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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녀가 나를 불륜녀라 부른다
불륜녀가 나를 불륜녀라 부른다
Author: 아정

제1화

Author: 아정
나는 진도현과 몇 년 전부터 별거했다. 그런데 오늘 이 사실을 아는 진씨 가문 사람이 나한테 전화를 걸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예린아, 네 시어머니 돌아가셨어. 도현이가 전화를 받지 않으니 너라도 와서 장례식을 치러야지.”

나는 시어머니가 돌아갔다는 말을 듣고도 놀라지 않았다. 슬픈 마음보다는 팽팽하게 늘어져 있던 줄이 툭 끊긴 것처럼 마음이 느슨해졌다.

3년 전, 진도현은 어느 날 갑자기 집을 나갔다. 별거 후, 진도현은 이 세상에서 사라진 사람처럼 나의 문자와 전화를 무시했고 온종일 비즈니스 파티거나 클럽을 돌아다니면서 유흥을 즐겼다. 나는 어머니가 세상을 떴는데도 전화를 받지 않는 진도현이 미웠다.

나는 인상을 찌푸린 채 휴대폰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큰 결정을 내렸다. 이번 주 회의를 모두 미루고 진도현의 본가로 내려가기로 했던 것이다. 비서 박서연은 보디가드 열 명을 데리고 나와 함께 본가로 향했다. 가는 길 내내 진도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얼마나 바쁘기에 전화를 받지 않는지 궁금했던 나는 진도현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보았다. 진도현은 새로 구입한 스포츠카 사진을 한 시간 전에 게시했다.

진씨 가문 사람 말로는 시어머니가 생전에 자신이 세상을 뜨면 꼭 특별 제작한 유골함을 준비하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자그마치 20억 정도 되는 유골함이 욕심나서 한참 고집을 부렸지만 세상을 뜬 뒤, 비통한 표정으로 슬퍼하는 가문 사람들은 유골함에 관한 말을 꺼냈다가 돈을 뜯길까 봐 입을 다물고 있었다.

나는 고민 끝에 진도현의 카드로 결제했다. 그러자 전화를 받지 않던 진도현이 결제 내역 문자를 확인하고 곧바로 전화를 걸어왔다.

“뭘 샀길래 그 많은 돈을 쓴 거야? 당장 환불해.”

나는 간만에 연락이 닿은 진도현과 말싸움하기 싫어서 차분하게 타일렀다.

“얼른 본가로 와, 장례식을 치르는 중이니까.”

진도현은 장례식에 조문하러 온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멈칫하다가 물었다.

“누구 장례식인데?”

나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가문 어르신 장례식이야.”

진도현은 아무 말 없이 바로 전화를 끊었다. 만약 진씨 가문 어르신이 아니라 지씨 가문 어르신의 장례식이라고 말했다면 진도현은 올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장례식 준비를 끝내고 블로그를 보고 있었는데 한 블로거가 새로운 게시물을 올렸다.

[남자 친구 카드 결제 내역 문자를 보니 16억이 긁혔어요, 의심할 만한 상황 맞죠?]

자극적인 제목으로 시선을 끄는 게시물이라 보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 블로거는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호기심에 들어가 보니 내 예상대로 진도현 회사 직원 정윤지가 맞았다.

진도현이 회사를 설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우리는 서로를 많이 사랑했다. 주요 업무를 제외한 다른 업무, 면접과 직원 교육을 내가 직접 맡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지인의 추천으로 회사에 들어오게 된 정윤지를 조사하다가 블로거로 활동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게시물을 클릭하니 댓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블로거의 남자 친구가 돈을 밝히는 여자랑 바람나서 카드까지 준 것 같으니 조심하라는 댓글을 보고 뻔한 내용이 시시해서 다른 블로그를 보려고 했는데 정윤지가 답글을 달았다.

[정윤지: 여러분, 불륜녀가 있는 게 확실해요. 남자 친구가 불륜녀랑 데이트하러 간 것 같은데, 지금 불륜녀 잡으러 가려고요.]

답글 아래에 커플 전용 앱을 캡처한 사진도 있었는데 정윤지 남자 친구가 내비게이션에 찍은 주소가 적혀있었다. 그곳은 바로 진도현의 본가가 있는 마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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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륜녀가 나를 불륜녀라 부른다   제10화

