉘어 있었다.연태훈파, 하이현파, 그리고 중립파.연태훈파와 하이현파는 하이현이 회사를 떠난 시점부터 대립이 끊기지 않았다.중립파는 어느 쪽과도 확실히 선을 긋지 않으며 오직 회사를 위해 더 이로운 쪽에 표를 던지는 실리적인 입장이었다. 이전 표결에서도 연정미가 가져온 실질적인 이익 때문에 그녀의 편에 섰던 것이고, 그 덕분에 연정미가 연씨 가문에 정식으로 발을 들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중립파의 마음이 하지율에게 급속도로 기울기 시작했다.방금 하지율이 보여준 실력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하이현을 떠올린 것이었다.그들은 이미 과거 하이현의 투자를 의심했다가 몇십 배 회수라는 다시는 없을 기회를 놓친 일을 무척이나 후회하고 있었다.그래서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하태웅과 하성윤도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똑 닮은 그들의 눈은 계산과 욕심의 빛으로 번뜩였다.반면, 연상진과 연상준은 하지율이 단 몇 분 만에 얻어낸 폭발적인 관심과 호감에 얼굴이 잔뜩 굳어졌다.결국 분노를 참지 못한 연상진이 소리쳤다.“난 못 믿어! 후계자 교육을 받은 적도 없는 네가 이런 완벽한 기획안을 만들어 냈다고? 부정행위를 한 게 아니고서야 이런 걸 만들 수가 없지! 이건 절대 네가 혼자 만든 게 아니야!”그 말에 회의실의 분위기가
이 작은 회사들은 모두 연경 그룹이 사업 확장을 하던 시절 곁다리로 투자했던 소형 프로젝트들이었다.연경 그룹은 한동안 벤처 투자로 엄청난 이익을 보았고 이후로도 넓게 그물을 치듯 여러 곳에 손을 댔다.물론 성공 사례도 있었으나 과거 하이현이 기록했던 전설적인 투자 수익률과 비교하면 그 모든 성과가 초라해 보일 정도였다.하이현이 남긴 기록들은 모두의 기준을 극도로 높여 놓았고 연경 그룹의 주주들은 이미 그에 못 미치는 프로젝트를 들여다볼 노력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벤처 투자에 흥미를 잃어있었다.정해진 기간 안에 성장을 입증하지 못한 투자처는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밀려났다. 바쁜 이사회 구성원들에게는 애초에 크게 기대하지 않는 회사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이유가 없었으니.모두가 비즈니스 전선에서 오래 구른 베테랑들이었기에, 연정미가 선택한 회사와 그녀의 분석이 적어도 핵심을 정확히 짚고 있다는 것은 몇 줄만 훑어도 즉시 알 수 있었다.그녀의 발표가 끝나는 순간 칭찬이 마구 쏟아졌다.“역시 연 대표 딸입니다. 문제를 아주 정확하게 짚어냈어요.”“음, 분석은 물론 표현력까지 흠잡을 데 하나 없군요.”“하하, 나는 저 나이 때 기획서도 쓸 줄 몰라서 부장한테 엄청 깨졌는데.”“연 대표, 자네 자식들은 왜 다 이리 명석한 건가! 부러워서 배가 아플 지경이야.”여러 목소리가 연정미를 추켜세웠다.그럼에도 그녀는 우쭐한 기색 하나 없이, 시종일관 단정한 미소만을 유지할 뿐이었다.그 모습은 다시금 사람들의 칭찬을 끌어냈다.반면, 주주들은 조금씩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연정미의 기획안은 너무나 완벽했다. 흠을 잡고 싶어도 잡을 곳이 없을 정도였다.억지로 트집을 잡자니 체면이 걸렸고, 하지율은 결국 비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이 자리의 모두가 후계자 수업을 받지 못한 하지율이 연정미를 이길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자녀들에 대한 뜨거운 칭찬을 들은 연태훈은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하하하, 과찬이십니다.”칭찬이 잦아들자 그가 하지율을
연씨 가문으로 돌아오기 전, 하지율은 먼저 하이현 쪽의 집안 상황을 철저히 조사했었다.그러나 하씨 가문이 워낙 검소하게 지내고 있에 하씨 가문 구성원 외에는 제대로 된 정보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하지율은 그제야 하이현이 생전에 친정 이야기를 거의 입에 담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그녀는 지금 외가 쪽 사정에 대해 거의 무지한 상태였다.반면, 연씨 가문 쪽은 상대적으로 훨씬 단순했다.하지율의 조부모는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었다.자신을 위아래로 훑는 하태웅의 눈길을 마주한 하지율은 그제야 하이현이 왜 친정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는 겉으로는 무척 인자하고 온화해 보였으나 그 눈빛은... 아무리 봐도 가족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물건을 가늠하는 듯한 시선에 가까웠다.겉으로는 친절하고 부드러웠지만 하태웅의 눈빛 깊은 곳에는 분명한 경멸의 빛이 번들거리고 있었다.하지율은 애초에 연씨 가문에 애정이 없었고 오늘 처음 얼굴을 마주한 하태웅과 하성윤에게는 더더욱 감정이 없었다.그녀는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지만 그 속에는 차가운 거리감이 뚜렷하게 담겨 있었고 친척을 만났다는 반가움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그 반응에 서로 미묘한 눈빛을 주고받은 하태웅과 하성윤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연태훈은 장내의 분위기를 정리하듯 입을 열었다.“지율이와 정미, 너희 둘은 네 오빠들과 마찬가지로 1년간의 훈련이 필요하다. 지금부터 너희가 선택한 회사를 모두에게 발표하도록 하거라.”두 사람의 선택은 원래라면 주주나 임원들이 신경 쓸 만한 일이 아니었다.그러나 하지율의 신분만큼은 예외였다.그녀는 하이현의 친딸이며 초기 지분 10%를 쥐고 있었으니까.비율만 보면 하림 그룹의 주주들이 가진 것과 동일했지만 하지율의 10%는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그 10%의 초기 지분에는 연경 그룹이 지배하는 최첨단 기술 회사들의 경영권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어 있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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