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의 시선이 사라의 얼굴에 오래 머물렀다.사진 속에서 몇 번 본 여자였다.서희가 휴대전화를 들이밀며 자랑하듯 보여주던, 3년째 세계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는 친구. 어느 날은 태국 바닷가에 있다가 한 달 뒤에는 유럽의 작은 골목에서 웃고 있었고, 또 어느 날은 이름조차 생소한 도시에서 술잔을 들고 있었다.한곳에 붙어 있지 못하는 애라고 했다.오는 남자 안 막고 가는 남자 안 잡는 애라며, 서희는 사라 이야기를 할 때마다 걱정 반 웃음 반이었다.그런데 직접 마주한 민사라는 사진보다 훨씬 작았고, 훨씬 눈에 띄었다.무엇보다 겁이 없었다.강수의 얼굴에 길게 자리 잡은 흉터를 처음 본 사람들은 대부분 시선을 피했다. 덩치에 한 번 눌리고, 눈빛에 두 번 움츠러들었다.사라는 정반대였다.고개를 한껏 젖힌 채 대놓고 그를 구경하고 있었다.“생각보다 더 크시네요.”강수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뭐가.”“키요.”사라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고는 그의 오른쪽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흉터도 사진에서는 잘 안 보였는데.”처음 보는 남자의 흉터를 저렇게 빤히 바라보는 여자도 처음이었다.강수가 낮게 물었다.“안 무섭나?”“뭐가요?”“나.”잠깐 눈을 깜빡이던 사라가 피식 웃었다.“제가 왜요?”정말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강수가 묘한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던 순간, 안방 문이 열렸다.“여보……?”헝클어진 중단발에 잠이 덜 깬 얼굴로 나온 서희가 강수를 발견하자마자 환하게 웃었다.“왔어?”강수의 분위기가 눈에 띄게 누그러졌다.“왜 나왔어. 자지.”“목말라서.”휘청거리는 서희가 다가오자 강수는 익숙하게 허리를 받쳤다. 조금 전까지 사라를 내려다보던 차가운 얼굴은 온데간데없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고, 술기운으로 붉어진 볼까지 손등으로 가볍게 쓸었다.“얼마나 마신 거야.”“조금.”“이게 조금 마신 얼굴이야?”말은 타박하면서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러웠다.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라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서희에게
Last Updated : 2026-09-1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