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남편의 첫사랑이 불치병에 걸렸다. 남편은 하지율에게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지율아, 채아한테 남은 날이 얼마 없어. 그러니까 네가 참아.” 그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첫사랑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심지어 하지율이 정성껏 준비한 결혼식까지 임채아에게 양보해야 했다. 다섯 살 된 아들이 남편 첫사랑의 다리를 꽉 붙잡았다. “엄마는 예쁜 누나보다 하나도 안 예뻐요. 왜 예쁜 누나가 우리 엄마가 아니예요?” 하지율은 두 사람을 위해 이혼 합의서를 던져두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나중에 남편과 아이가 그녀 앞에 무릎을 꿇는데... 전 남편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이었고 아들은 눈물을 글썽거렸다. “지율아, 정말 우릴 버릴 거야?” “엄마, 진짜 우릴 버릴 거예요?” 그때 한 잘생긴 남자가 하지율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여보, 여기서 뭐 해? 아들이 배고프대.”
View More조금만 방심해도 단보현이 파 놓은 함정에 그대로 걸려들기 쉬웠다.그런 사람을 두고 손형원보다 더 위험하다고 하자니 또 그런 것도 아니었다.단보현에게는 자기만의 기준이 있었고 그래서 손형원처럼 끝까지 극단으로 치닫지는 않았다.손형원과 단보현이 하지율을 상대하는 방식만 봐도 알 수 있었다.둘은 완전히 다른 부류였다.손형원은 단순하고 거칠게, 몸부터 짓눌러 버리는 편이었다.반면 단보현은 훨씬 음흉하고 집요하게 계략으로 상대를 옭아매는 편이었다.그래서 둘 중 누가 더 위험하냐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려웠다.분명한 건, 둘 다 결코 좋은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뿐이었다.하지만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그 자리에 올라설 만큼 착한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있겠는가.연상준이 연정미를 바라봤다.“정미야, 단보현이 다음에는 무슨 수를 둘 것 같아? 너한테는 뭐라고 말한 적 없어?”연정미는 고개를 저었다.“처음부터 끝까지 보현 오빠는 나한테 자기 계획을 한 번도 말한 적 없어. 서현이가 아니었으면 나도 이번 일 전부가 보현 오빠 손에서 나온 줄 몰랐을 거야.”하지만 연상준은 다른 쪽을 짚었다.“단보현이 움직인 이유는 하나는 널 돕기 위해서고, 다른 하나는 지난번 납치 사건 때문일 수도 있어.”연상준은 연정미를 똑바로 바라봤다.“잊었어? 그때 단보현은 하지율이 자기를 납치했다고 했잖아. 내 생각에는 하지율한테 복수하는 걸 수도 있어.”하지율에게 복수하면서 동시에 연정미를 밀어 올릴 수도 있다면 단보현은 끝까지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다.눈빛이 살짝 흔들린 연정미도 역시 그런 가능성을 생각해 낸 듯했다.연정미는 낮게 한숨을 내쉬고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그때 연상준이 연상진을 돌아봤다.“하지율이 우리 연씨 가문 사람이 아니라는 말은 누가 떠들어도 상관없어. 하지만 그 말이 절대 우리 입에서 나가서는 안 돼. 형,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연상진도 그쯤은 알고 있었다.연씨 가문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말과 절대로 입 밖에 내서는 안 되는
"괜찮아요. 요즘 일이 많았으니 저도 하루쯤은 푹 쉬고 싶네요."하지율의 말에 주용화는 더 이상 권하지 않았다....하지율이 회의를 미뤄 버린 황당한 행동 이후부터 그녀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원래 지지율이 80퍼센트에 달하던 하지율은 어느새 20퍼센트만 남게 됐다.그동안의 여러 행동이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겼고 그 결과 적잖은 이들이 하지율에게서 등을 돌렸다.바로 그때부터 사람들은 다시 하지율이 연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라는 의혹을 꺼내 들기 시작했다.예전 단보현이 묻어 두었던 의심의 씨앗이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싹을 틔우기 시작한 것이다.연태훈이 회사에서 몇 번이고 직접 나서 해명했지만 온갖 소문과 추측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갈수록 더 거세졌다.