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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화

Author: 복덩이
안채린은 뻗은 손으로 주먹을 움켜쥐고 아랫입술이 찢어질 정도로 깨물었다.

그러고는 이내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강민아 같은 여자가 왜 사모님 자리까지 포기하면서 당신과 이혼했는지 이유를 알 것 같네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반하준의 어둡고 가늘어진 동공이 서늘한 한기를 뿜어내며 안채린에게 경고했다.

“내일 회사 출근하는 거 잊지 마세요. 늦으면 서경에서 당신이 발붙일 곳은 없을 거예요.”

안채린은 소름이 쫙 돋았다. 여전히 반하준은 차에 탄 채 그녀와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었지만 마치 저 높은 하늘에 있는 듯 우러러봐야 할 것 같았다.

반하준은 단지 그녀가 쓸모 있는 존재였기 때문에 기꺼이 받아들였다.

만약 주제넘게 군다면 그는 안채린에게 똥을 먹으라고 시켜도 웃으며 먹어야 한다는 게 어떤 건지 행동으로 보여줄 거다.

“아아악!”

안채린은 너무 화가 나도 발을 쿵쿵 구르는 것 말고는 함부로 분노를 터뜨릴 수가 없었다. 휠 스트리트에서 지내던 그녀는 이런 일을 처음 겪어본다.

검은색 마이바흐가 멀리 사라지고 반하준은 컴퓨터를 꺼내서 일을 시작했다.

민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여자가 정말 내 새엄마가 되는 거예요?”

반하준이 대답하지 않자 민이가 덧붙였다.

“난 저 여자 싫어요. 조금도 마음에 들지 않아요.”

마침내 반하준이 답했다.

“넌 새엄마를 좋아할 필요 없어. 내가 어떤 여자를 선택하든 네가 상관할 바 아니야.”

반하준이 차갑게 굳은 얼굴로 민이에게 말했다.

“네 새엄마가 누가 되든 그 역할과 결과는 똑같아. 내가 일하느라 바쁜 동안 너를 잘 키워서 좋은 후계자로 만드는 것.”

“그럼 아빠는 저 여자가 마음에 들어요?”

“아니.”

반하준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럼 아빠는 예전 엄마를 원해요?”

민이는 한참 동안 기다려도 반하준의 대답이 돌아오지 않아 이렇게 덧붙였다.

“전 그래도 원래 엄마가 좋아요. 엄마도 훌륭하잖아요. 안 그래요?”

컴퓨터 화면에 비친 반하준의 입꼬리가 아래로 축 처졌다.

그는 강민아에 대해 생각만 해도 짜증이 나서 민이와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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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514화

