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남편이자 오빠가 갑작스레 죽고 고아였던 새언니와 시누이는 갈데가 없다 둘이서 살게 되며 벌어지는 로맨틱 GL 코미디 월 화 수 목 금 • 평일 연재
Lihat lebih banyak그날 밤, 침대에 누워있던 둘. 지원은 책을 읽고 있었고, 하연은 조심스럽게 일어나 침대 옆 자그마한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서 하연이 꺼낸 것은 작은 상자 하나. 무릎 위에 올려놓고 살짝 뚜껑을 열자, 하얀 은 장식이 달린 반지 두 개 나란히 들어 있었다.조금 투박하지만 정성스럽게 공방에서 직접 하연의 손으로 만든 반지. 반지 안쪽에는 지원과 하연의 이름이 나란히 새겨져 있었다.“이거.”하연은 조심스럽게 꺼내며 말했다.“알바해서 산 우리 첫 반지에요. 왼쪽엔 언니 이름, 다른 오른쪽엔 내 이름.”지원은 그걸 받아들고 천천히 손끝으로 반지를 만져보았다.“너.. 이런 건 언제 만들었어?”“비밀.”하연이 윙크하며 웃자, 지원은 고개를 숙인 채 소리 없는 웃음을 터뜨렸다.“고마워. 내 옆에 네 이름이 있다는 게.. 이제서야 진짜 실감나네.”그 순간, 작은 집 안에 둘 밖에 없는데도 마치 바깥 세상이 조용히 경청하는 듯했다. 반지 둘, 이름 둘이 그들의 시간이 되었고, 공간이 되었다.*밤은 깊어가고, 조명이 꺼진 방 안엔 아직 새 이불의 향이 은은하게 남아 있었다. 천장이 낮아 조용히 말해도 목소리가 벽에 닿는 듯했고, 창밖에서 불어온 바람은 커튼을 살짝 흔들다 사라졌다.하연이 이불 속에서 작게 말했다.“언니. 내일 이 집에서 처음 맞는 아침에 뭐부터 하고 싶어요?”지원은 한참을 말없이 생각하다가, 부드럽게 속삭였다.“네 얼굴부터 보기.”“그건 매일 하는 거잖아요.”“그래도 좋아. 가장 익숙한 게 가장 소중하니까.”하연은 웃으며 이불 속으로 손을 뻗었다. 지원의 손을 찾아, 그 손가락 사이에 자신의 손가락을 끼우듯 포개었다.“그럼 나는.. 일어나자마자 언니 이름부터 부를래요. 아무 이유 없이, 그냥.”지원은 대답 대신 하연의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감싸며 속삭였다.“그냥이라는 이유가 실은 사랑이라는 걸 알잖아. 우리는 이제 그런 사이니까.”*아침이 왔다.새벽과 아침의 경계는 조용히 무너지고, 햇살은 어느 틈에 방 안 깊숙이
여름이 조금 지나고, 슬슬 뜨겁다고 느껴지기보다는 부드럽고 따듯한 햇살이 계절의 테두리를 서서히 넘어서는 시기였다. 길가의 철쭉은 이미 지고, 나무들은 아마 올해의 마지막으로 풍성하게 잎을 틔운 채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가을의 기운이 느껴지는 오후, 바람이 슬그머니 부드럽고도 조심스럽게 피부를 가늘게 쓰다듬는 날이었다.지원과 하연은 작은 이삿짐 트럭을 따라 조용한 주택가 골목 끝,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오래된 연립주택 앞에 섰다. 붉은 벽돌로 된 이층 건물. 월세도 아니고, 전세도 아니고, 자가. 오래도록 고민하다 택한 지금의 둘에게 어울리는, 둘만의 집."여기가 이제 우리집 맞죠? 맞는거죠?"하연이 묻자, 지원은 트럭 기사에게 마지막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고생하셨다며 보내드린 뒤 다시 하연을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하연의 어깨를 꼬옥 잡고 몸을 기대는 지원.하연 역시 지원에게 기대어섰다."응, 맞아. 우리 둘이 함께 살 집.진짜 우리 집."집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현관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주방이 보이고, 그 옆으로는 작고 네모난 거실이, 거실 끝엔 방이 둘 있었다. 오래된 집이라 그런지 벽지는 군데군데 빛이 바랬고, 전등 스위치도 조금 뻑뻑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 모든 것이 좋았다. 낡았지만 단단했고, 작지만 따뜻했으며, 사소해보여도 그 무게는 사소하지 않았다. 마치 둘이 생각하는 서로의 마음 같다고, 지원은 떠올렸다."방 하나는 작업실, 하나는 침실로 하면 되겠다. 나중에 리모델링도 한 번 하자.벽지도 새로 바르고.""헬로키티 벽지로?""꿈도 꾸지마.""헤.."*그날 하루 온종일, 두 사람은 쉬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포장해온 박스들을 거실에 쌓아놓고 하나씩 뜯으며 물건들을 꺼내 제자리에 두고, 책장을 조립하고, 이불을 널고, 작은 식탁 위에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커피 메이커와 커피포트를 올려두었다.이곳저곳, 고장나거나 작동하지 않는 곳은 없는지 꼼꼼히 찾으며, 지원이 욕실 안에 들어가 있던 동안, 하연은 가만히 창문
