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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Author: 임공
강수희의 지금 태도는, 이전에 비하면 너무도 다정했다.

‘이렇게까지 달라질 수가 있나...’

시연은 어쩐지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시연아, 왜 멍하니 있어?”

강수희는 다정하게 웃으며 그녀를 의자에 앉혔다.

밥그릇을 건네며 말했다.

“배고프지? 어서 먹어봐.”

“사모님, 저는 그냥 병원 식당에서 먹어도 돼요.”

시연은 조심스럽게 거절을 시도했다.

“식당?”

강수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건 안 되지! 지금 넌 임신 중이니, 영양을 챙겨야 해.”

그러고는, 무심한 듯 덧붙였다.

“그나저나, 점심마다 그렇게 식당에서 먹는 거야? 고 대표님은 신경도 안 쓰니?”

‘왜 고유건이 그런 걸 신경 써야 하지...?’

시연은 고개를 조용히 저었다.

“아휴...”

강수희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 바쁘니까 그러시겠지. 고 대표님은 워낙 일이 많으시잖니. 아무래도 널 세심히 살피긴 어려우실 거야.”

‘지금... 고유건이 나한테 무관심하단 걸 돌려 말하는 거야?’

시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괜히 부정하거나, 맞장구치기도 애매했다.

‘병원 식당 음식이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고, 요즘은 입덧도 거의 없어서 뭐든 잘 먹는데...’

“아직도 멍하니 있네. 어서 먹어.”

강수희가 다그치듯 말했다가, 곧 불안한 듯 덧붙였다.

“입에 안 맞니? 혹시 음식이 별로야?”

“아니요, 아니에요.”

시연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다 너무 맛있어요.”

“그래, 그럼 많이 먹어. 지금 넌 두 사람 몫을 먹어야 하니까.”

강수희는 시연의 아랫배를 힐끔 보며 말을 이었다.

그 눈빛엔 어딘가 스치는 듯한 슬픔이 담겨 있었다.

‘내가 그때 막지만 않았어도... 지금쯤 저 아이는, 우리 집 손주였을 텐데.’

시연은 그 시선을 읽지 못한 척, 은범의 안부를 물었다.

“은범이는... 좀 어때요?”

“응, 괜찮아졌어.”

강수희는 활짝 웃었다.

“기본적인 생체 수치는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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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908화

    ‘장소미랑 정은희가 아는 사이였다고?’‘게다가, SNS에서 서로를 멘션 할 정도?’2년 전이라면 장소미가 연예계를 떠나기 직전, 정은희는 막 신인으로 얼굴을 알리던 시점.‘GP그룹이 밀어주던 배우였지, 장소미도.’‘정은희는 딱 그 뒤를 잇는 케이스였고...’‘알고 지냈다 해도 이상하진 않아.’하지만, 시연이 진짜 궁금한 건 다른 것이었다.‘둘이 사적으로도 연락했을까?’‘정은희, 혹시 장소미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거 아냐?’‘...’시연은 어린이집에서 조이를 데리고 SKY전원주택단지에 도착했다.조이를 안은 채 손부터 씻기고 돌아서자, 도경미가 잽싸게 조이에게 물컵을 건넸다. “지 선생님, 오늘 저녁엔 조이 뭐 먹을까요?”“조이한테 물어봐요.”시연은 아이 입맛 따라가는 편이었다.‘배만 안 비면 됐지. 그다음은 영양이고.’“조이야, 뭐 먹고 싶어?”“피자요!”조이는 눈도 안 깜빡이고 바로 대답했다.“피자라...”말 나온 김에, 시연도 군침이 돌았다.“좋아, 엄마도 피자 좋다고 생각했어. 오늘 저녁은 피자다.”마수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피자에 야채 좀 굽고, 수프 하나 끓일게요... 근데 고 대표님 입맛엔 맞을지 모르겠네요?”“고 대표님은 빼고 생각해요. 나랑 조이만 먹어도 충분해요.”시연의 말에 마수경과 도경미가 서로 눈을 마주쳤다.“그럼 우리도 같이 먹어요.”“그래요.”...저녁쯤, 집안에 맛있는 냄새가 가득 찼을 무렵.현관문 열리고 고유건이 들어섰고, 그 뒤로 정민환과 정기환이 큼지막한 짐들을 들고 따라왔다.“형님, 이건 어디 둘까요?”“이 몇 개는 거실에. 나머지는 위층 조이 방에 놔.”“네.”“아저씨!”조이는 유건을 보자마자 총알처럼 달려가 품에 안겼다.철썩 달라붙는 자석처럼.“조이 귀요미.”유건은 조이를 안아 얼굴을 맞댔다.조이도 살며시 눈을 감고, 아빠처럼 그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거실 한쪽에선 시연이 조이의 퍼즐 놀이를 돕고 있었고, 조이가 퍼즐을 아무렇게나 끼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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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희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시연이 어떻게 그런 말을,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진심으로 괜찮은 거예요?”시연은 눈을 깜빡였다.‘이 질문, 오늘만 벌써 두 번째네.’고개를 살짝 저으며 대답했다.“네, 괜찮아요.”‘질문 자체가 이상해. 정은희 본인도 괜찮은 척하잖아.’하지만 그 괜찮음의 결이 다르다는 건 알 수 있었다.시연은 애초에 사랑하지 않았고, 은희는... 사랑이 너무 깊은 거겠지.은희의 눈매가 차츰 일그러졌다.“설마... 고 대표님 안 사랑해요?”“네?”그 말은 시연조차 당황하게 했다.믿을 수 없다는 듯 은희를 쳐다봤다.“고 대표랑 사랑 타령을 하자고요? 그럼 내가 목숨이 두 개는 있어야죠.”‘애초에 나는 그 사람한테 그냥... 소비되는 사람이잖아.’그녀는 몸 하나 줬으면 됐지, 마음마저 내놓을 생각은 없었다.“그럼... 왜 다시 돌아온 건데요?”“왜 또 고 대표님한테 들러붙은 건데요!”은희는 거의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그 사람, 지시연 씨 때문에 이미 한 번 무너졌어요! 그거로도 부족해요?”‘무너져?’시연은 순간 의아했다.‘고유건이? 그 사람이 언제 무너졌다는 거야?’‘3년 전에도 바람기 있었고, 지금은 더 노골적인데.’‘사랑이라는 게 사람 눈을 그렇게 멀게 하나?’시연은 눈앞의 은희가 불쌍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그렇게 열 내지 말고요.”시연은 웃음을 삼키며 고개를 흔들었다.“미안해요, 깜빡했네요. 은희 씨는 고 대표님 진심으로 좋아하죠. 그래서 이렇게까지 열 받아 있는 거군요.”“맞아요!”은희는 한 치 망설임도 없이 외쳤다.“고 대표님을 사랑해요. 진심으로, 아주 많이! 그렇게 좋은 사람을 지시연 씨 같은 사람이 또 망가뜨리는 거, 정말 못 보겠어요!”시연은 말문이 막혔다.‘진짜였어? 그 정도로 사랑하면, 이 사람 눈에 나는 그냥... 파괴자?’은희가 유건을 감싸며 울분을 토하는 모습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사랑이란 게 이렇게도 비참해질 수 있구나.’시연은 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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