연상준의 사무실.그 안에는 연상준과 연상진, 그리고 연정미가 함께 모여 있었다.연상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난 단보현이 왜 그렇게 허술한 수를 뒀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애초에 노린 게 따로 있었던 거였군.”그러자 연상진이 말했다.“그래도 밖에서 뭐라고 떠들든 하지율의 신분 자체는 확실하잖아. 아버지도 그건 분명히 알고 계시고. 아니면 지분을 넘겨줬을 리가 없지.”연상준이 비웃듯 웃었다.“아버지가 하지율을 딸로 버리지는 않았지.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지도 않았어.”예전에 연정미 쪽에 문제가 터졌을 때, 마지막에는 결국 연태훈이 직접 나서서 정리했다.그때는 손형원이 이 일에 손 떼고 지분을 내놓는 조건을 걸었고 윤씨 가문 입장에서는 딱히 손해 볼 것도 없었다.손형원이 빠지겠다고 하니 연정미는 어쨌든 연씨 가문 사람인 만큼 가문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연태훈은 하씨 가문 잔치 자리에서 하지율을 공개적으로 버리지는 않았고 회사 안에서도 몇 차례 관계를 정리해 설명해 줬다.그 이상은 없었으니 나머지는 전부 하지율이 혼자 감당해야 했다.하지율이 이 고비를 견뎌 내면 계속 연경 그룹에 남을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버
하지율의 질문이 너무 뜬금없었던 탓인지 이 부장은 잠시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무슨 말씀입니까?”하지율이 말했다.“이 부장님이랑 화야 씨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현장 상황도 꽤 심각했고, 사상자까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그제야 상황을 알아차린 이 부장이 안도한 듯 웃었다.“아, 하 대표님께서 그 일 때문에 오신 거군요.”이 부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실제로 연쇄 추돌 사고가 났고 상황도 정말 위험했습니다. 그런데 주 비서님이 반응이 워낙 빨랐습니다. 뒤에서 차가 그대로 밀고 들어오는 걸 보시더니, 바로 차를 몰아 가드레일 밖으로 빼 버리셨습니다.”이 부장의 얼굴에는 아직도 아찔했던 기색이 남아 있었다.“차는 많이 망가졌습니다만 저랑 주 비서님 둘 다 다행히 큰일은 없었습니다. 가벼운 외상 정도만 입었고요.”이 부장은 연신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이번에 주 비서님이 안 계셨으면 제 목숨은 정말 거기서 끝났을 겁니다.”하지율이 급히 물었다.“화야 씨는 어디 있어요? 많이 다쳤어요?”이 부장이 대답했다.“주 비서님은 아직 위층 병실에 계십니다. 저보다 조금 더 다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큰 문제 없다고 들었습니다.”하지율은 주용화가 있는 병실 위치를 확인한 뒤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탔다....병실 앞에 도착한 하지율은 가볍게 문을 두드렸다.그러자 안에서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오세요.”하지율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주용화는 막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있었다.지금 당장이라도 병실을 나설 사람처럼 보였다.주용화는 하지율을 보자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지율 씨,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하지율이 말했다.“화야 씨가 사고 났다고 해서 달려왔어요.”주용화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그냥 조금 긁히고 찢어진 정도입니다. 별거 아니에요.”하지율의 시선이 주용화의 팔로 향했다.여러 겹으로 감긴 새하얀 붕대가 눈에 들어왔다.“화야 씨, 지금은 좀 어떠세요? 상처가 많이