    정윤지는 병원에서 소란을 피우면서 불륜녀를 혼내줬을 뿐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경찰은 어이가 없었고 정윤지한테 물었다.“도대체 뭐가 그렇게 억울하다는 거죠? 정윤지 씨야말로 불륜녀인데요.”정윤지는 멈칫하더니 사실을 부정하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 아니에요. 사랑받지 못한 여자가 불륜녀예요. 사랑받지 못한 그 여자가...”옆에서 지켜보던 의사가 입을 열었다.“그럼 환자분은 사랑받는 쪽인데 남자가 16억을 배상하라고 한 거예요? 이거 완전 나쁜 놈이네.”정윤지는 멍하니 바닥만 내려다보았고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사랑받지 못한 여자가 불륜녀예요. 사랑받지 못한 그 여자가...”정윤지가 말하는 영상이 인터넷에 퍼졌고 정윤지 가족들은 영상을 보자마자 연을 끊어서 모르는 사람이나 마찬가지기에 배상금을 낼 수 없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진도현은 재판이 있을 때마다 출석하지 않았고 매일 회사에 틀어막혀 일만 했다. 나랑 연락이 닿지 않아서 답답한지 회사 사이트에 글을 올렸다.[진도현: 예린아, 나 오늘 14시간이나 일했어, 얼른 칭찬해 줘! 회사 이번 달 매출액이 10퍼센트나 올랐어, 나 잘했지?]진도현은 3년 전처럼 회사의 모든 일을 보고했지만 나는 아픈 과거를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진도현이 저지른 잘못은 비수가 되어 내 마음을 마구 찔러댔다.3년 동안 함께하면서 진도현은 절대 상인이 될 수 없음을 느꼈다. 회사를 창립한 지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한 달 된 지성 그룹 지사보다 수익이 적었다. 이번 달에 매출액이 증가한 것은 내가 진세 그룹을 인수하려는 것을 발견한 상업계 라이벌 회사가 일부러 값을 올리기 위해 손을 쓴 것이었다. 하지만 멍청한 진도현은 부단한 노력 끝에 얻은 보답인 줄 알았다. 나는 경찰서에 시어머니의 휴대폰을 증거로 제출했고 그 마을의 이상한 풍습을 전국에 알렸다. 영상 속에 나타난 사람들은 그날 밤 전부 잡혔고 조사를 마친 뒤에 경찰이 나한테 알려준 사실을 듣고 깜짝 놀랐다. 나는 마을 풍습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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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창밖을 내다보면서 차갑게 웃었다. 16억짜리 유골함은 이미 박살 났으니 환불하지 못할 것이고 진도현과 시어머니가 업보를 받은 것이다. 그다음 목표는 진도현과 마을 사람이었고 누구도 법의 심판에서 도망치지 못할 것이다. 나는 감시 카메라에 찍힌 영상과 의사 소견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정윤지의 등장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진도현 본가로 가는 것은 내 계획의 일부였다.지난번 마을 사람 결혼식 때 감시 카메라가 없어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 진도현의 본가로 가서 시어머니의 휴대폰을 몰래 빼내려 했다. 사진과 영상이 유출될 위험도 있었고 직접 본가로 가야 사람들이 본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장례식을 치른 날의 모든 것이 감시 카메라에 찍혔고 스스로 무덤을 판 정윤지까지 같이 경찰에 넘길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멍청한 정윤지한테 반한 진도현도 멍청하다고 여겼다. 3년 동안 이런 남자를 사랑한 것이 후회스러웠고 순진하고 어리석었던 내가 우스웠다. 어리석은 대가를 이미 치렀으니 이제는 다른 사람이 대가를 치를 차례였다.경찰서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진 뒤였다. 진도현이 보낸 이메일을 열어 보니 나의 이혼합의서에 사인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고 카톡으로 장문의 문자를 보내왔다.[진도현: 예린아, 우리 예전으로 돌아가자. 나한테는 오직 너뿐이야, 널 만나지 못하니까 하루 종일 가슴이 갑갑해서 숨을 쉴 수가 없어. 예린아, 우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응? 집 비밀번호는 왜 바꾼 거야? 아니면 네가 우리 집으로 올래? 와본 적이 없으니 어디인지 모르겠구나... 이 주소로 오면 돼, 그 여자랑 연락 끊었고 소란을 일으킨 대가를 치르게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예린아, 우리 사이에 더 이상 다른 사람은 없어. 다시 내 옆으로 돌아와 주면 안 돼?]그 뒤로 술에 취했는지 전화를 몇십 통씩 걸기 시작했다. 3년 동안 아무런 연락도 없던 진도현이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와도 좀처럼 기쁘지 않았다. 우리가 뜨겁게 사랑할 때, 진도현은 애교가 많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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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륜녀가 나를 불륜녀라 부른다   제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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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륜녀가 나를 불륜녀라 부른다   제5화

    나의 말을 들은 진도현이 멈칫하더니 영정 사진을 보자마자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고는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짓고서 박살 난 영정 사진 액자를 매만졌다. 자신의 어머니 사진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 방금 뭐라고 했어? 어떻게 내 어머니 장례식이야, 어떻게 갑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왜 아무도 나한테 연락하지 않은 거지?”진도현은 큰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 목 놓아 울었다. 액자 유리 파편이 진도현 가슴팍에 박혀서 하얀 셔츠를 빨갛게 물들였다. 하지만 진도현은 통증조차 느끼지 못했고 영정 사진을 더 꽉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믿기지 않는지 직접 전화를 걸었다.“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진도현은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다.“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나는 병원에서 받은 사망진단서와 화장 서류를 진도현 앞에 던지면서 말했다.“세 날 전에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는데 병원에 이송했을 때는 이미 늦었대. 당신이 전화를 받지 않아서 가문 사람들이 나한테 연락한 거고 내가 당신 대신 장례식을 치른 거야.”정윤지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고 황급히 진도현을 데리고 나가려 할 때, 진도현이 정윤지의 뺨을 후려갈겼다. 진도현은 산산조각 난 유골함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손을 덜덜 떨었다.“그, 그럼 이건...”진도현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고 애써 사실을 부정하려는 것 같았다. 나는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당신 어머니가 생전부터 원하던 유골함이라서 당신 카드 긁은 거야. 당신이 못한 효도 내가 했으니까 됐지? 당신 여자 친구는 어머니를 천한 여자라고 욕하면서 16억 유골함을 가질 자격조차 없다고 하던데? 어머니 유골함을 박살 내서라도 당신 돈을 가지겠다고 하더라고... 아, 어머니는 죽어서도 지옥 불에 활활 타서 고통받을 거라고 했었지.”한 무더기 가루 앞에 무릎 꿇은 진도현은 나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울부짖었고 정윤지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정윤지의 몰골이 말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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