가게 앞.가을바람이 느껴지는 밤 공기.가로등 불빛 아래, 지원이 먼저 문을 열고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하연은 손에 들고 있던 작은 파우치를 손끝으로 쥐며 고개를 들었다.“미안해요, 좀 늦었죠?”지원은 하연을 보자마자 자기도 모르게 미소지었다.어느정도 술이 들어갔는지, 무장해제된 얼굴이었다.“아니야. 딱 좋아.”손목을 살짝 잡고 앞장서는 그 손끝이 따뜻했다.하연은 문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지원의 옆에 섰다.지원이 문을 열며 말했다.“이미 다 얘기 했어. 내가 요즘 만나고 있는 사람이라고.”그 말에 하연은 눈을 천천히 감았다가 떴다.작은 숨을 들이쉬고,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안녕하세요. 지원 언니와 함께 살고 있는 하연이에요. 처음 뵙겠습니다.”순간, 테이블 위의 공기가 얼어붙는 듯했다.누군가는 젓가락을 멈췄고, 누군가는 술잔을 손에 든 채 멈칫했다.하지만 그 정적은 오래가지 않았다.“우와.. 진짜 예쁘다.”“그럼.. 둘이 진짜? 와..”"..얼굴합은 맞긴 해.""얼굴합보다는 MBTI가 맞아야지.""그거 유행 지났거든.""관상 궁합 같은 거 보다는 안지났거든."놀람과 당황이 엇갈린 반응들.그러나 그 감정이 하연을 향한 거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사람들은 오히려 조심스럽게, 그러나 따뜻하게 웃고 있었다.하연은 그런 시선에 조금 어색한 듯 웃었다.“제가.. 동생처럼 붙어 있다 보니까, 언니가 피곤할 때도 많았을 거예요. 저 때문에 못간 약속들도 많을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지원이 그 말을 가볍게 가로챘다.“에이, 아니야. 나, 하연이 없었으면 아마 진작에 병났을걸? 너네들도 알잖아, 그치?”그 말에 모인 사람들 모두 가볍게 웃었다.술잔이 다시 움직이고, 안주가 돌기 시작했다.공기는 다시 풀렸고, 대화는 자연스럽게 흘러갔다.지원은 테이블 밑에서 하연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그 작은 접촉은 아무도 모르게, 그러나 둘 사이의 어떤 경계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가게를 나선 건 자정을 조금 넘긴
금요일 저녁.해가 완전히 저물어버리기 전의 도시.붉은 기운이 하늘에 묻어 있다가 하나둘 네온사인 아래로 그 빛들이 스며들듯 사라져간다.지원은 홀로 사무실에 앉아 마지막 업무상 메일을 확인하고 자료와 함께 협력사에 답장을 보낸 뒤에,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한숨을 쉬었다.기분이 노곤노곤했다.뭔가 이러다 스무스하게 바로 잠에 들 것 같은 느낌.머리부터 발끝까지 쭉 기지개를 켜는 지원."흐음.. 너무 늦지는 않았겠지?"직장인들에게, 아니 그 누구에겐들 하루의 끝은 언제나 고단할 것이다만,지원이 지금, 평소의 퇴근 시간보다도 더 머리가 지끈거리는 건, 그저 단순히 몸이 피곤한 게 아니라, 하루 종일 머릿속을 점령하고 있던 그 이름 때문이었다.하연.집을 나온 뒤부터 회사의 업무시간, 하루종일 내내, 지원의 머릿속에는 자꾸만 하연의 옷깃과 말투, 눈동자, 부드러운 목소리, 사랑이 듬뿍 담긴 지원을 향한 시선 같은 것들이 떠올랐다.마치, 이미 그날 밤을 기다리는 누군가처럼.핸드백에 대충 자기 물건들을 쓸어놓고 자리를 정돈하며 지원은 자리에서 일어섰다.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회사를 나섰다.*엘리베이터 안.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새삼스럽게 유독 낯설었다.볼에 살짝 홍조가 돌아있었고, 입꼬리는 미세하게 올라가 있었다...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이의 얼굴이었다.내가 원래도 이런 표정이었나..?..아마 이것도 그 애 때문이겠지.지원은 아예 그냥 화장을 다시 할까 고민하다가, 그저 립스틱만 덧발랐다.오늘은, 그냥 지금의 자신으로 충분할 것 같아서.*퇴근길에 들른 약속 장소는 지원의 회사 근처에 있는 단골 술집이었다.간판은 몇 년 전부터 바뀌지 않았고, 간판 아래 화분은 계절마다 주인이 다른 듯하지만, 매번 비슷하게 피어났다가 시들었다.술집 문을 밀고 들어가자 익숙한 목소리들이 반겼다.“오, 드디어 오셨네~”“주인공도 아니면서 이리 늦으면 어떡하냐!”"누가 보면 혼자만 직장인인줄 알겠네.""여기 앉아, 여기!"전 회사 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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