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쿠우웅—!카니발이 옆으로 파고들자, 태오는 급히 후진 기어를 넣었다. 메르세데스가 뒤로 튀어 나갔다. 사설 용역들의 카니발 승합차가 서린의 차 범퍼를 스치며 주차장 기둥을 들이받았다.쾅!시멘트 파편이 튀며 요란한 경보음이 지하 주차장에 울려 퍼졌다.“잡아! 저 새끼들 놓치면 안 돼!”승합차 문이 열리며 쇠파이프를 든 용역들이 뛰쳐나왔다. 태오는 사내들이 다가오기 전에 빠져나갈 틈을 찾았다. 태오는 핸들을 번개처럼 감아 돌리며 차체를 180도 드리프트시켰다.끼이익—! 탕!좁은 지하 주차장 통로를 아슬아슬하게 통과한 차는 출구를 향해 번개처럼 질주했다. 서린은 조수석에서 몸을 낮춘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엔진음이 높아졌고, 급회전할 때면 문 쪽으로 쏠린 어깨에 압력이 걸렸다.“태오야……!”“괜찮습니다, 사모님. 고개를 낮춘 채 계세요.”대답이 들려도 서린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차량은 지하 주차장 차단기를 뚫고 지상 도로로 빠져나왔다. 뒤따라오던 미행 차량 한 대가 쫓아붙었지만, 태오는 청담동 뒷골목의 가파른 코너를 칼날처럼 꺾어 들어가며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끼익—!한적한 한강 둔치 주차장에 차를 세운 태오가 거친 숨을 내쉬었다. 남자는 즉시 서린을 안아 올려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사모님, 다
새벽 5시, 청담동 오피스텔 지하 3층 주차장. 희미한 주황색 나트륨등 아래로 서늘한 지하의 냉기가 감돌고 있었다. 서린의 짙은 틴팅이 깔린 메르세데스 세단 조수석에 서린이 올라탔고, 운전석에는 태오가 앉아 있었다.남자의 단단한 손이 서린의 손을 감싸 쥐며 시동을 걸었다. 부르릉— 낮고 묵직한 배기음이 고요한 지하 주차장을 울렸다.“사모님, 피곤해 보입니다.”태오가 낮게 속삭이며 서린의 귓가로 얼굴을 기울였다. 어젯밤 침실에서 나누었던 농밀한 땀 냄새와 시더우드 향이 좁은 차 안을 다시 한번 가득 메웠다. 서린은 태오의 어깨에 이마를 기대며 나직하게 숨을 내쉬었다.“피곤하지만 기분은 좋아. 구진혁의 51% 지분을 담보로 잡는 날이 오늘이니까.”태오의 입술이 서린의 부드러운 볼을 지나 촉촉한 입술 위로 가볍게 겹쳐졌다. 은밀하고 달콤한 입맞춤이 이어지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번쩍—!저 멀리 대형 기둥 뒤편에 숨어 있던 검은색 카니발 승합차의 상향등이 강렬한 섬광을 내뿜으며 전면 유리를 강타했다. 눈이 멀 듯한 하이빔의 빛줄기. 태오의 턱 근육이 전광석화처럼 굳어졌다.“……읏!”서린이 눈을 찡그리며 몸을 웅크리려 했다. 태오의 거대한 팔이 번개처럼 뻗어 나와 서린의 머리를 자신의 품 안으로 깊숙이 끌어당겨 숨겼다.“사모님, 고개 숙여요! 일어나지 마세요!”태오의 낮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차 안을 찢었다. 전
