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164화

Author: 서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2 00:01:36

집에 도착해서도 사라는 한동안 현관에 서 있었다.

강수가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는데도 따라오지 않았다.

손은 여전히 배 위에 있었다.

평평했다.

아무리 내려다봐도 달라진 건 없었다.

그런데 그 안에 심장이 하나 더 뛰고 있었다.

여덟 주.

그 말을 떠올릴 때마다 기분이 이상했다.

“사라야.”

사라가 고개를 들었다.

강수가 거실에서 보고 있었다.

“왜 거기 있어.”

“그냥.”

그제야 신발을 벗었다.

소파까지 걸어가 털썩 앉았다.

평소 같으면 다리를 올리고 드러누웠을 텐데 오늘은 얌전히 앉아 있었다.

강수가 물을 가져왔다.

뚜껑까지 열어 건넸다.

사라는 몇 모금 마시고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강수는 맞은편에 앉지 않았다.

사라 옆에 앉았다.

가까웠다.

그런데도 사라는 그에게 기대지 않았다.

한참 동안 자기 손가락만 만지작거렸다.

강수도 재촉하지 않았다.

먼저 입을 연 건 사라였다.

“오빠.”

“어.”

“우리 애.”

말하고 잠깐 멈췄다.

우리 애.

병원에서는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입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불온한 정착   180화

    “사라.”서희의 눈이 멈췄다.잠시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 청담동 어디냐고, 두 사람이 지내는 집의 위치를 묻고 있었다. 아파트 이름이나 주소가 돌아올 거라 생각했던 질문에 강수는 사람의 이름을 말했다.“……뭐?”강수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내 집.”짧은 두 글자가 뒤늦게 의미를 만들었다.서희의 입술이 천천히 벌어졌다.강수에게 집은 오래도록 별 의미가 없는 장소였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아버지가 있는 집은 돌아가고 싶은 곳이 아니었고, 어머니가 떠난 뒤에는 더더욱 그랬다. 돈을 벌고 조직을 키운 뒤에는 어디든 자신이 원하는 공간을 가질 수 있었지만 그저 자고, 씻고, 옷을 갈아입는 장소에 가까웠다.서희와 결혼하고 처음으로 달라졌었다.둘이 살 집을 직접 마련했고, 서희가 좋아할 만한 것으로 채웠다. 퇴근하면 돌아왔고 아침이면 같은 식탁에 앉았다. 그것이 자신이 선택한 정착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또 달라졌다.사라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처음에는 산속의 별장이었고, 그다음에는 자신이 사준 청담동의 아파트였다. 집이 작다는 핑계로 더 넓은 곳을 골랐지만 정작 그 공간을 채우기 시작한 건 강수 자신이었다.셔츠 한 장.구두 한 켤레.시계와 서류.그러다 양복이 늘고, 자신의 물건을 둘 방이 생겼다. 사라에게 주겠다고 했던 방은 어느새 자신의 서재가 되었고 아침에 눈을 뜨면 사라가 냉장고를 뒤지는 소리가 먼저 들렸다.그곳이어서 돌아간 게 아니었다.사라가 있어서 돌아갔다.“주소 말고.”강수의 목소리가 낮게 내려앉았다.“내가 돌아가는 데.”서희의 눈가가 다시 붉어졌다.“그게…… 사라라고?”“어.”망설임조차 없었다.그 대답이 서희의 가슴을 그대로 후벼 팠다.“그럼 나는?”강수의 눈빛이 무거워졌다.서희는 웃으려 했지만 입술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여기는 뭐였는데?”거실을 둘러봤다. 둘이 고른 가구가 있었고 함께 찍은 사진도 있었다. 결혼하고 처음 들여놓은 식탁도, 강수가 서희를 위해 고른 침실도 그대

  • 불온한 정착   179화

    강수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서희가 무엇을 묻고 있는지는 알았다. 호텔이나 잠깐 머무는 장소가 있는지를 묻는 게 아니었다. 일 년 가까이 이어진 관계라면 두 사람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공간도 있을 거라는 생각까지 닿은 것이다.“있어.”서희의 손끝이 굳었다.“어디?”“청담동.”같은 동네였다.자신과 강수가 사는 이 집도 청담동이었다. 그 사실이 서희에게는 이상할 만큼 잔인하게 느껴졌다. 멀리 떨어진 곳도 아닌 같은 동네 어딘가에 자신이 모르는 강수의 생활이 하나 더 있었다.“사라 집이야?”강수는 서희를 바라보다 짧게 대답했다.“내가 샀어.”서희의 숨이 멎었다.잠깐 만나는 관계였다면 하지 않았을 일이었다. 강수에게 돈은 큰 의미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집은 달랐다. 더구나 낮에 봤던 두 사람의 익숙한 모습까지 겹치자 그곳이 단순히 사라에게 사준 집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었다.“당신도 거기서 지내?”“어.”그제야 강수가 집에 들어오는 날이 줄어든 이유까지 정확해졌다.출장이 아니었던 밤.늦는다고 했던 날.자신이 혼자 잠들었던 수많은 시간 동안 강수는 사라에게 돌아갔다.서희는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더 울고 싶지 않았지만 눈가는 이미 젖어 있었다.“왜 사라야?”강수의 눈이 서희에게 향했다.“세상에 여자가 그렇게 많은데 왜 하필 사라야.”이번 질문에는 원망보다 이해할 수 없다는 마음이 더 컸다. 자신과 전혀 다른 여자. 한곳에 오래 머무는 것조차 답답해하고, 생각한 것을 그대로 말하며, 누구에게도 자기 삶을 맞추지 않는 여자였다.자신이 누구보다 잘 아는 친구였다.강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처음에는 자신도 몰랐다.사라가 왜 자꾸 눈에 밟히는지.겁을 먹어야 할 순간에도 자신을 똑바로 쳐다봤고, 마음대로 움직이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자신이 왜 그래야 하느냐고 물었다. 좋아한다고 해서 받아줘야 할 이유도 없고, 자신이 싫다고 해서 제 마음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라던 여자였다.잡으면 빠져나갔고,