    오소정이 마지막 말을 내뱉을 무렵 반하준에게서 터져 나온 분노가 오소정의 얼굴을 강풍처럼 휩쓸고 지나갔다.오소정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채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반하준이 기세등등하게 묻는 말이 들렸다.“버렸다고요?”오소정은 온몸이 흠칫 떨렸다.“네...” 반씨 가문에서 오랜 세월 일하면서 눈치가 빨라진 그녀는 단번에 강민아가 두고 간 싸구려 옷을 버린 게 반하준을 화나게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왜 화를 내는지는 이해하지 못했다.오소정이 서둘러 둘러댔다.“전 여사님 지시에 따랐을 뿐이에요.”반하준은 도우미가 버린 물건을 되찾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여기서 더 큰 소동을 벌이면 부모님을 놀라게 할 것 같았다.또한 지금 자신의 반응이 다소 이상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참을 수 없었다.민이가 쓰레기통에 버려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청진기처럼 이 집에 강민아와 관련된 것들도 조금씩 사라져갔다.반하준은 복도에 서서 강민아가 집에서 지냈던 모습을 떠올리려 했지만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전업주부인 강민아는 하루 종일 집에 있었는데 저택에 어떻게 강민아의 흔적이 없을 수가 있나.그저 과거엔 반하준이 전혀 신경 쓰지 않았을 뿐이었다.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고 반하준은 스스로 되뇌었다.차분함을 되찾은 그가 오소정에게 말했다.“이 집에선 내 말에 따라야 합니다. 이제부터 집안의 크고 작은 모든 일을 나한테 먼저 물어보세요.”“아...” 오소정은 평소 워낙 바쁜 반하준에게 저택의 크고 작은 모든 일까지 동의를 구하면 대답할 시간은 있는지 묻고 싶었다.하지만 반하준은 괜스레 트집을 잡으며 이러한 요구를 제기했고 오소정이 물었다.“대표님, 내일 대표님과 도련님 아침과 저녁 식사는 어떻게 준비할까요?”“평소에 민아가 집에서 어떻게 했으면 똑같이 해요.”“...” 오소정은 완전히 침묵했다....늦은 밤.반하준은 꿈속에서 강민아에게 감금되었던 그날 밤으로 돌아갔다.벽에 기댄 그는 화장실에 갈 수 없어 몸에 저장된 수분이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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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회사에서 한 자리 차지하겠다고요? 당신이 감히?”반하준의 목소리엔 전혀 조롱하는 의도가 비치지 않았지만 모든 존재를 우습게 보는 그의 태도는 타고난 것이었다.한낱 벌레를 조롱할 생각은 없지만 그의 눈에 다른 사람은 벌레처럼 눈길 한 번 줄 가치도 없는 존재들이었다.안채린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그녀가 언제 이런 적나라한 경멸을 겪어본 적이 있었던가.늘 미린국에서의 유학 경험을 자랑스러워했고 저널에도 실렸으며 미래의 휠 스트리트를 빛낼 스타로 떠올랐었다.하지만 반하준에게 그녀는 쓸모없는 쓰레기와 다름없어 보여 안채린의 불그스름한 얼굴이 창백하게 바뀌었다.“그럼 왜 날 차에 태운 거죠?”시선을 내린 반하준의 잘생긴 얼굴은 딱딱하고 차가웠다. 그는 멍청한 사람에게 더 설명하기 싫다는 듯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내일부터 내 생활 비서로 일하면서 매일 제시간에 부신 그룹으로 출퇴근해요.”안채린의 머릿속에 긴 이명이 터져 나왔다.누군가 그녀의 머릿속에 폭탄을 던져 그것이 요란하게 터진 듯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는 백지장이 되어버렸다.“생활 비서면... 매일 뭘 하면 되죠?”반하준의 차갑고도 오만한 시선이 안채린의 얼굴로 향하며 조용히 그녀의 멍청함을 적나라하게 비웃고 있었다.“뭔지 몰라도 시키면 다 하겠죠. 내일 비서실로 오면 출근해서 뭘 해야 하는지 알려줄 거예요.”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던 안채린의 두 손이 안으로 말리며 손톱이 살갗을 파고들었다.“전 제 능력을 활용하기 위해 부신 그룹으로 가는 거예요. 생활 비서로 온갖 잡일을 도맡고 아무나 할 수 있는 허드렛일을 하기엔 너무 아까운 인재라는 생각이 안 들어요?”반하준이 차갑게 피식거렸다.“그쪽이 무슨 인재입니까? 공개적인 차량 테스트에서 속임수나 쓰는 멍청이지.”“...”안채린은 입술을 꽉 다물었고 긴 침묵 속에서 속으로는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어금니를 하도 깨물어 부서질 것 같았다.“생활 비서가 필요한 거면 날 왜 데려왔어요?”반하준의 목소리는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510화