밤 10시, 청담동 태오의 프라이빗 오피스텔. 실내에는 빗방울이 유리창을 토닥이는 소리와 함께 은은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태오는 젖은 흑발을 털어내며 소파에 앉은 서린에게 다가왔다.태오는 소파에 앉기 전 블랙 배스로브의 허리끈을 여몄다. 서린이 펼쳐둔 계약서에는 형광펜으로 표시된 줄이 여럿이었다. 음악을 낮추고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명동 브로커들, 박성재 대표가 심어둔 우리 쪽 하수인들입니다.”태오가 와인 잔을 내려놓으며 나직하게 속삭였다.“구진혁은 마지막 동아줄을 잡았다고 믿을 겁니다. 하지만 400억의 자금 제공자는 사모님이 세운 에이펙스 파트너스입니다. 중개 명의만 보고 돈의 출처까지 안다고 생각하고 있죠.”서린의 입술 끝이 비틀리며 매혹적인 호를 그렸다.서린은 인수에 배정한 자금의 상환 기한에 표시했다. 진혁의 서명을 받아도 돌려받을 때까지 400억은 묶인다. 박 대표에게 보낸 집행 계획에서 그 항목을 짚었다. 다른 사업에 쓸 돈과 섞을 수는 없었다.“그 사람, 담보라는 말만 믿는 거야. 잠깐 맡겼다가 가져올 수 있다고.”태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린은 내일 날인받을 서류를 가방 앞쪽으로 옮겼다. 아직 진혁의 서명이 들어가지는 않았다.“계약하면 담보 명의를 넘겨받고 의결권 행사에도 동의를 받을 거야. 돈을 못 갚았을 때의 정산은 별개고. 명의와 주주명부를 정리했다고 회사 전체를 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건 아니야.”“실제로 서명하는
오전 11시, 여의도 진우홀딩스 본사 대표이사실.쾅—! 쾅—! 쾅—!“빌어먹을! 은행장실 연결하라고! 내가 직접 통화하겠다고 했잖아!”구진혁이 집무실 책상을 걷어차며 고성을 내질렀다. 비서실장은 사시나무 떨듯 떨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대표님, 한성은행과 우리은행 모두 대표님 면담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조금 전 PF 대주단에서도 1,200억 PF 대출 철회 공문이 정식 접수되었습니다…….”“뭐? 1,200억이 날아갔다고?!”진혁의 눈에 시뻘건 핏발이 섰다. 당장 이번 주까지 결제해야 하는 하도급 공사 대금과 브릿지론 이자만 400억 원이었다. 자금줄이 막히면 내일 당장 최종 부도 처리가 떨어질 판이었다.“명동 사채시장 알아봐! 연이자 30%를 주더라도 당장 400억 현금으로 땡겨오라고!”“담보 조건도 가져와.”비서실장이 문으로 향하자 진혁이 덧붙였다. 그는 책상 위의 자산 목록을 뒤적였다. 은행이 거절했어도 자기 이름으로 묶어둔 것들을 내밀면 돈이 나올 것이라고 믿었다.***그 시각, 서린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부장검사 출신의 친정 외삼촌과 은밀한 통화를 나누고 있었다.- “신청해둔 가압류 결정이 나왔다. 네 유산이 어디로 흘렀는지 소명한 자료가 받아들여졌어. 오늘 오후에 결정문상 부동산과 회원권부터 집행할 거다. 해외 계좌는 따로 절차를 밟아야 하고.”“감사합니다, 삼촌. 집행된 목록을 보내주세요. 제가 돌려받을 돈과 회사가 회수할 돈은 구분해둘게요.”서린이 통화를 마치며 창밖의 도심을 내려다보았다.서린은 가압류 소식만 읽고 휴대폰을 내려놓지 못했다. 진혁에게는 현금이 필요했다. 돈을 구하려고 손댈 수 있는 곳을 떠올리다가 다시 보고서를 펼쳤다.통화 내용을 정리하는 동안 태오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서린은 작성 중이던 메모를 멈추고 메시지를 열었다. 진혁이 다음 돈줄을 찾아 움직이고 있었다.[사모님, 구진혁이 명동 사채 브로커들을 만나러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덫을 놓았습니다.]메시지에 나온 브로커는 서린의 명단에도 있었다.