  • 불온한 정착   178화

    강수는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서희와 함께한 시간이 머릿속을 스쳤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결혼을 결심하기까지, 자신과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아온 것처럼 따뜻했던 여자였다. 피 냄새와 욕설이 익숙했던 삶에 서희가 들어왔고, 강수는 처음으로 그 옆에서 평범하게 살아도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혼했다. 사랑하지 않았다면 하지 않았을 결혼이었다. “아니.” 낮고 짧은 목소리가 떨어졌다. 서희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거짓말 아니었어.” 그 말이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건 강수도 알고 있었다. 오히려 서희의 얼굴은 더 무너졌다. 사랑하지 않았다고 하면 차라리 지난 시간을 전부 거짓으로 만들어 미워할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사랑했다는 남자가 다른 여자에게 갔다. 그것도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그럼 뭐야…….” 서희가 떨리는 숨을 삼켰다. “나 사랑했는데 사라도 만난 거야?” 강수는 부정하지 않았다. 서희가 헛웃음을 흘렸다.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지만 금세 다시 흘러내렸다. “그게 더 잔인한 거 알아?” 강수의 턱이 굳었다. “나 싫어졌다고 했으면 됐잖아. 마음이 변했다고, 이제 나랑 못 살겠다고 말했으면 됐잖아.” 서희의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졌다. “왜 아무 말도 안 했어?” 강수는 대답할 말을 찾지 않았다. 말할 수 있었던 순간은 많았다. 사라에게 시선이 가기 시작했을 때도, 일본에서 처음 선을 넘었을 때도, 돌아온 뒤 끊어내지 못했을 때도 있었다. 사라가 자신에게 마음을 요구하지 않았던 만큼 오히려 돌아설 기회는 더 많았다. 그런데 자신이 붙잡았다. 사라가 떠날 수 있다고 할 때마다 쫓아갔고, 결국 연애를 하자고 한 것도 자신이었다. 그러면서 서희에게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미안해.” 서희가 눈을 감았다. 처음이었다. 오늘 밤 강수의 입에서 나온 말 중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하지 마.” 강수의 입이 다물렸다. “지금 미안하다고 하지 마.” 서희가 고개를 저었다.

  • 불온한 정착   177화

    서희의 얼굴에서 마지막 남은 핏기가 천천히 빠져나갔다.어쩌면 끝까지 다른 대답을 기다렸는지도 몰랐다. 자신이 본 장면을 설명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기를, 적어도 자신이 생각하는 관계만은 아니기를 바랐던 마음이 강수의 짧은 한마디로 완전히 무너졌다.서희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울음부터 터뜨리고 싶지는 않았다. 화를 내기 전에 알아야 했다. 자신이 아무것도 모르고 남편을 믿으며 지냈던 시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두 사람이 언제부터 자신만 모르는 관계가 된 건지.“언제부터였어?”강수의 시선이 무겁게 내려앉았다.대답은 바로 나오지 않았다.서희는 그 침묵을 견디며 강수를 바라봤다. 처음에는 몇 초에 불과했던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슴 안쪽이 더 차갑게 식었다.“내가 묻잖아.”목소리가 떨렸다.“사라랑 언제부터 만났어?”강수의 턱이 굳었다.처음 선을 넘었던 일본.그보다 먼저 시작됐던 시선과 호기심, 자신도 제대로 정의하지 못했던 감정. 일본에서 돌아온 뒤에도 끝내 끊지 못했고, 오히려 사라가 돌아설 때마다 자신이 쫓았다.그러다 결국 연애를 하자고 한 것도 자신이었다.어디서부터를 시작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는 관계였다.하지만 서희가 묻는 건 그런 구분이 아니었다.“작년.”서희의 눈동자가 멈췄다.“……작년?”“어.”짧은 대답 하나가 떨어졌다.서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작년.사라가 3년 동안의 여행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왔던 해였다. 자신이 누구보다 반가워하며 사라를 다시 만났고, 술에 취했던 자신을 사라가 이 집까지 데려다준 날도 있었다.그날 두 사람은 처음 만났다.자신이 소개한 것이나 다름없었다.서희의 입술이 떨렸다.“설마…….”숨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사라 한국 들어오고 얼마 안 돼서?”강수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러나 부정도 하지 않았다.서희는 그 침묵만으로도 충분한 것을 알아버렸다.“그럼 거의 일 년이잖아.”목소리가 허공에서 힘없이 갈라졌다.일 년.며칠도, 몇 주도 아니었다.자신이