손형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하지율이 아니라면 설마 주용화를 노린 거라고?”손형원이 담담히 말했다.“맞아. 단보현은 처음부터 주용화를 노린 거야.”손형서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래도 최근에 터진 일들 보면 누가 봐도 전부 하지율을 겨냥한 것처럼 보이잖아.”손형원이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연회장에서 하지율이 가짜 딸이라는 소문을 터뜨린 건, 단보현이 던진 연막탄이었어. 하지만 그 수에도 일석이조의 효과는 있었지.”손형서는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일석이조라고? 난 그 계획 자체가 너무 허술해 보였는데? 뒤집기도 쉬웠어. 결국 하씨 가문만 망신당하고 끝난 거잖아.”그러자 손형원이 말했다.“연씨 가문이 그 말을 믿지 않은 것도 하나의 선택이야. 반대로 믿는 것도 또 다른 선택이겠지. 누가 연씨 가문이 반드시 하지율의 편을 들어 줄 거라고 장담할 수 있겠어?”손형서는 몇 초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뜻을 알아들었다.단보현은 연씨 가문이 이익 때문에 하지율과 완전히 등을 돌릴지, 그걸 걸고 판을 짠 거였다.정말로 사이가 틀어졌다면 연씨 가문과 하씨 가문은 어떻게든 하지율의 지분을 빼앗으려 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유언까지 공서양속 위반으로 엮어 버리면 하지율 쪽이 훨씬 불리해질 수밖에 없었다.손형서가 말했다.“그래도 단보현은 결국 계획이 틀렸잖아. 연씨 가문은 결국 하지율을 버리지 않았으니까.”손형원이 비웃듯 말했다.“그건 연씨 가문이 하지율을 포기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면 자기들 꼴이 너무 추해지니까 그런 거지.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망신당하고 싶지 않았던 거야. 게다가 하지율의 손에 결정적인 증거라도 쥐어져 있으면 자기들 흉한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 버리잖아.”손형서는 생각에 잠긴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아까 오빠가 그 계획이 일석이조라고 했잖아. 그럼 다른 하나는 뭐야?”손형원의 입가에는 서늘한 웃음이 번졌다.“소문이 진짜든 가짜든 세상에는 그걸 믿고 싶어 하는 바보가 있고, 영리하게 이용하려 드는 사람도 있어.”
“내 착각인가? 왜 하지율이 연주하는 이 ‘백월광’이 원작자랑 닮은 것 같지?”“원작자? A대학교의 연소영 말하는 거야? 그 사람 A대 명예의 전당 멤버라던데, 워낙 신비해서 얼굴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대.”“‘백월광’은 대가들도 많이 연주했지만, 아직까지 원작자 특유의 그 음색을 그대로 낸 사람은 없었지.”“하지율은 아닌 것 같은데? 예전에 하지율이 연주한 ‘백월광’을 봤는데, 원작자 느낌이랑 완전히 달랐거든.”“그땐 ‘여름밤의 별’이 아니라, ‘무명’을 썼잖아? 내 핸드폰에 그때 영상도 있어...”“혹시 하지율이 연소
강병주는 강씨 가문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아직은 배우고 단련하는 단계였다.이런 큰 계약은 여전히 강수로가 직접 맡았다.연씨 형제 둘을 보자, 강수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두 사람 낯빛이 좋지 않군요. 잠을 못 잔 것 같은데요? 무슨 일이라도 터졌나요?”두 형제의 낯빛이 바로 굳어졌다.어젯밤 확인해 보니, 연정미 일은 Z국에서 이미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퍼진 상태였다.강병주는 어릴 때부터 Z국에서 자랐고, 그쪽과 아직도 연락이 닿을 것이다.이 일을... 강수로가 모를 리 없었다.강수로는 가볍게 웃더니 두 사람을
“국제 대회 시작도 전에 어디론가 숨겨버렸더군. 폐관 수련 같은 걸 하는 모양이야.”말이 폐관 수련이지, 사실은 고윤택을 보호하기 위함이다.폐관 수련은 그저 대외적으로 둘러댈 단어일 뿐.손형원이 차갑게 웃었다.“그럼 그렇지. 연정미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미리 준비하고 있던 거야.”단보현이 한숨을 내쉬었다.“손형원, 연정미는 그 아이를 꽤 좋아해. 만약 네가 그 아이한테 손을 댄다면 정미는 너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단보현도 하지율을 쳐내고 싶었다. 하지만 어린아이를 이용하면서까지 그럴 생각은 없었다.그건 단씨 가문에
단성훈의 미간에 근심이 어렸다.“삼촌, 손형원은 미친개예요. 그 사람을 부르면 무슨 큰일이 벌어질지 몰라요.”한때 아무도 관심 없던 사생아에 불과하던 손형원이 지금은 손씨 가문의 가주가 됐다. 손형원이 써 온 수단의 잔혹함은, 같은 남자인 단성훈이 들어도 속이 서늘해질 정도였다.단보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연정미 일은 상대가 분명히 준비를 하고 터뜨린 거야. 소문을 덮기는커녕 지금은 더 빨리 퍼지고 있지. 우리 단씨 가문이든, 연씨 가문이든 해결이 어려워. 이대로면 연정미는 완전히 무너질 거야. 차라리 손형원과 손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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