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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풍을 이겨내고 반전을 이루다

역풍을 이겨내고 반전을 이루다

By:  검은문Completed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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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결혼한 지 5년 만에 나는 드디어 임신했다. 그런데 그때, 나의 후배가 불룩한 배를 안고 나를 찾아왔다. “언니, 저 언니 남편의 아이를 임신했어요. 제발 이 아이를 낳게 해주세요.” 그녀의 말에 나는 그만 웃음이 나왔다. 그 후, 나는 남편에게 검사 보고서를 보여주었다. 거기엔 분명히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남성 불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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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화

새하얀 원피스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 나를 찾아온 이현영은 조용히 내 맞은편에 앉았다.

현영은 청순한 외모와 조금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는 매력적인 여자였다.

자리에 앉은 그녀는 붉어진 눈으로 나를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언니, 제가 정말 죽을 죄를 지었어요. 하지만 아이는 아무 죄가 없잖아요...”

현영은 눈물을 머금고, 살짝 불러온 배를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애처롭게 말했다.

과거의 나였다면 현영의 이런 모습에 바로 마음이 약해졌을 것이다. 평소 착하고 다정한 그녀의 모습에 특별히 더 많이 아껴줬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제는 현영의 이런 모습이 그냥 역겨울 뿐이다.

나는 머릿속에서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현영의 얼굴에 그대로 끼얹는 상상을 수십 번 했다.

그녀가 커피의 쓴맛을 봐야 정신을 차릴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현실 속의 나는 솟구치는 분노를 애써 누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앞에 놓인 카푸치노를 스푼으로 천천히 저으며, 빠른 속도로 머리를 굴렸다.

나는 허정우와 결혼한 지 5년이나 지났지만 줄곧 아이가 들어서지 않았다.

참으로 웃긴 것이, 그동안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던 일이 두 달 전 남편이 술에 취해 얼떨결에 가진 잠자리에 내가 임신하게 된 것이다.

이 갑작스러운 희소식을 나는 겨우 30분 전에 알게 되었다.

병원에서 나오면서 나는 아이의 초음파 사진을 조심스럽게 가방 속에 넣고는, 이따 남편을 놀라게 할 생각에 들떠있었다.

하지만 내가 미처 남편에게 이 기쁨을 전할 새도 없이, 현영이 내게 더 큰 ‘깜짝선물’을 갖고 찾아온 것이었다.

전에 나는 남편에게 성기능 장애가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 보니 남편은 기능에 문제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두 여자를 모두 만족시키기에 무리였던 모양이다.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현영은 살짝 당황해하면서 다시 열연을 펼쳤다.

“언니, 사실 저도 처음에는 이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담당 의사가 제가 이 아이를 지우면 앞으로 평생 임신을 못 할 수도 있다고 해서...”

현영은 자신도 부득이한 선택을 한 거라 열심히 설명하며 눈물을 줄줄 흘렸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속에서 올라오는 역겨움을 꾹 참으며 휴지 한 장을 건넸다.

“몇 개월이나 됐어? 정우 씨한테는 얘기했어?”

내가 그녀 예상과는 달리 너무 침착하게 반응하자, 현영은 잠시 멍해 있다가 대답했다.

“정우 오빠는 언니를 진심으로 사랑해요. 제가 얘기하면 분명 이 아이를 지우라고 할 거예요...”

그러니까, 남편은 아직 현영의 임신 사실을 모른다는 뜻인데...

결국 오늘 이 자리는 나를 몰아내기 위한 자리였다.

‘웃기는 사람들이네.’

“그럼 나를 찾아온 이유가 뭐지?”

나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현영의 능구렁이 같은 속내에 놀라움과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언니, 저 정말 정우 오빠를 사랑해요. 오빠랑 이 아이 모두 잃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언니의 결혼을 망치고 싶은 마음 또한 추호도 없어요.”

“이 도시에서 제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언니뿐이란 걸 잘 아시잖아요. 저는 그저 이 아이를 무사히 낳기만 하면 돼요. 그 후 바로 떠날게요.”

현영은 말하면서 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미모의 두 여자가 함께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주목받기에 충분했는데, 이 여우 같은 년이 자꾸 울기까지 하니, 사람들의 시선이 서서히 이쪽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시선에 창피해진 나는 현영을 다그쳤다.

“빙빙 돌리지 말고 본론만 말해.”

“저랑 정우 오빠는 매주 두 번 만나요. 하지만 이젠 임신 3개월 차에 접어들어서 더는 숨길 수 없을 것 같아요. 배가 나와서 어쩔 수 없이 회사 일도 그만뒀어요. 당연히 수입도 끊겼고요. 게다가 정우 오빠가 마련해준 오피스텔에서도 더는 살 수 없을 것 같아서...”

나는 현영의 뻔뻔한 사랑 자랑을 더는 듣고 싶지 않아 그녀의 말을 끊었다.

“네 말은, 나더러 네가 살 곳을 마련해 주고, 아이를 낳을 때까지 돌봐달라는 뜻이야?”

현영은 몹시 민망한 척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대단한 여자네. 파렴치한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나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대체 뭘 믿고 네 요구를 들어줄 거로 생각한 거지? 내가 너더러 아이를 지우라고 강요할 거란 생각은 안 해봤어?”

“정우 오빠가 언니가 아이를 정말 좋아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아이를 못 가진다고...”

현영은 커다란 눈동자로 조심스럽게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현영의 눈빛 속에서 그녀가 지금 승리의 희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현영의 의도는 너무도 명확했다.

그녀는 내가 아이를 못 가지니, 꼭 자기 아이를 탐낼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를 무사히 낳은 후 그걸 무기로 나를 몰아낼 속셈이었다.

‘정말 역겨워!’

하지만 나는 섣불리 화를 내선 안 됐다.

그러면 현영이 의도한 대로 끌려가게 될 테니까.

“너무 갑작스러워서 좀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겠어. 그러니 먼저 돌아가. 생각이 정리되면 연락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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