  • 불온한 정착   176화

    강수의 시선이 손에서 다시 서희에게 올라왔다.반지를 언제부터 끼지 않았느냐는 질문이라면 대답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서희는 그것만 묻고 있는 얼굴이 아니었다. 조금 전 점심을 물었을 때부터 이어진 질문의 순서와 평소라면 그냥 넘어갔을 짧은 대답 하나하나를 붙잡는 시선, 무엇보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달랐다.강수는 물병을 내려놓았다.“무슨 일 있어?”서희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대답 대신 자신을 살피는 강수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애써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먼저 물었는데.”강수는 말이 없었다.“반지 어디 있어?”“회사.”“회사 어디?”“서랍.”“왜?”짧은 질문이 연달아 이어졌다.강수의 눈빛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서희가 결혼반지를 확인한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자신 역시 그것을 설명해야 할 물건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그런 서희가 오늘은 점심을 누구와 먹었는지부터 반지가 어디 있는지까지 묻고 있었다.무언가 봤다.혹은 들었다.강수는 더 이상 대답을 서두르지 않았다.그 침묵에 서희의 손가락이 제 결혼반지를 만지작거렸다.“불편해서 뺐어?”“아니.”“그럼?”강수가 잠시 서희를 바라봤다.“일할 때 뺐어.”거짓말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랬다. 현장이나 사뇌파 쪽 일을 볼 때 반지가 손에 걸리는 게 불편해서 빼두는 날이 있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다시 끼우는 횟수가 줄었다.그런데 이제는 이유가 달라져 있었다.사라가 있는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손가락에 남은 반지가 거슬렸다.사라가 빼라고 한 적도 없었다.한 번도 물어본 적조차 없었다.오히려 신경 쓰지 않는 쪽은 사라였다. 강수가 유부남이라는 사실도, 자신과 만나고 있다는 사실도 이미 알고 시작한 관계였다. 반지 하나로 의미를 확인하려는 여자도 아니었다.그래서 강수 스스로 빼놓았다.그 사실을 굳이 서희에게 설명할 수는 없었다.“계속?”서희가 물었다.“뭐가.”“계속 일하고 있었어?”강수의 눈이 미세하게 좁아졌다.서희는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점심

  • 불온한 정착   175화

    현관문이 열린 건 밤이 제법 깊어진 뒤였다.강수는 평소와 다르지 않은 얼굴로 안으로 들어왔다. 회사에서 곧장 온 듯 짙은 셔츠에 정장 바지 차림이었고, 한 손에는 휴대전화와 차 키가 들려 있었다. 현관 센서등이 켜지자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서희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저녁까지 사라와 함께 먹은 강수는 조금 전까지도 다른 집에 있었다. 사라가 먹고 싶다던 음식을 시켜놓고 맞은편에 앉아 잘 먹는지 지켜봤고, 식사를 끝낸 뒤에는 냉장고에 과일을 채워놓고 나왔다. 사라가 소파에 늘어져 배를 쓰다듬으며 뜬금이도 배부르다고 장난쳤을 때는 말없이 머리만 한번 쓸어줬다.그렇게 사라를 두고 이곳으로 왔다.강수는 거실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안쪽으로 걸어왔다. 늦은 시간까지 서희가 깨어 있는 건 드문 일이 아니었기에 특별히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안 잤어?”“응.”서희의 대답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적어도 목소리만은 그랬다.강수는 재킷을 벗어 팔에 걸쳤다. 서희는 그런 그를 조용히 바라봤다. 낮에 식당 앞에서 봤던 남자와 지금 눈앞에 서 있는 남자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이 이상할 만큼 낯설었다.사라에게 몸을 기울여 안전벨트를 채워주던 남자.햇빛을 손으로 가려주던 남자.뽀뽀를 받고도 놀라지 않은 채 머리를 건드리던 남자.그리고 지금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로 자신의 집에 들어와 있었다.강수가 거실 테이블 위에 차 키를 내려놓았다.그 작은 소리에 서희의 시선이 움직였다.“저녁은?”“먹었어.”“그래?”짧은 대화가 지나갔다.서희는 입가를 아주 조금 올렸다. 강수는 아직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듯 셔츠 소매를 한 번 걷었다. 손목이 드러나고 손가락이 움직였다.서희의 시선이 그대로 멈췄다.왼손.결혼반지가 없었다.언제부터였을까.기억을 더듬으려 했지만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매일 보는 사람의 손을 매일 확인하며 사는 아내는 아니었다. 결혼하고 처음 몇 년 동안은 당연하다고 생각했기에 오히려 보지 않았다.반지가 있는 게 당연했으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