이른 아침 7시, 남산 하얏트 호텔 프라이빗 연회장.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통유리창 아래, 국내 굴지의 사모펀드 대표들과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 10여 명이 원형 테이블에 모여 있었다. 상석에 앉은 사람은 구진혁이 아니었다.순백의 실크 블라우스에 칼날 같은 네이비 테일러드 수트를 차려입은 백서린이었다. 서린의 곁에는 서류 가방을 든 강태오가 듬직하게 보좌하고 있었다."백 대표님, 지난번 자선 대회에서의 240미터 티샷은 여전히 여의도 증권가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미래에셋 출신의 사모펀드 고위 임원이 감탄을 쏟아내며 커피 잔을 들었다. 서린은 우아한 미소로 화답하며 태블릿 PC 화면을 띄웠다."숫자를 직접 보시죠. 공사 현장과 장부가 얼마나 다른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서린이 화면을 넘기자 대화가 멎었다. 진우홀딩스의 용인 물류센터와 송도 주상복합 PF 사업장 실사 자료였다. 임원들은 준비해 온 보고서와 숫자를 맞추기 시작했다."공정률은 12%에 불과한데, 이미 대출금의 70%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해외로 유출되었습니다. 구진혁 대표는 분식회계로 장부를 조작해 여러분의 추가 출자를 유도하려 하고 있죠."임원들의 반응은 같지 않았다. 한 사람은 사업장 이름을 다시 읽었고, 다른 사람은 자신이 받은 보고서를 펼쳐 옆에 나란히 놓았다."이게…… 사실입니까? 구 대표가 공금을 빼돌렸다고요?"“은행 감사팀이 검토 중인 거래 자료와 수사기관에 제출한 고발장 사본입니다. 접수됐다는 사실만으로 혐의가 확정되는 건 아니니, 원자료부터 함께 보시죠.”서린이 테이블 중앙으로 두꺼운 감사 보고서를 밀어 넣었다.“새 돈을 끊으면 현장부터 멈춥니다. 기존 돈은 무엇으로 회수하죠?”한성은행 임원이 물었다. 서린은 현장별 자산 목록을 펼쳤다. 상대가 관심을 두는 것은 구진혁의 몰락 다음에 남을 것이었다.“거래 명세와 지급 증빙이 맞는 부분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아래 송금은 현장 지출이라고 설명할 자료가 빠져 있습니다.”처음부터 그녀의 말을 믿던 사
밤 11시, 청담동의 한적한 오피스텔. 은은한 조명이 켜진 거실 바닥에는 초록색 실내 인조 잔디 퍼팅 매트가 길게 깔려 있었다.달칵. 서린이 도어록을 열고 들어서자, 샤워를 마치고 검은색 가운만을 걸친 태오가 젖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맞이했다. 남자의 탄탄한 가슴팍과 쇄골 사이로 은은한 시더우드 향이 짙게 풍겨왔다.“구진혁은 어땠습니까?”태오가 와인 잔을 건네며 낮게 물었다. 서린은 잔을 받아 들고 한 모금 넘기며 미소 지었다.“회사 전화 덕에 일단 나왔어. 사진 의심이 풀린 건 아니고. 장부가 넘어간 걸 알아서 채리부터 찾으러 갔을 거야.”서린은 말을 멈추고 잔을 내려놓았다.“사진에 얼굴이 나왔으면 어땠을까.”오는 길에는 회사 상황부터 설명하려 했다. 막상 태오를 만나니 자기 얼굴이 선명하게 찍혔을 때가 먼저 떠올랐다. 태오는 사진이 흐려서 다행이라는 말로 이야기를 닫지 않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오늘은 넘기셨습니다. 그래도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은 남습니다.”태오는 서린이 내려놓은 잔을 매트에서 먼 쪽으로 옮겼다. 그가 손을 내밀자 서린이 잡았다. 둘은 거실의 퍼팅 매트 앞으로 갔다.“한숨 돌리시죠. 아까 들은 말과 지금 여기 있는 걸 잠깐 분리해보십시오.”태오가 서린의 손에 묵직한 퍼터를 쥐여주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서린의 등 뒤에 바짝 밀착했다. 완벽한 백허그 어드레스 자세. 남자의 단단한 하체가 서린의 둔부를 묵직하게 받치며 체온을 전달했다. 서린의 숨결이 찰나에 흩어졌다.“하…… 태오야, 여기서 퍼팅 레슨을 하겠다고?”“오늘 버텼으니 여기서까지 안 떠는 척하실 필요 없습니다. 공이 안 들어가도 진혁이 보는 데가 아니잖습니까.”태오의 낮고 거친 목소리가 서린의 귓바퀴를 뜨겁게 데웠다.남자의 커다란 손이 서린의 손등을 덮고, 다른 한 손은 서린의 실크 블라우스 밑단을 파고들어 잘록한 허리선을 지그시 쓸어 올렸다. 살갗이 맞닿는 순간, 서린의 전신에 걷잡을 수 없는 전류가 흘렀다.“퍼팅 스트로크는 손목을 쓰지 않습니다. 오직