    반하준이 민이를 데리고 막 차에 타려는데 안채린이 따라왔다.“반 대표님, 저도 같이 차에 타도 될까요?”민이가 불만스럽게 외쳤다.“안 돼요!”머쓱함에 안채린의 표정이 굳어졌지만 이건 민이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니기에 꾹 참고 살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꼬마 도련님, 난 정말 너랑 잘 지내고 싶어.”반하준의 목소리가 들렸다.“투정 그만 부려.”짜증스러운 어투로 민이에게 경고한 그가 안채린에게 말했다.“타요.”안채린의 두 눈이 의기양양하게 번뜪였다.민이의 하얀 볼은 독을 품은 복어처럼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다.주차장에는 어린이반 아이들이 스쿨버스를 타기 위해 줄지어 서 있었다.“석현아, 뭘 봐?” 정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반석현은 가만히 서서 멀어져 가는 검은색 마이바흐를 바라보았다.정신을 차린 아이는 정이가 내민 손을 발견하고 자기 손을 가져가 맞잡았다.둘이 함께 버스에 올라탄 뒤 정이가 물었다.“그 이상한 아줌마 본 거야? 나도 그 아줌마가 하준 아저씨 차에 타는 걸 봤어. 민이도 같이.”반석현은 정이와 나란히 앉아 휴대폰에 입력한 문구를 보여줬다.[안채린이 사촌 형이랑 맞선을 봤어. 민이 엄마가 되고 싶어 해.]정이는 뒤늦게 반하준이 반석현의 사촌 형이라는 걸 떠올렸다.“민이가 그런 새엄마를 좋아할지 모르겠네. 그 아줌마 이상하던데.”이미 정이의 마음속에 반하준은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 되었다.반하준이 민이에게 어떤 새엄마를 찾아줄지는 자신과 상관이 없었지만 까다로운 민이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정이는 카트를 타던 안채린이 강나현과 닮았던 걸 떠올렸다.‘민이가 강나현 이모 같은 새엄마를 좋아할까?’게다가 정이는 안채린과 아주 짧게 만난 것만으로 이미 마음에 들지 않았다.반석현이 휴대폰 화면을 정이에게 보여주었다.[그냥 이상한 사람이야!]...마이바흐에 탄 안채린은 돌아앉아 한쪽 어깨를 좌석 뒤쪽에 기대며 미소를 지었다.“반 대표님께서 저보고 차에 타라고 한 건 결혼을 염두에 두고 저와 만나겠다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509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숨을 헉 들이켰다. 강민아가 돌아보자 심은호는 길고 풍성한 속눈썹을 깜빡이며 진지하게 말했다.“내가 한몫 챙길 수 있게 허락해 줘요.”그러자 강민아는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심은호 씨, 환영해요.”심은호를 바라보며 그녀는 마음속에 이질감이 드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사실 단순히 이혼 후가 아니라 결혼 전에도, 결혼할 때도 늘 심은호의 그림자는 있었다.그녀가 앞으로 나아가려고 할 때 남자는 기꺼이 그녀와 동행했고, 그녀가 멈추고 싶어 할 때면 심은호 역시 가만히 서서 묵묵히 그녀를 지켜봤다.한때 심은호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나에 대한 그쪽의 믿음과 도움에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그때 심은호는 이렇게 답했다.“그러면 나한테 더 많고 큼지막한 이득을 줘요. 민아 씨, 예전엔 내가 민아 씨를 데리고 세상을 누볐지만 이젠 민아 씨가 날 이끌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해 줘요. 할 수 있죠?”심은호가 손을 잡자 강민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온 마음을 담아 대답했다.“알겠어요.”안채린은 심은호와 강민아의 모습을 보며 두 눈에 미소를 머금은 채 가슴 앞으로 팔짱을 꼈다.“반 대표님, 두 달만 기다리면 아주 굴욕적인 구경거리를 볼 수 있겠네요.”그러면서 우경아에게 말했다.“그때가 되면 우리도 기적의 순간을 볼 수 있게 우 대표님이 초대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우경아는 표정을 굳힌 채 안채린의 말을 무시했다.반하준은 부신 그룹 임원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도련님, 학교로 모셔다드릴게요.”반하준의 비서가 민이에게 말을 걸자 안채린이 자진해서 다가왔다.“꼬마 도련님, 내가 차로 데려다줄까?”민이가 물었다.“그쪽이 왜 날 데려다주는데요?”안채린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네 아빠와 맞선을 봤거든. 네 새엄마가 되고 싶어.”민이는 충격에 빠진 눈으로 안채린을 바라보다가 이내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난 새엄마 필요 없어요!”아이가 거부감을 드러내며 한발짝 뒤로 물러섰다.“민아, 왜 새엄마가 싫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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